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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화 〉마법사의 간사하고 얄팍한 (1) (201/447)



〈 201화 〉마법사의 간사하고 얄팍한 (1)

-똑똑.

“...”


-똑똑똑똑.


“...”


-똑똑...쾅쾅콰쾅쾅!

“헉!”


뭐, 뭐야?!


나는 급하게 바지만 걸쳐입고 침대에서 튀어나갔다. 일요일 아침의 알람처럼 무시해버리기에는 노크소리가 커지는게 심상치 않았으니까.

문을 열어보니 레베카가 정말 한심한 것을 본다는 듯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뭐...”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저택에 벨이 있기는 하지만,고장때문에 부득이하게 문을 두드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말은 그렇게했지만 레베카는 전혀 미안해보이는 표정이 아니었다. 이시간까지 누워있다니,네가 사람이냐? 라고 묻는 듯한 비언어적 표현이 얼굴에서 스물스물 흘러나온다.


이미 아침을 넘어 정오가 다되가는 시간이었으니까.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연속 밤샘 섹스의 나날이 계속된데다가 어제는 3p까지 했으니, 나도 늦잠을 자버릴 정도로 피로가 쌓인거지.

나만 그런게 아니라 애들도 아직 침대에서 시체흉내를 내고 있었고.


물론 즐겁긴 엄청 즐거웠다. 애들도 결국에는 지난번처럼  해달라고 달라붙어왔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달라붙어왔던 주제에 지난번에 비하면 엄청나게 빨리 나가떨어져버리고 말았다.


뻔하지. 내가 외박했을 때부터 새벽부터 찾아다녔다고 하니까. 나는 마녀랑 섹스하면서 밤을 새고, 우리애들은 나를 찾느라 밤을 새고.

그런 다음에 3p라니.


민망해진 나는 헛기침을 뱉었다.

“흠. 으음. 그, 그런데, 무슨 일이야? 미안하지만 아침은 됐어.”

“...아리엘님에게서 오늘 함께 유진님과 외출할예정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혹시 바.쁘.시다면 일정의 재조정을...”


“아니, 아냐, 됐어. 알았어.”


 녀석, 바쁘다에 강세를 주는 의도가너무 뻔하다. 네가 바빠봤자 섹스말고 할게 뭐있냐고 타박하는 거지.

물론 섹스도 좋지만, 요즘 너무 기둥서방적인 인간이 되어버린게 하는 느낌이 들어서 상당히 찔린다. 인간 섹스머신도 좋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이대로 되는걸까라는 의문이 나를 붙잡는다.


“일정을 미룰 필요는 없어. 금방 준비하고 나갈게.”

“알겠습니다. 동료분들의 식사는 방에 가져다 놓았으니, 말씀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으, 으음. 그래...”

이 녀석, 3p한거 다 알고 있었네. 이미 그쪽부터 확인하고 온거냐! 정말 민망하네...


# # #


빠르게 씻고, 비몽사몽하면서 정신을 못차리는 애들에게 메시지를 적어주고 응접실로 내려오니 아리엘이 나를 맞이했다.

“왔군.”


“그래. 오늘은 은행에 간다고 했지?”


“그렇다.”

아리엘은 그렇게 말하고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마치 점수를 매기는 듯한 표정.

“흠...혹시 정장같은 건 없나?”

“없지. 내가 그런 옷을입을 일이 뭐가 있다고.”

“역시 그렇겠지.”


나는 평소대로 조금 투박한 느낌의 모험가 복장. 그에 비해 아리엘은 어쩐일인지 대단히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몸에 달라붙는 은색 드레스는 배꼽까지 시스루로 파여있어서 귀여우면서도 묘한색기를 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상당히 고급스러워보이는 모피까지.

평소에 돌아다닐 때는 심플한 로브에 이상한 고깔모자를 차고다녀서 몰랐는데, 이렇게 제대로된 드레스를 입고 있는 걸 보니 미모가 엄청 돋보인다.


“....잘 어울리네.”


“고맙군.”

아리엘은 그렇게 말하면서 불편하다는 듯이 몸을 이리저리 꼼지락거렸다.

“이런 종류의 옷은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지만, 격식이 필요한 때가 있는 법이지. 아무래도 평소처럼 입고가면 얕보일 수도 있지 않겠나.”

“얕보이다니. 누구한테?”


