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사의 주인-267화 (267/328)

〈 267화 〉 0267­5장 수학여행­편지

* * *

“뭐,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지. 바람처럼 사라질 나랑은.”

“뭐라고 씨부리는거냐”

“됐네요. 난 저기 가서 중요한 일을 해야 하니 방해하지 마라.”

“네깟놈 방해할 한가한 놈은 없다.”

이주인은 동아리 방구석의 작은 책상으로 가서, 가방에 있는 편지지와 편지봉투를 꺼냈다. 이것들은 이후 이가연에게 넘겨줘, 구원교에 전해질 편지였다.

그는 지금 이가연에게 넘겨줄 편지의 내용을 쓰려고 하는 중이었다.

“자.... 어떻게 써야 내가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칠 수 있을까나. 어떻게 해야 구원교 교주가 내가 원하는 것을 확실히 알아차릴 수 있을까나.”

“.........”

“음... 그냥 머리 굴리지 말고, 나 도와달라고 비는 게 좋겠지? 구원교 교주인 유리는 멍청해 보이니 꼬아서 말하면 못알아 먹을 거야.

아냐.... 안돼. 너무 비굴하게 적으면 오히려 안 좋으려나. 어쨌든 난 한 조직의 보스잖아. 일단 좀 에둘러서 적어볼까나.”

이주인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치려는 것은 진심이었다. 그는 가족이 싫었고, 학교가 싫었고, 망할 살인자들이 모여있는 독사라는 조직도 싫었다. 커갈수록 자꾸만 더 광기를 보여주는 여동생도 싫었다. 그녀는 어느 때 보면 인간 같지가 않았다. 인간의 껍질을 둘러쓴, 다른 존재 같은 느낌이었다.

그는 구원교가 자신을 숨겨주고, 가능하다면 죽을 때까지 챙겨주길 바랬다. 그렇다고 무슨 엄청나게 호화스러운 생활을 할 생각은 아니었고, 그냥 조그마한 원룸에서 용돈이나 받아먹으며 여생을 지내고 싶을 뿐이었다.

놀면서 게임과 영화를 즐기는 인생. 얼마나 행복할까? 거기다, 한미나 까지 자신을 따라와 준다고 하지 않던가.

한미나는 아이돌 등의 활동을 하며 몰래 돈을 많이 저금해 놓았다고 했기에, 구원교가 돈을 주지 않는다고 해도 충분히 둘이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돈 다 떨어지면 아르바이트라도 하면 될 거 아닌가. 만약 원하는 데로만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생활이었다.

“자, 그럼.... 이렇게 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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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교 교주 유리에게.

세인이가 절 찾지 못하도록 도와주세요. 은혜 갚아야죠?

전 사라질 것입니다. 그러니 구원교가 절 숨겨주셔야 합니다.

제가 숨어 있을 곳은 바로 이 XXXX 주소입니다. 사람을 보내 주세요.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으로 가서, 조용히 지낼 겁니다.

일단 숨는다면 찾을 수 없는 곳을 원합니다. 구원교가 지원해 주세요.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이야기하죠. 제 편을 들겠다고 하셨으니 도와주세요.

전 세인이가, 독사가 절 찾아오지 못하기를 원합니다. 아시겠죠?

세인이가 절 절대 찾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갈 겁니다.

그 누구도 절 찾을 수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해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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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뭔가 2프로 부족한데.”

“........”

“그래!! 후후후.... 리디스트리얼 온라인 게임을 같이하자고 적으면 분명 교주 유리도 좋아할 거야. 그 녀석 게임 폐인이니까.”

“이렇게 몇 줄을 더 추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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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앞으로 아주 큰 일을 해야 합니다.

이 세계를 위해서, 리디스트리얼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서 전 떠나야 합니다. 사라져야 합니다.

그러니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절 도와주십시오.

가능하다면, 교주도 저와 같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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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먹겠지? 아주 큰 일이라 하면... 온라인 게임밖에 없잖아. 리디스트리얼 온라인. 그리고 나와 같이하자고 써놓았으니 분명 게임같이 하자는 걸로 잘 알아들을 거야.”

“그냥 리디스트리얼 온라인 게임같이 하고 싶어요 라고 적을까?”

“..........에이. 가오가 안 살잖아. 가능한 한 멋지게 적어놓자. 어차피 만나서 이야기해야 하니, 상관없겠지.”

이주인은 원래 교주인 유리에게 도와주세요 숨겨주세요 하고 비는 편지를 쓸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가오가 살지 않았다. 거기다, 구원교 교주가 자신에게 붙겠다고 한 상황에서 너무 비굴하게 들러붙으면 도와주지 않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이주인은 좀 에둘러 적으며, 가능한 비는 형식이 아닌, 도와달라며 설득하는 글로 바꿨다. 좀 애매하게 적었지만, 창피하게 비는 글을 쓰는 것보다는 나아 보였다. 어차피 교주와는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 할 테니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뭐, 대충 이정도 적으면 알아듣고, 나를 만나러 오겠지. 그럼 이 편지를 잘 봉인해서.... 이가연에게 넘겨주면 된다. 이 말이야.”

“후후후... 나의 계획은 모두 완벽하게 진행되고 있다. 모든 건 나의 설계대로야. 푸하하하하!!”

“야.”

“앗하하하하하!!”

