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7화 〉 03075장 수학여행트라우마
* * *
”자세히 이야기해봐라.“
”언뜻 듣기에 당신과 비슷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귀까지 푹 눌러쓴 중절모에, 선글라스, 훤칠한 키. 금발....“
”그것만 가지고는 내가 찾던 사람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는데.“
”일단 가서 걔네들에게 물어보는 것은 어때요?“
”음.... 그렇군.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으니... 안내해라.“
”하지만... 그 애들 남자를 밝혀서. 대답을 들으려면, 아마 좀 같이 놀아줘야 할지도 몰라요?“
”남자를 밝힌다고?“
”네. 그 외국인도 한번 꼬셔보려고 했었던 거라서... 걸레 같은 애들이거든요. 일진들이라 그냥 물어보는 것만으로는 대답 안 할 수도 있어요.“
”괜찮아. 여자들이랑 놀아줘야 한다면.... 내 부하들을 붙여주지. 여자들 후리는 데에는 전문가들이 있다.
이봐, 들리나? 마넬이다. 페루반, 미랜스!!! 지금부터 이쪽으로 와라. 단서를 찾은 것일지도 모른다.“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아이들은 어울릴 남자들을 원하는 것 같으니, 그 방면에 익숙한 부하들을 붙여주면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처음 이 세계에 왔을 때 돈이 없어 많은 엘프들이 창부로 일할 수밖에 없었었는데, 그중에는 엘프 남성들도 많았다. 여성들도 몸을 팔 수밖에 없었지만, 남성들도 호스트로 많은 돈을 벌어들여야 했던 것이다.
마넬의 기억에 부하 중 꽤 잘나갔던 호스트로, 페루반과 미랜스가 있었다.
엘프의 귀족이며 기사였던 그들이라 여성에게 접대를 맡겼었을 때, 처음에는 거부감이 컸었다. 하지만, 일족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거의 반강제로 일을 맡겼었는데... 이후 그 둘은 최고의 호스트가 되어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
분명, 그들이라면 능숙하게 여자아이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었다.
조금 기다리자, 정장을 입은 모델 같은 몸매를 한 미남 둘이 나타나,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군살이라고는 없는 마른 근육질 몸매에, 조각 같은 얼굴은 마음만 먹으면 분명 웬만한 여성들을 후리고도 남았을 미남들이었다.
페루반은 180정도의 키에 검은 머리를 하고 있었고, 미랜스는 185정도의 키를 가진 금발머리의 남성이었다. 둘 다 한국에 왔을 때 호스트로 일하며 정체를 숨기기 위해 귀를 짧게 잘랐고, 이후 성형으로 인간들 귀처럼 재건 수술을 받았다. 그들은 모자를 쓰지 않아도 엘프처럼 보이지 않았고, 어색함이 없었다.
”마넬님!! 무슨 일입니까?“
”배신자들을 찾으셨나요? 그렇다면 전원을 모이게 해야...“
”그들을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유력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너희를 이곳에 불렀다.“
”말씀만 하십시오.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여기 있는 사람은 이가연이라고 하는데, 독사의 이주인님과 친분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분이 아는 사람들이 배신자들의 정보를 알고 있는 것 같아서... 너희의 도움이 좀 필요하다.“
”무엇입니까? 저희가 해야 할 일은.“
”저희가 못 할 것은 없습니다.“
”여자들 접대를 좀 부탁하고 싶은데....“
”.......“
”........“
”응?“
”우우욱.... 우웨게에에“
”으어어어어어~ 크어어어어~“
”왜, 왜 그러느냐?“
”우웨엑~ 구토가... 위에서 신물이 올라와서....“
”흐어어어엉!! 아, 안돼~ 안돼에....“
”뭐야, 페루반!! 미랜스!! 너희들 상태가 왜 이래!!?“
”이, 인간 여자들이 무서워서....“
”우어어어어~“
”여자들 상대는 많이 해봤잖아? 호스트로 이름 날리던 녀석들이 왜.... 페루반!! 설명해라!!“
”마, 마넬님은 모르십니다. 저희가 어떤 꼴을 당했는지...“
”뭐? 대체... 호스트할 때 무슨 일을 당했길래...“
”우우우... 복부비만의 90킬로 몸무게 아줌마에게 강간당해 보셨습니까?“
”......“
”일족을 위해 일한다는 사명으로 버텼지만...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울고불고하는 절 묶어놓고 제 얼굴에 올라타 추하게 웃으며 자신의 그곳을 비벼대는...
그 더러운 조개를 쭉쭉 빨라며 얼굴에 비벼댈 때 숨도 못 쉬고 죽는 게 낫다 싶었죠... 그 냄새!! 그 물렁거림!! 죽는 게 났다고 생각했어요. 지옥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헉......“
”그때 그 기억이 되살아날 때마다 전 매일같이 악몽을 꾼답니다. 우에에에.“
”아, 이런...“
”그 오징어 썩는 냄새... 불어터진 조개에서 흘러나오는 썩은 음식물 냄새를 맡으면서, 전 돈을 벌기 위해 매일 그곳을 핥았습니다.
