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9화 〉 마법사와 자매의 은밀하고 뻔뻔한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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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내게 업혀있던 아리엘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 그대여.”
“왜?”
“자, 잠깐,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응, 듣고 있어.”
“으읏.....!”
아리엘은 마침내 화를 내고 말았다.
“흐읏, 일단은 그 음란한 손놀림을 그만두지 못하겠나! 사람이 말을 할 수가 없지 않나!”
“아니, 아까부터 가만히 있길래 나는 괜찮은 줄 알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건가!”
“말도 안 된다니. 이게 마음에 안 들었으면 진작에 관두라고 하지. 나는 너도 즐기는 줄...”
“됐으니까 그만두게!”
“넹.”
나는 얌전히 손놀림을 멈췄다. 아리엘의 엉덩이를 조물거리는건 꽤나 재밌었는데.
물론 그냥 재미만을 위해 그런 것은 아니다. 야한 짓을 해야 섹스 리커버리가 발동되니까 어쩔 수 없다고.
“몸은 좀 어때?”
“후우, 후우...아, 아직은 좀 여파가 남아있는 듯싶군.”
“그러냐...”
이 녀석 봐라. 지금쯤이면 전부 회복됐을 텐데, 이 깐프는 의외로 엄살이 좀 심하군.
“하아, 하아...후우. 그대는 정말 말릴 수가 없군.”
아리엘은 작게 투덜거렸다.
“아까도 그렇게나 해놓고, 밤에도 또 일정이 잡혀있으면서, 심지어 돌아오는 길에서마저도 이렇게 집요하고 음란한 짓이라니.”
“솔직히 가만히 있었던 거 보면 너도 즐기고 있었.”
“그만! 나는 그저 그대가 즐거워하는 것 같기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가만히 있었던 것뿐이다. 부축을 계속 받는 것도 미안해서 말이지. 하지만 그래도 정도라는 게 있지 않나! 어떻게 출발할 때부터 지금까지 한숨도 쉬지 않고 그럴 수가 있는 건가?!”
아리엘은 내 딴지를 단호히 쳐내고는 말을 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대는 어제도, 그제도. 단 하루도 행위를 하지 않은 적이 없었지. 증폭이 걸려있기에 어쩔 수 없다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많이 하는 것 아닌가? 계산해보면 생의 3할 이상은 행위에 쓰고 있지 않나?”
인생의 30%를 섹스에 쓰고 있다니. 정말 그 정도인가? 사람은 인생의 30%를 잠에 쓴다던데, 나는 자면서도 하는 셈이니까... 어쩌면 진짜로 그만큼이나 되는 건가?!
짐승이 된 것 같은 기분에 나는 작게 항변했다.
“그래도 그 정도는 안 되는 것 같은데....”
“그렇게 좋은가?”
“응?”
아리엘은 기가 막히다는 듯이 물었다.
“그렇게 하고도 질리지도 않는 건가?”
이 깐프는 무슨 쓸데없는걸 묻는 건지.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닌가?
“넵. 엄청 좋습니다만. 지금은 여러 가지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참고 있지만, 할 수 있다면 외출도 안 하고 하루 종일 하고 싶은데? 3할이라고 했던가? 마음만 같아서는 9할을 넘어서....”
“그만! 충분히 알아들었다.”
“그래?”
“....”
그 말을 끝으로 묘한 침묵이 흘렀다. 이제 다시 슬슬 엉덩이를 조물락 거려볼까하고 고민하던 시점에 아리엘이 다시 입을 열었다.
“흠, 흠흠. 그대는...”
“응?”
“그대는 그게 그렇게 좋다면, 어째서 그 능력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쓰지 않는 거지?”
“적극적으로 쓴다니?”
아리엘은 살짝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대가 마음만 먹으면, 능력을 공개하기만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그대의 즐거움만을 위해 쓰는 게 가능하지 않겠나? 여신께서 내려주신 임무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대가 반드시 직접 해결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흐음....”
능력을 대가로 쾌락을 산다라.
뭐,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
능력이 밝혀지더라도 성에 끌려가서 쥐어짜인다는 공포심은 이제 상당히 옅어졌다.
