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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레이하는 용사님-33화 (33/233)

〈 33화 〉 33화 브라델 밖으로 (4)

* * *

마왕을 없앨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용사.

그리고 마왕에 대척하기 위한, 용사의 동료이자 최강의 패인 영웅.

그들의 관계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 된 순간이었다.

퍔필리아에게 약속을 한 뒤, 천천히 영웅들이 기다리고 있던 정문 밖으로 걸어나왔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영웅들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분명 이렇게 말했다.

도시를 떠날때 기도를 드리곤 한다고. 그리고 그것은 그녀가 독실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실용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그리고 그녀는 이 신전에서 납치된 영웅들을 소환하거나, 사망한 영웅들을 소생시키는 일을 한다고 했다.

그녀가 매번 도시를 떠날때 신전에 들러 위치를 파악해 두는 것이 결코 이와 무관한 일은 아니겠지.

"..."

고블린과 같은 하급 몬스터는 여성 모험가를 납치해 성욕을 해소하거나 고블린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쓴다. 하지만 세상에 몬스터는 다양하고, 꼭 여성만을 목표로 하는 몬스터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녀의 영웅들도 수많은 고난을 겪었다 해도 신기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눈치없게 그런걸 물어볼 필요도 없겠지. 그저, 나도 만약의 사태가 발생한다면 이 신전을 찾아야 한다는 것만 기억하면 될 일이다.

"오셨어요?"

다른 영웅들과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며 나를 기다리던 유나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긴다. 이번 공격대의 리더인 퓰브르는 '용사들'의 생존을 위해 영웅들을 얼마든지 희생할 수도 있다고 했고, 나에게도 그런 행동을 하는 것에 동의해달라고 했다.

"응. 기다리느라 지루하진 않았어?"

"아뇨, 다른 영웅분들이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이것저것 이야기하면서 기다렸어요."

썩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영웅들끼리 나름 적당히 시간을 때운 모양이다.

"퍔필리아님과 함께 다녔던 여러가지 지역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어요. 아참, 혹시 용사님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탈것이 있다는 걸 아시나요? 어떻게 사람을 태우고 하늘을 날 수 있는걸까요? 그런게 있다니, 정말 깜짝 놀랐어요."

"음 글쎄."

유나는 다른 영웅들에게 들은 이야기에 꽤 놀랍다는 듯이 재잘거린다. 사람을 태우고 우주를 유영하는 것도 있다는 걸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조금 궁금해지긴 한다.

그렇게 영웅들과 합류해서 퓰브르가 기다리고 있을 장소로 되돌아간다. 사실 퓰브르가 이번 공격대의 대장이자, 우리보다 실력도 출중하고 경험도 많은 용사이니 그의 제안에 답할 말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다시 한번 내 옆에서 재잘거리는 유나의 아름다운 미소를 보며 생각한다.

나는 퍔필리아에게 나의 영웅을 소중하게 여기겠다고 약속했다. 그것은 그녀의 바람이기도 했지만, 나 역시 나를 위해 함께해 온 그녀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어쩌면 언젠가... 불가피하게 그녀의 희생을 요구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정말 원치 않은 상황이겠지만,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는

나는, 거리낌 없이 이 영웅을 희생할 수 있을까?

"이번 공격대의 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리더인 너의 지시에 따를게."

"음."

퓰브르에게 돌아가서 곧장 그에게 어제 그가 나에게 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한다. 퓰브르는 담담하게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들었다는 의사를 표시한다. 딱히 기쁘거나, 기분 나쁘거나 할 일이 아니라는듯 그저 덤덤한 표정이었다.

만약 내가 거절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나에게는 꽤 거금이 들어간 의뢰지만, 그들에게는 그다지 큰 돈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니 그들은 그냥 의뢰 자체를 거절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겠지.

"..."

그렇게 생각하니, 애초에 나에게 거절권이 없었다는 생각도 조금 들기는 한다. 브라델에서 나와 유나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기에, 퓰브르와 퍔필리아가 우리를 거부한다면 또 다시 그들 수준의 다른 파티를 찾아서 함께 브라델을 나와야 했겠지. 솔직히 그들은 우리에게 꽤 호의적으로 행동했기에, 이만한 행운은 흔한 일이 아닐터였다.

"우와, 우와아...!"

유나는 퓰브르가 짐을 실은 마차에 다가가자마자 연신 감탄을 내뱉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마차는 아니다. 네개의 바퀴에 거대한 천막으로 덮여 안이 보이지 않는 짐마차는 언뜻 보기엔 특별한 점이 없었으니까. 물론 마차의 크기는 조금 커 보이긴 했다.

유나가 감탄하면서 소리를 낸 것은 그 마차를 앞에서 끌게 될 거대한 늑대때문이었다.

