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사의 주인-281화 (281/328)

〈 281화 〉 0281­5장 수학여행­A동 로비

* * *

“그래... 이유 같은 건 없어. 분명히 맛있을 거야.”

(나도 중간에 나와서 라면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이세인의 큰소리에 쓴웃음을 지은 이주인은 그녀의 말에 내심 동감하며, 다시 한번 주차장을 둘러보았다. 한 대 한 대씩 도착하는 고급 차들에서 내리는 아이들을 보니, 천운 고등학교의 학생들이 차례차례 도착하는 듯싶었다.

이주인과 이세인 등은 고급세단으로 바로 고속도로를 타서 이곳에 도착하였기에 늦은 점심으로 호텔에서의 예정을 시작할 것이었다.

하지만 일반 학생들의 고속버스는 중간중간 쉬었다 가며 천천히 외곽으로 돌아올 것이었기에, 오후 늦게나 도착할 예정이었다.

어차피 오늘은 저녁 식사 후 강당에서 이세인과 교장의 연설 말고는 일정이 없었다. 버스를 타고 오는 학생들의 시간에 맞추기 위한 저녁때의 강당 연설일정이었다.

이후에는 아무런 다른 일정이 없었기에, 호텔의 각각 방을 배정받고 담당 선생님들의 지시를 받으며 주의사항을 들으면 수학여행의 첫날은 끝나는 것이었다.

물론, 그것은 일반 학생들의 이야기였고, 이세인 등 재벌자제들은 밤늦게 카지노에 있는 다른 재벌 회장 등과의 파티가 예정되어 있었다. 당연히, 이주인은 그곳에 낄 생각도, 낄 이유도 없었다.

"자....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지?"

"시간까지 체크인하고 방 안에 있다가 나중에 강당으로 가면 돼. 우리는... 여기 가운데 50층짜리 A동 호텔 방이고, 일반 학생들은 옆의 C동 일반호텔 방이야."

"호텔 방도 차별하는 거야?"

"차별? 차별이 아니야? 고급 호텔 방은 자비라고. 내 돈 주고 내가 들어가는 거야!! 일반 학생들은 일반호텔 방이지만 무료잖아. 학교에서 지원해 주는 거니까. 차별이 아니라, 더 좋은 서비스를 내 돈 주고 받는거라구."

"그런가.... 학생들끼리도 격차가 크네."

"학교에서부터 엘리트 반을 따로 만들어 가르치잖아? 이제 와서 무슨 헛소리야 오빠? 우리가 왜 개돼지들과 같은 취급을 받아야 해?"

"어... 그런데 말이야. 혹시.... 나랑 너랑 같은 방이니?"

"당연하지!!! 내가 벌써 손써놓았다고. 우리끼리 오붓하게 지내야지 않겠어?"

"야, 너랑 맨날 집에서 보는 것도 지겨운데 여기서까지 같이 있어야겠냐?"

"그럼, 오빠는 일반호텔 방으로 갈려고?"

"너랑 있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어?"

"말도 안 돼!!! 오빠!! 프리미엄 룸이라고? 슈퍼 좋은 곳!!! 이라고?"

“그래도 학교에서 지정해주는 방으로 가거나... 형준이에게로 갈 거다.”

“대체 왜!!?”

"너랑 같은 방을 썼다가는, 밤에 너에게 잡아먹힐 거 같아서 말이야...."

"헉!!? 뜨끔!!! 에이~ 그럴 리가 오호호호호!!!"

"오호호호~ 좋아하네!! 너 가끔 날 보면서 야수의 눈빛을 하고 있는 건 아냐?"

"귀엽고 아름다운 여동생의 눈동자겠지?"

"얼씨구. 미치셨나요?"

이주인과 이세인이 티격태격하고 있을 때, 조금 떨어진 곳에서 김형준과 김남구가 다가왔다. 그들은 방금 호텔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다, 이주인을 알아보고 다가온 것이었다.

김형준은 이세인을 보고 눈을 찌푸렸지만, 김남구는 이세인을 보고, 눈빛을 빛내며 발걸음을 더 빠르게 했다.

"오오오!! 브라더!!! 먼저 도착했군!! 그리고... 우리 시스터!! 정말 귀엽군!!! 직접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인데!!! 인형 같구나~!! 캬하!!! 난 김남구라고 한다네!!!"

"안녕하세요. 이세인이라고 합니다...."

