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도덕과 비도덕
그날 이 후, 나는 외박을 하지 못했다.
엄마의 요구는 혜정선배와의 헤어짐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외박을 하지 않는 것뿐이었고, 선배와의 만남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24시간 나를 감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낮 시간 동안에 선배를 만난다고 해서 엄마가 그 것을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양심의 가책은 느껴졌지만, 실상 따지고 보면 선배가 취업을 하게 되면, 그런 눈속임도 주말이나 공휴일로 한정되면서 뜸해지리란 건 당연했기에 그런 양심의 가책을 애써 외면했다.
혜정선배와 수영이 누나는 많이 친해졌다. 비밀을 공유한다는 심리 탓인지, 아님 비슷한 처지여서 인지 수정이 누나는 겨울방학이 되면서부터는 낮 시간이면 늘 혜정선배 집으로 와서 생활했고, 그런 탓에 외박을 못하게 된 나로선 혜정선배와의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가 없게 되었다.
엄마가 출근한 이후 혜정선배의 집에 가면 늘 수정이 누나가 있었다. 외박을 밥 먹듯이 할 때에는 그런 수정이 누나의 방문이 아무런 상관이 없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기에 사실 조금은 짜증나기도 했다. 아니 정확히는 엄마와도 혜정선배와도 관계를 가지지 못한 난 욕구불만에 쌓였다.
“언니 전화…”
전화를 받았던 수정이 누나가 혜정선배를 불렀다. 그리고 혜정선배가 전화를 받는 내내 옆에서 미소를 머금고 그 전화 내용을 들었다. 방 한 켠에서 소리도 안 나오는 TV를 보던 내 귀에 선배의 전화통화 내용은 잘 들렸기에 그 것이 취업 합격통보라는 것쯤은 나 역시 알 수 있었다.
“언니 축하해~~~~”
혜정선배가 전화를 끊자 수정이 누나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축하의 말을 건네었다.
“응 고마워…”
“지혁아.. 언니 합격했어…”
옆에서 들리는 것만으로도 내용을 알 것만, 수정이 누나는 내게 큰 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 소식은 나에게 반갑지 않은 소식이란 건 수정이 누나도, 선배도 알지 못했다. 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왜 호들갑이야… 다들 하는 취직인데..”
“넌 언니가 취직한 거 기쁘지 않아?”
“내버려 둬… 그 녀석 요즘 저기압이잖아.”
선배는 그렇게 나를 슬쩍 보며 말하곤 조금 전까지 하던 만두 만드는 자리로 돌아갔다. 어제 TV를 보던 내가 만두 먹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아마도 그 때문에 만두는 빗는 것 같았다. 정작 본인은 ‘수정아 심심한데 만두 빗으며 놀래?’라며 시간 때우려 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는 나였다.
“언제 입사일 이래?”
“으응… 이번 달 20일..”
“20일? 그럼 보름 정도 남은 거네…”
“응… 과외는 어때?”
선배는 취업에 대하여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듯 말을 돌렸다. 겨울방학이 시작될 무렵 선배는 과외로 가르치던 애들 중에 기말고사가 끝난 중학생들을 수정이 누나에게 넘겼었다.
“처음엔 겁을 많이 먹었었는데 지금은 괜찮아. 애들도 착하고..”
“그 애들이 보고 싶다. 2년을 가르친 애들인데..”
“취직하기 전에 내가 자리 마련해 볼게. 그 애들도 언니 보고 싶어하더라.. 동수 녀석은 지금도 계속 시무룩하고..”
“동수?”
“응… 아무래도 그 녀석 언니를 짝사랑 했나 봐..”
“풋~~ 누구나 한번은 격은 거야.”
“언니도 알았어?”
“마지막으로 가르친 날 나에게 편지를 주더라..”
“편지? 뭐라고 써있었는데..?”
“기다려 달래.. 자기가 대학생이 되면 나랑 결혼할 거라면서.”
“뭐어..? 푸풋~~~”
“그 애 앞에서는 웃지마.. 그래도 그 애는 진심이니까. 마음 다치지 않게 잘해..”
