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사의 주인-251화 (251/328)

〈 251화 〉 0251­5장 수학여행­화상 회의

* * *

"유리. 말조심해. 교주인 네가 저주로 죽으면, 구원교는 무너진다."

"으으으으으!!!"

"냉정하라고. 아, 그리고 벌서고 있던 무녀와 신관들은 손 내려. 이제 다 끝났어.“

”네... 알겠습니다.“

"이주인님의 말대로 과거를 바꿀 수 없다면.... 이렇게 우리들이 죽는 것은 신의 의지나 우주의 시스템이 아니라, 단지 일족이 걸린 저주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아니, 그게 맞을듯싶네요."

"그래. 아마도 확실할 거야."

"제기랄... 우주에 대한 이론이나 지식을 제대로 다 알려주지 않은 이유가 있었어... 의식을 위해 우리가 얼마나 여러 가지를 희생해왔는데.... 오늘 죽은 세 사람도."

"의미 없는 죽음은 아니었어. 적어도 나는 마왕이나, 마신이라는 것이 나타나면 배제할 테니까. 제대로 된 놈들이 아니야."

"감사합니다... 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만, 솔직히 말해서 보기만 해도 그들이 위험하다는 것은 아실 겁니다. 지옥에서 올라온 형상이니까요.“

”겁주지 마. 그런 게 세상에 있을 리가 없잖아?“

”........“

”설마..... 뭐 어쨌든, 의식은 그만둘 거지?"

"이제 그만두겠습니다."

"잘 생각했어."

"이렇게... 수십 년간 준비한 의식이 실패하다니..."

"무슨 소리야? 의식은 훌륭히 성공했어. 이 의식으로 너희 일족을 구했잖아? 그리고 난 그 마왕이란 놈을 믿지 않을 거니까."

"진짜죠!!?"

"그래. 부하에게 자살폭탄을 심어 넣는 놈을 어떻게 신뢰한단 말이야? 한두 명도 아니고. 날 믿어.... 난 모든 일에 의심을 가지고 행동하는 겁쟁이에 현실주의자야.

적어도 구원교나 우리 독사에 해가 된다면 절대로 배제한다. 너희들이 원하는 것, 이런 거 아니었어?"

"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더 이야기해 드릴 것들이 많았는데.... 저희가 말을 한다고 변하지도 않고, 일족이 개죽음할 뿐이라면 멈춰야 하겠지요. 적어도 이주인님께서 그렇게 주의해 주신다고 약속해 주신것 만으로 의식은 가치가 있었던 게 될겁니다."

이주인은 그녀가 말한 것들 중 단 하나도 믿고 있지 않았다. 의식 자체도 어처구니없었고, 마왕이라니, 마신이라니 믿을 수가 없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였다. 단지, 교주를 설득하기 위해 듣기 좋은 말을 늘어놓고 있을 뿐이었다.

다행히 사이비 종교집단의 의식을 이전에 보았었던 우주 과학에 관한 다큐멘터리 내용으로 얼버무려서 그렇지, 그는 빨리 이곳을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왕이라던가 미래라던가 그는 믿고 있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교주가 무엇인가를 주의하라고 경고하는 필사적인 노력은 진심인 것 같았다.

이주인은 오늘 교주가 한 말들을 머릿속에 기억해 두기로 했다. 주의해서 나쁠 것은 없을 테니까.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순교자들 3명의 장례식과, 의식의 성공을 축하하는 행사를 진행할 겁니다.... 그리고..."

"그리고?"

"망할 자식이 우리 일족에게 개 같은 저주, 아니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놓았어요. 행사와 함께, 백신 개발에 착수할 겁니다."

"바이러...스? 뭐, 그래. 그러고 보니... 방학이 끝난 후 수학여행을 다녀오면 모든 것을 다 말해준다고 했었지?"

"그게 불가능하게 되었어요. 이것이 과거의 데이터를 지키기 위한 우주의 의지가 아니라, 단지 저주로 인한 것이라면 백신을 개발하기 전까지 말씀드릴 방법이 없습니다.

이주인님께 말씀드리는 것 때문이라면 모르겠지만, 다른 키워드로도 저희가 죽는다면 모든 단어 하나하나를 조심해야 합니다."

"그래. 신중히 하도록 해."