"난 이주인의 절친 중 하나야!! 자네 오빠하고는 정말 친한 사이이지!! 그러니 시스터도 앞으로 나를 기억해주길 바란다네!!!"

"아.... 제가 기억력이 좀 나빠서..."

"지랄을 하세요."

"좀, 닥쳐. 오빠."

"여. 이주인. 우리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고. 호텔 밥 좀 먹어봐야겠어."

"그러게. 나도 아직 안 먹었는데...."

"오빠는 나랑 점심 약속이 있어서 죄송하네요."

"에? 무슨 소리야?"

"이미 예약까지 다 끝내놓았어. 도망갈 생각 마."

"그런가... 아깝구만. 남구야 둘이서 가야겠다."

"아, 브라더!!! 우리는 형준이가 예약해놓은 플래티넘 룸에서 새벽까지 애니를 시청하기로 했어. 같이하지 않겠어?"

"오!! 좋아. 나도 갈께. 아, 그냥 나도 너희 룸에서 같이 지내면 안될까?"

"상관없어. 플레티넘 룸이라 어차피 방도 넓고."

"뭐, 뭣!!! 오빠!!!?"

"후후후!!! 사랑스러운 동생아. 그렇게 되었으니... 난 형준이랑 같이 지내야겠다."

"아, 그런게 어디있어!!!?"

"어차피 똑같은 플레티넘 룸이잖아? 다큰 남자, 다 큰 여자가 같은 방에 묵는 거 아니란다."

"아니~!!!!"

"어? 시스터는 이주인과 같은 방에서 묵으려고 했었어? 남녀 방은 다르게 한다고 학교에서 지시가...."

"크윽....."

"들었지?"

"시스터도 오늘 밤에 우리 방으로 오지그래? 재미있는 애니가 많다고."

"전 슈퍼 바쁩니다....."

"그래? 안타깝군!! 그럼 둘이 점심 먹고 나중에 보자고."

"이주인. A관 48층 4804호다. 언제든 오라고. 환영할께. 오면 피자와 치킨, 맥주...... 가 아니라 콜라를 쟁여놓았으니까. 하하!!"

"우린 호텔 밥 좀 먹으러 가야겠어~ 그럼 우리시스터~ 정말 귀여워~!!!"

"그래. 나중에 보자고."

"개..... 씨발....."

"어이. 들린다."

"망할 놈의.... 돼지와 멸치 같으니!!! 다져 죽일 새끼들....!!! 나의 계획이...."

"뭐? 계획?"

"크흠!!! 무슨 계획?“

”아니, 니가 방금...“

”응? 뭘 잘 못 들은 거야? 예약한 식당으로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오빠."

"아, 아가씨. 전 차를 지하주차장에 갔다 두고, 마리아를 만나러 가겠습니다."

"응. 알았어. 그렇게 해. 마리아 점심은 어떻게 하지?"

"호텔에 소고기 죽을 요청하려고 합니다. 제가 챙겨주지 않으면 딸아이는 혼자 먹기 어려워서요."

"아!!! 세인아!! 맞아!! 쭈쭈는?“

이주인은 갑자기 괴물 개 쭈쭈가 생각났다. 분명 같이 출발하는 트레일러 위에 널브러져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괴물이 트레일러와 함께 주차장에 들어갔을 리는 만무하고, 어디로 갔는지 걱정이 앞섰다.

호텔 주변에서 보여지기라도 한다면 곰이 나타났다며 호텔 경비원들과 경찰, 밀렵꾼들이 나설지도 몰랐다. 아니, 그 똥개가 사람이라도 물어 죽인다면?

”쭈쭈 어디 있어? 주차장에 있는 거 아니야?"

"오빠 잘 때 낑낑대길래 중간에 뛰어내려 산속으로 들어가게 했어. 걱정 마. 장갑차 보고 알아서 따라왔을 테니까."

"산에서 사람이나 안 잡아먹으면 좋겠건만...."

"밥은 호텔에서 생고기를 받아 우리 캠핑할 산속 공터에 안한빈이 쏟아 부어놓기로 했으니 괜찮아. 그 장소 알고 있으니 가서 먹겠지."

"안한빈씨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네. 우리말고 쭈쭈가 꼼짝 못 하는 사람이 있었다니..."

"자, 그럼 전 차를 가져다 놓겠습니다. 아, 잠깐만요. 이주인...."

"예? 원장님?"

