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43화 〉마녀의 사악한 협박 (6) (243/447)



〈 243화 〉마녀의 사악한 협박 (6)

“우리 빼놓고 먼저 간 모양인데?”

“....그렇네.”


그래서, 결국 한두어번 더 싸서 정액폭탄을 만들고 돌아오니 상단은 이미 저 멀리 마을쪽으로 가고 있었다.

아무리 잡몹이라지만 좀비가 저렇게 드글드글한데, 성격 참 급하네. 모험가란 인종은 원래 이런건가?


“죄,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레니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어하는 표정이었다.

“괜찮아. 레니 탓이 아니야. 우리가 말도 제대로 안하고 사라졌으니까, 아마 돌아간  안 모양이지.”


“네...”


레니는 쥐꼬리만한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지금이라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해?”

“갈 수 있으면 같이 가야지. 레니, 헤이스트 걸어줘.”


“아, 네!”


레니의 끝없는헤이스트와 큐어 덕분에 우리는 금새 상단의 뒤꽁무니를 따라잡을수 있었다.


“안보이길래 내뺀 줄 알았는데, 금방 돌아오셨군. 볼일이라도 보고 온건가?”

“하하, 그냥 뭐...”

짖궂은 물음에 나는 대충 얼버무렸지만, 빨간머리는 사람보는 눈치가 있었다.

“괜찮은거요?”

“네?”


“왠지 안색이 안좋아보여서 하는 말이오. 얼굴이 좀 푸석푸석 해진 것 같고. 혹시 배탈이라도 났으면 그냥 마차에 얻어타는게 좋지 않을까 싶은데.”

“....별일 아닙니다.”


그렇군. 정력이 떨어지면 얼굴이 푸석푸석해지는 모양이군. 그리고 레니의 얼굴에서는 윤기가 흐르고 있고.

...내 정액에는 피부미용 효과도 있는건가?

“정지!”

그렇게 쓸데없는 생각하고 있는 사이, 어느새 좀비무리와 수백미터만을 남겨둔 거리까지 와버렸다.


좀비는  봐도 수백마리. 이쪽은 우리까지 합쳐서 서른명이  안된다.


“좋아. 우리가 앞설테니 후위를 부탁해요.”

빨간머리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V자 쐐기모양으로 진형을 갖추고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네.”

“뭐, 우리는 우리대로 하면 되겠지. 다들 어떻게 할지는 알지?”

전위에는 내가, 가운데에선 레니와 아리엘이, 후위에서는 유리가 견제를.

위험한 상황이 올  같으면 아리엘의 폭탄을 던지고 레니의 프로텍션 안으로 숨는다.

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그대로 신중하게 좀비 떼로 향했다.

...


좀비떼 그 자체는 별거 아니었다. 성검이 한번 휘둘러질때마다 목이 하나씩 뎅겅뎅겅. 가끔 의외의 위치에서 다가오는 녀석들은 성검이 제멋대로 성화를 쏴서 태워버리거나, 아니면 유리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문제가있었다.

-기름칠한 빨갱이! 애국자 콧구멍에 투표를!

-자기야! 그날밤에 나랑 잔거 자기 밖에 없었다고! 우리애를 그렇게 버릴꺼야?! 우리 애기, 뱃속에 우리 애기 어떻게 해!


-응애! 맘마조! 마망!


“...”

좀비의 문제는 물리공격이 아니라 정신공격에 있었다.


망할, 가랑이 사이에 팔뚝을, 비유가 아니라 손이 달린 팔뚝을 달고서 우리 애 드립을 치지 않나, 2백키로는 되보이는 돼지 좀비가 응애 이러지를 않나! 너무 끔찍해!

“좀비가 말까지 할 수 있는 줄은 몰랐는데.”


“던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으니 말이다.”

내 투덜거림에 아리엘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고서는 주먹만한 화염구를 쏘았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니. 정말 속편한 설정이네!

“에잇!”

레니는 말릴 수 없는 기세로 정액병을 던져대고 있었다. 마치  쪽팔렸던 경험을 좀비를 잡음으로써 덮어씌우겠다는 것처럼 열심히다.


-그워어어!!!

-비린내나! 나 생선 안먹는다고 했잖아! 마마앙!

펑, 펑, 펑.