“심사관. 대출 심사관 말이다.”

그렇군. 그러니까 일종의 전투태세란 말이지. 그래서 정장이니 뭐니 하는건가.


“하지만 나는 정장이라고 볼만한 게 없는데.”

당혹한 나와는 다르게 아리엘은 무덤덤한 눈치였다.


“혹시나 싶어서 물어본 것이다. 레베카.”

“네. 따라오시죠.”


“으, 응?”

아리엘은 설명도 없이 응접실의 소파에 앉아서 무슨 서류같은 걸 쳐다보기 시작했다. 나머지는 전부 레베카에게 맡겨두겠다는 투.

“이쪽입니다.”


조금 당황한 상태에서 내가 따라간 곳은 드레스 룸이었다. 상당히 휑하긴 했지만.

한편에 있는 마네킹에는 이미 그럴듯한 턱시도가 있었다.


“뭐야. 준비해뒀으면 미리 말해야할 것 아니야.”


“...이미 시간이 늦었습니다. 옷을 벗어주십시오.”


“뭐?!  자리에서? 설마 나를...! 아냐. 알았어.”

레베카의 눈초리가 점점 차가워져서 나는 얌전히 겉옷을 벝었다. 그나저나  녀석, 이런 재주도 있었나? 그냥 집사가 아니라 슈퍼 집사였구만.


“너 대단하네. 옷도 만들 수 있어? 지금부터 해도 시간에 맞출 수 있나?”

“간단하게 가봉만 할 생각입니다. 그러니 과격한 움직임은 삼가해주십시오. 그렇지 않다면,”

“않다면?”

...여러모로 난감해지겠지요. 유진님꼐선 경우를 아시는 분이시리라 믿습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레베카는 어디선가 줄자를 가져오더니 내 몸을 이리저리 재보기 시작했다. 아니 그런데,

뭔가, 손에 힘이들어간  같기도 하고, 불필요하게 나를 더듬는 것 같기도 하고. 어어?


“야, 야! 거긴 왜! 왜 건드려!”


“....죄송합니다. 실수였습니다.”


아니 실수치고는 뭔가 움직임이 이상한데. 정말 실수 맞아? 이 녀석, 분명히 손길에 의도가 있었어! 음란한 의도가!


“...”

아니네.

레베카의 얼굴은 살짝 파리한게 꽤나 피곤해보였다.

“너 잠은 제대로 자고 있는거 맞아? 마사지 해줄까? 농담하는거 아니고.”

“..........배려는 감사드립니다만, 괜찮습니다.”

이 녀석. 전보다 뜸을 더 오래들이는데. 아마 상당히 몰려있는 모양이군.

“금방 끝날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시길.”


레베카는 사이즈 재보기를 마치자마자 더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다는 듯이 빠른 속도로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 # #


“잘 어울리는군.”


“그래?”

아리엘의 말대로 이세계의 정장은 생각보다 나쁘지, 아니 솔직히  괜찮았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볼떄 좀 불필요한 장식이 들어간 느낌은 있었지만, 그래도 핏이 맞으니 꽤 괜찮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옷을 점검하고, 레베카가 정문까지 나와서 마차를 잡아주고, 아리엘과 함께 은행으로 가는 길.

“...”

레베카도 그랬지만 아리엘도 조금 피곤해보이는 얼굴이다.


“괜찮아?”

“뭐가 말인가?”


“아니 그...어제 그렇게 몸을 썼으니까....”

나는 말꼬리를 흐렸다. 이것 참. 대낮에 섹스해서몸 괜찮냐고 묻는건 상당히 이상한 느낌이네. 원래 이런건 아침에 눈을 떴을 때야릇한 분위기에서 물어봐야하는건데.


“아아....그것 말이군. 괜찮다. 어제 그대가 몸을 충분히 풀어주지 않았나. 처음엔 몰랐지만 확실히 효과가 있더군.”


“그래? 그런 것 치고는 상당히 피곤해보이는 얼굴인데.”

“준비할 많았으니까. 그대 때문이 아니다.”


아리엘은 흔들리는 마차안에서 흘러내리려는 어깨끈을 다시 올리며 말했다.


나는 시선을 아리엘의 얼굴에 고정시키려고 애쓰면서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았다.


“그럼 다행이네. 그건 그거고, 내가 정확히 은행에서 해줬으면 하는거야? 조금 자세히 듣고 싶은데.”