'...크네.'

마차의 크기가 크기인만큼, 연회색 털의 늑대도 크기가 상당했다. 어지간한 말보다도 큰 느낌이다.

"링고 핀 울프. 속도가 굉장히 빠르지는 않지만, 힘도 쌔고 특히나 지구력만큼은 어느 종에도 밀리지 않지."

늑대 옆에서 서있던 상체를 탈의한 남자 영웅이 늑대에게 관심을 보이는 유나에게 설명을 해 준다. 아마 이름이 듀레였던가.

그가 마치 강아지를 스다듬는 것처럼 늑대의 머리와 목을 조금 거칠게 긁는다.

"크르, 크르릉..."

기분이 좋은지 늑대가 낮게 으르렁거린다. 분명 기분 좋아서 내는 울음소리겠지만, 크기가 상당하다보니 나에겐 조금 위협적으로 들린다. 유나는 그 소리에도 불구하고 눈을 반짝이며 흥미롭게 늑대를 바라본다.

"이 녀석도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 인사를 하고 싶으면 손의 냄새를 좀 맡게 하면 돼."

"그래요? 흐응..."

그가 늑대에게 다가가는 것을 허락해주자, 유나도 조금 신나는 표정으로 늑대의 얼굴쪽으로 겁도없이 다가간다.

"여기... 아,앗!"

짧게 유나의 손에 코를 묻던 늑대가 그녀의 얼굴을 적극적으로 핥기 시작한다. 선풍기처럼 흔들리는 꼬리와 그녀의 가슴에 바싹 안겨있는 늑대의 얼굴. 마차에 매어있지 않았다면 분명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놀았겠지.

"옳지, 옳지. 착하지~"

유나가 기분좋게 웃으며 듀레가 그러했듯이 늑대의 머리 위아래를 거칠게 흔든다. 늑대는 그 커다란 머리를 잔뜩 유나의 품에서 흔들며 기분 좋게 헥헥거린다.

"얘 이름이 뭐에요?"

"구름이."

"구름이라, 후후 귀엽고 푹신푹신해 보이는게 잘 어울리네요."

글쎄, 내 눈엔 털도 좀 거칠고 무섭게 생긴 것 같은데. 처음 만나자마자 거침없이 저 커다란 동물에게 다가가는 유나가 신기하다.

"용사님도 한번 만져보시겠습니까?"

"으음... 다음에?"

"후후, 처음에는 좀 무섭게 생겨도 사람을 꽤 좋아하는 충직한 녀석입니다."

유나의 품 안에서 살짝 벌린 입에서 커다란 이빨이 보인다. 한두방울 흘러내리는 침도 보인다. 저거, 유나를 먹이로 생각하고 군침흘리는건 아니겠지?

"좋아, 슬슬 출발해볼까? 사람도 다 있고, 짐도 다 실었어."

"짐은 다 확인했다."

퍔필리아가 활기차게 외치자, 퓰브르가 짐을 다 실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퍔필리아가 씨익 웃으며 말을 잇는다.

"좋아, 항로는 북쪽의 로자란! 선장님, 출항 명령을!"

"음, 닻을 올려라!"

"오오오!!"

"와!!! 출항이다!!"

장난스런 퍔필리아의 말을 퓰브르가 자연스럽게 받아 소리를 지른다. 퍔필리아의 영웅들이 그에 질세라 사방으로 소리를 내지른다. 퓰브르의 영웅인 웨이나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멍한 표정이었고, 피르데는 길거리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는 공격대가 조금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음, 재밌어 보이는걸. 나도 나중에 파티의 규모가 커지면 저런 출발 구호같은 걸 만들어볼까.

"어, 어서 들어가요! 언제까지 이런거 할거에요!"

"음, 계속."

"...들어가요 어서!"

피르데가 작게 타박하며 퓰브르를 이끌고 마차의 뒤쪽에 있는 문을 열고 안으로 그녀의 영웅을 집어넣는다. 다음으로 피르데와 웨이나가 함께 들어가고, 퍔필리아도 킬킬거리며 그녀의 영웅인 하무드와 테브레를 이끌고 안으로 사라진다.

마차가 4륜마차인데다가 꽤 커 보이긴 하지만,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면 분명 비좁을 크기였다. 애초에 퓰브르나 퍔필리아의 영웅들은 덩치가 큰 남자들이여서 더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거다.

우리는 걸어가야하는걸까?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데, 마차에 타지 않고 마부석에서 있던 듀레가 우리를 보며 재촉한다.

"마차에 안타십니까? 혹시 멀미가 심하신가요?"

"아니. 이거 우리까지 타기엔 좁지 않아?"

"아, 저희 마차에 처음 타시는거였죠."

듀레가 내 말에 가볍게 웃음을 보인다.