병이 깨질 때마다 좀비가 한마리, 두마리. 마치 산성용액이라도 되는 것처럼 녹아내렸다. 뭉쳐있으면 더욱 효과가 좋았다.


“우와, 효과 엄청 좋은데. 그냥 뿌리기만 해도 접근 못하는거 아니야?”

유리도 활을 내리더니, 정액병 던지기에 동참했다. 한동안 그렇게 병을 던지면서 길을 개척하다가 갑자기 킥킥거리면서 웃기 시작한다.


“진짜 장난 아니네. 이거 유령한테 쓰면 유령 임신하는거 아니야? 그럼 엄청 웃기겠다. 맞아, 나중에 유령같은  떼로 몰려오면 아예 바지벗기고 싸면서 가면, 푸훕, 풉.”

그걸 또 굳이 상상한 모양인지 아예 배를 잡고 웃기 시작한다.

그래, 너는 웃기겠지. 나는 하나도 재미 없지만! 재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정액을 던진다는 개념 자체가 좀 불쾌하다고!

그런데 이렇게 보란듯이 꺽꺽거리다니. 그리고 뭐? 바지 벗기고 싸면서 가라고?


나는 유리에게 말했다.


“유리야, 너도 알다시피 내가 한번에 뽑아낼 수 있는 양은 정해져있어. 네가 한 말대로 바지벗고 쏘면서 가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푸흡, 푸흐...그, 그래서?”

“그래서 평소에 미리미리 뽑아둘필요가 있지. 그런데 알지 모르겠지만 정액이란건 금방 상해버리거든. 그렇다면 그걸 어디에 저장해두면 좋을까?”

“뭐? 무슨 말을 하는거...”


나는 유리의 아랫배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


유리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눈치가 좋은 건 이런 때에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다.

“미쳤어, 미쳤어! 진짜 제정신이 아니야, 미쳤어어!!! 세상에, 절대 안돼! 어, 어떻게 사람 몸을! 미쳤어?!”


“무슨 소리야? 나는 아무 말도 안했는데?”


“!!!”

“말해보시죠 유리양. 대체 무슨 생각을 하셨길래 저보고 그렇게 미쳤다고 하신건지? 대체 무슨 미친 생각을 하신건지....켁!”


촐랑거리던 나는 결국 한대 얻어맞고 말았다. 나쁜 녀석 같으니, 다음에도 보태배 확정이야!


한대 얻어맞고나서 얌전히 좀비의 목을 썰어대고 있는데, 마을 방벽의 문이 열리더니 모험가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정신공격밖에  줄 모르는 좀비들은 문자 그대로 쓸려나가버렸으니까.



# # #



“어, 어, 여기야. 여기!”

한쪽 구석에서 좀비의 체액을 닦고 있는데, 삼인방이 다가왔다. 이 녀석들도 요격인지 뭔지에 참여한 모양인지  여기저기에 체액이 묻어있었다.

“마, 마녀님한테 하고는 이야기는 잘했어? 요? 우리 얘기는 안했지?”

제일 먼저 물어보는게 마녀에 대한 이야기라니. 어지간히도 무서운 모양이군.

원하는 대답을 적당히 들려주자 삼인방은 그제서야 안심의 미소를 지었다.


“대체 마녀가 무슨 짓을 했길래 그래요?”

“...그, 그나저나, 여기서도 그쪽 싸우는거 봤어. 좀비가 접근도못하고 녹아내리는거 같던데.”

유리의 물음은 정말노골적인 화제돌리기에 의해 무시당하고 말았다.


“흐음. 거기서 봤으면 좀 일찍 도와줄 수도 있는거 아닌가.”


유리는 질문이 무시당한게 빈정 상했는지, 조금 가시가 돋혀있었다. 티나도 덩달아서 울컥하려는 눈치였지만 지니아가 나섰다.

“미안해요. 그렇지만 우리도 어쩔 수 없었어요. 관리국인지 뭔지하고 길드하고 무슨 지휘권 문제가 생겼다나...”

“아, 그, 그래요.”

유리 녀석,막상 저자세로 나오면 맥을 못추면서 일단 질러보는구만. 지니아는 내게 눈짓했다.


“아무튼 이쪽이에요. 저희쪽 숙소가 있어요. 내일은 아침에 출발해야니까 특별히 볼일 없으면 일찍 들어가는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러죠.”


