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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6 인큐버스는 몽마, 몽마는 성노예, 나는 성노예다? (6/39)

00006  인큐버스는 몽마, 몽마는 성노예, 나는 성노예다?  =========================================================================

                                          

 남자 마족에게 낙찰 될 위기에 놓인 러스는 계정을 삭제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했다. 어차피 아직 중요하다 싶은 세이브 포인트는 하나도 안 나왔고 렙도 낮다. 특성과 새로얻은 스킬이 아깝긴 하지만 이대로 항문 개통식을 당하느니 차라리 게임을 안 하고 말 것이다.

 그의 게임 역사상 리플레이는 단 한 번도 없었건만 그 자부심을 이제는 내려두어야 할 때가 온 듯 했다.

 "50만 골드."

 [네! 50만 골드 나왔...!! 예? 오, 오십만 골드?]

 그때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30만에서 단번에 20만을 높인 50만 골드가 나온 것! 그 엄청난 액수에 장내가 술렁였다. 사회자 또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50만! 50만 골드 나왔습니다~!!]

 사회자가 숨이 넘어갈 듯 소리쳤다.

 러스는 자신을 저 게이의 마수에서 구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혹시 또 다른 게이나 괴물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입찰자를 찾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어 그 자리를 비추고 있어 찾는 것은 쉬웠다.

 '여자다! 게다가 사람 처럼 생겼어!'

 러스가 속으로 환호했다. 거리가 너무 멀어서 정확히 얼굴을 확인 할 수는 없었지만 그에겐 이미 예쁜가의 유무 따윈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사람, 여자.

 단 두 가지만이 그를 환호케 했다.

 [더 없습니까?! 이제 마지막입니까? 카운트 다운 시작하겠습니다. 10~! 9~!]

 카운트 다운이 이어지고 이윽고 사회자가 제로를 외쳤다.

 [낙찰~!! 50만 골드에 69번 노예 낙찰되었습니다-!!]

 그렇게 동정몽마 러스는 50만 골드에 낙찰되었다.

 10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 소녀에게.

 "뭐?!"

 왜.

***

 러스는 자신을 오만한 눈으로 '올려다보는' 여자를 쳐다봤다. 여자는 그의 가슴 밖에 오지 않을 정도로 키가 작았다. 여자가 고개를 들고 그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눈이 예쁘군."

 "...가, 감사합니다."

 러스는 잠시 머뭇거리다 존대로 답했다. 눈 앞의 그녀는 여자라기 보단 소녀라 불러야 될 정도로 어려보였지만 일단 그의 '주인' 이었다. 주인이 말했다.

 "낮춰라."

 "예?"

 "자세를 낮추라 말했다. 눈을 좀 더 자세히 보고 싶군."

 그 명령과도 같은 말에 러스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자세를 낮췄다. 반쯤 앉은듯한 자세가 되자 둘의 눈높이가 비슷해졌다. 그의 주인은 아름다운 보석을 감정하기라도 하듯 러스의 눈을 관찰했다. 자연히 러스도 그녀의 눈을 자세히 보게 되었다.

 '붉은 눈...'

 그녀의 눈은 그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색이었다. 똑같이 피를 연상시키는 붉은 눈동자였으나 그의 눈이 진득하고 탁한, 농도가 짙은 피빛이라면 그녀의 눈은 좀 더 연한, 이미지로 비유하자면 처녀의 순수한 피와도 같은 그런 색체를 띠고 있었다.

 그녀의 눈 감상은 생각보다 오래 이어졌다. 러스는 이렇게 장시간 눈을 마주치고 있자니 뭔가 민망한 기분이 들어 다른 곳으로 생각을 돌렸다.

 '...이런 어린애랑 하게 되는건가?'

 .......

 '젠장.'

 차라리 눈이나 계속 볼 것을.

 눈 앞의 그녀, 아니 소녀는 아무리 봐도 2차성징 조차 일어나지 않은 어린애였다. 고작 10살, 많이 쳐도 결코 초등학교를 졸업했을 것 같지 않은 앳된 얼굴. 이런 어린애랑 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스스로가 쓰레기 처럼 느껴졌다.

 '아니지.'

 이건 어디까지나 게임일 뿐이다. 내가 너무 과민반응 하는게 아닐까? 러스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리얼리티가 지나치게 대단하다보니 쓸데없는 감정이입 까지 해버린 것은 아닐까.

 어린애 처럼 생겼다는 것을 빼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의 주인이 된 여자아이는 상당히, 아니 매우 예뻤다. 아름답다고 해도 좋았다. 어린애 처럼 생겼다면서 아름답다 생각하는게 참 답도없어 보인다만 사실이었다. 

