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사의 주인-148화 (148/328)

〈 148화 〉 0148­4장 학교생활­동아리 습격

* * *

윤지훈은 학교의 선생들에게 발톱의 때만큼도 존경심이 없었다. 그가 알면 알수록 학교 선생이라는 것들은 쓰레기들뿐이었다.

집안도 안 좋고, 돈이 없는 윤지훈이 일진 짓을 하면서 학교에서 온갖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던 이유는, 이렇게 성 접대를 하며 선생들의 약점을 잡아두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와 같은 특기생들이야 능력만 보여주면 학교에서도 웬만한 일은 눈감아 주었지만, 매춘이라던가 집단폭행, 갈취와 협박 같은 범죄들은 아무리 미성년자고, 학생이라도 눈감아줄 일이 아닌것이다.

"흠... 삼촌이 제대로 복사해 온 것 같은데? 왜 자꾸 안 보여주려고 했던 거지?“

”어디........“

”............“

"뭐야 이거!!? 학생부 맞는데? 왜....."

뒤적뒤적

"이거 맞는데? 저 자식이 제대로 복사해 왔을 텐데....."

윤지훈은 선생이 복사해온 학생부를 보고, 눈을 찡그렸다.

이세인과 한미나의 학생부 복사본에는, 학생의 요청으로 인한 정보 공개 불가라고 쓰여있어서, 주소, 전화번호, 성적 등의 모든 정보란에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있는 것이라고는 가족의 이름과 학번 정도밖에 없어서 결국, 이 학생부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와.... 이건 대체 뭐지? 정말 이세인과 한미나는 우리학교 학생 맞아? 학교 다니는 거 맞나?“

윤지훈은 기가 찼다. 대체 무슨 압력을 가해야 선생들만 볼 수 있는 학생부조차 이렇게 비밀로 막아둔다는 말인가. 그녀의 집안이 얼마나 권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단면이었다. 하지만, 이런 식이면 괜한 헛수고만 한 것이었다.

"제기랄, 쓸데없는 짓을 한 건가...."

"아니지, 맞아...!!! 그래, 이거야!! 가족 관계는 쓰여있었지... 오빠가 있었잖아!!? 우리학교 다니고 있는..... 이주인!! 이주인.... 이주인이라고?"

이주인은 오늘도 방과 후, 애니메이션 동아리에 들러 김형준과 같이 수다를 떨며 유미르의 활동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장요한의 학원에 가서 운동을 하는 날이 아니면, 이주인은 어김없이 동아리에서 시간을 때우다 저녁때가 다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어차피 집에 일찍 가봤자 아무도 없고, 가정부는 밥을 해놓고 퇴근하고 없을 것이었다.

부모님은 언제나 바빠 가정에 소홀했기에, 그들은 밤늦게 돌아오거나 집을 비우기 일쑤였다. 일이 급할 때는 며칠이고 들어오지 않을 때도 많았다.

그렇기에, 안 그래도 넓은 3층 집인 이주인의 집은 저녁때가 지나면 사람 사는 집 같지 않고, 어둡고 썰렁했다.

이세인도 요즘은 이런저런 일로 바빠 늦게 집에 돌아오거나, 일찍 오더라도 자신에게 엉겨 붙어 귀찮게 할 뿐이기에 이주인은 집에 가능한 한 늦게 들어가길 원했다.

방과 후 애니메이션 동아리방은 여러 학생들이 모여 시끌벅적하게 만화나 영화를 즐기는 즐거운 장소였다.

그 장소에서 동아리 회장 김형준과 강제 부회장 이주인은 제일 큰 소파 하나와 책상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가끔 이주인은 시끄러운 와중에도 소파에서 조용히 잠들곤 했다. 애니메 송이 흘려 퍼지고, 다들 조용히 수다를 떨고, 서로 원하는 것을 즐기는 애니메이션 동아리. 아무도 서로 간섭하지 않고,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끼리는 각각 모여 즐길 수 있는 성지. 이곳에서의 시간은 그에게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쾅쾅쾅!! 쾅!!!

"야!!! 씹덕들!! 변태 새끼들아!! 나와봐!!!“

”쾅쾅!!“

"이 새끼들, 문 왜 잠가놓은 거야? 야동 보냐? 이 문 안 열어? 다 뒈지고 싶냐? 니들,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갑작스럽게, 거칠게 동아리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안에 있는 모두가 얼어붙었다.