"행사, 이주인님도 같이하시겠어요? 행사가 끝난 후, 최고의 미녀들로 봉사해 드리겠습니다."

"바보냐. 사람 셋이 터져나가는 것을 보았다고. 망할 인신 공양의 대상이 되었는데. 그럴 마음이 아니야."

"네...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집에 돌아가시겠다면, 마넬이 책임지고 이주인님을 원하시는 곳까지 바래다 드릴 것입니다."

교주의 신전 앞. 수백명의 엘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주인과 교주, 마넬등이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까지 걸어나갔다. 엘프들에게 퍼진 저주의 이야기는 이미 전해진 듯, 장로와 신관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무언가 확인하고, 그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중이었다.

마넬이 승합차의 문을 열어주자, 이주인은 차에타려다 멈춰선 후 교주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 맞아. 물어볼 것이 남아있었어."

"무슨 질문이든 가능한 모두 대답드리겠습니다."

"세인이가 그러던데, 항공모함도 구매했다면서? 온갖 무기를 불법적인 방법으로 사들이고 있다던데. 이유를 말해줄래?"

"혹시라도 있을 거대한 악과의 싸움에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상관이라는 사람? 마신이라는 놈?"

"이제는 아닙니다. 단지 배신자 놈들일 뿐이죠. 그...."

"그만. 거기까지."

"아....."

"내 앞에서는 말조심해야 해."

"후후후후....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좋게 넘어갈 수가 없네요. 더러운 배신자 놈.... 일족을 멸족시킬지도 모를 짓거리를 해놓다니!! 이거 뭐 말도 제대로 못 하겠네...."

"그러게 말이야."

교주인 유리는 분노하던 표정을 원래대로 돌리고, 평상시처럼 분위기가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속은 그 누구보다 타들어 가고 있었다.

믿었던 누군가에게 배신당한 것은 원래 세계에서도 매번 있어왔던 일이다. 하지만, 이번 배신은 생각보다 피해도 크고, 배신감도 컸다.

마왕과 자신들은 서로 간에 신뢰 관계가 있었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마치 친구 같은 관계였다고 생각했었지만, 그것은 혼자만의 생각이었을까. 이 배신감은 그를 산채로 씹어먹어도 풀리지 않을 것이었다.

엘프들의 외모는 조각같이 아름답기에 단지 그 이유 하나 때문으로. 남녀 할 것 없이 배신당해 납치당하고 팔려나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마왕군에 들어간 것도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처세였다.

믿고 배신당하고, 배신하고. 지금껏 그래왔지 않은가? 달라질 것은 없었다. 이번에도 언제나처럼 배신당한 일 중 하나인 것이다. 그리고, 배신자에 대한 복수는 반드시 한다.

"이주인님 가기 전에...."

"응? 뭐 더 할 이야기가 있어?"

"제가 말씀드린 세 가지. 아시죠?"

"아. 기억해. 분명히... 인간, 구원초, 천명이던가..."

"제가 그것을 말해도 죽지 않는 것으로 보아 타임패러독스의 위험이나, 자살키워드가 아님을 알게 되었으니.... 그것을 유준태라는 사람에게 말하는 것은 이주인님의 개인적인 판단으로 해주시길 바랍니다."

"반드시 말해야 한다며?"

"아니요. 이제 변했습니다."

"그 세 가지는 이미 만들어진 과거가 아니던가?"

"아닙니다. 제가 모르는 미래입니다."

"그럴께. 혹시라도 그 사람을 만난다면, 일단 상황을 살피고 말할 테니까."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응?"

"저희 일족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저주를 몰랐었다면 저희는...."

"뭐, 괜찮아. 친구끼리 그럴 수도 있지. 납치 비슷하게 한 것은 영 아니었지만."

"친구... 입니까?"

"그렇잖아... 온라인게임에서도 친하고. 같이 클랜전도 했잖아. 이게 친구 아니면 뭐지?"

"후후후. 좋아요. 언제든지 말씀만 해주세요. 구원교의 최고 미녀들을 바치겠습니다."

"그런 거 안 한다니까. 아직은 딸딸이가 더 좋네요."

"아, 동정."

"나 계속 반말 써도 돼?"

"원하신다면."

