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6화 〉 01664장 학교생활리디스트리얼 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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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팀장은 그녀를 복도 구석의 비상계단 쪽으로 데리고 갔다. 비상구 문을 열고, 계단 안쪽으로 들어간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한숨을 푹 쉬었다. 민팀장은 이가연이 자신을 따라 비상구 안으로 들어오자, 주변을 한번 살핀 후 문을 닫았다.
그를 따라간 이가연이었지만, 의구심이 들었다. 오빠 장례식장에도 안 왔던 그가, 이제 와서 나한테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이전에 회식할 때 자네 오빠가 소개했었지? 난 강력반 형사2팀의 민팀장이라네. 그때 만난 후 시간이 한참 지났어.... 그렇지?“
”제 오빠 장례식장에도 오지 않았으면서....“
”가지 않은 게 아니라, 가지 못한 거야.“
”......?“
”매일 같이 찾아와서 재수사를 요청하는 가연양에게 할 말이 좀 있어.“
”매일 같이는 아니에요...“
”미안한데, 이 사건은 절대 재수사가 되지 않을 거야. 무슨 수단과 방법을 다 쓰더라도.“
”뭐라고요!!!? 증거를 찾아내면 되지 않나요!?“
”증거고 뭐고 의미가 없어. 하다못해 가연양이 누가 안팀장의 집에 불을 지르는 영상을 찾아오더라도, 재수사는 없다. 우리가 다 알아보았어.“
”그게 무슨 말씀이죠? 설명해 보세요!“
”이 사건을 이상하게 여긴 건 자네뿐만이 아니라는 말일세. 형사1팀장도, 형사2팀장인 나도, 아무리 봐도 이상한 사건이어서 나름대로 조사를 해봤다는 말이야.“
”형사님들도 조사를....“
”당연하지. 자네가 이상하게 생각하는데, 강력반 형사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리라고 보는가? 난다 긴다 하는 형사들이 술에 만취해 불에 타죽었다? 장난하냐고....“
”.....“
”형사3팀의 강하산 형사는 덩치에 걸맞게 술고래야. 소주를 10병을 들이켜도 눈빛 하나 안 변하는 괴물이라고. 같이 술자리를 해본 나라면 알 수 있지. 절대 그들이 술 먹고 만취해 죽을 만한 인물들이 아니라는걸.“
”조사해 보셨군요?“
”그래. 우리 팀이 비공식적으로 조사해 보았다네. 왜인지 아나? 친분 때문에? 그저 단순히 사건이 이상해서? 아니야. 우리는 두려웠다고.“
”그럼....”
“그래. 다음 형사3팀은 우리가 될 수도 있으니까. 두려웠다네. 형사2팀인 내 팀도 형사3팀처럼 몰살당하고 사고 처리되어버릴 수 있단 말이야. 자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제대로 조사를 했다네...
형사 1팀과 2팀이 공조해, 몰래 수사를 해 보았다고. 무슨 말인지 알겠나? 자네가 알아오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우리가 다 찾아본 거야.”
이가연은 형사2팀의 민팀장이 심각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는 것을 보고 깨달았다. 이 사건이 단순히 형사들의 나태한 행동을 덮으려는 경찰청의 부정부패가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검은색 승합차들의 CCTV 영상을 찾아내었지만, 그들이 직접적으로 형사3팀을 몰살시키거나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불을 지른 것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정도의 의심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수사를 안 하는 내사과의 담당 형사들은 단순히 무능해서 그런 것이라는 판단에, 답답한 나머지 계속 찾아온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더 심각한 무엇인가가 있었다.
“국과수의 단순 화재사건 사망이라는 발표는 당연히 난 믿지 않았지. 바로 아는 지인에게 연락해 진실을 들었단다.”
“말씀해 주세요!! 형사3팀의 죽음은.... 오빠는 어떻게 죽은 거죠?”
“국과수의 자료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어. 그저 화재사고 사망이라는 조사결과뿐이었지. 하지만, 실제 부검에 참여했던 조사관을 따로 만나 물어보니... 형사들의 사인은.... 총상, 열상, 박살.... 이었다.”
“총상!! 화재로 인한 사망이 아니었군요!!?”
“그래. 누군가와 격렬하게 싸우다가 죽은 거야. 7명 전원.”
“왜... 왜!! 그게 국과수의 발표에는 없었던 거죠?”
“조사는 제대로 진행되었어. 하지만, 조사 자료를 제출 후 담당자가 바뀌고, 너도 알다시피... 화재사고 사망으로 바뀌어 버렸지. 이제 와서 제대로 된 조사 자료는 찾을 수 없을 거다.”
“그.... 그럴 수가.... 그럼!! 그럼!! 그 조사관분께서 증언을...!!”
“제정신이냐? 죽으라고 하는 거야? 형사 7명의 죽음을 묻어버릴 정도의 세력이다. 조사관이 증언한다고? 아니, 내가 재수사를 시작할까? 그럼 어떻게 되는지 알아? 나도, 그도, 내 부하들도 모두 다 형사3팀처럼 화재사고로 죽으라는 말이냐, 넌?”