눈을 찌푸린 김형준과 놀란 이주인은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갑작스러운 사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다. 대체 누가 오덕들이 모인 동아리에 이렇게 처들어 온단 말인가?

쾅쾅쾅!!

"이 새끼들아!! 안 열면 문 부숴버린다? 앙?"

"니들 학교생활 다할 줄 알아!!? 이 변태 새끼들아!! 니들 모두 다 개같이 굴려줄 거라고!?"

".........."

"야, 김형준. 나가봐."

"내가?"

"네가 회장이잖아. 동아리 지켜야지?"

"허........."

".........?"

"야, 이주인."

"왜?"

"혹시 너랑 관련된 자식들 아니야?"

"그럴 리가. 난 학교에서 그 누구에게도 원한 살 일이 없다구. 혹시 동아리 애들 중 누가 시비 걸려서 찾으러 온 거 아니야?"

"흠.... 여기 오덕들은 하나같이 다 개찐따들인데 시비붙을 리가...."

"그러니까, 찐따 대장이신 형준님이 나가셔야 합니다~"

”하아....“

”언능~“

"아이 씨... 어떤 새끼들이야? 아직 하던 거 못 끝냈는데.... 왜 조용히 살고 있는 오덕들을 가만 놔두질 않는 거야?"

김형준은 의아해하면서도, 문을 열러 나갔다. 어차피 이곳에서 대표인 사람은 애니메이션 동아리 회장인 자신인 것이다. 나갈 사람은 자신밖에 없었다.

이 학교에서 제일 힘이 없고 조용하고 존재감 없는 학생들이라면, 바로 애니메이션 동아리의 오덕들이었다.

잘나가는 집안과 여러 특기로 입학한 아이들은, 하나같이 더 출세하기 위해 인맥을 쌓고 공부를 하며 다른 아이들을 뛰어넘기 위해 경쟁했다. 물론 동아리의 오덕들도 그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적어도 그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출세가 아니라, 자신들이 즐기는 취미였다.

그런 아이들이기에 웬만해서는 타인과 분쟁이 생길 일도 없었고, 남에게 피해를 입힐 아이들도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평화롭고 조용한 오덕들의 쉼터를 시끄럽게 하는 놈들을 김형준은 용서할 수 없었다. 타당한 이유가 없으면 혼쭐을 내줄 것이었다.

김형준이 문을 여니, 6명 정도의 덩치 큰 아이들이 모여 동아리 문 앞을 둘러싸고, 눈을 부라리며 소리를 지르는 중이었다.

그중 일진인 윤지훈은 이 학교 짱으로 김형준도 건너건너 보고들은적이 있었다. 그래서, 청운 고등학교를 대표하는 일진들 중 몇이 지금 여기에 모여 있다는 것을 그는 눈치챌 수가 있었다.

지하실의 다른 동아리 학생들은 일진들이 몰려온 것을 보고, 김형준이 나가자 문을 닫고 모두 숨어버렸다. 지하실 동아리들이 모여있는 복도는, 순식간에 조용해 졌다.

철컥

"무슨 일인데, 왜 이렇게 시끄럽게 떠드는 거야?"

"뭐야, 이 돼지 새끼는....."

"좀 조용히 떠들어라."

"저리 비켜!! 들어가게."

"못 들어간다. 너희는 동아리 회원이 아니니까."

"뭐? 이 돼지가 뭐라는 거야?"

"애니메이션 동아리의 부실에 들어가려면, 정식 부원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못 들어가."

"네가 뭔데 그런 걸 정해?"

"내가 이 동아리 회장이니까. 그러니까, 시끄럽게 굴지 말고 부원이 될 게 아니라면 꺼져."

"........"

”어. 말 되네.“

”정론인데.“

일진들을 뒤에 두고 신나게 떠들던 김창수는 동아리 문을 열고 나온 김형준에게 압도당했다.

190에 가까운 키에 엄청난 덩치의 살찐 남자아이는, 웬만해서는 꿈쩍도 안 할 정도로 무게감이 있어 보였다. 어쨌든 오덕들이라도, 그중 대장 역할을 하는 놈이었다. 이 녀석이 길을 비키게 만들려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일진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그는 얕보일 수 없었다.

"그럼, 우리도 오늘부터 부원이다. 가입할 테니까, 길을 비켜."

