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 00101장 남매지하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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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인은 떨고 있었다. 환희와 쾌감으로 떨고 있었다.
그녀는 흐르는 피의 비릿한 냄새와 흐느끼는 남자의 우는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사타구니가 뜨거워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세인은 자신이 얼마나 경험이 모자란 지 뼈저리게 느꼈다. 고문이라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는 것인가...
(캬하하하!! 누군가를 짓밟는 건 꽤 흥분되는 일인데?)
(사람을 가지고 노는 것은 정말 재미있어!!)
(버러지들을 위에서 가지고 노는 이 기분...!!? 다른 이의 생사여탈을 손에 쥐고 있다는 이 기분!!?)
(오빠도 이런 경험을 느껴 봤을까나?)
오빠도 고문 같은 것을 해 보았을까? 사람도 죽여봤는데 당연히 해 보았겠지? 상상할 수 없는 큰 사건과 관련되면서 경험해 보았을지도?
선민사상과, 비뚤어진 이세인의 가치관은, 절대적인 강자의 입장에서 약자를 일방적으로 유린하고 고문하는 행위로 인해 그녀의 사고방식 자체를 바꾸어 버렸다. 이세인은 이러한 다른사람을 짓밟는 행동으로 퀘감을 느끼며 즐거워했다.
묶여있는 국장의 오른손 손가락은 이미 4개가 잘려나가 있었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된 그는 이미 진이 빠져 있는 상태였다.
이세인은 그를 보며 정말, 행복하게 미소 지었다. 안 그래도 미녀인 어머니의 피를 이어받아 인형 같은 미소녀인 이세인이었다. 그녀가 행복하게 미소 짓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이주인이 보았다면 두 눈을 의심했을 것이다. 저 악마 같은 이세인이 이렇게 웃을 수 있다는 것에. 하지만, 그녀는 앞으로 많이 웃을 것이었다. 이제, 웃는 방법과 이유를 알았으니까.
"그... 그만..."
"후후후. 자기 아들 손가락 자를 때는 냉정하더니, 본인 손가락 잘리니 역시, 참지 못하겠는가 봐?"
"말... 말해주면 우리를 놓아줄 거야?"
"말 못 한다면서... 하여간 피를 보니 바로 태도가 바뀌네? 돼지 새끼하고는."
"우리를 놓아준다면 계좌던 뭐든 말해준다."
"장난치는 거야?"
"무슨...."
"당연히 계좌부터 다 불어야지."
"아내와 아들부터 풀어줘. 말해 줄 테니까...."
"아저씨가 지금, 거래를 말할 상황이 아니라니까. 상황 파악 좀!! 잘!! 하세요!!"
"제발 부탁한다.."
"말해줘야 놓아주지."
"부탁이다. 먼저 아내와 아들을 보내줘..."
"미안하지만 아저씨가 제시할 건 아무것도 없네요. 내가 묻는 것에 대답을 하면 되는 거야."
"대체.. 어떻게 크면 너같이 악마 같은 계집이 되는 거냐...."
"당신도 만만치 않아. 수천억 사기 친 사기꾼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와?"
"난 적어도 너처럼 사람을 해치진 않았어!!"
"너 때문에 자살한 사람은? 네가 죽인 거나 다름없어. 누가 더 나쁜 놈이냐는 헛소리는 그만하고, 다음은 나머지 손가락이야..."
"내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그래봤자다."
"캬하하하하!! 그래. 그래!! 그게 더 즐거워 난. 더 버텨봐.“
”크으윽...“
"....... 여보 말하지 말아요!! 저년은 미쳤어!! 말하면 우릴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후후, 그래? 그럼....“
”........“
"이번에는 아줌마부터 할까?"
이세인은 가위를 국장의 부인 손가락 사이에 끼었다. 그녀는 움찔했으나 반항하진 않았다. 반항했다가 더 심한 일을 당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어쩔래? 아저씨 부인이 위험해. 이제 말할 생각이 들었어?"
"........ 우리를 풀어주기 전에는 절대 말 못 한다."
"아줌마 손가락 잘릴 텐데?"
"......."
"네. 네, 참 멋지시네요~"
그 직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각오를 했는지 국장의 부인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아냈지만, 이내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흐으으으... 아파... 아파 아..."
"아프지? 어디 보자... 헉... 피가 많이 나오네. 제대로 절단한 게 아닌가? 잠깐만, 붕대를 감아줄게."
"뭐 하는 짓이냐? 잘라놓고는 치료를 해주다니..."
"아니 지금 이렇게 죽으면 누구 좋으라고? 당연히 치료해 줘야죠. 말했잖아. 지혈해 주면서 놀겠다구. 그래야 손가락 발가락 다 자를 수 있지 않겠어?”
“망할....”
