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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사의 주인-211화 (211/328)

〈 211화 〉 0211­4장 학교생활­화형

* * *

"너, 노숙자들 기억하니?"

"노, 노, 노숙자들?"

"니가 태워죽인 노숙자들 말이야."

"그, 그건... 아, 내가 아니야!!!! 내가 아니라고!!! 다른 놈들이 한 거야!!?"

"오우. 그래?"

"그래...!! 난 하지 말라고 말렸어!!!? 딴 놈들이 멋대로 한 거야!!!?"

"흐음. 그렇구나."

"그래!! 진짜, 진짜라고!!!? 나, 난 불쌍한 사람들... 약자와 노인들 공경하는 사람이라고!!!? 나는 그들을 도와주려고 했어!! 그런데, 그래!! 바이크 타고 도망간 놈!! 그중에 사라라고 있어!! 미친년인데!!! 그년이 태운거라고!! 난 아니야!! 아니야!!!!!"

"에이~ 거짓말하고 있어~ 노숙자가 말하길 니가 죽였다는데?"

"무, 무슨 소리야!!? 죽은 사람이...."

"죽은 사람이 아니야."

"노, 노숙자들 중에 살아남은 사람이 있어?"

"한사람 살아남았지."

"그럴 리가.. 병원에 입원한 노숙자는 결국 죽었는데...“

”그 사람 말고.“

”겨, 경찰에 고발한 사람이 그 노숙자 아니었어?“

"이 녀석 정말 아무 생각이 없네... 지능이 딸리나? 적어도 사람죽이고 뒤탈없게 하려면, 누가 널 고발했는지 정도는 알아보라고. 킥킥킥. 어쨌든, 그가 널 알아보던데? 안부 전해달래."

"뭐라고......?"

"고통스럽게, 벌레처럼 죽어달래. 크크크크크!!!!"

"아, 아냐!! 안돼!!! 살려줘!!!"

"에이~ 남을 죽였으면, 너도 죽을 각오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어? 일본속담에도 있잖아. 남을 죽일 때에는, 시체 묻을 묘를 두 개 파두라고."

"안돼!!!! 안돼!!! 제발 살려줘!!!"

"넌 그 각오도 없이 사람을 죽인 거야? 에이~ 그럴 리가~"

"그만둬!! 그만둬 주세요!!! 제발!!! 뭐든지 할 테니까!!!"

"네~ 뭐든지~ 그럼 고통스럽게 죽어줘~"

"아아아아안돼에에에!!!"

이세인은 강성민이 떨어뜨린 권총을 쥐어, 한발 남은 총알을 바닥에 흘려진 기름에다 쏴버렸다. 총알은 콘크리트 바닥을 튕기며 불꽃을 일으켰고, 강성민은 순식간에 불에 휩싸였다.

탕!!!

"아아아아아!!!! 안돼에에에!!!!“

”돼~~!!“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캬하하하하하!!!! 더!! 더!! 소리 질러봐!!!!"

"흐아아아아아!!! 흐아아아!!!!"

"킥... 킥킥킥... 키히히히히!!! 멋져!!! 이게 화형이구나?!! 캬하하하하!!!"

"아아악!! 아아아아악!!! 아퍼!!! 온몸이 아파아아아아!!!!"

"온몸이 아파? 더 타라!! 활활 타올라라!! 더 아파라!!!!"

"이이이이씨바아아아알!!!! 씨바아아아알!!!!!"

"아하하하하하!!!!! 아하하하!!!!"

"아아악!!! 씨바아알!!!!"

강성민의 몸에 붙은 불길은 그의 옷과 피부를 태우며 시커먼 거죽으로 바꿔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으나, 잠시 지나자 온몸을 칼로 지지는 듯한 고통이 퍼져, 그는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

피부는 녹아 흘러내렸고, 불이 붙은 곳의 통각은 소리 없는 고통의 비명을 질러댔다. 불에 타죽는 화형이 고통스러운 이유가, 이러한 온몸의 피부의 통각을 미친 듯이 후벼 파기 때문이었다.

칼로 비비는 듯한 고통이 온몸에 이루어지기에, 뇌에서는 끊임없이 고통을 잊기 위해 엔돌핀을 생성해냈다. 온몸의 고통과 그것을 잊기 위한 뇌의 마약 성분은 그를 미치기 직전으로 만들었다.

이유현이 조종하는 장갑차 미러 박스 2호기의 모니터에는, 강성민의 화형이 송출되고 있는 중이었다. 이유현은 차마 그 장면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으나, 강성민의 미친듯한 비명을 무시할 수 없어 가끔 눈물 섞인 모습으로 모니터를 바라보곤 했다.

노숙자 김영만 역시 말로는 강성민이 타죽으면 춤을 추겠다고 했으나, 심각한 표정으로 새끼 강아지를 안고 쓰다듬으며 아무 말 없이 모니터를 바라볼 뿐이었다. 아무리 죽이고 싶은 원수이지만, 고통에 휩싸여 비명을 지르는 한 인간의 생생한 죽음의 현장을 보고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안 그런 사람도 있었다. 그것은 이세인이었다.

드론의 카메라에 잡힌 이세인은 타 죽어가는 강성민을 보며 환호하고, 어설프게 걸그룹 유미르의 춤을 추며 낄낄거리고 있었다. 그녀에게 사람이 죽어가는 것은 단순한 장난과도 같았다. 이번은 재미있는 불장난이었다.

이세인은 이렇게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즐거움이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블 패스인, 순수 악인 그녀가 정말 감정을 느껴서 즐거운지, 아니면 그것을 흉내 내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녀는 타 죽어가는 강성민을 보고 확실히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이 성적인 쾌감인지 살인에 대한 흥분인지 그녀도 알 수가 없았다. 다만, 그녀는 그것을 즐거움이라고 인식했다.