차에 탄 후 구원교를 떠나는 이주인을 보고, 그녀는 암살조직인 독사와 친분관계를 가지게 된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마왕과 척을지게 된 이상, 이제 그들을 대등하게 상대할 자들은 독사들 정도밖에는 없는 것이다.

적일 때는 악마 같은 학살자들. 아군일 때는 누구보다 믿음직한 학살자들. 문답 무용으로 죽여나가는 악몽 같은 존재들. 자신의 판단은 옳았다.

이주인이 탄 차량들이 사라지자, 뒤에 모여있는 엘프들을 돌아본 유리는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이 세계의 과학이 마왕의 지식에 대한 원천이라면, 반드시 그 지식을 모두 습득해야 한다. 시간 낭비를 너무 많이 했어!!! 지금이라도 모든 과학적 지식을 연구해라!! 그리고, 저주에 대항할 백신 개발에 착수해!! 당장!!!"

"네, 교주님!!!"

"일족의 미래가 달린 일이다!!"

"네, 반드시!!!"

한창 공사 중인 바이퍼 컴퍼니 인터내셔날의 부지안, 제일큰 15층짜리 호텔의 10층 안 회의실에서는 이주인, 이세인, 장요한과 정대원, 게릭이 앉아 모니터의 구원교 교주와 한창 회의를 하는 중이었다.

게릭은 정대원이 이전 용병일을 하던때의 지인으로, 그의 권유로 인해 새롭게 만들어지는 용병 회사 바이퍼 컴퍼니에 들어오게 되었다. 게릭의 부하들인 36명의 용병들도 같이 입사하게 되었는데, 이주인은 잘 몰랐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꽤 어려운 군사작전등에 참여한 베테랑 들이었다.

언제나 의자에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게릭은 얼굴을 가리는 발라클라바를 절대 벗지 않았고, 무겁게 낮은 중년 남성 목소리의 그는 모든 일에 흥미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처음 이주인이 그를 보았을 때에는, 그다지 신뢰감이 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의 부하들의 충성심이 굉장히 높은것으로보아, 아마 실제 실력은 굉장할 것이었다.

게릭은 바이퍼 컴퍼니의 보스인 이주인에게 이세인과는 전혀 다르다며 의아해하는 눈초리를 보였으나, 얼마 안 가 이해하기를 포기한 듯 언제나처럼 힘없는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이주인으로서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는 이 회사의 보스가 된 것도 여동생이 멋대로 앉혀놓은 것이고, 그녀가 누구를 직원으로 삼든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의아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 누가 용병 회사의 보스로 능력 없는 고등학생이 앉아있을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는가.

이세인이 만드는 군사도시의 폐건물들은 현재도 계속 허물거나 리모델링하는 등 공사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이 본부건물인 호텔은 제일 먼저 개장되어, 어느 정도의 업무가 가능하도록 고쳐져 있었다.

10층 안의 회의실은 고급스러운 탁자와 의자들이 배치되어있었고, 벽 쪽에는 여러 대의 대형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 있었다. 내부는 실시간 화상회의가 가능하도록 이미 공사가 끝나, 다수의 직원들이 모여 상대방과 회의를 할 수 있게 만들어진 상태였다.

이 회의는 이주인에 의해 주최된 것으로, 의식에서 있었던 교단원들이 걸린 저주, 즉 바이러스에 대해 의논하는 회의였다.

가운데 대형 디스플레이에서는 구원교 교주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고급스러운 교주복과, 얼굴을 천으로 가리는 장식용 모자를 쓴 상태였다.

"의식에 참여하려 했던 무녀 100여명을... 아니, 97명을 우선 정밀검사하였으나, 이상한점은 찾지 못했습니다."

"이봐 교주.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네. 구원교 산하의 병원에서 세포조직과 소변 등 모든 정밀검사를 다 하였어요. 몸에는 문제가 전혀 없었습니다."

"온몸에서 피를 쏟으며 녹아내리다가, 터져나간다라.... 흠...."

"오빠, 정말 신도들이 이렇게 병신같이 죽었다는 거야?"

"내가 직접 본 거야. 의심하지 마."

"흐음... 요한. 비슷한 증상을 알겠어?“

”글쎄요. 이런 경우는....“

”게릭. 넌 어때? 무언가 생각하는 거 같은데."

"흠... 이세인, 그들의 증상만 보면 비슷한 상태를 알고 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말이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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