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 00652장 고등학교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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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딸도 그에게 중요했지만, 안현웅에게는 자신의 아들인 안인태가 더 중요했다.
이번에도 경찰의 힘을 빌려, 외부엔 알리지 않고 조용히 그의 아들의 행방을 쫓았다. 베테랑 형사였던 안현웅은, 자신이 형사였을때의 노하우를 살려 한미나 때처럼 크게 시간을 들이지 않고 아들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양아치들과 같이 지낸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러한 학원이 모인 곳을 찾아보자, 곧 아들의 친구들이 등록한 학원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친구들과 학원에 다녀갔다는 것도 알아냈다.
하지만, 이후 마지막으로 친구들과 도심 쪽으로 향했다는 것 말고는 아무런 증거나, 증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다만, 그 친구가 소유한 차량이 역사 주변에 주차되어있는 것을 발견하였기에, 그들이 이곳에서 다른 곳으로 향하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했다.
문제는 그가 이곳 경찰서의 영상 정보를 요구하자, 관할서에서 그에 대한 정보 공유를 거부했던 것이다.
CCTV는 이미 다 사라져 있거나 다른 영상으로 덮어 씌워져 있었고, 1년 이상 보관하고 있을 경찰의 보안카메라 역시, 몇 달 전 영상마저 모두 다 사라져 있었다.
물론 그는 관할서의 정보를 강제로 열람할 권리도 없었고, 위치도 아니었다. 같은 경찰끼리라도, 타 관할의 정보는 정식적인 절차를 거쳐야지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경찰끼리는 그러한 절차를 무시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일일이 절차를 거치면 시간과 노력이 너무나 들기 때문에, 서로 간에 쉬쉬하며 편의를 봐주는 경우가 보통이었다.
그런데, 지방 경찰청 형사과장의 요청을 관할서 CCTV 담당자가 거부한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영상을 보여주지 못하겠다고?"
"아니, 영상이 없다니까요. 없는 것을 어떻게 보여드립니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시오!! 사람이 행방불명 됐어요. CCTV 영상이 필요하단 말입니다. 전철 역 앞 CCTV는 이곳 관할서 서버에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까!!!"
"네... 그렇긴 한데.... 일단 정식 절차를 밟으시구요, 그러면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물론, 영상은 찾아도 없겠지만..."
"그게 무슨 말씀이죠?"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서버에 이전 몇달 영상이 없네요. 서버가 에러가 났나... 바이러스가 들어왔었나.... 영상녹화가 영...."
"장난하시오? 서버 에러로 영상이 녹화가 안 되어있다니!!!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초고화질로 1년은 서버에 저장되어 있지 않은가!!"
"아니, 정말 이라니까, 이 사람이... 어쨌든, 확인하고 싶으면 법원에 절차를 밟고 오시라니까.“
"그게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일인지 알아? 정말 이러기요? 난 형사과장 안현웅이란 말이야!! 강력반 팀장이야!! 이봐요, 우리끼리 이럴 거야?"
"아, 이거 참. 어쨌든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니까요.”
"당신, 후회할 거야!!!"
“아이고, 그런 걱정은 마시길. 애초에 영상이 없는데 나 참.”
“이 사람이 진짜....! 서버를 복원하면 될 것이 아닌가!!”
“가세요. 더 할 말 없습니다. 자꾸 귀찮게 하면 서장님을 불러올 겁니다.”
“서장에게 내가 직접 말하겠어!!”
“해보시죠. 어차피 CCTV는 제가 담당하는데요. 결과는 마찬가지일 겁니다.”
“크... 망할놈의....”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관할서의 비협조. 서장의 발뺌. 영상은 사라지고 없다니... 요즘세상에 CCTV영상이 사라지는 일은 거의 없었다. 서버에 저장된 영상은 초고화질로 최소 1년 이상 저장되어 이후 수사에 쓰여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한 영상들이 사라지거나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단 한 가지밖에 없었다.
베테랑 형사로서의 직감이, 무언가 크나큰 힘이 뒤에서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이 큰 무언가에 대항하여, 자신 혼자서 아들의 행방을 쫒기로 했다.
"벌써 몇 달 전 일이라 기억은 안 나지만... 사진의 그 남자는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요."
"아, 그렇습니까. 마지막으로 보신 것이...."
"그때 모자 쓴 남성이랑 같이 어떤 여자아이를 쫓아가고 있던 것 같았는데..."