“하긴, 나도 그 나이 때, 같은 고아원에서 고등학교 다니던 오빠를 좋아했었지..”
“그래.. 그러니까.”
“지금쯤 그 오빠 뭐하고 있을까?”
추억에 잠기는 듯 수정이 누나의 눈이 깊어졌다.
“연락을 주고 받지 않아?”
“그 오빠는 안돼… 고등학교 2학년 말에 가출해서는 연락이 끊겼거든..”
“가출?”
“응… 자기 여동생을 찾아갔다는 소문도 있고 깡패가 되었다는 소문도 있고… 아무튼 소문만 무성했어.”
“여동생과 다른 고아원에 있었어?”
“아니.. 나보다 2살 어린 애였는데, 입양되어서 다른 집에 살았어”
“그런데 왜?”
“정확히는 몰라. 그냥 들리는 말에서 아마 양아버지란 사람이 몹쓸 짓을 해서 가출을 했다고 소문이 돌았으니까.”
“뭐어..? 그런 짓을…”
“정확히는 몰라. 그냥 소문이니까..”
“응. 그게 맞다면 착한 오빠네..”
“그런 거 아니라도 되게 착했어 그 오빠. 자기 여동생이 입양되고 나서 자기 보다 어린애들을 진짜 친동생 마냥 챙기고 그랬으니까. 그래서 그 오빠가 가출한 다음에 얼마나 많은 애들이 울었는지 몰라.”
“여동생을 찾았을까?”
“글세.. 모르지. 깡패가 된 게 사실이라면 강남 쪽에 가면 알 수 있겠지. 그 곳에서 폭력배가 된 그 오빠를 본 사람들이 있다고 했으니까.”
“아직이야? 나 배고픈데…”
여자들의 재잘거림에 내가 말을 툭 던졌다.
“뭐가 그렇게 오래 걸려? 점심도 안주고…”
“다 되가…”
선배는 싱긋 웃으며 내 말을 받아주었다. 선배는 아직 모른다. 어쩌면 느낌으로 알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녁 때면 집으로 가는 나를 아직 선배는 잡은 적이 없었다. 내가 선배집에 올 때 막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선배와 난 허무하게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선배를 찾지 않으면 선배 역시 나를 찾지 않아 그냥 흐지부지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말이다. 선배에게 있어 내가 특별한 존재란 여겼던 것은 나 혼자만의 착각일까? 지나가는 말로 만두먹고 싶다는 말에 만두를 빗는 선배의 행동은 누구에게나 하는 그런 것일까? 멋진 이별을 준비하는 나는 점점 선배의 진심에 자신이 없어졌다.
저녁이 되어 난 집으로 가는 버스에 또 올랐다.
하지만, 어제와 달리 가슴에 휑하니 찬바람이 돌았고, 가슴을 에이는 듯한 고통은 자꾸만 눈을 뜨겁게 만들었다. 한번도 나를 잡지 않고, 내게 질문도 하지 않는 선배에게 투정을 부린 것이 화근이었다. 긁어 부스럼 만든 다는 것이 이런 걸까? 나 자신도 아무런 결정을 하지 못했으면서 쓸데없는 말을 꺼낸 내 잘못이다. 스쳐지나 가는 거리 풍경 뒤로 버스에 오르기 전 철없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왜 안 잡아요?”
또 다시 말없이 나를 배웅하는 선배에게 나는 투정하듯 말했다. 모든 일에 거침이 없던 선배가 근래 들어 순종적인 현모양처처럼 구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다. 수정이 누나에게 무슨 말인가를 들었을 텐데도, 선배는 그에 대하여 한 마디로 언급하지 않았었다.
“선배의 이런 모습 숨이 막혀요. 어울리지 않게 왜 이래요?”
“그러게… 나도 내가 어색하긴 한데…”
“커피 마셔요.”
나는 근처 커피전문점으로 먼저 향했고, 그런 내 뒤를 선배는 말없이 따라왔다. 가게에는 손님은 많지 않았고, 마침 창가의 구석진 자리에서 한 쌍의 남녀가 자리를 비웠다.
“요즘 선배 무척이나 이상한 거 알죠?”