이주인은 죽어가는 강성민을 보며, 단순히 영화에서 보여지던 화형식과는 좀 틀리네 하며 생각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살인에 별생각이 없는 자신의 감각에 조금 놀라기 시작했다.

”..........“

(빌어먹을, 세인이처럼 나도 인간적인 감각이 둔해져 가나....)

"캬하하하!! 덩실덩실~ 덩실덩실~"

”아이고.“

(저 미친것은 사람 태워죽이며 춤을 추고 자빠졌네. 헉... 갑자기 뒷골이.)

”히히히히~ 이히히히히~“

"장요한 원장님. 들리세요?"

"네. 이주인."

"방금 정대원 팀장님에게 연락이 왔는데, 지금 학원에 도착했다고 직원 셋을 추가로 지원해주겠다고 합니다.

원장님께서는 세인이에게 가주시겠어요? 일단 혼자라서 뒷정리하기 힘들 테니."

"그러죠. 아, 마리아도 드론이 준비되었다고 합니다. 드론 한 대가 이미...."

"네. 노래방에 있는 놈들도 모조리 죽여야 하니까."

"후후~ 그건 그렇고 재미있는 장면이네요. 사람이 불에 타죽는 건 언제봐도 흥미롭다니까요."

"원장님도 실제로 보신 적 있으세요?"

"네... 여러 명 묶어두고 산채로 태워본 적 있죠. 인간끼리 타죽으면 살가죽이 눌어붙어, 한 뭉텅이의 고깃덩어리로 붙어버린답니다. 나중에 때기도 힘들어서 그때 제 동료들과 도끼를 가져다 일일이 토막을....."

"으엑~ 그만. 그 이야기는 다음에 들을께요."

"하하하!!! 그럼 가보겠습니다. 뒤를 부탁합니다. 이주인."

"예...."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불의 온도는 높아져갔고, 엄청난 고열로 인해 온몸의 피부가 녹아내리며, 손톱이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강성민은 눈의 망막이 타버려 눈은 이미 멀어버렸지만, 눈알의 유리액이 고열로 끓어오르며 눈이 타들어 가는 고통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미 성대도 녹아버린 그는 제대로 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목에서 쇳소리 같은 바람 소리밖에 낼 수가 없었다.

"쉬이이이이!!! 쉬이이이이이~"

"꺄하하하하하!!!! 뭐라는 거야아~~~!!!!"

"쒸이이이이!!! 위이이!!!"

"응~? 재미있다고!!!? 캬하하하!!! 나도 재미있어!!!!"

"위이이이이~!!!"

"캬하하하하!!! 맛있는 고기구이가 완성되었네!! 우리 쭈쭈의 간식으로 최고겠어!!?"

"쉬이이이이!!!"

"히히히히히히!!! 생고기 말고, 스테이크도 먹어봐야지!!? 쭈쭈!!"

강성민은 운 나쁘게도 덩치가 크고 살도 찐 전형적인 근돼의 몸을 가지고 있었다. 튼튼한 체력과 지방은 불이 붙었음에도 오히려 그의 삶을 계속 연장시켜주었고, 그것은 불에 타 죽어가는 지옥 같은 시간을 더욱 오래가도록 만들어주었을 뿐이었다.

몸이 바짝 마른 노숙자들이 타 죽을 때와는 다르게, 그 시간의 몇 배에 달하는 시간을 소비하며 그는 오랜 시간 동안 타 죽어갔다. 지옥 같은 시간 역시 훨씬 더 오래 겪을 수밖에 없었다.

온몸의 진물이 흘러내리며 피부의 기름을 태우고, 근육이 타들어 가 몸이 굳어가던 강성민은 뇌가 익어버렸기에 이미 제대로 된 사고를 하기 힘들었다. 죽기 직전의 그였지만, 그저 일어나서 도망가야겠다는 본능적인 생각만은 뇌를 맴돌고 있었다.

녹아내린 허벅지의 근육 덕분에 칼에서 허벅지가 빠질 수 있었다. 그는 일어나서 한걸음, 두 걸음을 걷고선, 그대로 굳어버렸다.

시커멓게 그을려 탄 강성민은 일어섰을 때 이미 죽어있었지만, 뇌에 남은 살고자 하는 마지막 명령으로 인해 두 걸음이나 걸어갈 수 있었다. 불은 그가 죽어서도 멈추지 않았고, 몸의 나머지 기름을 태우며 계속 타들어 갔다.

그는 이미 죽었고 시커먼 검은 형체로 변했을 뿐이었지만, 타오르는 불은 꺼지지않고 그의 몸을 계속 맴돌았다.

"아하하하하하!!! 캬하하하하하!!!! 멋져!!! 멋진 불꽃이야?!! 쓰레기!! 쓰레기는 태워 없애야지!!!? 이히히히히!!!"

"으아악!! 저게 뭐야!!!!?"

”사, 사람?“

"사, 사람이 타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지?"

"야!! 조심하라고!! 괴물, 괴물이 있다니까!!!“

"응? 헤에..... 쓰레기들이 더 있네? 히히히히히....."

이세인이 고개를 돌려보니, 지하의 노래방 입구 쪽에 아이들 몇이 나와 밖의 상황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산탄총을 들고 도망갔던 일진에게 이야기를 들은 듯, 매우 조심스러운 행동으로 밖을 살펴보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내 타죽어 숯덩이가 된 강성민을 발견했다. 일진들은 시체를 보고 놀라 소리를 질러대며 당황스러워 했다.

그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 이세인은 즐거운 표정으로 미소지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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