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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레이하는 용사님-76화 (76/233)

〈 76화 〉 76화 브라델 공방전 (6)

* * *

"그런데 성벽에 있다는 그거 어떤거야?"

"항마결계 말임까?"

속으로 몰래 스포일러 걸이라는 별명을 지은 에실에게 묻자 예상대로 그녀가 그것에 대해 줄줄 내뱉기 시작한다.

"성벽 위쪽을 따라 몬스터들을 약화시키는 결계인 항마결계를 생성하는 마도구가 설치되어 있슴다. 신전에 있는 석상이 그렇듯이, 성벽에 올라가면 횃불처럼 은은한 빛을 내뿜는 알 모양의 구가 있을겁니다. 원리나 작동원리는 저희같은 평범한 병사들은 잘 모릅니다만, 문제가 생기면 신전에서 사제님을 보내서 보수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슴다. 아무래도 평소에는 일반 보병들이 관리하는 구역이라 말임다."

"그래?"

"아무래도 성벽 위는 일반인들이 다니는 구역은 아니라 말입니다. 평소에는 경계를 서는 병사들이 돌아다니는데 문제가 생길거라고 생각하기 힘들지 말임다."

그러니 지금처럼 보병대가 사라진 상황에서는 성벽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거겠지.

신나게 설명을 내뱉은 에실을 향해 엘로트가 눈을 조금 흘기는 것 같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저 정도의 사실이 알려져도 상관없다고 여기는 것 같다.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았는지, 우리를 쫓아오는 남사제의 숨이 헐떡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의 느린 발걸음에 비난을 하고 싶을지 모르겠지만, 그가 아니었다면 내가 제일 뒤쳐졌을거라 생각하니 오히려 그에게 조금 감사한 마음이다.

아무리 판타지 세계라지만, 왠지 여자보다 체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자괴감이 들것 같거든.

"항마결계를 생성하는 장치에 문제가 생긴 적 있습니까?"

"헥헥... 평소에는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항마결계 생성기라고 꽤 복잡한 기구를 예상하지만, 실제로는 신성력을 받아 증폭하는 것이 대부분인 장치입니다. 크게 복잡한 장치가 아니라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적습니다."

그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헥헥거린다. 힘든 기색이 완연한데도 발을 계속 움직이는게 생각보다는 근성있는 남자란 생각이 든다.

"수리를 해 달라고 하는 경우에도 안에 신성력이 떨어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럴 경우엔 사제들이 가서 신성력을 보충해주면 꽤 오랫동안 다시 빛을 냅니다. 안에 있는 신성력이 증폭되며 성벽 근처로 오는 몬스터들을 약화시키거나 위험한 공격으로부터 성벽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죠. 헥헥."

"..."

이거 질문을 하기 미안할 정도로 힘들어하면서 설명을 하는 걸 멈추지 않는다.

"헥헥. 영주님이 성벽의 결계가 공격받을지도 모른다고 하셨는데... 사실 항마결계 생성기가 물리적으로 파괴된 것도 본 적이 없습니다. 가끔 내부장치의 문제로 교환을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만."

"그렇군요."

대충 맞장구치며 계속 발을 빠르게 움직이려는데 아쉽게도 그의 설명은 끝난게 아니었다.

"아무래도 방어를 위해 만든 도구라 내구력을 중요하게 여긴 것 같습니다. 한 자리에서 신성력을 강화시키는 정도의 효과지만, 실용성이 훌륭한 덕분에 개량도 많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헥헥. 그래서 어지간한 몬스터들의 마법 공격도 하나의 증폭기로 가볍게 막아낸다고 들었습니다. 브라델에는 성벽의 길이가 있다보니 각 면에 최소 서른개의 항마결계 생성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헥헥."

"..."

뭐, 뭐지 이 사제.

"당연히 항마결계 생성기가 가까이 붙어있으면 그 효과도 중첩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의 길이의 성벽이면 더 많은 증폭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헥헥. 하지만 아무래도 후방인데다가 썩 강한 몬스터들이 침입해오는 영지가 아니다보니 상대적으로 조금 적은게 아닐까 싶습니다. 전방이나 핵심적인 관문에서는 몬스터들을 막기 위해 이런 증폭기를 수도 없이 소비한다고 하더라고요. 헥헥헥. 아이고 숨차."

"..."

숨... 찬거 맞아?

그, 그만해...

"물론 저주받은 존재인 몬스터들에게 효과를 발휘하는 신성력이다보니, 인간이나 엘프, 드워프같이 여신님의 축복을 받은 존재들간의 다툼에서는 썩 활약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싼 유지비에 불구하고 야간에도 은은하게 불을 밝혀주기 때문에 성벽 여기저기에 박아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 브라델에 있는 녀석도 신성력의 증폭력보다는 밝기와 내구도에 조금 더 신경을 쓴 버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헥헥."