커피를 주문한 뒤, 물컵의 물을 조금 마시며 내가 말했다.
“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거에요? 수정이 누나한테 이야기 들었을 텐데…”
“할 말이 없으니까.”
“우리가 죄를 진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어울리는 것도 아니잖아. 네 부모님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 당연해.”
“그걸 어떻게 알아요? 나랑 이야기 한 적도 없으면서…”
“너를 보면 알 수 있는 일이야.”
“나를?”
“응….”
시선을 주변으로 돌리며 선배는 물컵을 만지작거렸다. 그건 불안할 때 하는 선배 특유의 버릇이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선배의 행동을 ‘따분해 하는구나’라고 해석을 하지만…
“그렇게 단정적으로 생각하기 전에 나랑 이야기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너 역시도 말하지 않았잖아.”
“선배가 먼저 말을 꺼내길 기다렸을 뿐이에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
“무슨 이야기든….”
“무슨 이야기든..? 풋~ 무슨 이야기를 할까?”
“…….”
“수정이에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도 놀랐어. 네게 부모님이 있다는 걸 이전부터 알았는데, 마치 그날 안 것처럼 당황스럽기까지 했으니까. 너와 내가 사귄다는 거… 뭐랄까 너무 쉽게 생각했다고 해야 하나. 아니 당연하게 생각했다고 해야겠지. 선후배 관계, 나이 차이 이런 거 난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 처음엔 그냥 너랑 즐기면 끝이라 생각했거든. 그냥 좀 외로웠으니까.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생각이 없어진 거 같아. 그냥 당연히 네가 내 곁에 있어야 한다는 그런 느낌으로 지내왔다고 해야 할까… 한번도 너와 내 사이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거 같아.”
“그래서요?”
“그래서는 무슨… 너도 집에서 이야기 들었을 거 아냐…”
“아무런 이야기도 못 들었어요!”
난 강하게 부정했다. 그게 사실이니까 말이다. 선배의 걱정은 아마 선배와 나의 나이차이를 염두에 둔 말일 것이다. 실상은 그런 것과 전혀 상관이 없는데…
“핏~~”
“난…….. 선배를 선택할 수 있어요.”
울컥 하는 마음에 그런 말을 뱉었다. 아니 몇 일을 두고 생각한 것이기도 했다. 엄마를 포기하고 선배를 택하고 싶다는 생각은 내 솔직한 마음이었다. 엄마와 이성관계가 없었다면, 단순히 부모로서 나와 선배를 반대하는 거라면, 난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그런 고뇌 같은 거 없이 단순 명쾌하게 선배를 택할 것이었다. 하지만, 내 족쇄는 그런 게 아니고, 천륜을 부정해 버린 천륜만큼의 무게가 실린 패륜적 근친상간이란 것과 그로 인해 태어난 지수란 존재였다. 그럼에도 다시 또 부정해버리고 싶은 그런 간절함은 떨쳐지지 않았다.
“그런 말 하지마.”
“왜죠?”
“내가 네 부모라도 나 같은 여자 반대해… 어디까지 아는지 모르겠지만, 너보다 6살이나 많고, 임신경험까지 있는 여자… 내가 부모 입장이라도 반대할거야.”
“그런 거 몰라요. 과거 선배가 임신을 했었는지 어땠는지 어떻게 알아요.”
“진실은 밝혀지기 마련이야.”
“진실은…?”
선배가 말한 ‘진실’이란 단어에 난 멈칫했다. 당당하기만 했던 선배를 움츠리게 한 진실은 사실 내가 가진 추악한 진실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니었기에 말이다.
“그래… 진실은….”
슬픔이 베인 미소가 선배의 얼굴을 스쳤다.
“이런게 아닌데….”
나는 나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선배의 얼굴에 슬픔이 자리 잡는 것은 내 가슴이 찢어지는 것보다 싫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올법한 아름다운 헤어짐 같은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단지 선배의 얼굴에 슬픔이 잠시라도 머물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기에 난 엄마를 버리고 선배를 택하는 상상까지도 했었는데, 막상 내 앞에 있는 선배의 모습은 내가 어느 쪽을 선택하든 상처를 받을 것 같았다. 처음 생각 그대로 만남의 횟수를 줄이고, 연락을 줄이며 이별에 익숙해지는 것이 옳았다는 때늦은 후회가 들었다.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다시금 고개를 처들며 나를 비웃는 듯 했다.