"걱정말고 타시죠. 꽤 안락할겁니다."

"?"

이해할 수 없는 그의 말을 뒤로한채, 다른 용사들이 그러했듯이 마차의 뒤쪽에 있는 문으로 마차에 탑승한다. 그러자,

"어?"

어...?

이건, 이상한데?

분명, 평범한 천막으로 둘러쌓인 조금 큰 크기의 마차였다.

그런데 뒷문을 열고 들어온 이곳은...

절대 밖에서 본 그 공간이 아니었다.

밖에서 본 크기의 네닷배는 족히 될 정도로 넓은 실내에 꽤 안락해보이는 의자가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구석에는 퓰브르가 챙겼다고 했던 것들인지, 잘 포장된 짐들이 꽤 높게 쌓여 있었다.

"어서 와. 내 마차는 처음이지?"

퍔필리아가 의자에 등을 바싹 기댄채로, 살짝 누운것과 같은 자세로 내게 말한다. 으음, 저 자세 어디선가 묘하게 익숙한데.

어쨌든 안에 들어와있는 사람들은 전부 이 마차가 익숙한 듯이 여기저기 편한 자리를 찾아 자리잡고 있었다. 퓰브르는 맨 앞쪽에서 전방을 보고 있었고, 웨이나는 어디서 났는지 큼지막한 이불을 찾아와 좌석 두개를 차지해서 누워있었다.

"큭큭, 신기한가봐?"

퍔필리아가 작은 책을 꺼내들며 어리둥절해하는 나를 보며 짓궂게 웃는다.

응, 그녀의 말을 부정할 수가 없다. 밖에서는 평범한 천막으로 가려진 짐마차였는데, 안에서는 상당한 크기의 캠핑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안락한 상태였으니까.

"여기 커피요~"

"응, 고마워. 난 피르데가 타 주는 커피가 제일 좋더라."

"후후, 맛있게 드세요. 케이님도 커피 한잔 하실래요?"

심지어 간단한 조리도 가능한 공간이 있는지, 피르데가 뜨거운 커피가 든 잔을 들고 퍔필리아에게 건네준다. 당황하며 마차를 살피는 나를 피르데가 이해한다는 듯이 말을 잇는다.

"이 마차 대단하죠? 저도 처음에 퍔필리아님의 마차에 타고 깜짝 놀랬어요."

"어머? 너무 띄워주는거 아냐?"

"아니에요. 이 정도 마차를 타고 다니시는 분은 퍔필리아님 말고는 뵌 적이 없는걸요."

"후후, 이 마차가 좀 괜찮긴 하지. 열심히 만든 보람이 있어."

퍔필리아가 커피를 살짝 마신다.

"응, 확실히 맛있네. 정말 안마실거야? 피르데가 타 주는 커피 진짜 맛있는데."

이렇게까지 권하는데 거절하는 것도 못할 일이겠지.

"...응, 부탁해도 될까?"

"네, 금방 가져다 드릴게요."

"아, 저도 도와드릴게요."

내 뒤의 유나가 나서지만 피르데가 가볍게 그녀를 제지한다.

"괜찮아. 이 퓰브르 파티 넘버원 바리스타의 실력을 보여줄게."

피르데가 그렇게 말하곤 나와 유나의 등을 밀어서 강제로 자리에 앉히고 뒤편으로 사라진다. 얼마 지나지않아 피르데는 나와 유나가 마실 커피잔을 가지고 나타났고, 나는 그녀의 말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흑흑 맛있었다. 오늘 커피는.

마차가 천천히 속도를 높이는데도 심하게 흔들리는 느낌이 나지 않는다. 거의 움직이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는 아니지만, 자리에 앉아서 커피를 홀짝이는데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이것이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걸까.

"대체 어떻게 한 걸까요?"

유나가 꽤 놀란 목소리를 낸다. 그래도 실내인데다가 누워있는 사람도 있으니, 목소리를 잔뜩 낮춰서 한 말이었지만 꽤 가까운 거리에 있던 퍔필리아에게는 충분히 들릴 크기의 목소리었다.

씨익.

작은 책을 들고 읽고 있던 그녀가 의기양양한 미소를 띈다.

"흐응.. 궁금해?"

제발 물어봐달라고 얼굴에 적혀 있는것 같은데.

"물어봐도 될까요? 비밀같은 거라면..."

"비밀같은게 뭐가 있겠어. 대충 알만하잖아."

그녀가 긴 다리로 벽에 기대놓은 스태프를 살짝 툭 친다.

"나, 마녀잖아. 마녀답게 마법의 힘을 빌려서 만들었지. 내가 그쪽 전문이거든. 도구에 마법을 부여하는거."

