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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사의 주인-48화 (48/328)

〈 48화 〉 0048­2장 고등학교­불합격2

* * *

”얼굴이 멋지게 고깃덩이가 되어버렸어. 음식물 쓰레기 그 자체 내? 푸훗!!!"

"아........."

"말은 알아듣냐? 넌 오빠가 준 테스트를 망쳤어. 다 망쳐버렸다고."

"으................"

"하아. 통과한다 싶었는데 말이야.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말았어야지. 테스트에 통과 못 했으니까. 널 구할 이유가 없다. 그냥 이대로 죽어."

".........“

”아니면, 마지막 자비로 내가 죽여 줄까?“

”.........“

"그런 것도 못 고르니? 역시, 쓸모없는 쓰레기였어. 넌."

"죄........송...하........."

"조금이나마 기대한 내가 바보네. 오빠도 실망이 클 거야?"

"이........"

"뭐? 뭐라고? 할 말 있어?"

"이......거."

"이거 뭐."

한미나는 경련이 온 손을 덜덜 떨며, 주머니 안쪽에서 비닐봉지를 겨우겨우 꺼내, 밖으로 떨어뜨렸다.

잘 포장되어 있는 그것은, 피투성이의 옷 안에서도 소중히 간직한 듯, 전혀 훼손되지 않고 깨끗한 모습이었다. 이세인이 가까이 다가가 그것을 들어서 확인해 보니, 자신이 즐겨 먹는 커피의 원두였다. 한미나는 싸우는 와중에도, 이세인의 커피를 안전하게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푸하하하하!!! 뭐야 이건?”

“..........”

“아하하하하하!!! 나 참....!! 뭐야 이거!? 멍청아~!!!”

“헤.....”

“너~!! 잘도 그 와중에 이걸 깨끗하게 챙겨두다니...."

"헤헤......."

"크크크, 한미나 너, 오빠의 테스트에 실패해서 죽어가는 거, 구경이나 한 후에 시체나 치울까.... 했는데 말이야.”

“푸풋!! 생각이 바뀌었어. 쓰레기 주제에 기특한데?"

"........."

"기뻐해!!! 한미나!!! 넌 오빠의 테스트는 실패했지만, 나 이세인의 테스트는 통과했다구. 알겠니!!?"

"........."

"야, 죽었나?"

꿈틀.

"뭐, 네가 버티기 나름이지. 너에게 기회를 주겠어. 이봐, 김호준. 한미나 병원으로 데려가. 우리 아빠 병원 알지?“

”예.....?“

이세인은 한미나에게 크게 실망했다. 다 통과한 테스트를, 마지막에 실수해서 모조리 다 망쳐버렸다. 한미나는 살아있을 가치가 없었다. 이대로 죽어 가는 것이나 비웃다가, 시체나 회수할까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소중히 간직해서 가져온 원두를 보고, 이세인은 마음이 바뀌어 버렸다. 한미나는 이세인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와중에도 원두를 지켜서, 전달했던 것이다.

그것이 의도적이던, 모르고 했던 것이던, 아니면 운이 좋은 것이었던지 간에, 이세인은 기분이 좋았다. 자신에게 그것을 가져왔다는 것 자체가 너무 기특했던 것이다. 오빠의 테스트는 실패했지만, 나는 이 쓰레기를 인정해 줘도 되지 않을까?

이세인은 그녀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기로 했다.

”이 녀석 살려주란 말이야.“

"헛...!!? 알겠습니다. 이봐!! 이쪽으로 와!! 머리 조심해서, 일단 빨리 학원으로!!"

"정대원에게 연락해. 아빠 병원에 내 이름 대면 바로 헬기 띄울 수 있을 거야. 빨리 와서 데려가라고 해. 이거.... 곧 죽어."

"네, 정대원 팀장님, 들으셨죠? 한미나 데려갈 테니, 연락을.... 네, 알겠습니다. 수술이 당장 필요합니다. 자!! 머리에 뭐 좀 받쳐!!"

"으윽... 머리라고 할 수 있어 이걸? 형체도 모르겠는데. 이거 어떻게 옮기지? 아무래도, 살 수 없다고 이거....“

"빨리!! 시간 없어!! 저기 눈알도 좀 챙겨!!“

”잘못하면 뇌가 흘러나온다고!! 어떻게 옮겨야 하지?“

”야, 김우수 불러서 드론으로 옮겨. 그럼 되잖아?“

”알겠습니다. 아가씨!! 옷!! 상의를 벗고 뭉쳐!! 간이 들것을 만든다!!! 들고 온 총을 밑에 받쳐!!“

”김우수!! 한미나를 간이 들것에 고정할 테니, 드론을 이쪽으로!“

이세인의 명령에, 주위에 있던 세 명의 부하들이 옷과 들고 온 돌격소총을 조합해 들것을 만들어, 조심스럽게 한미나를 간이 들것에 고정시키기 시작했다.