 분명 10살 정도로 보이는데도 묘하게 성숙해보인다. 동양보다는 서구적인 느낌을 주는 이목구비가 뚜렷한 외모. 창백하다 싶을 정도로 하얗고 잡티 하나 없는 피부. 그리고 화려해 보이는데도 잘 어울리는 붉은 머리칼과 매혹적 느낌을 주는 붉은 눈. 

 '이정도면...'

 시작한지 하루만에 이런 상대와 할 수 있다면 어쩌면 괜찮은 게 아닐까? 게다가 50만 골드라는 거금을 지불한 걸로 보아 가진바 재력 또한 장난이 아니었다. 그렇게 헛 생각을 하고 있는데 드디어 감상이 끝난 듯 소녀가 말했다.

 "역시 눈이 마음에 들어. 마치 피를 머금은 것 같군."

 "그..."

 러스는 순간 호칭을 뭐로 해야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주인님도 눈이 아름답습니다 하고 말했다.

 "알고있다."

 "...."

 "왜 그러지?"

 "...아닙니다."

 "흠. 나를 부를 떄는 마스터 라고 부르도록"

 그녀가 호칭을 정리해주었다. 주인님 보단 마스터라 부르는게 거부감이 훨씬 덜 할 것 같았다.

 "예, 마스터."

 "그럼 가지."

 "예? 어디로..."

 "당연히 집이지."

 그런것도 모르냐는 듯 한심한 눈으로 러스를 쳐다보는 그녀였다. 어린애의 외모를 한 그녀인지라 생각보다 타격이 크다.

 그 말을 끝으로 둘 사이에 말은 없었다. 그녀가 앞장을 서고 러스가 뒤를 따랐다. 얼마가지 않아 둘은 마차를 타고 마주 앉았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아공간 주머니인가.'

 손바닥 만한 주머니에서 책을 꺼내는 모습이 신기할 법도 했지만 중간계 버전에서 질리도록 사용해온 물건이었다. 

 사락, 책 넘기는 소리만이 이따금 마차안을 울렸다.

 '어색하네.'

 러스는 이 침묵이 어색했다. 그렇다고 노예신분에 주인한테 심심하다고 말을 거는건 아닌 것 같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하지만 본디 가만히 있는 것을 못 하는 성정의 그였다. 뭔가 집중할 수 있을만한 것이 필요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 지에 대해 고민해볼까도 했지만 또 헛생각을 할 것 같아 관두기로 했다.

 사락.

 책 넘기는 소리에 문득 그녀가 들고 있는 책으로 시선이 갔다. 고급스런 책 표지에는 처음보는 문자가 써 있었다. 헌데 이상하게도 러스는 그 문자를 읽을 수 있었다. 유저로서의 특권인 언어,문자 보정 때문이었다.

 "남자를 사로잡는 69가지 성기술?"

 "음?"

 '아차.'

 너무 의외인터라 무심코 제목을 읽어버렸다.

 '노예주제에 훔쳐봤다고 뭐라 하려나.'

 하지만 그녀는 그런건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 오히려 눈을 크게 뜨며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벰파이어의 언어를 읽을 줄 아나?"

 "네? 아, 예."

 러스가 어색하게 대답했다.

 "흠. 뭐 다른 종족의 언어를 아는 경우도 있으니."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는지 그녀는 다시 책에 집중했다. 러스는 그런 그녀를 보며 오만가지 생각에 빠져들었다. 남자를 사로잡는 69가지 성기술이라니. 지금 저 책을 왜 보는걸까. 언제, 누구에게 써먹으려고. 러스의 시선을 느꼈는지 그녀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왜 그렇게 보지?"

 꿀꺽.

 "그...책이..."

 "책? 아, 이것 말인가."

 그녀가 책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자네도 볼텐가? 하고. 러스가 당황하자 그녀가 재밌다는 듯 웃었다.

 "쿡. 그렇군. 자네 동정이라고 했었지. 아아, 동정이라서 산 건데 깜빡 잊고 있었어. 몽마가 동정이라니 아직도 안 믿겨서 말이야."

 그녀는 순진한 아이를 보기라도 하듯 쿡쿡 웃었다. 러스의 얼굴이 붉어졌다. 거듭 말하지만 어린애의 얼굴로 저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묘해진다. 러스가 다급히 변명했다.

 "그런게 아니라 왜 보시는가 해서..."

 "자네가 생각하기엔 왜 일것 같은가?"