그렇게 우리는 삼인방의 뒤를 따라나섰다.


...

“쨘, 어때? 이 정도면 꽤 괜찮지? 던전 밖의 웬만한 여관보다도 더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티나는 으스대면서 나를 보았다.


대형 클랜이라라더니, 확실히 숙소는  괜찮았다. 이 녀석들 하는 것만 봐서는 허당 그 자체인데, 이런 시설 지까지 이용할 수 있다니. 역시 일단은 대기업에 들어가고 봐야한다는 걸까?

유리는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그냥 뭐... 여기 개인 욕조도 있어요?”


“아, 아니, 욕조까지는.”


“흐응...”

둘 사이에 불꽃이 튄다. 나는 재빨리 끼어들었다.

“음, 오늘은 피곤하니까 일단 여기서 파하고, 내일 아침에 다시봅시다. 저녁은 그냥 저희끼리 알아서 먹을테니 신경쓰지 마시고.”

“그, 그래요.”


지니아가 고개를끄덕이고는 나머지 둘을 데리고 가버렸다. 후, 그래도 조장이 한명씩은 있어서 다행이야. 시작하기도 전에 이런 신경전이라니!

“마음에 안들어. 자꾸 끼부리잖아.”

“...끼부렸다고?”

“흥...”


 내가 모르는 모종의 물밑 전투가 있었단 말인가?! 두렵다, 두려워!



# # #




어쨌든 그렇게 저녁을 먹고, 각자의 방을 배정받고 잠을 잘 시간.


나는 레니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어쩐일인지 늦고 있었다.

이상하다, 이상해. 레니가 설마 자기 차례인걸 까먹었을리는 없고. 평소라면 저녁을 먹자마자 들이 닥쳐도 이상하지 않을텐데. 아까도 아리엘의 핸드잡을 뺏어버리기까지 했고.


-똑똑.


“저, 저에요.”


찾으러 가봐야하나 싶어서 방을 서성이고 있는데, 마침내 노크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레니는 고개를 푹 숙인채 팔짱을 끼고 있었다. 팔짱이라기보다는 부끄럽다는듯이 가슴을 감싸안은 형태.


음.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둘이서 같이 다녔던 옛날 생각이 난다. 그때는  손하나 대는 것도  조심스러웠지.


“유, 유진씨...”


레니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레니도 그  생각이 나는걸까? 나하고 시선을  마주치지를 못하고 있다. 풋풋했던 옛날이 생각난다.가끔은 그때로 되돌아가고 싶은 기분이 들어.


“유, 유진씨. 괘, 괜찮으시다면 오, 오늘 유리씨나 아, 아리엘씨랑 순서를 바꿀까 하는데...”

“뭐?!”


레니의 입에서는 정말 충격적인 말이 튀어나왔다. 레니가? 순서를? 바꾼다고?! 왜? 어째서?!

그 레니가?! 낮에만 하더라도  쥬지에 달려들던 레니가! 어떻게 이런 말을?

“레, 레니. 그게 무슨소리야? 설마... 하기 싫어?”

“아, 아니에요, 그, 그런게 아니라, 저기....”


레니는 허둥지둥거리면서도 양팔을 가린 가슴을 내리지 않고 있었다.

“왜 그래? 어디 아파?”


“아니, 아픈건 아닌데, 저기, 으윽...”


레니의 가슴....

그리고 그 가슴은 부자연스럽게 튀어나와있었다. 설마 무슨 상처라도 입은건가,내가 못보는 사이에?


“레니, 가슴을...왜 그래?!”


“아, 안돼! 하지 마세요!”


“일단 보여줘봐, 대체 무슨 일인지를 알아야....”

“윽?!”


툭.


로브 아래로 수건이 흘러내렸다.

그렇군, 모양이 이상하게 삐죽거렸는데 안에 수건을 집어넣고 있었군. 그런데 왜 수건이...

수건이 젖었잖아?


“아....아으....”


뭔가 싶어서 레니를 보니 레니의 온몸이 빨개지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로브의 가슴 부분이 점점 젖어들었다.


가슴이 왜 젖는 거지...?

“...?!”


모유가나와?!

“흑....후에엥....”


레니는 우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