머리는 이미 터져버렸기에, 들 수가 없어 아래 놓인 흙채로 들것에 퍼담았다.

그들은 용병으로서 다친 동료나 시체, 사람들을 옮겨본 경험이 많았다. 한미나 정도의 가벼운 소녀를 옮기는 것은 그들에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부상자를 옮기는데 있어서도 프로답게,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드론이 가깝게 내려오며, 위에서 로프를 내렸다. 세 명의 이세인의 부하들은, 최대한 흔들림 없이 한미나를 드론에 연결시켰다. 그들은 이세인의 허락하에, 산 아래 학원으로 달려내려 가기 시작했다. 병원 헬기가 오기 전까지 한미나를 살려두려면 응급치료가 필요했고, 주차장을 비워둬야 하기에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운이 좋으면 한미나는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 잠깐... 야!! 이봐, 나도 병원에...."

"뭐?"

"나, 나도 크게 다쳤어... 내가 이겼잖아, 그렇지? 그러니까 나도 병원에 데려다주면..."

"지금 나에게 하는 소리야?"

"너 밖에 누가 있어? 야, 내가 이겼으니까, 내가 테스트에서 이겼으니까!! 나도 치료해 줘야지....? 살려줘야지!!!!"

"키키킥... 이건 뭐 돌으셨나?"

이세인은 안인태의 요구에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가 나왔다.

그는 무언가 크게 착각하는 것 같았다. 물론, 그를 약속대로 놓아줄 것이었다. 그녀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세인이 놓아준다는 것은 안인태가 생각하는 것과 좀 달랐다.

"뭐, 뭐야... 너!!! 약속을... 지키지 않을거야?"

"날 뭘로 보는 거야? 약속은 당연히 지켜야지. 가도 좋아."

"잠깐!! 벼... 병원은...."

"징징대지 마!!!! 진짜 철면피 같은 놈이네? 살려주는 것만 해도 고맙게 여겨!!"

"으윽...."

"니가 알아서 산에서 내려가, 찾아가라고!!"

"제.. 제기랄..... 배에 칼이 꽂힌 상태로 산을 내려가야 하다니...."

안인태는 이세인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도, 의미가 없음을 깨달았다. 자신은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더이상의 말싸움은 시간 낭비였다. 이 미친 상황에서 살아남은 것도 요행이었다.

어쨌든, 산에 내려가자마자 병원을 찾은 후, 아버지를 찾아가 지금 일어난 일을 알려야 했다. 3명이나 죽었다. 살인사건인 것이다. 강력반인 아버지의 연줄로 경찰들을 총동원해, 이 재수 없는 계집애를 반드시 족쳐버리리라.

안인태는 더 이상의 말싸움을 포기했다. 빨리 산에서 내려가자고 생각한 그가 등을 돌리자마자, 갑자기 이세인이 말을 걸어왔다.

"아, 맞아. 잠깐만. 가기 전에, 그거 내놓고 가."

"뭐... 뭘 내놓으라는 거야?"

"내 칼."

"뭐? 니 칼을 왜 나한테 달라고...?"

"옆구리에 붙어있는 칼. 그거 우리 부하 꺼야. 내가 빌린 거지."

"뭐? 이 부러진 칼날 말하는 거야? 무슨 미친 소리를....."

"그 칼은 내 물건이야. 내놓으라니까?"

"개소리 하지 마!! 이거 빼면 난 죽어!!!"

"그건 니 사정이고. 내놔. 그 칼날. 내 거니까."

"웃기지 마!!!“

”내 물건 안 내놓으면 넌 못 내려가.“

”미친....!!“

"안 줄 거야? 내 칼날?"

"어떻게 주겠냐!!? 못 줘!!!"

"니가 안 주겠다면, 내가 가져가야겠네? 난 분명히, 기회를 줬어?"

"뭐? 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 네가 뭘 하겠다고!!!?"

안인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칼날을 내놓으라니. 자신보고 죽으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칼날이 옆구리에 박혀, 어디까지 들어가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나뭇가지를 뽑아서 죽어갔던 친구처럼, 분명 치명상이 될 것은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런 안인태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세인의 발차기가 날라왔다.

사정을 봐주지 않은 이세인의 발차기는, 안인태의 가슴에 꽂혀, 그를 몇 미터 날려버렸다.

피를 흘리며 나뒹굴은 안인태는 커다란 나무에 부딪혀서야 멈출 수 있었고, 쓰러져 있는 안인태에게 달려간 이세인은, 그의 등을 밟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뻐어억!!!

"아아아악....!!"

"그러게, 말을 들었어야지. 니가 직접 내놨으면 이런 꼴은 안 당했겠지?"

"저리 안 비켜? 발 치우라고!!! 네까짓 게...."

"해봐. 치워보라구."

"어? 으으으윽!! 으아아아아!!”

“해보라니까? 킥킥킥!!”

“으아아아아아!!! 어째서? 꿈쩍도 안 하는 거야!!?"

"너처럼 약해빠진 놈이 날 힘으로 밀어낼 수 있을까?"