"싫으면 묻는 말에 대답을 해. 지금 복잡하게 가는 건 당신이라고."
"........계좌번호... 계좌번호는."
"잠깐, 잠깐!! 진짜인지 확인해야 하니...."
이세인은 옆 책상에 고문 도구와 같이 놓아둔 노트북을 켜면서 콧노래를 불렀다. 사람의 손가락을 자르고 즐겁게 콧노래를 부르는 그녀를 보고, 국장은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이거 말해도 되는 건가? 말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판단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었다. 할 수 있는 것은 고통을 줄이기 위한 거래밖에는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노트북에 대조해가며, 국장과 이세인은 계좌를 하나씩 확인했다. 하지만, 그는 이세인이 처음 말한 계좌의 개수 그 이상은 말해주지 않았다. 이세인은 어디론가 전화를 하며, 한동안 그들을 상대하지 않았다.
이리저리 전화를 돌려가며 여기저기 연락을 하던 이세인은, 이야기가 끝났는지 곧 국장을 돌아보고 입을 열었다.
"오, 좋아요. 좋아. 그런데 이거뿐만이 아니지?"
"그게 다야..."
"그럴 리가 없잖아.“
”........“
”다 말해주지 않으면 안 돼?“
"말할 수 없어."
"아 진짜!! 복잡하게 갈 거야?"
"숨겨진 계좌는 두 개 더 있어."
"그래서?"
"아들부터 풀어줘라. 그러면 나머지 숨겨진 계좌 하나와 비번을 하나, 말해준다. 그리고 아내를 풀어줘. 마찬가지로 나머지 계좌 하나와 비번을 말해준다."
"처음 말한 계좌들의 비밀번호는?"
"날 풀어주면 말해준다."
"헤에~~ 아저씨는 아직 살아날 생각으로 가득하네? 후후후. 이 상황에서까지 자신이 우위에 서려고 하다니...."
"뭐?"
"아저씨이~ 너무 한 거 아니신가? 두 개라고? 나머지 말 안 한 계좌 해외 3개 국내 5개 더 있는 거 다 확인했는데?!!"
"..... 뭐. 뭐어... 어떻게..?"
"친인척을 믿지 않아 아저씨 가족에게만 계좌를 돌린 게 다행이야. 안 그랬으면 이곳에 아저씨 친인척까지 모두 다 모였을 거니까."
"뭐....!!"
"하여간 끝까지 거짓말이야. 크크크크... 속여봤자 이미 아저씨 모든 계좌의 개수와 번호까지 알아놓았어."
"어떻게 알게 된 거지? 절대 알 수가 없게 해 놓았는데...”
“계좌번호 몇 개만 알면 돼. 위로 올라가다 보면 돈이 어디서 입금되어 졌는지, 그 뿌리가 보이거든. 마치 거미줄처럼 타고 올라가면 최초 계좌가 나오고, 다시 거기서부터 뿌리내리듯 입금된 계좌들을 확인하면... 짜잔!! 모든 계좌를 확인 가능하지. 현금으로 뽑은거 빼고는 모두 알수 있어.”
“크윽... 계좌를 말한 거부터가 잘못이었나.. 하지만, 비밀번호는 모를 거다. 절대 알려주지 않겠다."
"비밀번호는 됐어. 키키키키키!!"
"뭐? 비밀번호를 모르면 안 될 텐데."
"아저씨. 계좌만 알면 돼."
"뭐... 뭐라고?"
"은행에서 잘못 보낸 돈 1000억이 아저씨 계좌로 옮겨졌다고 치자, 계좌 비밀번호 모른다고, 그 돈을 은행에서 회수 못 할까? 그걸 아저씨 마음대로 쓰게 해줄까?"
"너, 혹시...."
"돈은 은행이 알아서 우리에게 옮겨줄 거야. 뭐, 어차피 숨겨진 계좌였으니까. 돈을 빼돌려도 아무도 모를 거 같은데. 세탁한 돈은 은행과 우리가 나눠 가질거구, 나머지만 경찰이 발표할 테지. 크크크~ 당신은 우리 대신 돈을 벌어서, 돈세탁만 해주신 게 되었네요. 푸하핫!!!"
"은행이 알아서 돈을 가로채 준다고? 경찰까지...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너... 네년 뒤에 대체 누가 있는 거냐?"
"아저씨가 너무 일을 크게 벌였어. 말했잖아. 재수 없는 상대가 피해자에 끼어 있었던 거지. 뭐, 다음은 아저씨 엄지손가락 자를 건데. 푸후후!!"
"........... 이미 말한 계좌들은."
"그래. 벌써 돈 다 옮겨지고 있을 거야."
"비밀번호는."
"필요 없고."