그렇게 가슴을 펴며 말하는 그녀의 가슴위로 붉은 보석이 박힌 치렁치렁한 목걸이가 눈에 띈다. 아니, 목걸이뿐 아니라 그녀의 몸에는 꽤 많은 악세서리가 화려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의 영웅들도 마찬가지였다.

"밖에서 볼 때와 다르게 안은 꽤 넓지? 공간왜곡마법은 난이도가 꽤 있는 마법이야. 그걸 또 상시 발동하는 데다가 마차같이 움직이는 물체에 적용하는 거면 더 어려워진다구. 나도 꽤 여러번 시행착오를 거쳤거든. 외부의 충격에는 조금 약하긴 하지만, 이 정도 실내면 충분히 감내할만 하지. 어때?"

"우와, 우와..."

"게다가 움직일때 진동도 별로 없지? 마차의 승차감을 위해서 또 연구를 했었다, 이 말이야. 이게 서스펜션이라고 해서, 바닥의 충격을 자연스럽게 완하시키는 기능이 있거든. 이게 없으면 실내섹스를 하는데 굉장히 신경쓰인단 말야."

그렇게 유나의 감탄을 들으며 퍔필리아가 신나게 마차의 일대기를 늘어놓는다. 조금 설명이 길어지긴 했지만, 그녀가 그렇게 자랑할만큼 이 마차는 대단했다. 간단한 취사와 세면도 가능한 안락한 마차라니. 전혀 기대하지 못했다.

성안이라 천천히 움직이던 마차가 조금 속도를 높인다. 창밖으로 브라델의 성벽이 보인다. 도시의 성벽을 나서자, 브라델을 떠난다는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그래, 창 밖으로 성벽이 보인다. 이거, 밖에서 볼 때는 막혀있었는데, 안에서 밖을 창으로 살필 수 있다. 베테랑 파티는 평소에 이런걸 누리면서 산다고 생각하니, 다른 세상의 이야기같다.

"크흐흐. 그래, 뭐 더 궁금한거 없어? 굳이 마차 이야기 아니라고 상관없어. 예를들면 저런 성벽 있잖아. 저런 건 보통 항마결계같은걸 설치해놓거든. 그래서 보통 성벽이 있는 도시는 몬스터로부터 안전해. 필드에서 사냥하다가 위험하다 싶으면 냅다 성벽으로 도망가면 괜찮다구."

"우와, 그런 것도 아세요?"

"그럼. 짬을 괜히 먹은 줄 알아? 도시에서 멀어질수록 강한 몬스터가 나오는게 그것 때문이야. 실력에 자신이 없으면 도시에서 가까운 녀석들부터 잡으면서 천천히 먼곳으로 가면 돼."

유나가 퍔필리아의 말에 리액션이 좋아서 그런지, 꽤 신나게 퍔필리아가 이것저것 떠들어준다. 유나는 신전 앞에서 다른 영웅들이랑도 이것저것 이야기하더니 퍔필리아와도 꽤 붙임성 좋게 이야기한다. 가는 길에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는데, 그녀 덕분에 덜 지루하게 갈 수 있겠는걸.

도로를 따라 꽤 속도를 올리며 달리는 도중 창 밖으로 조금 익숙한 몬스터가 보인다.

"...저건."

"어?"

창 밖에 보이는 그걸 내가 인지하자, 이야기를 나누던 유나가 내 시선을 따라 쫓는다.

"뭘 보는... 아하."

나와 유나의 시선이 닿은 곳을 퍔필리아가 보자마자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퍔필리아는 거침없이 몬스터를 알아본다.

"가루그 블랙베어. 썩 똑똑한 녀석은 아니지만 방어력도 높고 근력도 쌘 몬스터지. 아마 지금은 잡기 힘들텐데... 싸워봤던거야?"

"아뇨 싸워 봤던건 아니에요."

싸움을 걸기도 전에 유나가 저 몬스터와의 격차를 보았다. 평범한 고블린들이라면 모를까, 다른 영지로 향하던 도중에 저런 몬스터가 자리잡고 있으니 도저히 자력으로 브라델을 떠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유나와 나는 그 이후로 조금은 강해졌을까. 그 때보다는 조금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나는 저 몬스터와 싸워 이길 자신이 없다.

"흐응. 퓰브르, 오늘 점심은 곰고기 어때?"

"..."

앞에 있던 퓰브르가 잠시 뒤돌아보더니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진지하게 되묻는다.

"찜으로? 아님 구이로?"

"흐흐 그건 맡길게. 듀레! 구름이 좀 멈춰봐!"

그렇게 말하며 퍔필리아가 한쪽 눈을 찡긋 감으며 그녀의 길다랗고 화려한 스태프를 집어든다.

"여기 손님들한테 실력 좀 보여줄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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