 뻔하지 않느냐는 듯 웃는 그녀였다. 예쁜 호선을 그리는 눈웃음이 사뭇 매혹적이었다. 저런 얼굴로 매혹적이라니 이쯤되면 대단했다. 

 '그러고보니 벰파이어 라고 했나..'

 벰파이어의 언어라고 했으니 맞을 터였다. 그렇다면 저 이질적인 분위기가 한 편으론 납득이 됐다. 벰파이어도 그쪽 방면으로는 일가견이 있는 종족이 아니던가.  

 '그래도 역시 이건...'

 아무리 그래도 열 살 남짓의 소녀가 스무살의 청년을 보고 귀엽다는 듯 웃고있는 이 상황은 역시 뭔가 잘못됐다.

***

 마차가 향한 곳은 워프 게이트가 있는 게이트 존(Gate Zone)이었다. 게이트 존에 도착한 그녀는 일정금액을 지불한 후 워프게이트에 탑승했다. 물론 러스도 같이. 거스의 금액은 그녀가 지불했다.

 위잉-

 마족 몇이 주문을 외기 시작하더니 그녀와 러스를 중심으로 그려져 있는 마법진에서 빛이나기 시작했다. 러스는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마나가 마법진 위로 집약되고 있었다. 다만 중간계의 마나와 달리 좀 더 농도가 짙고 무거운 느낌을 받았다. 마계의 마나, 마력이었다.

 우우우웅-!!

 이윽고 절정에 달한 마력이 두 사람을 감싸안았다. 잠시간 빛무리가 일며 눈 앞이 하얗게 변했다. 어지럼증이나 울렁거림 따윈 없었다. 시야도 금새 회복되었다.

 '최상급 워프게이트라 다행이야.'

 중간계 편을 플레이하며 처음 탔던 워프게이트의 느낌은 아직까지 생생했다. 엄청난 구토와 어지럼증을 유발했던 첫 워프게이트. 최하급 워프게이트는 제자리에서 수 천 바뀌즘 돌고 돈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토할 뻔했었지.

 러스는 그녀를 따라 게이트 존을 벗어났다. 잠시간 걸어가니 아끼 탔던 마차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호화로운 마차가 대기중이었다. 마차 주위에는 마족들이 진열을 갖추어 대기중이었다. 호위병 들인 듯 했다.

 "모시러 왔습니다. 세리아 님."

 안경을 낀 이지적인 눈을 한 금발의 여자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어쩐지 조금 화가 난 듯 했다.

 '착각이겠지.'

 그녀의 태도는 흠 잡을 데 없이 정중했다. 하지만 세리아라 불린 러스의 주인은 그녀의 눈치를 보기라도 하듯 말했다.

 "샤렌. 그동안 잘 지냈나?"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못 지냈다는 말로 들리는데 내 착각인가?"

 "착각이십니다."

 "그렇군."

 "한 달 동안 하루에 세 시간 밖에 못 자며 지냈지만 세리아 님의 걱정 덕분에 다행히 쓰러지진 않았습니다."

 화난게 분명했다. 러스는 알아서 몸을 사리고자 세리아의 뒤에 쥐 죽은 듯 조용히 서 있었다. 하지만 장신의 러스가 그녀의 몸에 가려질리 만무. 금발의 여자는 힐끔 러스를 쳐다보고 세리아에게 말했다.

 "뒤에 계신분은 손님이십니까?"

 "아니. 이번에 구매한 내 노예다."

 "노예라면 저택에도 많이 있습니다.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그는 몽마다."

 러스가 몽마임을 들은 샤렌은 더더욱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그녀가 알기로 세리아는 성교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몽마를 산 이유는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혹시 잠자리 시중이 필요하십니까?"

 "그는 동정이기도 하지."

 "잠자리 시중은 아닌...잠깐. 동정이라고 하셨습니까?"

 샤렌이 뭔가 알아챈듯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에 세리아가 웃으며 답했다.

 "맞다."

 "종족은 몽마이고요?"

 "정확히 들었어."

 "허... 확실히 동정몽마라면 될 지도 모르겠군요. 세리아 님, 축하드리옵니다. "

 "아직 확실치 않으니 축하는 이르네. 그보다 이제 집에 갔으면 싶어. 조금 피곤해서 말이지."

 "알겠습니다. 저택으로 가시지요."

 의미심장한 대화가 끝나고, 세리아와 러스는 다시 마차에 올랐다. 

============================ 작품 후기 ============================

세리아가 러스를 산 이유는 동정몽마이기 때문.

어째서 동정몽마가 필요했는지는 다음 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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