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7화 〉 01674장 학교생활구원교 클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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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방패와 도끼를 짊어진 전신 갑옷 여자 드워프 에리푸가 김형준의 캐릭터였고, 검은색 옷으로 도배하고, 양손 검을 든 여자 도적 독사가 이주인의 캐릭터였다.
드워프 에리푸는 에리프의 아이디를 얻지 못해 간이로 만든 이름으로, 김형준은 언제고 게임 안의 에리프 캐릭터를 찾아내 죽여, 그 아이디를 빼앗을 생각이었다.
당연히 둘은 남자 캐릭터로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온라인 게임을 하는 남자라면 당연히 여캐를 해야 하지 않을까.
둘의 PVP 전법은 김형준의 여자 드워프가 어그로를 끌고 탱킹을 하며 시간을 끌어주면, 이주인의 여자 도적이 기회를 봐 독을 바른 단검으로 적을 때린 후 도망 다니는 방식이었다.그렇게 시간을 끌어 도트데미지로 상대방을 죽이는 전법은 처음 둘이 팀을 맺은 이후 지금까지도, 꽤 잘 통하고 있었다.
여러명 상대로 하기에는 어려운 수법이었으나, 둘이 게임을 못하는 것도 아니라서 적이 한두명이라면 거의 진 적이 없는 필승 전략이었다. 당하는 쪽이 제대로 된 독뎀 대비를 해놓지 않았다면 이 둘의 공격을 버텨내지 못했다.
이주인은 이것을 포이즌 엔 런 이라는 전법으로 이름 짓고, 김형준과 손발을 맞춰 잘 써먹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주인과 김형준은 PVP로 죽은 상대방 앞에서, 그가 로그아웃되기 전에 춤을 추며 티배깅을하는 악취미도 있었다.
둘이 희생양을 찾아 경험치 벌이로 유명한 고독의 동굴로 향하니, 그 입구 앞에는 하얀색 신부복 같은 것을 입은 만렙 캐릭터 수십 명이 동굴 입구를 막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구원교의 깃발을 들고, 입구를 막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통제하며, 반항하거나 뭐라 하는 플레이어들을 잡아 죽이고 그 장소를 지키는 중이었다.
거기다 몇 명은 구원교에 들어오면 아이템을 지원하겠다며 구원교 클랜에 가입하기를 권유하고 있었다.
"구원교에 들어오면!!! 10만 골드와 아이템을 드립니다!!"
"혼자서 게임 하시면 힘들죠? 친구들이 너무 많아요!!! 구원교 클랜원들과 같이 하실 수 있답니다!!!"
"구원교에 가입하세요!! 홈페이지는.... 이곳으로!!"
"누가 PVP로 당신을 죽였다고요!!? 저희에게 말씀해주세요!! 만렙 플레이어들 수백 명이 대기하고 있어요!!! 복수해 드립니다!! 구원교에 가입하고, 혜택받으세요!!!"
"이곳에 들어가려면 1만 골드를 내고 들어가라!!! 돈이 없다면 구원교에 가입해라!! 그러면 공짜로 들여보내 준다!!"
“도... 돈 없는데요. 뉴비라...”
"어? 돈 없어? 그럼 구원교 클랜에 가입해!!“
”어, 좀 생각을 해봐야... 아니, 그게...“
”적이다!!! 죽여라!!!!"
"다굴쳐라!!!"
"캬아아아악!!!"
"..........."
"아이고.... 저것들 뭐야? 입구 막고 있네..“
"뭐야, 구원교 클랜이잖아. 뭐 하는 거야? 동굴 입구 막고서는, 돈 받고 들여보내네. 망할.“
동굴 밖 숲속에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는 이주인과 김형준의 눈에, 뉴비들을 둘러싸 죽이는 구원교 클랜원들이 보였다. 그들은 동굴에 들어가는 플레이어들에게 1만 골드씩 삥을 뜯고 있었으나, 솔직히 새로 게임을 한지 얼마 안 되는 사람들에게 그러한 돈이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이곳으로 온 뉴비들은 구원교 클랜에 가입하거나 아니면 클랜원들에게 죽어서 다시 캐릭터를 생성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특히 이 리디스트리얼 온라인은 죽으면 끝이기에, 돈 없는 뉴비가 살아남으려면 구원교 클랜에 가입해야했다. 선택지가 거의 없는 악랄한 수법이었다.
"구원교 클랜이라고? 확실히 전 세계 클랜 랭크3위인... 들어본 적은 있지만, 모여있는것을 본 것은 처음이구먼."
"못돼먹은 놈들이야."
"게임 구원교 클랜이라면 잘 모르지만, 현실 구원교라면... 내가 잘 알아. 사이비종교.... 쩝.