"어떤 여자아이요?"
"네, 곱슬머리 여자아이였어요."
"곱슬머리!!!? 흐음...."
"죄송하지만 그 이상은 잘 기억이 나질 않아요."
"지금 말씀해 주신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죄송하지만,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아십니까?"
"저쪽으로 뛰어갔는데.... 그게 기억나는 마지막입니다."
"흐음... 저쪽으로는 무엇이 있나요?"
"산밖에는 없어요. 아무것도..."
"네.... 감사합니다."
"혹시 가보실 생각이신가요?"
"그렇습니다만..."
"저쪽 산이나 빈집들은 주인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익스트림 학원들 토지인 개인 사유지이기 때문에 들어가시겠다면 미리 허락을 받고 가시는 것이 좋을 거예요."
"아하, 그렇군요.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그럼 여기... 형사과장 안현웅 입니다. 다른 무엇이던간에 생각나는 것이 있으시다면, 연락주세요."
"네, 그러죠...."
“그럼....”
(곱슬머리라면... 한미나인가? 그 아이가 여기에? 인태 그 자식이 한미나를 친구들과 같이 찾아낸 건가? 혹시 아들놈이랑 한미나가 이곳 어딘가에 방을 잡은 거 아니야?)
(둘이 같이 살고 있나? 웃기는 놈들이군... 누구 마음대로!!)
(...........)
(아니, 그럴 리가 없지. 그러려면 돈이 많이 필요할 거야. 하지만 인태는 카드에 돈 넣어달라고 집을 찾아오질 않았단 말이야.)
(CCTV 영상은 왜 사라지고 없었던 거지? 아들과는 무관계한 일인가? 무언가 실타래가 꼬여 있는 느낌이다.)
얼마 후, 안현웅은 시간을 내어 주말에 익스트림 학원들이 모여있는 도시에 다시 방문하였다. 이곳이 아들인 안인태가 마지막으로 목격되었던 곳이었기에, 제대로 정석적으로 수사를 하고자 마음먹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정식 수사는 아니었기에 관할서에는 들르지 않았다. 어차피 비협조적이라 도움을 바라지도 못할 것이었고.
탐문 수사의 기본은, 가능한 모든 이에게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 안 가본 곳까지 다 가서 물어보는 것이었다.
처음 이곳에서 탐문을 했었을 때에는, 사람이 없거나 비어있는 상점은 탐문을 미처 다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일일이 이전에 방문하지 못했던 곳들을 다시 찾아가 본 안현웅은, 드디어 도움이 될만한 증언을 얻을 수 있었다.
도로 가까이 있던 한 상가의 주민 한 명이, 안인태와 한미나로 보이는 소녀를 본 것을 기억해 낸 것이었다.
아무래도 그의 기억이 확실하지 않아, 자신의 아들인 안인태인지 정확하지는 않았으나, 그가 쫓아간 소녀가 곱슬머리라는 것을 들은 안현웅은 직감적으로 안인태와 한미나가 이곳에서 만나 어딘가로 향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증인의 말대로라면 일행은 산으로 향했다고 했는데....
그는 오늘에야말로, 무엇인가 얻을 수 있으리라 믿고 발걸음을 산으로 옮겼다.
"아이고... 나도 나이가 들다 보니, 겨우 이런 크지도 않은 산을 타는 것만으로도 힘이 드는구먼."
"젊었을 때는 범인을 잡으려고 뛰어다니... 아니, 날라다녔었는데. 이래저래, 나이든 것이 실감이 난다...."
"내가, 힘을 더 내기 위해서라도... 딸을 찾아야지 말이야. 후후후~ 이건 나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사회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산을 올라가던 안현웅은, 채 반도 올라가지 않은 상태에서 숨이 차 발걸음을 멈춰야 했다. 젊었을 적에는 범인을 잡기 위해 수 킬로미터를 전력으로 달렸음에도, 숨이 턱에 찬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었다. 그러한 체력은 안현웅을 바로 이 자리까지 있게 한 바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 과거의 추억이 되어버렸다. 그는 늙었고, 예전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것을 인정할 수 없었던 안현웅은, 자신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한미나가 필요했다. 그녀를 범할 때의 배덕감은, 그에게 삶의 활력소가 되어주었기 때문이었다.