버스를 타고 오는 내내 내 머리엔 이별이란 단어만 맴돌았다.
영화처럼 멋지지도 않고, 훗날 기억에 남을 만한 어떤 요소도 없는 그런 우낀 이별이지만, 어째건 내 머리엔 이별이란 단어만 떠오를 뿐이었다. 차라리 커피전문점에라도 가지 않았다면 내일 또 그냥 그렇게 찾아 갈 것인데… 어설프게 선배의 입장만 확인하고, 말도 꺼낼 수 없는 내 죄업만 깨달았을 뿐이다. 병신 같은 선택이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생각을 했는데 겨우 이런 이별밖에 만들지 못하는가? 표출하지 못하는 슬픔은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며 분노를 일으키고, 자괴감을 끄집어 내었다.
그리고,
난 그제야 그게 사랑임을 깨달았다. 선배의 존재가 내 속에 사랑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처음으로 접했다. 나를 깨트리면 깨트릴수록 그게 사랑이란 것을 확신했지만, 그런 확신은 사랑도 지키지 못하는 못난 병신이란 자괴감으로 다시 이어질 뿐이었다.
한 없이 걸었다.
아무렇게나 내린 어느 정류상에서부터 목적지 없이 걸었다. 성난 사람처럼 뛰듯이 바삐 걸어가는 사이 몇 사람을 밀친 듯했고, 다정하게 딱 붙어서 시내를 거니는 연인 사이를 정면으로 충돌하며 갈라 놓기도 했다. 이상하게 자괴감은 세상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고,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이 세상의 농간 같았다. 어느새 내 걸음은 뜀박질로 변했다. 달리고자 하는 생각도 없는데, 힘차게 휘젓는 팔과 앞으로 내딛는 다리의 폭발적 움직임이 마음에 들었고, 터질 듯이 뛰는 심장이 마음에 들었다.
호흡이 가쁘고, 맥박이 터져버릴 듯 한 느낌이 좋았다. 그럴 수록 미친 듯이 무엇인가를 그려내는 내 머리가 아득해졌으니까. 생각이 없다면 참을 수 없는 분노도 없고, 생각이 없다면 이런 슬픔도 느끼지 않을 테니까.
정신이 들었을 때,
난 엄마의 집 근처 학교 운동장에 누워있었다. 가뿐 호흡이 고르게 돌아오고, 땀에 젖은 두꺼운 겨울 옷이 차갑게 살을 에였다. 눈이라도 내림 좋으련만, 내 위의 하늘은 차가운 기운을 가득 머금은 싸늘한 별들로 가득했다.
-더럽게 춥네?
미친 충동이 가라 앉은 내가 처음으로 생각한 것은 그거였다. 나 스스로도 그런 내 생각에 뜨끔했다. 하지만, ‘살다보면 살아지는게 인생이 아닐까’ 하는 속된 생각은 이내 나를 지배했다.
-어쩔 수 없잖아.-
양손으로 얼어붙은 얼굴을 한번 감싸고서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까의 불 같은 충동을 우습게 느껴 실소를 내곤 옷의 흙을 털었다. ‘드라마에서는 이런 장면을 보여주지 않는데…’ 아름답게 보았던 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올라 멋쩍었다. 드라마를 흉내 낸 것은 아니지만, 이젠 드라마가 순 사기란 것은 알 것 같았다.
-젠장, 차라리 술을 마실 걸..-
괜시리 열라기 달렸다는 생각이 학교를 빠져나오는 내내 나를 괴롭혔다. 혹여 아는 사람 중에 나를 아는 이가 있다면 꽤나 망신스러울 것 같았다. ‘너 미첬냐?’ 아마 그런 뜻의 말들이나, 눈빛을 보일 것 같아 속된 말로 쪽 팔렸다. 가슴을 아리게 하는 슬픔은 사이로 고개를 드는 그런 생각은 꽤 나를 당혹스럽게 했다.