처음 구원교 클랜을 클랜 랭크에서 봤을때는 그냥 사이비종교의 이름만 빌려 쓴 클랜인 줄 알았는데, 아닌 거야? 형준아.“
(형준이에게는 구원교와의 관계를 모두 이야기하면 안 되겠지?)
"아니야. 진짜 구원교 신도들이 게임을 하면서 만든 클랜이야. 지들 신도들은 저런 장소에 그냥 들여보내고, 아닌 플레이어들은 죽이거나 돈을 받는 망할 것들이지."
"켁... 정말 구원교와 관련있다고...? 저것들이 게임까지... 야, 운영자들은 뭐해? 저런 놈들을 그냥 내버려 두는 거야?"
"구원교 놈들 돈이 꽤 되니까... 내버려두는 거겠지. 정확히는 나도 몰라. 게임사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어쨌든 합법적으로 하는 플레이니까. 제재할 방법이 없지 않을까."
"제기랄...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가야 하나? 돈 내고 들어가긴 싫은데. 목적은 PVP니까."
"어쩔 수 없어 이주인. 저 구원교 클랜 애들은 다 만렙에, 고렙장비로 도배를 해놨다구... 그만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가자."
"제길... 구원교라고.... 교주에게 연락해야 하나? 겨우 이런 것으로 부탁을 할 수는 없는데... 어? 그런데, 뭐야? 저기 입구 옆에서 의자 만들어 앉아있는 놈은?"
"구원교 클랜 리더인가 보네. 꼴에 리더라고 상여 위에 앉아있구먼.... 뭐야... 아이디가 초미녀 엘프 교주님? 어처구니가 없네."
"어.... 누구인지 알 거 같은데...."
"엉? 진짜?"
"짐작 가는 사람이 있어."
"진짜냐?"
"잠깐 여기서 기다려봐."
이주인은 도적만이 사용할 수 있는 스킬 은밀을 이용해, 구원교 클랜 단원들이 모여있는 곳을 뺑 돌아가, 상여위에 앉아있는 초미녀 엘프 교주님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플레이어에게 접근했다.
은밀 스킬은 마법사들의 탐지 마법으로 확인이 가능한 기술이었고, 이곳의 만렙 클랜원들중에는 마법사들도 많았지만 이주인이 접근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동굴을 지키느라 미처 탐지계 마법을 펼쳐놓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거기다가, 수많은 클랜원이 모여있었기에 방심한 탓도 있었다.
이주인이 다가가 상여 위를 쳐다보자, 금빛으로 치장된 하얀색 드레스와 거대한 보석이 박혀있는 왕관을 쓴 엘프 캐릭터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번쩍번쩍 빛나는 금색의 지팡이를 휘두르며 클랜원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뭐야 저놈은!!? 1만 골드를 내란 말이야!! 못내? 뭐해!! 죽여!!"
"들었지? 교주님 말씀이다!! 모두 PVP다!!"
"9800골드? 돈 없으면 현물로라도 받아!! 포션내놓으라고 해!! 오호호호!!"
"지나가려면 포션을 내놔라!!!"
"으악!!! 너무한 거 아니야!!!"
"시끄럽다!! 여긴 우리 클랜 사냥터야!! 여기서 사냥을 하려면 대가를 내라!!!"
”이런 조폭 같은 놈들~!!“
"캬하하하하하!!!! 돈이 쓸어담겨지는 구나!!!"
"어... 여보세요!! 여기..."
”교주님, 이놈들은 돈이 없다는데요. 나중에 갚는다고...“
"돈 없으면 죽여!!! 우헤헤헤헤!!!"
"여보세요... 여보세요!!!"
”........?“
”아, 안녕하세요.“
"어? 넌 뭐야? 언제 여기로 왔어?!!! 동굴에 들어가고 싶으면 저기서 줄 서!!!”
"그냥 들여보내 주십사 싶어서 왔는데~"
"뭐!!!?"
"그냥 들여보내 주십사... 해서... 헤헤헤... 제가요. 독사의...“
"이단이다!!!"
"켁."
"이단이다아아아아아아!!!!!!!"
"자, 잠깐!!!!"
"야!! 이놈 잡아!!! 이단이다아아아아!! 몰래 동굴 들어가려고 하잖아!! 신도들아!!! 뭐 하는 거야!!?"
"헐... 이 싸가지 없는 엘프가아아아!!!"
"앗!!! 교주님을 위협하고 있다!!"
"모두 저놈 죽여라!!!"
"어디서 이상한 놈이..."
"다굴쳐라!!!!"
초미녀 엘프 교주님은 이주인을 보고는 이단이라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특별히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구원교 클랜의 적들은 다 이단이었다.
당황한 이주인이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교주의 목소리를 들은 클랜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온갖 고급장비로 치장한 클랜원들이 몰려오는 것은 엄청난 압박감이 있었다. 아무리 이주인이라도 답이 없다 생각될 정도였다.