우어억... 명예로운 기사가 그런 일을.... 죽기를 소원한 게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하루에 수천만원을 벌었지만... 일이 끝난후 1시간씩 구토를 하고 알코올로 입과 그곳을 수십번씩 소독했어요.... 우웩~~!!“
”........“
”제 영혼은 그때 저주받아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마넬님 크허헉...!!! 여자들 접대라구요? 전 여성공포증이 생겨 인간 여성 가까이만 가도 구토가 나오려고 합니다. 우웨엑~“
”어, 어... 네가 그 정도 고통을 받았을지는 몰랐어... 그, 그럼.. 미랜스 넌 어떤가?“
”흐어어어어~ 어어어어~“
”아니 이 녀석은 완전 맛이 가버린 거 같은데... 정신 차려 미랜스!!!“
”헉!!!? 마넬님. 아, 여기가 어디지? 아!! 아.... 그렇지.... 마넬님 저, 전 인간 여성들에게 트라우마가 있어서 제발....“
”너야말로 업계 1위 호스트였잖아!!? 대체 왜 이래?“
”축 처진 가지 같은 유방 두 개를 흔들거리면서,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덤벼드는 70살 먹은 할머니에게 강간당해 보셨습니까?“
”오 신이여....“
”도망가는 저를 쫓아와 온몸을 핥으면서 올라타 엉덩이를 흔드는 요괴 할머니에게 당해보신다면 제 심정을 이해하실 겁니다...
일족을 위해 돈을 벌려고 그런 지옥에 발을 들여놓았고, 돈 많은 할망구들 상대하고 하루에 몇억씩 돈을 벌었지만.... 제가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아십니까?“
”.........“
”발기부전이에요... 트라우마로 눈앞에 어떤 미녀가 벌거벗고 있어도 거기가 안 섭니다. 우어어어어~“
”시, 신의 가호가 있기를....“
”제발, 마넬님. 여자들을 접대하라고만 하지 말아주세요. 으어어.“
”인간 여자들을 접대할 바에 죽는 게 낫습니다. 그냥 제 목을 치세요... 흐어엉“
”........“
”여자 무서워...“
”인간 여자 무서워....“
”미, 미안하다. 호스트라고 해서 여러 미녀들을 꼬시고 다녔을지 알았어... 오오.. 신이여...“
”우어어어~“
”흐어어어~“
“하지만, 정말 미안하지만... 너희들 밖에 지금 손 쓸 사람이 없다. 포기해라.”
“헉... 정말 안됩니다~!!”
“우어엉 흐어엉 제발~”
“신이 내려주신 시련이라고 생각해라. 미안하다.”
“으으으.... 살려주십시오~”
“전 트라우마 때문에 안된다구요... 으엉엉!!”
“해야 한다!! 기사로서 명예롭게 일족의 미래를 위해 해야 할 일을 해라!!”
“아, 안돼...!!”
“흐어어어어? 으어어어?”
허우대가 멀쩡한 잘생긴 미남 둘이 징징 거리며 마넬의 다리에 애처롭게 매달리는 모습은 그렇게 보기 좋은 광경이 아니었다.
마넬은 다리를 떨쳐내어 그 둘을 떨어뜨리려 하였으나, 징징거리는 둘은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더 그의 바지자락을 잡아당기며 매달릴 뿐이었다.
이가연은 언뜻 들은 셋의 대화로, 그들이 여성들을 불편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만날 아이들은 일진이긴 하지만 단지 여고생일 뿐이었다. 그들이 왜 이렇게까지 여자들에게 거부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종교적인 이유 때문일까? 라고 짐작해볼 뿐이었다.
“뭐야, 당신들...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뭐가 무섭다고 울고불고 해대고 있는 거야. 지나가는 사람들 다 쳐다보잖아.”
“시끄럽다!! 네가 뭘 안다고 그러는 거냐...!!”
“아니, 그게 그렇게 질질 짤 일이야? 고등학교 여학생 두 명 상대하는 게? 그냥 노래방이라도 가서 놀다가 대충 헤어지라구요.”
“여, 여고생 두 명?”
“그래요. 여고생 두 명. 별로 친한 아이들은 아니니까, 찾는 사람에 대해서만 알면 뒤는 대충 어울려주다가... 알아서 해요. 그것들, 당신들같이 잘생긴 남자들이라면 환장할 거니까요.”
“마, 마넬님?”
“그래. 너희들에게 맡길 사람들은 이주인님이 다니시는 학교의 여학생들이다.”
“아줌마나 할머니들 아니구요?”
“아니야.”
“2차 안 나가도 됩니까?”
“왜 가. 이제 와서.”
“........”
“호스트 할 때처럼 접대할 필요는 없어. 그냥...”
“기사의 명예를 걸고 임하겠습니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신이 내려주신 시련, 받들겠습니다!!”
“야........”
“........”
“이것들 보게.... 페루반, 영혼이 저주받았다면서?”
“일족을 위해 배신자들을 처단해야 하는데, 저주가 무섭겠습니까!!?”
“.........”
“........”
“미랜스, 트라우마로 발기부전이라며?”
“교주님께 인정받은 기사로서, 트라우마 따위 이겨내겠습니다!! 거시기가 안 선다? 안 서면, 세우면 되죠!!!”
“.........”
“......삐질삐질.”
“야........상대가 여고생이라니까 좋냐?”
“.........”
“........”
“으이구, 이런 것들도 기사라고...!!! 정말 한심하구나!!!”
“아니!! 솔직히 아줌마들 상대하는지 알고 얼마나 무서웠는데요!!?”
“할머니들 상대해 보십쇼!! 그런 말 나오나!!?”
“아이고, 한심한 놈들!! 이것들아!! 무릎 꿇고 있지 말고 일어나!!! 방금전까지만 해도 바지에 매달려 울고불고하던 것들이 이제 와서 폼이나 잡고... 쯧쯧!!!”
“이제 이야기 끝난 건가요....? 괜찮은 거죠? 당신들, 여고생들은 문제없는 거죠?”
“아, 그럼요. 문제없습니다.“
”여고생들이라면 뭐.... 오케이입니다.“
”하아, 이것들을 좀 혼내고 싶은데... 시간이 없군.“
”자, 가죠.... 수다 떨기 좋아하는 아이들이니. 저쪽 커피숍에 있을 거예요. 없으면 찾아봐야 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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