"아니. 자격이 있는지 알아봐야 하니, 문제를 풀어봐라."

"뭐?"

"각 동아리에는 개나 소나 들어가는 게 아니야. 동아리 목적에 맞게,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다. 특히 우리 동아리는 더 그렇지."

"아, 진짜... 시발 이 돼지새끼가. 나참. 알았어. 문제 말해봐. 뭔데?"

"러브 콘서트의 멤버중 하나인 에리프의 캐릭터 주제곡이 뭐지?"

"뭐?"

"말해봐. 에리프의 주제곡!"

"그딴 걸 어떻게 알아?"

"그럼 못 들어간다. 돌아가."

"뭐? 이 돼지 새끼가... 죽고 싶어서!! 야! 모두 이 돼지를...."

"잠깐!!! 잠깐. 김창수, 바보짓 하지 말고. 이런 곳에서는 조용히 일을 처리해야 하는 거야."

"칫....."

"야, 돼지. 난 윤지훈이라고 한다. 너도 들어보기는 했을 거야. 아니... 내가 누군지는 몰라도 돼. 그냥... 일진이야. 이학교의 짱이지."

"네가 이 학교의 짱이라고? 웃기지 마라.... 3학년들은?"

"3학년들은 취업과 입시 때문에 바빠. 그나마 문제 일으킨 놈들은 퇴학당했고. 2학년 중에는 나보다 잘난 놈이 없으니, 실질적으로 내가 이 학교 짱이지."

"그러냐. 그런데?"

"네 동아리에 이주인이라는 녀석이 있냐?"

".....!!"

"이세인의 오빠인 이주인. 있지? 만나러 왔다."

김형준은 머리가 아파졌다.

대체 왜 학교 일진 놈들이랑 시비가 붙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주인 이놈이 문제를 만들어 가지고 온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자신이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애니메이션 동아리가 학교에서 다른 학생들도 못 건드리는 절대적인 성역이 된 이유가, 김형준이 아무나 가입시키지 않았던 것이 이유였다. 물론, 일진들이 오덕들에게 크게 관심이 없었기에 조용히 지낼 수 있었던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일진들이 시비를 걸어온 이상, 그들이 마음만 먹으면 아싸들인 오덕들은 순식간에 그들의 빵셔틀이 되어버릴 것이었다.

이 애니메이션 동아리방도 일진들에게 빼앗길지도 몰랐다.

이 동아리에는 목숨보다 소중한 여러 한정판과 만화책, DVD가 모여 있는 것이다. 다 빼앗기고 중고장터 같은 곳에 일진들의 용돈으로 팔려나갈지도 몰랐다.

김형준은 일진들과는 절대적으로 선을 그어 관계를 갖지 않았다. 그렇기에, 일진들도 돈이나 빼앗고 괴롭힐 수 있는, 자신들에게 대항하지 않는 오덕들에게 지금껏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학교 일진들이 몰려와 애니메이션 동아리에 멋대로 들어오려고 하고 있다. 아니, 이 성역을 침략하고 있다. 이유는? 이주인을 찾으려고.

"여기 있지?"

"............."

"이주인이 누구인지 찾기 정말 힘들었다. 단서라고는 이름뿐이었으니까."

"그런 놈 없다."

"있잖아? 나랑 농담 따먹기를 할 생각은 말라고."

"여기서 기다려."

철컥

"야!! 이 돼지 새끼가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본데..."

"창수야 멈춰."

"하지만..."

"기다리래잖아. 오덕들이 어떻게 나오나 보자고. 저놈들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흥...."

김형준은 문을 닫고 이주인에게로 다가갔다.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무엇 때문에 학교 일진들이 우르르 몰려와 이주인을 찾는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어쨌든 이 악마 녀석 때문에 귀중한 성역이 박살 나게 생긴 것이다.

이 망할 놈이 애니메이션 동아리에 들락날락한 이유를 김형준은 드디어 이해할 수가 있었다. 뻔했다. 이때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야. 이주인. 일진들이 너 찾는다."

"그럴 리가. 난 저것들 전혀 모르는데? 잘못 안거 아니야?"

"이 썩을 놈이~ 너 맞아. 말해봐. 대체 무슨 일이야?"

"내가 되려 묻고 싶다."

"나가봐."

"싫어!! 내가 왜 나가.“

”나가!! 이 망할 놈아!!“

”싫어!! 죽어도 안 나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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