돌이켜보면 성에 끌려갔었더라도 그다지 나쁜 일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녀석들은 소환자들에게 깍듯했으니까.
물론 성에 끌려가면 여신의 임무에 집중하기 어렵겠지만, 아리엘의 말대로 반드시 내가 직접해야만 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나는 그저 인간 레이더로서만 기능하고, 처리는 버프를 대가로 외주를 줘버리면...
하지만 그건 뭐라고 해야 할까.
사실상 매춘이나 다름이 없는 행위다. 그에 대한 거부감도 조금 있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한 나는 피식 웃었다.
“너, 나보고 몸을 팔라는 거야?”
“그, 그런! 오해다! 그런 식으로 말하지는 않지 않았나!”
“농담이야.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어.”
“큭...여전히 취향이 나쁘군....”
아리엘이 허둥거리는 꼴을 즐긴 나는 조금 진지한 어투로 답했다.
“뭐, 그에 대한 대답을 하자면. 나도 그런 방법이 있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야.”
등 뒤에서 아리엘이 살짝 긴장하는 게 느껴졌다.
바보 녀석. 내가 그걸 지금까지 몰라서 안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깐프 녀석은 아직도 날 모르는구만.
“능력만을 보고 몸을 섞는다니. 그건 마음이 없잖아.”
“마음이 없다고?”
“그래. 물론 육체적으로는 당연히 좋겠지.”
아리엘은 얌전히 내가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사람이 육체적인 쾌락만을 위해 사는 건 아니잖아.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혼자만의 쾌락을 위해 그러고 싶지는 않아. 내가 그렇게 무분별하게 하고 다니면 기분이 어떻겠어? 너는?”
동정이었을 때는 무지성 하렘을 만들고 싶어! 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레니나 유리를 만나고 나서부터는, 음....
내 한 몸의 쾌락도 중요하긴 하지만, 그보다도 걔네들 눈에서 눈물 나는 꼴을 보고 싶지는 않다.
물론 아리엘네도 그닥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고.
아리엘이나 레베카나, 대충 눈치는 채고 있다. 이렇게 들러붙는 걸 보고도 모르면 눈뜬장님이지.
“육체적 쾌락도 쾌락이지만 지금 인연을 소중하게 대하고 싶다는 뜻이지. 뭐, 정확히 표현한 것 같지는 않지만...”
“괜찮다. 얼추 이해했으니.”
“그래.”
그 이후로 아리엘은 입을 다물었다.
역시, 그렇다면, 어쩌고 하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리긴 했지만 그 이상은 들리지 않았다.
흠.
능력을 빌미로 여자를 안는다라. 아마 죽을 떄까지 원나잇만 가능할지도 모르겠는걸.
하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애들 눈에서 피눈물밖에 더 나겠어?
그렇지 않다면...아마 감금하려고 들지도 모르겠어. 질투심 때문에 한밤중에 덮치고 묶고 심지어는 강간까지 하려고 드니까!
어쩌면 지금도 부글부글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아리엘이랑 둘만 나와서 실컷 섹스하고 돌아가는 길이니까.
“....”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좀 후달리는 느낌이다. 물론 오늘은 아리엘의 차례고 따라서 아리엘과 둘이서 무엇을 하던 애들이 상관할 바는 아니긴 하지만....그래도 후달려!
안 그래도 후달리는데, 마침 저택이 슬슬 보이기 시작했다.
“아리엘? 이제 다 왔는데.”
아리엘은 여전히 내게 업혀서 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물론 나야 힘들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리엘의 말랑한 엉덩이와 있는 듯 없는듯한 가슴이 등에 닿는 게 기분 좋아서 이대로 있어도 별 상관은 없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업혀있는 꼴을 보면 애들이 뭐라고 할까? 안 그래도 둘만 나와서 후달리는데.
게다가 레베카 녀석도 문제. 그 녀석이 이 꼴 보면 또 무슨 헛소리를 해댈지 모르겠어.
하지만 아리엘은 대답이 없다. 설마 이대로 들어갈 생각이신지?
“아리엘양? 듣고 있습니까?”
“무슨 일이지?”
“어, 음. 이제 슬슬 내리지 않을래?”