집으로 가는 사이 나는 수퍼에 들러 소주를 샀다.
술집에 앉아 폼 잡고 술 마시기에는 이미 분위기 다 잡쳐있었기에 아파트 단지에 있는 놀이터에서 소위 병나발을 불었다. 물인 양 벌컥벌컥 마신 탓에 5분도 안 걸려 한 병을 비우고, 또 한 병을 비웠다. 생각 같아서는 소주를 더 마시고 싶었지만, 미친놈처럼 달릴 때, 지갑이 어딘가에 빠졌는지 없어서, 바지에 있는 돈은 소주 2병으로 바닥났다. 그나마도 낮에 담배와 과자를 사고 잔돈을 바지 주머니에 꾸겨 넣지 않았으면 없었을 돈이었다.
급하게 마신 탓인지, 취기는 쉽사리 오르지 않았고, 살을 에이는 추위는 여전히 내 몸을 괴롭혔다. 몸이 정신보다 우위에 있는 걸까? 기막힌 패러독스였다. 정신과 마음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격심한 뜀박질로 학대한 몸둥아리 였는데, 이제는 몸둥아리의 공격에 정신이 맥을 추지 못했다. 즉, 너무 추우니 실연의 슬픔도 개뿔이었다.
난 아파트로 들어섰다.
온기가 느껴지는 것이 한결 편안해지고, 실내로 들어서니 안도감 마저 들었다. 개떡 같은 내 심리 변화에 실망할 무렵, 뒤늦게 취기가 올랐다. 거실의 불이 켜진 것으로 보아 엄마는 아직 안자고 있는 듯했다.
-나를 기다린 거겠지?-
혜정선배의 일을 알고 난 다음부터 난 엄마의 감시를 느꼈다. 딱히 나를 스토커 마냥 감시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은연중에 느껴지는 엄마의 시선과 태도는 늘 나를 주시하고 있음을 내게 알려왔었다. 문득, 고대의 전방제라는 결혼제도가 생각났다.
흔히 말하는 형사취수라는 것이 전방제에 속하는데, 전방제는 이 외에도 다른 다양한 형태를 가진다. 즉, 지아비가 요절하면 아내는 반드시 죽은 자의 형제나 당형제 심지어는 아버지에게 다시 시집가는 결혼 형태를 총칭하는 것이다. 이 전방제는 일부 일처제의 특수한 형식으로 '수계혼', '속혼', '환친'이라고도 한다. 일처제는 본처만 하나 둘 뿐, 첩은 얼마든지 가져도 되었으니까 말이다. 즉, 가족 내에서 어느 한 여자가 ‘쏠로’가 되면 가족내의 한 남자가 이를 취하는 것이었다. 그 여자가 할머니든, 어머니든, 형수든 상관없이 말이다.
난 안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예상대로 엄마는 침대에 기대어 책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읽지는 않은 듯 책은 접혀서 손에만 들려져 있을 뿐이었다. 취기 탓인지 부아가 치밀었다.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저 여자 때문에 혜정선배를 잃었다는 생각에 말이다. 아무리 아름답고, 세상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는다 할지라도 내게 있어서는 수치심만 들게 하는 여자였다. 그와 반대로 혜정선배는 세상에 보여지는 것은 거칠고, 또라이 같아도 나와 있을 때의 선배는 나를 왕으로 만들어주었다.
“무슨 일이야…?”
엄마가 방으로 들어선 나에게 말했다.
“인사는 해야지?”
“안해도 돼…”
“해야겠는데… 여기서 잠도 자야 하고…”
취기가 오를 대로 올랐는지 혀가 꼬이는 것 같았다.
“취했으면 어서 가서 자…”
냉담하게 말하며 엄마는 시선을 돌렸다.
“여기서 자고 싶다고 말했잖아..”
“그럴 기분 아냐!!!”
“무슨 기분?””
“…..”
대답없이 엄마의 시선이 서늘하게 나를 쏘았다.
“풋~~ 잠자는 데도 기분이 필요해? 그냥 눈감고 자면 되잖아…”
“지금 시비 거는 거니?”