산을 올라가면서, 안현웅은 지금까지의 정보를 종합해 보았다.
탐문에서 들었던 증언을 생각해 보면, 분명 아들 안인태는 친구들과 함께 학원을 나선 후 만나게 된 한 여자아이를 뒤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여자아이의 머리카락이 곱슬머리라는 것은, 쫓기던 여자아이가 한미나일 수 있다는, 높은 가능성이 보여졌다.
그들을 본 증인의 증언으로서는, 한미나가 도망가던 것을 쫓는 것이었는지, 그냥 뛰어가는 중이었는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어떤 의문이었든 간에, 자신의 아들이 의붓딸을 닮은 여성과 같이 있었다는 것은 확실한 듯 싶었다.
우연찮게 그녀를 만나, 도망가는 한미나를 안인태와 친구들이 쫓아갔을 수도 있었다. 아니면, 한미나와 눈이 맞은 안인태가 이 근방에 방을 하나 빌려 둘이 살고 있을지도 몰랐다. 어쨌든 찾아보면 알게 될 일이었다.
그리고, 다른 신경 쓰이는 것으로서는, 관할서의 비협조에 있었다. 전철역 앞이나, 도로 사거리 등에 있는 공공기물 앞의 CCTV 영상은 관할 경찰서의 서버에 저장되게 되어있었다.
그 위치와 중요성에 따라 영상은 삭제되지 않고 남아, 이후에 일어날 사건, 사고의 증거로 쓰이기 위해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수년간 보관해 두는 것이 보통인 것이다. 웬만한 컴퓨터 하드의 용량도 이제는 페타를 넘기고 있고, VR게임 서버는 제타바이트 넘기는 시대에 CCTV영상을 지우는 것도 귀찮아 10년이 넘는 영상을 보관하고 있는 경찰서도 많았다.
하지만, 관할서에서는 서버에 문제가 생겨 영상이 없다며, 자신이 원하는 기간의 영상만이 없어졌다는 발뺌을 하였고, 그 외의 영상들조차도 절차를 밟아오라며, 제공을 거부했다.
오랫동안 경찰일을 해왔던 안현웅은 이 뻔하디 뻔한 관할서 비협조의 이유를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
모종의 권력에 의한 압력. 이것이 아니면, 영상을 굳이 보여주지 않으려는 짓을 할 리가 없는 것이다.
법원에 신청하여 영상에 대한 권한을 획득하려면, 사안에 따라 최소 1,2주에서 몇 달은 걸릴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법원의 허락을 맡고 오라는 것은, 그 기간 안에 권력을 가진 누군가에게 알릴 테니 어디 한번 해보라는 으름장과도 같았고, 이미 영상이 없다는 말은, 그동안 모든 정보를 삭제할 테니 쓸데없는 행동은 하지 말라는 충고라고 볼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매우 답답하고 화가 날 수밖에 없는 관할서의 대응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그들의 비협조는 안현웅 본인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행동이었다.
왜냐하면, 본인 역시 이런 식으로 윗선의 불법적인 증거나, 조폭들의 잘못된 행동을 덮어주었었기 때문이다.
그 역시 많은 증거나 영상들을 누군가의 청탁으로 없애주었으며, 그러한 증거를 얻으러 온 피해자나 사건 당사자들을 속으로 비웃으며 매몰차게 대했었다.
그렇기에, 관할서의 대응을 그는 누구보다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체 누가 이런 망해가는 외곽도시의 경찰들에게 압력을 가한다는 말인가. 물론, 안현웅으로서는, 이곳에서 누가 어떤 나쁜 짓을 하던, 무엇을 꾸미든 간에 전혀 알 바 아니었다. 그것은 이곳을 관할하는 경찰들의 일이지, 자신하고는 상관이 없는 일인 것이다.
평소라면 관심조차 안 가질 일이었지만, 아들이 관련된 이상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문제는 자신의 아들을 목격한 증인들이 증언한, 아들이 목격되었던 장소의 모든 영상이 사라진 것이었다.
때마침 그때, 그 시간의 영상들만이 모두 사라진다고?
“후..... 대체 무슨 놈들과 연관된 것인지. 걱정할 일이 아니었으면... 인태가 감당하지 못할 일들에 꼬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혹시 이상한 일들과 연관되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웬만한 조폭들을 뒤봐주는 거라면 관할서에서 저렇게 행동할 리가 없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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