“큭....”
“무책임한 말은 하는 것이 아니야.”
이가연은 분했지만, 민팀장의 말이 맞았다. 형사 7명을 살해하고, 태연히 묻어버리는 세력이 있는 것이다. 얼마나 거대할지, 얼마나 비밀스러울지 알 수가 없었다. 당연히 누군가 그들을 조사한다면, 그 누가 되었던 바로 손을 쓸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사를 해 달라거나, 누군가에게 증언을 해 달라거나, 증인으로 나서달라 하는 것은 그 상대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억지일 따름이었다.
“그리고, 형사1팀과 2팀이 몰래 조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듯이, 경찰청 윗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하라고 압력이 들어왔다. 도저히 더 진행할 수가 없었어. 우리는 몸을 사리기로 했지. 그래서 형사들 장례식에도 안 갔던 거야.”
“윗선...!! 누구죠. 그 윗선이....”
“그냥 윗선이 아니야. 강남경찰서 치안정감의 명령이었다.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되어있는 권력자지. 그 치안정감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나?”
“이해하기 쉽게 말해주세요!”
“경찰청장보다 더 높은 누군가가 손을 쓴 거라는 말이야.”
“큭.....”
“무엇을 덮으려는 건지는 알 수가 없다. 형사3팀을 모조리 죽일 정도의 일이라는 것만 짐작할 뿐이야. 이 정도면 무슨 말인지 알겠지? 경찰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이가연양. 자네가 내사과 담당 형사를 아무리 들볶아도 그는 말단 중의 말단이야. 강력반 형사인 나도 마찬가지고. 알겠나? 이걸로 이 사건은 끝이라고.”
“민팀장님... 민팀장님은 분하지도 않으세요?”
“자네 만큼이나 나도 분하다네.”
“........”
“수사를 하면 형사3팀이 알게된 것을 나도 알게되겠지. 그럼.... 어떻게 되겠나? 말했잖아. 난, 다음 형사3팀은 되기 싫다고.... 그냥 이대로 사건을 묻는 것이 더 좋을수도 있다네.”
“제기랄....”
“오늘 난 아무 이야기도 안 했네. 알겠지? 자네가 개인적으로 사건을 계속 조사하는 것은 말리지 않겠어. 하지만, 이제 앞으로 내사과에는 찾아오지 말게.”
“하지만!! 하지만...”
“모르겠나? 민폐일세.”
“크........”
“자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대는 거대해.... 현명하게 생각하게. 그럼.”
민형사는 깊은 한숨을 쉬고, 비상구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비상계단 위에는 망연자실한 이가연만이 서 있을 뿐이었다. 치안정감이 직접 사건을 덮으라고 지시할 정도의 사건. 형사3팀이 목숨을 걸고 싸웠음에도 모두 살해당한 사건....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힘든 상황에서도, 이가연은 조금도 좌절하지 않았다. 힘이 빠지고 막막했지만, 그녀는 오빠 이강호처럼 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 사건의 위에 누가 암약하고 있든 간에, 반드시 끌어내려 오빠의 복수를 하고 말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모든 진실을 파헤치고, 영상으로 만들어 마이 튜브등에 올리고, 부정한 악의 무리에게 철퇴를 가하고 싶었다.
이가연은 민형사의 말을 듣고 오히려 더 불타올랐다. 이대로 무너지지 않고, 더욱더 조사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범죄자의 손을 빌려서라도 진실을 찾고야 말겠다는 심정이었다.
이가연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들이쉬고 내쉬었다. 눈을 감고, 경찰이 되어 정의를 집행하겠다며 웃던 오빠를 떠올렸다. 마치 바로 옆에 그가 서서, 자기 대신 진실을 파헤쳐주기를 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찾아낸다. 오빠, 나에게 힘을 줘....”
리디스트리얼 온라인. 전격 PVP MMORPG.
이 게임은 PVP 온라인 게임이라는 부제 그대로, PVP에 특화된 온라인 MMORPG 게임이었다. 수십 년 전부터 발매되어 계속해 인기를 끈 게임으로, 매번 새로운 그래픽과 설정으로 업데이트를 단행하여 지금까지 연명한, 유명 온라인 게임이었다.
보통 게임들은 2탄, 3탄을 내며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했지만, 이 게임은 다음 시리즈를 업데이트라는 형식으로 새롭게 덮어씌워 버렸다. 당연히 유저는 그대로 이어졌고, 학생 때 플레이하던 그 유저들이 벌써 50대가 다 되어도 계속 플레이를 할 정도로 역사가 깊었다.