“응… 시비는 거는 거야.”
“네 주사 받아줄 기분 아냐. 어서 문닫고 나가!!!”
“나를 이렇게 만든 게 엄마잖아. 그런데 받아 줄 기분 아니라고?”
“내가 널…?”
어이가 없다는 듯 엄마가 비웃듯 실소했다.
“그래.. 웃어.. 맘 껏… 엄마 소원대로 나 그 여자랑 헤어졌으니까.. 이제 속 시원해?”
“…….”
미리 짐작을 하고 있었는 듯 엄마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그런 엄마의 무반응이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난 방 문을 닫고 침대로 다가가 앉았다.
“왜 말이 없어? 계속 사귈 걸 그랬나?”
“돌아가서 자!!”
“아니 이제부터 나 여기서 지낼 거야. 엄마가 내 여자라며?”
옷을 벗으며 말을 이었다.
“내 여자를 안아 볼까? 이제 내게는 여자가 엄마 밖에 없거든.. 그런데, 예전처럼 그렇게 안지는 않을 거야. 엄마가 나를 만족시켜 줘야 해. 엄마가 헤어지라고 한 그 여자가 내게 해주었던 것처럼 말이야.”
“추태부리지 말고 어서 네 방으로 가!!!”
엄마의 목소리에는 상당한 노기가 섞여 있었다. 하지만 난 개의치 않고 옷을 모두 벗어버리고는 엄마에게 다가갔다.
“일단 내 자지부터 빨아…”
그렇게 말하며 엄마의 곁에 앉아서 엄마의 뒷 머리를 손으로 감싸고서 내 하체로 끌어내리려 했다. 순간, 엄마는 강하게 저항하면서 내 손에서 벗어났고, 이어 내 볼에 강한 충격이 전해져 왔다.
[쫙--!]
내 뺨과 엄마의 손이 부딪히는 소리는 아주 경쾌했다. 깔끔한 소리만큼이나 강한 충격에 내 고개가 돌아갔지만 취기 탓인지 고통은 없었다. 하지만, 기분은 몇 배로 상하면서 울컥하는 뭔가가 속에서 치밀었고, 나도 모르는 사이 내 팔이 허공을 갈랐다.
[퍼억~~~~~~~!]
[쿵-~]
나 역시 엄마의 따귀를 때렸지만, 엄마가 나를 때린 소리와는 달리 내가 엄마를 때린 소리는 퍼억하는 소리를 내었고, 엄마는 침대 밑으로 떨어졌다. 이상하게도 죄책감은 들지 않았고, 오히려 답답하기만 하던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듯 했고,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킨 나는 엄마가 떨어진 침대 아래로 내려가 엄마의 턱을 아래로부터 잡아 올렸다. 엄마의 눈동자는 충격에 빠져 있었고, 얼굴 한 쪽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엄마의 얼굴이 작아서 내 손에 엄마의 얼굴 한 쪽이 다 맞아 버렸던 것 같다.
“아퍼..?”
이상하게도 내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번졌다.
“더 맞고 싶으면 반항해 봐.. 죽여줄 수도 있으니까…”
생각해본 적도 없는 말이 입을 통해 술술 흘러 나왔고, 가학적인 쾌감이 내 몸을 전율시켰다. SM 포르노를 한 번도 재미있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그런 행위를 생각해 본적도 없었건만 이상하게도 공포에 질린 듯한 엄마의 눈동자에 쾌감을 느꼈고, 나는 나도 모르게 이번엔 목을 한 손으로 움켜잡았다. 엄마의 목은 가늘어서 한 손에도 그냥 잡혔다.
“반항해보라니까!!”
엄마의 목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배에서부터 울려나 온 듯 한 위압적 소리로 말했다. 엄마는 완전히 겁을 먹었는지 아님 나의 분노에 가득 찬 모습에 놀라서인지 자신의 목을 잡은 내 손목은 양손으로 잡고서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난 다시 팔을 들어 엄마의 반대 쪽 뺨을 때렸다.