"말 안 한 계좌들은....“
”국내 계좌들은 찾아냈겠고, 해외 계좌들은 찾아내고 있겠지. 뭐, 오늘 밤 지나기 전에는 다 털리지 않을까?“
”현금 뽑아낸 것은... 알려주지 않을 테다!! 우리 목숨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뭐, 말 안 해줘도 돼. 이제."
"뭐라고?"
"돈은 충분히 챙겼어. 어차피 당신에게 속은 피해자의 구제가 아니라, 우리가 챙기는 것이 목적이었으니까. 모두 다 찾을 필요는 없는 거지."
"으....!!"
"자, 이제 계좌는 됐고, 당신에게 정부관계 정보를 알려준 사람들인데...“
”그것보다!! 계좌에서 돈을 챙길 수 있다면!! 이제 우리는 필요 없잖아!?“
”무슨 헛소리야. 당신이 한 건 계좌번호를 알려준 것뿐이고, 돈은 우리가 알아서 챙겨가는 거라고. 결국 아저씨는 내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안 한 거지. 알았어? 그럼, 당신에게 정보를 흘린 놈이나 말해보실까.“
"그... 네가 알아서 뭐 하려고?"
"말하기나 해. 대충 어떤 놈들인지 짐작은 하지만."
"모른다...“
”흐음~ 또 버텨보시겠다?“
”.......“
"그래? 자, 다시 시작할까? 한번 재미있게 놀아보자. 쿠후후후후!!"
흐르는 피, 아무런 반항도 할 수 없이 고통받는 상대. 자신에게 고문당하면서 비명을 질러대는 돼지들.... 남을 짓밟으면서 느끼는 쾌감. 안 그래도 비정상적인 사고방식의 그녀는 이것으로 손쉽게 선을 넘어버렸다.
이세인은 자신의 안에서 인간으로서의 무언가가 뚝 하고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오늘 다시 태어났다.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정대원은 주차된 차 안에 있다가 가끔 지하실로 확인하러 와서, 문 앞에다 대고 조용히 귀를 기울여 보았으나, 들려오는 건 이세인의 웃음소리와 남자, 여자의 비명소리 뿐이었다.
윗선에서 연락해온 바로는, 은행 계좌와 돈에 관하여 모든 문제는 해결되었다는 것뿐이었다. 어차피 은행장과 여당 총재가 손을 잡고 힘을 쓰는 이상, 법은 초월한 지 오래였다. 계좌를 알게 되었으니, 돈은 모두 챙길 수 있는 것이고 이 돈이 사라진다고 해도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목표는 애초에 달성한 것이다. 하지만, 이세인은 지하실에서 나오지 않았고, 고문은 새벽을 지나 아침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정대원은 도저히 들어가 확인할 자신이 없었다. 대충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세인은 그냥 고문을 잘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 이상을 벌이고 있었다. 의학 쪽에 지식이 해박하다고 했었나?
아침을 사 와야 하나... 하며 정대원이 산을 내려갔다 올 생각을 하는 와중, 지하 입구 쪽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 형님. 도저히 못 해 먹겠습니다."
"왜. 무슨 일 있어?"
"...... 저 여자아이 14살이라고 했죠?"
"아가씨라 불러라. 내가 모시는 분 손녀분이다."
"...... 미친 것 같은데요."
"왜?"
"사람을 산 채로 죽지 않게 해체하고 있어요... 직접 수술까지 해가면서."
"....... 아버지가 의사라던데."
"누가 저런 걸 가르쳤나요? 죽지 않게 살가죽과 근육을 발라내 뼈만 남겨 놓는데, 대체 미치지 않고서야...."
"본인은 모든 걸 혼자 배워왔다던데. 모시는 분 말로는 말 그대로 천재라고 한다더라 한번 본건 안 잊는다더군."
"이미 알아낼 건 다 알아낸 거 같은데... 이제 죽이면 될 것을. 지금은 순전히 재미로 고문을 하고 있어요."
"그러냐."
"원래 정보 다 알아내면 풀어주는 척하고 수면제 먹인 후, 주사로 마취해 차로 굴려버리려고 했잖아요? 경찰 수사가 좁혀오자 자살한 것으로 위장하려고..."
"음... 그랬지."
"그나마 쉽게 보내주려고요."
처음 계획은 이세인이나 정대원이 그들을 협박, 혹은 고문을 한 후, 계좌번호를 알아낸 다음 사고로 위장해 죽이는 것이었다. 자신은 잘 모르지만, 아마 윗선에서 다 이야기가 끝나있을 터였다.
살인을 하는 것이었지만, 어디까지나 정대원과 그의 부하들은 프로였다. 사람을 죽이는 것에 양심의 가책 같은 것은 조금도 없었고, 아이던 노인이던 돈만 받으면 죽일 수 있는 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사람을 고문하고 죽이는 것을 즐기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세인의 행동은 그들로서도 쉽게 이해하기 힘든 잔인한 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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