게임은 리디스트리얼이라는 가상세계를 바탕으로, 엘프들과 드워프, 그리고 여신교와 여러 제국, 왕국들이 철저한 설정으로 재현되어 있었다. 그 꼼꼼한 설정으로 인해, 수많은 매니아들을 양산해냈고, 매년 리디스트리얼 컨벤션도 열릴 정도였다.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PVP가 활성화되어 마을 안에서도 플레이어를 죽일 수 있었고, 각 진영이 서로 맞붙어 전쟁도 벌일 수가 있었다. 한쪽을 모두 학살하면 큰 보수와 함께 각각의 성과 도시를 차지하게 되는 게임으로, 대규모 전투와 PVP를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전쟁이 활성화되면 각각 진영의 저렙, 고렙 할것없이 한명도 남김없이 다 죽을 때까지 이벤트가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고렙들이 당해버리면, 남은 저렙들은 말그대로 도망다니며 학살당할 뿐이었다. 살아남으려면 특정 시간 동안 숨어있어야 했는데,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 전쟁에서 지면 그것은 바로 사형 선고와도 같았다.
죽으면 아이템을 일정 확률로 떨어뜨리고, 캐릭터는 정말 죽어버렸다.
죽은 후 부캐나 남은 아이템으로 새롭게 캐릭터를 키워야 하기에, 정말로 하드코어한 게임이기도 했다.
문제는, 지는 것은 억울하지만 내가 이기는 쪽이라면 신나게 상대방을 죽이며 아이템을 빼앗을 수 있었기에, 그 쾌감 때문에 이 게임에 빠져버린 PVP 중독자들이 많았다.
게임은 절대 쉬운 플레이를 할 수 없게 만들어져있었다. 리디스트리얼 이라는 이 세계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매우 폭력적이고 하드코어한 설정이 채택되어있어 그냥 플레이하기에도 굉장히 어려운 측에 속했다. 바로, 마족의 존재가 그러했다.
하드코어한 PVP 이외에도 절대 이길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마족이 나타나 수백 명이 레이드를 해야 하는 등, 그 매니악함은 게임계에서도 악명을 떨칠 정도였다.
레이드를 뛰는 와중에 서로 전쟁을 벌이는 것도 가능해, 레이드 도중 학살극이 펼쳐지며 마족과 뒤엉켜 개판 오분전이 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렇기에, 레이드가 성공하는 것은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파고드는 것이 게이머들이 아니겠는가. 리디스트리얼 온라인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이 즐기는 게임이었다.
가상현실게임이 대중화된 현재 이 게임 역시 VR, 즉 가상현실게임이었고, 이주인과 김형준이 같이 즐기는 게임이기도 했다.
방과 후 집에서 이주인은 김형준과 게임을 같이 하기로하고, 리디스트리얼 온라인에 접속해 있는 중이었다.
침대에 누워 온몸에 센서를 붙인 후 머리에 VR 게임기를 쓰면 각각 센서에 장착된 장치가 몸 안의 전기신호를 인식했다. 게임기가 뇌의 전류를 해석해 생각하는 것만으로 가상현실에서 직접 캐릭터를 조종할 수 있었다.
오감까지 어느 정도 재현할 수 있는 기계가 있다고는 하지만, 크기도 작은 방만큼 크고 가격도 비싸서 이주인이 그것을 사서 방에 들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도적인 이주인은 단검에 독을 발라 적을 중독시킨 후 도망 다니며 죽이는 플레이를 하였고, 김형준은 탱커로 이주인이 도망다닐동안 적의 어그로를 끌며 공격을 막아주는 역할로, 둘이 서로 세분화된 플레이로 인해 많은 PVP에서 승리를 얻어내고 있었다.
"여. 오늘은 어디로 가서 도적질을 해볼까?"
"제길, PVP로 죽여도 아이템 떨구는 건 랜덤이니 원. 다 떨어뜨릴지 한 개만 떨어뜨릴지 모른다는 게 짜증이다. 실제라면 장비를 다 훔칠 수 있을 텐데~"
"야, 이주인. 실제라면 살인이야 임마!!"
"무슨 소리야 김형준. 죽은 사람에게 장비는 필요 없잖아?"
"그건 그렇긴 하지만... 죽여서 빼앗는 거잖아?"
"만약 이 게임이 실제라면....“
”실제라면 어쩔껀데. 이주인.“
”뭐... 지금처럼 난 이렇게 칼에 독바르고 도둑질이나 하고 있을 거 같다."
"아이구, 자랑이다~ 자랑이야~ 쯧쯧."
"왜? 어때서.... 크크크크~"
"어떻냐고!? 지금 어떠냐고 물은거냐아아아!!“
”어떤데!!?“
”너무너무 좋지!!!! 도적질!!! 크헤헤헤헤~ 그런데, 오늘은 어디가서 희생양을 찾을까?"
"아~ 오늘은 그 고독의 동굴인가? 거기 가서 해보자. 애들 경험치 레이드 뛰는 곳이라는데, 몰래 가서 숨어있다가 피 빠진 놈들 잡자고."
"나 참, 정말 비겁한 놈이구먼 부히히히히~"
"이야~ 정말 칭찬 감사합니다~ 우효효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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