[쫙~~]
[쫙~~]
[쫙~~]
연속으로 세번을 강하게 때렸다. 처음과 달리 제대로 뺨을 가격 한 듯 경쾌한 소리가 엄마의 뺨에서 울렸고, 그때마다 엄마가 받은 물리적 충격이 엄마의 목을 잡은 내 손으로도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그리고, 믿을 수 없을 만큼의 강한 희열이 내 몸을 더욱 전율시켰다. 그게 변태적 쾌감이란 걸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엄마의 따귀를 때린 나는 이번엔 양손으로 엄마의 목을 완전하게 쥐고서 손에 힘을 주며 일어섰다. 겁에 질려서 인지, 정신없는 상황에 놀란 것 뿐인지 모르겠지만 엄마는 내가 움직이는 대로 움직였다.
[털썩]
난 엄마를 침대에 내동이 치고서 재빨리 엄마의 몸 위로 올라가 다시 엄마의 목을 쥐었다. 마치 죽이려고 하듯 강하게 목을 거머쥐었다. 내 손에는 상당한 힘이 들어갔고, 엄마는 숨이 막히는지 얼굴에 피가 몰린 채 몸을 버둥거렸다.
“다시 반항하면 정말 죽여버릴꺼야!!!!!!!!”
난 낮으면서도 결의에 찬 음성으로 말했다. 아니 결의에 찼다기 보다는 음산한 음성에 가까웠다. 영화에서 악마들이 낼 법한 그런 음성으로 말이다. 내게도 그런 면이 있을 줄은 나 자신도 몰랐다. 그런 내 말에 엄마는 정말 겁에 질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난 엄마의 못에서 손을 떼었다.
“푸컥.. 학… 학…. 큭.. 하아…하아….-
엄마의 거친 호흡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고 간혹 사래가 걸린 듯 기침을 하였다. 난 그런 엄마의 얼굴을 잠시 본 후 엄마의 옷을 찢어 버린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 거칠게 벗겼다. 단추가 뜯어져 나가고 일부 재봉한 부분이 뜯어지고, 고급스런 엄마의 팬티는 두 번 다시 입을 수 없을 정도로 찢어졌다.
엄마의 옷을 다 벗긴 나는 엄마를 엎드리게 했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듯, 아님 그런 자세를 처음 취해보는 지 엄마의 자세는 쉽게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난 일일이 엄마의 엉덩이를 세우고, 무릎을 벌린 다음 상체를 바닥에 닿게 했다. 자연스레 엄마의 엉덩이가 벌어지며 항문과 음부가 확연하게 눈에 보였다. 음부에 음액이 보이지 않아 건조함이 눈으로도 느껴졌다. 상관없었다. 예전처럼 봉사하여 음액을 흐르게 만들고 싶지도 않은 나는 침을 뱉어 그 곳에 발랐다. 문득, 엄마와 관계를 가진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샀던 사용한 적이 없는 성인용품이 생각났다. 나는 재빨리 일어나 장롱에서 그 것을 꺼내어 그 곳에서 크림을 엄마의 음부와 항문에 발랐다. 얼마나 사용해야 하는지도 모른 체 그냥 쏟아 부으며 손으로 문지르며 거의 엉덩이까지 다 발랐다. 미끈거리던 손가락은 쉽게 엄마의 음부 속으로 빠져들기도 했고, 간혹 항문도 뚫고 들어갈 것만 같았다.
순간, 나는 애널섹스가 생각났다.
더욱이 내가 항문을 건드릴 때마다 미묘하게 떨리는 엄마의 몸이 무척이나 자극적이었다. 그게 수치심 때문이건, 나의 거친 손 놀림 때문이건 나에겐 묘한 흥분으로 다가왔고, 난 성기에 크림을 바른 후에 엄마의 항문에 성기를 가져갔다. 하지만, 엄마의 항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고, 엄마의 몸은 파르르 떨렸다.
“가만히 있어!!!!!”
엄마는 몸만 떨 뿐 움직이지 않았건만 난 그렇게 고함을 쳤다. 하지만 그 말의 진정한 뜻은 힘이 잔뜩 들어간 엉덩이에서 힘을 빼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은 이상하게도 입에서 흘러나오지 않고 계속해서 난 같은 말을 했다.