"전에 보니, 이주인은 다리는 정말 빠르지만, 악력이 너무 없더군요. 팔근육은 충분히 있지만... 적어도 사람 한명은 한손으로 들어 올릴 힘이 있어야 한답니다."

"그렇게까지 운동을 할 이유가 있나요?"

"적어도 저에게 배움을 받으신다면 최소한 직원들만큼의 체력은 있으셔야죠. 한미나보다 더 약하신 건 원하지 않으실 거 같은데..."

"으... 여기에서도 훈련을 하긴 싫은데요."

"뭐... 간단한 겁니다. 이걸 보시죠."

"어...?"

"이건 충전기입니다. 운동을 하며 전기를 충전 가능한 수동식기구이죠. 악력기처럼 손으로 강하게 쥐여줄 때마다, 극미세한 전류가 생성됩니다. 수천, 수만 번을 하면 건전지하나 정도의 전류가 저장되죠."

"켁, 이거 할배들이 가지고 다니는 운동기구 아니야?"

"수학여행 동안 이것을 가지고 다니시면서 계속 사용하세요. 악력을 기르는데에도 매우 좋습니다. 어르신분들이 왜 이걸 하겠습니까? 다 몸에 좋아서 하는 것입니다."

"이... 악력기를 계속 가지고 다니라고?"

"손잡이에 충전표시 보이시죠? 그거 다섯 칸이 AAA 건전지하나 분량입니다. 10칸 다 채우시지 않으면... 음...."

"어, 안 채워도 되는 거야?"

"만약 다 채우시지 않는다면, 옷을 다 벗기고 몸을 묶은 후, 이세인 아가씨 방에 던져넣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원장님!!!"

"좋아요!!! 그렇게 나와야 저도 가르치는 기분이 들죠."

"뭔가... 날 이용해서 운동을 시키는 거 같아 기분이 나쁜데."

"아닙니다. 아가씨. 착각이십니다."

"그런 거로 해주지 뭐."

이주인과 이세인은 차를 몰고 떠나가는 장요한을 뒤로하고, 호텔 A동 로비로 걸어 들어갔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장소였지만, 호텔 A동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A동에는 카지노에서 인정한 준재벌급 이상만이 들어갈 수가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A동을 지나쳐 다른 곳으로 지나가는 가운데, 호텔 A동 정문으로 걸어 들어가는 그들 남매는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그들을 보고 부러움 반, 시 기반으로 지켜보는 이들이 많았다.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 양복을 입은 직원들이 허리를 90도로 꺾으며 인사를 하고 짐을 대신 받아들었다. 이러한 대우를 받은 이주인은 당황해서 같이 인사를 했지만, 이세인은 도도하게 자신의 가방을 직원에게 굴려 던졌다.

"어서 오십시오. 짐은 저희가 가져가겠습니다."

"아, 아. 감사합니다. 하하!! 이거 참..."

드르르르륵~~

"앗!! 던지시면!!! 휴..!! 잡았다."

"야, 그 짐 가져다가 내 방에다 놔둬."

"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너. 로비로 안내해."

"네. 알겠습니다. 절 따라오십시오."

"야... 세인아. 너무 건방진 거 아니냐?"

"무슨 소리야? 오빠야말로 행동 제대로 해. 왜 하층민에게 우리 같은 엘리트가 존댓말을 쓰는 거야? 반말로 해."

"그, 그렇지만 나보다 나이도 많으신 분들인데..."

"돈 주잖아."

"어...."

"그 서비스를 돈으로 사고 있는 거라고. 저들은 돈을 받고 그 서비스를 대신 해주는 거고. 돈 안 주면 저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겠어? 서로 나쁠 게 없는 거래를 하는 거야. 알았어?"

"그건 그렇지만."

"행동 제대로 해. 여기에는 재벌 회장이나 그 자식들, 그리고 고위공무원들과 의원들이 드나드는 곳이라고. 엘리트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야 해."

"특권의식이 너무 큰 거 아니냐."

"특권을 가질만한 자격이 있으니 당연한 거 아니야? 능력이 없는데 특권을 누린다면 범죄야. 죽여버려야지."

“무, 무섭구만...”

이세인은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당당하게 직원을 따라 로비로 들어갔다. 그리고 골드회원카드를 보여준 후, 이주인을 데리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대리석으로 치장된 바닥과, 금빛으로 빛나는 엘리베이터 문은 이주인을 괜히 주눅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세인은 익숙한 듯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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