"..."

이러다 귀 다터져...!

간신히 성벽이 보이는 위치에 도달하자, 그 사제의 고막공격은 멈췄다.

"어?"

성벽위로 올라가는 계단을 걸어 올라가자 에실과 사제가 말했던 항마결계 생성기가 무엇인지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안쪽 성벽을 따라 꽤 거리를 두고 놓여진 알 모양의 구. 높이는 대충 20cm정도 될까. 한 손으로 잡으면 조금 크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물체였다.

그리고 계단 위로 올라가서 가장 먼저 본 생성기는 마치 안에 있던 새끼가 알을 부화해 나온 것처럼, 한쪽이 완전히 파괴되어 빛을 잃은 상태였다.

"이건, 증폭기가 부숴져 있어...?"

사제가 놀란 눈으로 깨져있는 생성기를 만지며 당혹스러워한다. 그의 지나친 TMI에 따르면 분명 이 도구의 내구성도 훌륭하고, 어지간한 물리력으로 부숴진 걸 본적이 없다고 했는데.

"대, 대체 어떻게...? 어, 어?"

"방법은 모르겠지만, 영주님이 옳았군요."

엘로트 부대장이 눈을 가늘게 뜬다. 그녀의 눈은 단순히 눈앞의 증폭기만을 보는게 아니라 성벽으로 연결된 좌우의 증폭기의 상태를 살핀다.

"일반적으로 잘 부숴지지 않는 증폭기. 그게 부숴져 있고, 하나만 부숴진것도 아닙니다. 누군가가 일부러 부순겁니다."

그녀의 눈이 성벽을 이어 쫓아간다.

"반대쪽 도구는 부숴지지 않았는데, 이쪽은 깨져있군요. 제가 만약 증폭기를 부숴야 하는 사람이라면, 여기로 올라와서 성벽을 따라 이동하면서 증폭기를 부수면서 이동했을 겁니다."

"방법은 모르겠지만 한명이 부수면서 이쪽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겠군."

"네. 그리고 굳이 추가하자면 이걸 부수고 있는 자는 몬스터가 아닐 가능성이 높고, 어쩌면 브라델의 병사로 위장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오크같은 녀석이 성벽 위를 다니면서 부수고 다니기엔 보는 눈이 많지. 쫓자."

엘로트가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사제님은 여기 남아서 남은 증폭기를 건드리는자가 없는지 살펴주십시오. 에실, 함께 남아서 사제님을 지켜드려라."

"넵!"

에실의 빠릿한 경례와 함께 엘로트와 나, 유나는 속도를 높여 달리기 시작한다. 앞서가는 두 여자의 뒤에서 나는 조용히 미니맵을 연다.

비록 성벽위의 길을 따라 이동하는게 다지만,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면 이 미니맵은 꽤 큰 도움이 된다. 그렇게 예닐곱개의 부숴진 도구를 발견하면서 이동하는데, 나는 속으로 작게 웃음짓는다.

"...저쪽에 누군가 있군요."

멀리 보이는 증폭기를 만지작거리는 사람이 보인다. 엘로트의 예상대로 브라델의 보병대의 복장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보병대가 실종되었다고 하는데 여기에 왜 브라델의 병사가 있겠는가.

나의 미니맵에 저 병사가 붉은 원이 되어 반짝인다.

내가 적으로 인식한 상대.

그 병사는 우리를 보더니 흠칫 놀라더니 성벽위를 따라 달린다.

하지만, 우리가 더 빠르다. 정확히 말하면 엘로트와 유나가.

"제, 젠장!"

순식간에 좁혀오는 거리를 눈치채고, 병사가 성벽 아래로 뛰어내린다. 바툰관문처럼 4~5미터나 되는 부담스러울 정도의 높은 성벽은 아니지만, 간단히 뛰어내리는 것도 약간 부담스러운 2~3미터는 족히 되는 높이인데도 거리낌 없이 뛰어내린다. 살짝 바닥을 구르며 길가로 향하는 병사.

그렇기에 더욱, 그에 대한 의심이 가중된다.

"..."

"..."

그리고 내 앞에서 뛰고 있던 두 여인도 그 높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멋지게 뛰어내린다. 도망치는 자와 다르게 별도의 낙법도 필요없다는 듯이 가볍게 달려나간다.

음, 난 못하겠는데.

괜히 무리하지 않고 우선은 성벽을 따라 달려간다. 쫓던 방향과 크게 어긋나지 않게 병사가 도망치고 있고, 아무래도 성벽 위에서 보다보니 병사의 모습을 담는데에는 조금 유리한 점도 있었다.