“가만히 있어!!!!”
“가만히 있어!!!”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엄마의 엉덩이를 힘껏 내리쳤다.
[철썩…..철썩]
“가만히 있으라구!!!! 가만히!!!!!!”
“윽…… 윽…….”
내 손이 매웠던지 침대에 박힌 엄마의 입에서 고통스런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것 역시 묘하게 나를 자극하는 신음이었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 세게 엄마의 엉덩이를 내리쳤다. 양쪽으로 갈라져 아들에게 음부와 항문을 모두 보이는 자세도 자극적이고, 내 손이 강하게 내리 칠 때 마다 고통에 떠는 엄마의 몸둥이는 더욱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얼마나 때렸을까. 어느새 엄마의 엉덩이는 빨갛게 물들었고, 부어 올랐다. 하지만 파르르 떨리던 엄마의 몸은 이제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난 다시 크림을 손에 묻히고는 엄마의 항문에 잔뜩 바르면서 손가락을 항문 속으로 밀어 넣었는데, 아까와 달리 쑥 하니 손가락이 항문 속으로 사라졌다.
“그래 이렇게 하란 말이야!!!!”
난 만족감에 음흉하게 웃었다.
그때, 내 눈에 엄마의 음부에서 크림이 아닌 다른 액체가 보였다. 음액이었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음액이 보였다.
“흥분한거야? 푸하하하………. 더 때려 줄까? 키키키………”
이상하게 난 더 미친놈이 되가는 것 같았지만, 그럴수록 더 가학적 쾌감이 나를 전율케 했다. 난 다른 한 손으로 엄마의 엉덩이를 다시 때리기 시작하면서 항문 속에 찔러 넣은 손가락으로 왕복운동을 했다.
“윽….. 윽………….”
엉덩이를 맞아서 내는 소리인지, 항문을 찌르는 손가락 때문인지 구분은 되지 않았지만 엄마는 다시 고통스런 신음을 내었다. 그러기를 한 참… 어느 사이 엄마의 항문에서는 소가락에 전해주던 강한 압박감이 많이 사라졌다. 왕복운동을 하는 사이 크림이 흘러 들어가서인지 저항감도 없었다.
“이번엔 내 자지로 해주지… “
난 다시 엄마의 항문에 내 성기를 가져갔다. 손가락과 달리 쉽게는 아니었지만, 성기는 천천히 엄마의 항문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윽~~~~~~~윽~~~~~아퍼~~~아퍼~~~~”
고통스런 엄마의 신음과 말이 이어졌고, 많이 고통스러운지 엄마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하지만 자세를 풀거나, 피하거나 하니 않았기에 난 그대로 뿌리 끝까지 내 성기를 밀어넣는데 성공했다. 음부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강력한 압박감에 성기에 느껴졌고, 그 압박감은 내 몸 전체가 조이는 느낌이었다.
난 엄마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꽉 잡고서 천천히 왕복운동을 했다.
“으윽……”
“악….”
내 움직임에 따라 엄마의 고통스런 신음이 목에서 울렸다. 하지만 그건 오히려 나에겐 쾌감이었다. 그리고 이젠 엄마도 어쩌면 무엇인가를 느낄지 몰랐다. 내가 가학적인 흥분을 받듯 엄마는 피학적인 흥분을 하고 있는지도 말이다. 내 왕복운동은 조금씩 속도가 빨라졌고, 방안에는 엄마와 나의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
몸에서 땀이 흐르고, 취기의 몽롱한 의식 저편에서부터 성적 환희가 밀려왔다. 예전이라면 엄마의 절정이 언제쯤 올까 신경쓰느라 그런 내 몸 상태는 생각도 안았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오로지 나를 위한, 나만의 행위에 열중할 뿐이었다.
“허억………….”
온 몸이 경직되면서 절정의 환희가 몸을 정신을 지배했다. 취기 속에서 맞이한 절정이라 그런지 그 느낌은 절정이라기 보다는 꿈같았다. 현실감각은 이제 완전히 종적을 감추었고, 공중에 몸이 붕 뜨는 느낌에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그리고 난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