대부분이 만렙인 그들은, 이주인 혼자서는 단 한 명도 상대하지 못할 정도로 온몸에 돈을 처바른 장비와 스킬, 레벨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들이 이곳을 차지하고 사냥터를 지나는 이들에게 돈을 뜯어도, 아무도 반항하지 못하는 이유가 이것이었다. 한 명 한 명이 엄청난 고렙의 현질러들이었다.
"유리~~!!! 창에 비가 내리고~"
".......!!!???"
”유리~!!! 에 햇빛이~~ 언제 비칠까나아~!!!“
"네놈!! 무슨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거야!!!"
"교주님 피하세요! 저주 스킬인가? 죽여버려!! 장비는 다 상점에 똥값으로 팔아주마!!!"
"유리~~!!!! 가 깨지는 소리가아~"
"헉.......“
"유리~~!!!! 가아~!! 교주님이!!!!“
”내 이름...넌...... 잠깐!! 모두 잠깐!!!"
"교주님, 이놈을..."
"아니야!! 잠깐!! 내 손님이다!! 손대지 마라!!!"
"아, 아니.. 교주님....."
"초미녀 엘프 교주님?"
"유리, 유리, 유리!!! 유리이~!!! 찻잔이 깨져버렸다니까아~!!!!!"
"아와와와와와!!! 모두 동굴 입구로 가!! 여긴 나만 내버려 둬라!!"
"교, 교주님..."
"시키는 대로 해!!!! 야!! 저기, 이단자가 동굴로 몰래 들어가잖아!!!? 잡아!!!"
"아, 알겠습니다."
"에?? 알겠습니다."
초미녀 엘프 교주님은 이주인이 흥얼거리며 유리, 유리!! 를 열창해대자 엄청 당황해 하며, 구원교 클랜원들을 전원 뒤로 물렸다.
클랜원들은 이주인을 공격하기 바로 전에 멈추고 의심쩍은 눈초리를 그에게 던져댔으나, 교주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모두 피할 수밖에 없었다.
이주인은 싱글싱글 웃으며, 상여 위에서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초미녀 엘프 교주님에게 다가갔다.
"초미녀 엘프 교주님~ 이라. 크크크. 아이디하고는....."
"누, 누구시죠? 유리라는 이름은 이 세계에서 제가 쓰는... 그것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밖에 없는데...."
"글쎄? 누구일까요?"
"장로들이 아니라면.... 이세인 님이 게임을 할 리는 없을 테고, 이주인님 맞죠?"
"빙고~!!! 뭐예요. 유리 교주님께서는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었던 거야?"
"아, 아니 그게...."
"장비 좀 보여줘 봐요."
"예?"
"빨리요. 궁금하단 말이에요."
"으.... 그게...."
"안 보여줄 거예요? 유리짱~"
"아!! 보여드릴께요!! 보여드립니다!!!“
초미녀 엘프 교주님은, 구원교의 교주인 유리 본인이었다. 그녀는 이주인의 요청에 당황해 하면서도, 이주인과 파티를 맺은 후 빠르게 장비창을 파티원이 볼 수 있게 바꿨다.
"헉...!!! 어처구니가 없네. 장비 봐라.... 서버에 한 개밖에 없는 스태프에, 물리 공격 무효 반지에.... 우와아.... 죽으면 살아나는 불사의 목걸이... 이거 현 거래 시세 10억짜리 아니야? 한번 죽으면 끝인 리디스트리얼 온라인에서는 완전 반칙 악세사리인데..."
"우후후후~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어이구~ 교단의 클랜원들 노가다시켜서 받아먹은 거 아닌가요? 혼자만 이렇게 좋은 장비 하고 있어도 되는 건가?"
"교주인데요!! 클랜 리더인데요!! 오호호호호!!! 전 그럴 위치에 있답니다!!"
"거대 종교단체 교주가 온라인 게임 클랜리더하면서 신도들을 골드노가다 시킨다고!!? 그것도 교단원까지 동원해 새로운 클랜원을 꼬시기도 하고... 여러사람들이 즐겨야할 게임에 대체 이게 무슨 짓이죠?"
"여기엔 깊은 뜻이... 엘프들은 게임중독자들이 많다고요..."
"에? 엘프? 게임 캐릭터와 현실을 착각하는 거? 이런...."
"아, 아니.... 어쨌든!! 제 이름을 막 부르지 말아 주세요!! 대부분은 일반 교단 원들이란 말이에요!! 제 이름을 아는 자는 일반 교단원중에는 없단 말입니다... 막 부르고 알려주면 안되는 거라구요!!!"
"아니, 당신이 동굴 입구에서 플레이어들에게 돈 뜯는 데 너무 열중한 나머지 내가 말을 걸어도 알아채지를 못했으니까. 게다가 안 그러면 방금 PVP로 저 죽었어요? 어쩔 수 없었단 말이죠...“
”그건 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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