“야이 미친놈아, 뭐라고 혼잣말을 하는 거야.”

“시끄러! 김형준! 여기는 웃어야 간지가 나는 부분이라고!? 우하하하하!!”

“아주 정신이 나가셨어요. 쯧쯧....”

여름 방학 시작 전에 있었던 패싸움으로 봉사활동을 하게 된 윤지훈은, 한동안 이세인을 노리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시간이 남아도는 것은 아니었다.방학 동안 돈을 모으기 위해 포주 짓도 해야했고, 진영미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데이트를 하거나 모텔에서 힘을 써주기도 해야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냈다.

이세인에게 1대1 싸움으로 채 1,2초를 버티지 못하는 윤지훈은 자신의 실력 부족을 통감하고 있었다.

그는 봉사활동 등을 끝내고, 학교와 체육관에서 관장 등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훈련을 계속했다. 그 결과로 한 달 만에 아마추어대회에서 2위를 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애초에 양아치에 일진인 윤지훈이었지만, 엘리트학교인 천운 고등학교에 그냥 아무 실력도 없이 특기생으로 입학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어느 정도 재능이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이세인을 이기기 위한 노력은 그의 복싱 실력을 일취월장하게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윤지훈은 이세인을 이길 자신이 생기지 않았다.

그가 격투기를 하는 만큼, 보는 눈은 있어서 그도 이세인이 얼마나 강한지 느낄 수 있었다. 하다못해 주변 잡병으로 생각하는 경호원들조차 역전의 강자들인 것이다. 스포츠라는 범위내에서라면 모를까, 일반적인 거리에서의 싸움이나 대전에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분명 이세인은 특수부대원들이나 입는 강화복을 정장 안에 입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녀의 강함이 설명되지 않았다. 문제는, 그런 값비싼 물건을 윤지훈은 구경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1대1 싸움으로 이길 수 없는 윤지훈에게 이세인과 사귈 가능성은 조금도 없는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해서든 그녀와 사귀고 싶었다.

그래서, 최후의 방법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이세인을 강간하고 그 영상을 찍거나 임신시켜 협박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세인을 어떻게 범하냐는 것이었다. 솔직히, 그 오타쿠 돼지 김형준정도로 강하지 않을까 생각되는 아이인데, 일진들을 끌어모아 덤벼도 무력화시키는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었다.

윤지훈은 결국 최후의 방법을 생각해내어, 마약 판매상인 윤두상을 찾아갔다.

그가 있는 창고 건물에는 언제나처럼 건들거리는 양아치들이 바이크를 타고 와 웅성거리는 중이었다. 하지만, 강성민 패거리들이 폐 도시 노래방에서의 화재로 모두 사망한 이후, 윤지훈에게 시비를 거는 놈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윤두상과 친한 윤지훈은 이미 이 거리의 2인자나 다름없었다.

"윤두상 형, 오랜만이에요."

"오. 지훈이 왔냐."

"어... 오자마자 미안한데, 부탁할 게 있는데요."

"왜 그러냐 표정이 썩었는데. 지훈아. 이제 성민이 자식도 없는데, 니가 걱정할 게 있나?"

"형님... 여자애 하나 따먹으려고 하는데요."

"왜? 따먹어라?"

"그게 아니라, 굉장히 철벽인 애라서, 따먹기가 너무 힘들어요. 그리고 영상 같은 것도 좀 찍으려고 하는데요."

"흠..... 아!!! 하하하!!! 그거 필요한 거야? 그거?"

"네. 그게 필요하긴 한데...."

"물뽕, 당연히 있지 자식아. 형이 싸게 넘겨줄게. 따먹고 싶은 애 있으면 술자리 불러서 몰래 먹여."

"물뽕이 필요하긴 한데... 더 강한거. 한 방에 보내버리는 즉효성은 없나요?"

"즉효성?"

"예... 물뽕먹이면 술이랑 해서 약효 도는 데 10분은 걸리잖아요."

"그게 뭐가? 너 임마 너 정도 와꾸로 여자애들 꼬시면, 하나같이 부르면 다 나오잖아. 물뽕먹여 정신나간애 벗겨다 돌려먹은게 한두번도 아니면서."

"아니, 그게 아니라... 약효가 드는 게 오래 걸리면 안 되거든요."

"흠.... 이유는 모르겠지만, 보통 약가지고는 안된다는 말이지?"

"네. 좀 더 강력한 거. 아니 엄청 쎄도 상관없어요."

약을 먹은 상대방을 완전히 정신을 잃게 만들어, 무방비상태로 만드는 일명 물뽕이라는 마약은, 클럽에서 여성들의 정신을 잃게 하여 강간하는 데 자주 사용되는 불법 마약이었다.

물뽕은 술에 타서 먹이면 무색무취라 먹은 후 10분 이내에 곯아떨어진 듯 정신을 잃어버리는 마취약에 가까운 마약이었다. 이 약을 먹으면 몇 시간 동안 정신을 잃어버리지만, 몸은 그대로라 양아치들이 여성을 강간할 때 쓰곤 했다.

조금이라도 예뻐 보이거나, 튕긴다고 하면 클럽에서 여지없이 쓰여, 당한 여성은 모텔이나 클럽 방으로 옮겨져 운 나쁘면 수십 명의 남자들에게 돌려 먹히거나, 동영상에 촬영되는 등 수모를 겪기 일상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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