절대로 이 정도의 높이에서 뛰어내리는게 신경쓰여서 그런건 아니다.

슬쩍

달리는 와중에 성벽 아래를 보니 이걸 뛰어내린다음 바로 저렇게 전속력으로 뛰는건 무린거 같다.

"멈춰라!"

엘로트가 그렇게 소리를 지르지만, 어느새 병사는 골목으로 들어가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내가 조금 더 높은 곳에 있다보니 내 시야에 몇초정도 더 들어와 있었지만 골목의 사이로 들어가니 여전히 내 시야에서는 보이지 않는게 당연했다.

엘로트와 유나가 골목으로 따라 들어가자, 나도 더 이상 성벽 위로 뛰어서 쫓는게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닫고 천천히 성벽 아래로 내려온다. 으음... 여긴 계단도 없나.

손으로 성벽위를 잡고, 천천히 몸을 아래로 내린다. 3m에 가까운 높이라 꽤 부담스러운데.

"으윽..."

털썩 내려오는데 다리가 조금 찌릿하다. 이걸 그냥 내려와서 냅따 뛰던 엘로트와 유나가 대단한걸.

금방 다리를 털어내고, 엘로트와 유나가 사라진 골목으로 향한다. 아직 시간이 있다.

"...놓쳤습니다."

골목에 들어가기 무섭게 엘로트가 보병대의 옷을 들고 허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운이 안좋았던 것 같습니다. 하필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거리라니."

그녀의 말대로 골목을 지나기 무섭게 꽤 사람들이 붐비고 있는 거리가 우리를 가로막고 있었다. 발디딜틈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붐비는 정도는 아니지만, 이렇게 병사로 위장하고 있던 옷을 집어던지고 도망친다면 도저히 구분할 수 없을 정도는 충분했다.

"제가 조금만 더 빨랐다만..."

"..."

두 여자가 자책하고 있었지만, 아직 내 눈은 꺼지지 않았다.

"아직이야."

나는 인파를 해쳐나간다. 아직 내 눈은 어느 곳에 머무르며 거침없이 발을 움직인다.

"용사님..?"

"?"

내 앞에서 달리던 두 여자가 이제는 의뭉스런 표정을 지으며 내 뒤를 따르고 있었다.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그녀들의 뒤에 있던 내가, 오히려 그녀의 앞에서 확신에 차서 발걸음을 옮기다니.

그리고 내 발걸음은 작은 길로 들어가는 골목에서 멈춘다. 한 두 사람의 노숙자들이 굴러다니는 더러운 길.

브라델의 사정이 악화되자, 노숙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했던가. 지금은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나는 거침없이 계속 골목을 따라 들어간다.

내 뒤로 엘로트와 유나도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긴다.

­ 뚜벅뚜벅

사람들이 가득했던 거리와 다르게 발걸음만이 빛이 잘 들지 않아 조금 어두운 골목의 황량함을 더한다.

하지만 그 골목의 어두움도 그리 길지 않았다. 한블록도 지나기 전에 골목의 끝에 있는 뜻모를 벽화와 몇개의 쓰래기통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

거기서 그렇게, 걸음을 멈추고 팔짱을 낀다.

"저, 용사님? 여기 뭐가 있나요?"

"..."

조심스럽게 내게 묻는 유나에게 작게 턱으로 그곳을 가리킨다. 기다릴것도 없다는 듯이, 엘로트가 내가 가리킨 곳을 차서 넘어뜨린다.

"크어어억!"

...예상대로.

쓰래기통 안에서 남자 하나가 튀어나온다. 조금 헤진 차림을 한 산발의 남자. 옷만 바꿨으면 저기 널부러져 있는 노숙자들과 차이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뭐, 노숙자 행세를 하고 있어도 찾아냈겠지만.

그는 떨리는 눈동자로 우리를 올려다본다.

자, 어떤 선택을 하려나.

잡아떼려나, 다시 도망치려나, 아니면 싸우려나. .

"왜, 왜이러십니까? 저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우리에게서 도망쳐서 쓰레기통에 숨어있었으면서 무슨 소리야?"

"추워서 저기 들어가 있었던 겁니다! 저는 당신들을 처음봐요!"

엘로트의 말에 항변한다. 우선은 잡아떼기부터 하지만, 그의 변명이 궁색하다는 건 아마 스스로도 알거다.

숨을만한 곳이 쓰레기통밖에 없어 숨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쓰레기통에 숨어있다 나왔는데 저 변명은 너무 궁색했다.

"으, 으아아!"

그리고 다가간 엘로트를 피해 도망치려고 한다. 엘로트는 도망치려는 남자의 몸을 순식간에 걷어찬다.

"커억!"