"으아아아악!!! 제기랄!! 비켜!!! 비키라구!!!"

이세인에게 발로 밟힌 안인태는, 어떻게 해서든 일어나려고 했으나 마치 무거운 쇳덩이가 등을 누르고 있는 듯, 온 힘을 다해도 이세인의 발을 치울 수가 없었다.

대체 저 말라비틀어진 몸 어디에서 이렇게 강한 힘이 나오는지,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거기다가, 이세인이 강하게 밟고 있는 발로 인해 상처가 벌어지고, 배에서는 피가 터져 나왔다.

안인태는 고통 속에서 살기 위해 버둥거리는 수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큭큭큭!! 버둥거리는 게, 바퀴벌레 같네.“

”비켜!! 발 치우라고!!!“

"자... 그럼 내 칼날, 가져갈께."

"안돼!!! 그만둬!!!"

"크크~ 꿈틀거리며 비명을 질러대는 것이 정말 추접하구나."

푸욱!!!

"크아아아악!!!"

"아, 오.호.호.호.호. 미안. 칼날을 뽑아낸다는 것이, 더 찔러 넣어버렸네에~~"

"망할!!! 카아아아아...“

이세인은 낄낄 웃으며, 안인태의 옆구리에 있는 칼날을 오히려 더 몸 안쪽으로 깊숙이 찔러넣었다. 죽을 것 같은 고통 속에, 비명을 질러대는 안인태였지만, 이세인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비명을 질러대며 울고불고할수록, 이세인은 재미있게 그것을 즐길 수 있었다.

"이거 참!! 칼날이 깊숙이 박혀서,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 어쩌지? 손을 좀 더 집어넣어야겠는데?"

"으윽!! 하, 하지 마!! 안돼에에!!"

"그러니까아~ 니가 나에게 건네줬어야지~"

"잠깐!! 잠깐만!!! 잠깐만요!!! 내가 줄께!! 내가 꺼내 줄 거니까!!!"

"늦었어용~"

쑤우욱

"으아아악!!!"

질척 질척

"꺄아아아아아!!!"

"아, 찾았다."

"크어어어어...."

휘적휘적휘적

"허억....으. 으으으...."

"자, 가져갈께에~~“

”커억!! 켁!! 켁!! 그, 그만... 그.....“

푸화악!!!

"케헥...."

미안한 척 그를 비웃던 이세인은, 안인태의 몸속 깊숙이 찔러넣은 칼날을 뽑기 위해, 옆구리 상처를 벌려, 손을 그의 몸속으로 억지로 집어넣었다.

물론, 이세인은 안인태의 몸속에서 쉽게 칼날을 찾았으나, 바로 뽑지 않고 몸속을 칼날로 마구 휘저었다. 단순히, 안인태가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것을 보기 위해서였다.

부러진 날카로운 칼날은 안인태의 몸속 내장기관들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 이세인이 안인태의 몸속에서 칼날과 함께 손을 뽑아내자마자, 잘려진 내장과 피가 마치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안인태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몸을 축 늘어뜨렸다.

"자, 여기. 내 칼날 받아간다. 쿠쿠쿠쿡~!!! 그럼~ 약속대로, 넌 자유야. 살려줄께. 어디로든 가라구."

"헉..... 헉..... 허억....."

"키히히히히~ 난 정말 착하다니까!! 약속은 꼭 지키거든!!! 그럼, 안녕~ 이히히히히!!"

"커헉....헉....“

”.......“

"크윽.... 윽...... 이대로 죽을 수는...."

"일어나야... 해....."

질질. 질질. 질질....

"제기랄.... 일어날 수가.... 어떻게 해서는, 산 아래로...."

질질. 질질.

"산 아래로.... 내려가야...."

질질.

"힘이...."

"......."

질질.

"산 아래로....."

"산......"

"......."

이세인이 손을 뽑음과 동시에, 엄청난 고통을 느낀 안인태는 기절할 뻔했다.

이세인은 경련하는 안인태를 보고, 약속대로 자유라며 어디든 가라고 했지만, 내장을 칼날로 휘저어진 안인태는 이미 생사를 오가는 중이었다. 그는 쉽게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서는 산으로 내려가야 살 수 있다는 것 만이 맴돌았기에, 그는 본능적으로, 산 아래를 향하여 기어가기 시작했다.

배에서 흘러내리는 피로 길고 긴 흔적을 남기며,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기 위해 산길을 기어가는 안인태였지만, 그는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출혈로 온몸이 차가워지고, 점차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것을 느꼈다.

마치 한겨울에 알몸으로밖에 나와 있는 것처럼, 온몸이 추워지고 한기가 돌았다. 이것이 자신의 죽음을 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의식을 잃어버리기 직전까지 그것을 인정하지 못했다.

그렇게 계속 산 아래로 기어서 내려가던 안인태가 쓰러져 죽어있는 것을, 이후 이세인의 부하들이 찾아내 처리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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