“...”
아리엘은 가만히 있다가 시무룩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무겁나?”
“응?”
“그럼 진작 말하지 그랬나. 그대에게 실례를 범했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
“아니, 아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저 하늘의 구름처럼 가벼우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이 깐프가 왜 갑자기 이렇게 자책을 하는 건지. 나는 네 엉덩이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게 즐겁다고. 오직 사회적 시선이 문제인 것뿐인데, 이렇게 자책하면서 다음 기회가 없을 것처럼 굴면 곤란하다.
두근거리면서 아리엘의 대답을 기다렸는데 이 깐프의 답변은 영 엉뚱한 것이었다.
“흠. 그렇군. 그렇다면 이대로 돌아가도 별문제가 없지 않나.”
“...어?”
“애초에 내 몸을 이렇게 거동도 못 하게 만든 게 누군가? 그대 아닌가? 그러니 그대가 끝까지 책임을 지는 게 옳다고 생각하지 않나? 나는 아직 회, 회복이 덜 되었으니 말이다.”
“.....”
이것 봐라. 대답이 아주 청산유수 시군요. 아주 각을 잡고 있었어.
게다가 회복이 덜 되었다니. 나는 아까부터 계속 섹스 리커버리를 켜두고 있었다. 이 정도면 넌 진작에 혼자서 걸어야 했다고! 뭐, 자기도 찔리는지 말까지 더듬긴 했지만.
나로서는 이렇게 들러붙는 게 귀여워서 좋긴 하지만....그냥 솔직하게 이대로 업혀있고 싶다고 말하면 될 걸 가지고, 여전히 이상한 핑계를 대는 게 건방지다.
웃기는 깐프 같으니. 그렇다면 나도 생각이 있지.
“...그래.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알았어.”
“이제야 좀 책임감이라는 걸 알게 된 것 같군.”
이거 봐. 여전히 협조니 책임감이니 하는 헛소리를 하는 것 좀 보라고.
“그래. 내가 한 책임감 하지.”
“좋군. 지금처럼만 하면....무, 무슨?!”
나는 아리엘의 위치를 재조정했다. 소위 말하는 공주님 안기라는 거지.
“이, 이게 무슨 짓인가?! 놓게!”
아리엘은 기겁을 하며 버둥거렸다. 그래, 침실이라면 모를까 다른 사람들이 빤히 보는 데서 이런 짓을 당하는 건 쪽팔린다 이거지.
“오랫동안 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으면 몸이 굳어버린다고. 다 너를 위해 하는 짓이야. 너도 이게 더 편하잖아?”
나는 아리엘을 꼭 잡은 채 아무렇게나 주워 뱉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크윽, 이제 됐으니까 놓으란 말이다!”
“어허. 네가 말했잖아. 너를 엉망으로 만든 책임을 지라고. 아직 회복이 다 안됐다면서? 이대로 책임감도 없이 내팽개칠 수는 없는 노릇이지. 나는 책임감을 아는 남자니까!”
나는 성큼성큼 걸으며 저택의 정문을 지났다.
“히익! 어, 어서오세여?!”
정원수를 깨작거리고 있던 꼬마 메이드가 이쪽을 보고 인사를 하더니, 저택을 향해 도다다 거리면서 도망치듯이 뛰어간다. 하지만 히익이라니. 내가 뭘 했길래 비명부터 지르는 거지? 레베카 녀석, 대체 어떻게 교육을 시킨 거야?
“끄윽....”
아리엘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 채 끓어오르는 신음을 뱉었다. 나도 부끄럽지만, 이 깐프가 더 부끄러울 것이다. 꼴 좋구나!
“오셨습.....니까.”
저택의 현관을 지나자마자 마중 나온 레베카. 레베카는 내게 안겨있는 아리엘을 보고는 인사를 마치지도 못했다.
“아리엘님은....”
“어, 음. 그게. 아리엘양이 아무래도 꽤나 피곤하신 것 같아서. 하지만 이제는 괜찮아. 그렇지? 아리엘양?”
“....”
“아리엘? 아리엘씨?”
대답은 없었다.
이, 이 녀석, 기절한 척 하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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