아리엘은 어제 내 스킬이 마력감지에 걸리지않는 다는 사실을 알고는 나보고 은행에서 몰래 스킬을 써달라고 했었다. 섹스 중에 하는 얘기라 생략했던 나머지 내용을 들을 시간이다.


“간단하다. 내가  슬라임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담당 심사관에게 이능을 사용하면 된다. 나에게 했던 수준의 강도는 필요는 없다. 아주 약간만, 판단력을 조금만 흐리게 만들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다니....”

“아마도 내가 상대할 대상은 상당히 나이든 엘프일 테지.”

아리엘은그렇게 말하면서 팔짱을 꼈다.


“엘프는 나이가 든다고 외모가 늙지 않지만, 그렇다고 감정까지 늙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내 담당자는 성욕이 상당히 감퇴되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자에게 성행위에 사용하는 슬라임에 대해 이야기 해봐야 설득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대의 능력으로 잃어버린 성욕을 되살린다면조금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

“그, 그래?”


“그래서 그대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그대의 능력은 마력 감지에 걸리지 않으니, 은행의 보안 장치에도 걸리지 않을테지.”


아리엘은 간단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내 생각은그렇지 않았다.

“음. 그런데 어떻게 네 담당자를 흥분시키지? 생각나는 방법이 없는데. 설마 외모로 유혹하라는건 아닐거 아냐.”

아리엘은 의아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대는 전에 실버 티어와의 대련에서 그를 이능으로 흥분시킨 적이 있지 않았나?”

“그, 그거 알고 있었냐.”


그 중견 모험가와싸우다말고 게이 누명을 씌운 일.

나는 식겁했다. 설마 나만 숨기고 있다고 생각한 건가?!

“그 실버티어가 이전에 대낮부터 남자를 보고 흥분한 적 없었으니, 그대가 모종의 수를 썼을 거라고 생각하고는 있었다. 어제 확신할 수 있었지.”


“그, 그래...”

“그래서, 그때하고 같은 방법을 쓰면 되는 아닌가?”

그때는 어떻게 했더라? 전투중에 투명손으로 쾌락을 걸어댔지. 하지만 그걸 다시 쓰라고?

“음.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은데.”


“...어째서지?”

아리엘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하지만 안되는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내가 그때 그 놈한테 누명을 씌울 수 있었던 건, 전투의 흥분 때문에 그 놈이 주변에 신경을 못써서 그랬던거야.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알아챌 수 밖에 없을걸?”


“설명해주겠나.”

“음. 그러니까, 나한테는 「보이지 않는 손」 이라는 능력이 있는데,”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짓만으로 마차의 창문을 열고 닫아보였다.

“이게 보이지만 않지, 촉감이나 그런건 고스란히 느껴지거든. 이렇게.”

“?!”

보이지 않는손으로 아리엘의 볼을 쿡 찌르자, 아리엘은 펄쩍 뛰어올랐다.

“아,미안.”

“....괜찮다.”

“어쨌든 알았지? 그놈은 그  싸우느라 뭐가 건드리는지 몰랐던 것 뿐이고 평범한 상황이라면 뭔가가 있다는걸 모를 수가없을 거야.”

“그렇군. 이쯤인가?”


“그래. 촉각이 느껴지지? 조금만 예민하면 바로 들킬 것 같은데.”

아리엘은 미간을 찌푸리고 턱을 쓰다듬었다. 뭔가 생각에빠진 표정. 잠시간의 침묵  아리엘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대의 능력은 반드시 접촉해야만 발현되는 것인가? 다른 방법은 없나?”

“다른 방법이라니...”

“신성마법 중에는 광역 치유라는 것도 있지. 일정 범위 내의 부상자들에게 치유의 효과를 걸어주는 마법이다. 그 마법을 사용하는데에는 보통의 치유 마법처럼 부상자에게 직접 손을 필요가 없지. 그대 또한 여신에게서 신성력을 받았으니, 비슷한 이능을 사용할 수 있을  같은데.”


아리엘은 쉴새없이 말을 쏟아냈다. 어쩐지 나보다도 더 스킬 탐구에 대해 열정적인 모습이다.


으음. 그러니까 접촉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방을 발정시킬  있냐고?

“잠깐만.”


나는 스킬 제안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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