순식간에 한쪽 벽에 몸이 날아간다. 도망치려는 시도도 불발. 그럼 남은건 하나겠네.

"젠장, 이년들이!!"

그리곤 품에서 단검을 꺼낸다.

날이 꽤 잘 벼려져 빛이 부족한 골목에서도 조금 섬뜩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의 단검의 끝은 결코 닿지 못했다.

­ 피이잉!

유나의 칼날을 따라 이동한 단검이 그의 의도와 다르게 바닥으로 향한다. 무릎을 꿇은 그의 턱으로 엘로트의 무릎이 순식간에 다가간다.

­ 퍼어어어억!

좁은 골목이라 그런지, 턱을 맞을 때 난 소리가 울리면서 그의 고통이 더욱 크게 울리는 것 같다.

어우, 아프겠다.

전신의 방어복이 파괴되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남자.

딱 봐도 [완파] 상태다. 어차피 거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옷을 입고 있었으니 수리비는 얼마 나오지 않겠네.

"..."

엘로트가 말없이 남자의 단검을 빼았고 품을 뒤진다. [완파] 상태라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전까지 우리에게 저항하지 못할거다.

별 다른 무기는 없는지, 엘로트는 남자의 품에서 나온 수십장의 종이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음.. 이게 뭐지?"

그녀가 건네준 종이는 붉은 마법진이 그려진 노란색 종이였다. 붉은색도 조금 섬뜩한 느낌을 주는 색인데다가 종이의 색도 꽤 진한 노란색으로 붉은 마법진을 부각하는 색배치라 더욱 불길한 느낌을 주었다.

"저도 확신하지는 못하겠지만... 이것과 부숴진 항마결계와 관련이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겠지요."

"음, 그렇겠지?"

"우선은 이걸 들고 사제님께 합류합시다. 부숴진 증폭기의 숫자를 말해주고, 이 종이에 대해서도 물어보면 무언가 알지도 모르니까요."

그리 말하며 엘로트가 가볍게 기절한 남자를 어깨로 짊어진다. 썩 체구가 크지 않은 그녀가 남자를 짊어지는데 놀라서 도우려고 하자 그녀가 작게 큭큭 웃는다.

"저번에 말씀드렸지만, 케이님과 일행분은 저와 격차가 좀 있습니다. 이런 남자 하나 드는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랬지. 혹시라도 엘로트와 함께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먼저 나를 거부하며 언급한 말이다. 아직 내 수준은 그녀와 같은 수준을 받아들일 수준이 못된다며.

0고백 1차임 당했지.

"그리고... 추격에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분명 저 혼자였다면 놓쳤을 겁니다."

"저도요. 용사님. 눈썰미가 굉장히 좋으시네요."

두 여자가 조금 놀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음, 이거 기분 좋은데.

더욱 환호해라. 더 크게 칭찬해다오.

하지만 사실은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추격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습관적으로 켜 놓은 미니맵의 힘을 빌렸을 뿐이다.

이 미니맵, 적으로 표기된 상대를 시야에서 놓치더라도 바로 미니맵에서 사라지지는 않는다.

시야에서 조금 벗어나거나 꽤 멀어져서 내 인식거리 밖으로 넘어가도

금방 다시 내 시야에 들어오거나 인식범위로 돌아가면 다시 미니맵에서 붉은 원으로 표기가 된다.

예전에 유나와 함께 숲 속의 고블린을 사냥하거나, 공격대에서 몬스터들을 눈으로 살피며 깨달은 가벼운 테크닉이다.

"뭐, 별거아냐."

...라고 말하는 내 말에 장난스런 허세가 끼어있었겠지. 내 말에 피식 웃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그걸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엘로트가 용의자를 짊어지고, 다시 성벽을 향하기 시작한다. 목표물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신관과 에실. 유나도 엘로트의 뒤를 따른다.

고맙다 미니맵아.

혹시나 싶을때마다 습관적으로 켜놓는 덕분에 이번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제 그만 들어가서 푹 쉬렴.

...그렇게 생각하며 미니맵을 끄려는 순간이었다.

어? 이게 왜...

나는 미니맵을 끄려던 손을 멈추고, 다시 미니맵을 살핀다.

적을 표기하는 붉은 원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미니맵에 떨어져있던 양손가락을 붙여 넓게 볼 수 있게 만든다.

평소보다 넓은 축척으로, 브라델과 주변의 지형을 밝히고 있는 미니맵. 물론 내가 가지 못한 지형은 여전히 안개속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북쪽의 로자란, 그리고 서쪽의 류스테드로 향했던 이전의 공격대의 움직임.

그 곳들은 안개에 가려지지 않은채,

우리의 동선이 그대로 미니맵에 밝혀져 있는 채로 남아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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