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0화 〉 157화 두번째 단계로 (1)
* * *
두 미녀를 교대로 맛보는, 너무나도 즐거웠던 밤이 지나고.
휴일을 푹 즐긴 우리는 다음 날 아침 조금 일찍 일어났다.
평소처럼 아침에 가볍게 검을 휘두르며 몸을 풀려는 유나를 따라, 레아가 제안을 했다.
"괜찮다면 함께 가지 않겠는가? 어쩌면 유나 자네의 훈련에도 도움이 될지도 모르네."
"그래요?"
레아의 말에 유나가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다 함께 숙소 근처의 공원으로 향한다. 우리 말고도 주변에는 꽤 사람들이 돌아다니며 아침공기를 쐬고 있었다.
조금 인적이 드문 공터에 도착하자, 레아가 가볍게 몸을 턴다.
"아마 유나, 자네는 검을 중심으로 수련하고 있고 앞으로도 검을 활용하여 전투를 할 걸세."
"네. 물론이죠."
그녀가 좋아하는 무기, 그리고 그녀가 재능을 보이는 무기. 전부 검이다. 너무나도 손쉽게 초급 검술 스킬을 얻었던 것도 그렇고, 실제로 몬스터들을 상대로 검으로 멋진 모습을 보여왔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항상 검에만 의존할 필요는 없다네. 만약의 사태에 검을 쓰지 못한다는 상황을 가정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분야의 스킬을 익히는 것은 기본 능력치를 향상시키는 데에 도움이 되니 말일세. 고된 노동을 통해 스탯을 성장시키는 것처럼 말일세."
'장작패기'를 하는데 레아가 했던 조언이 떠오른다. 장작패기를 꾸준히 하면 스탯을 올리는데에 꽤 도움이 될 거라고.
"그리고 조금 건방지게 들릴지 모르겠네만, 가끔은 벽에 부딪혔을 때에는 다른 방향을 살펴보고 오면 의외의 길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네. 그러니 유나, 자네에게 제안하겠네. 앞으로 아침 저녁으로, 나와 격투 대련을 하는게 어떤가."
"격투를요?"
"뭐, 요란하게 말하긴 했네만 간단히 말하면 맨손으로 싸우는 걸세."
레아가 약간 곤란한 웃음을 보인다.
"무기를 다루는데 높은 경지에 이르면 무기를 자기 손발처럼 다룬다고 하는 것처럼, 신체를 자기 뜻대로 움직이는데부터 기량을 쌓아나간다고 생각한다네. 그런 것이라면... 맨손 격투가 가장 제격이겠지."
"으흠..."
유나가 묘한 소리를 내지만, 유나도 이미 레아의 말에 조금 귀가 솔깃한 모양이다. 유나가 관심이 있는걸 알아차렸는지, 레아가 천천히 룰을 설명한다.
"건틀릿과 같은 격투전용 무기는 금지할걸세. 아마 아직 유나 자네는 쓰지 못하는것 같지만, 마나나 기와 같은 무형의 기운을 활용하는 것도 금지일세. 맨손으로 서로 싸우면 그리 쉽게 체력이 떨어지지 않을테니, 서로 충분히 공방을 나눌 수 있겠지."
"좋아요."
유나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레아가 말을 잇는다.
"대련이라고 해도 승패를 정하는 조건이 있어야 서로 열성을 다하지 않겠나. 그러니... 승패는 상대를 먼저 [중파] 상태에 닿을 만큼 체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하세."
의복이 파괴되어 방어력이 큰폭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점인 [중파].
의복의 대부분이 파괴되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완파]와는 다르게, 의복이 조금 파괴되는 정도에서 승패를 나누겠다는 말은 꽤 합리적으로 보인다. 유나나 레아의 의복이 그렇게까지 고급은 아니니, 수리비도 썩 많이 나오지 않을테고.
"네. 그럼 언제 시작할까요?"
"흠, 지금 당장 시작해도 좋네."
레아가 두어번 몸을 털고, 유나를 향해 주먹을 다잡는다.
"유나, 자네가 지금은 나보다 스탯이 높아 몇번은 자네가 이길지도 모르겠네만... 그것도 몇번 못갈걸세. 그러니 진지하게 덤비게."
"...물론이죠."
유나도 검을 한쪽에 세워두고 레아를 향해 전의를 보인다. 양손을 가볍게 쥐고, 유나가 먼저 레아를 향해 주먹을 뻗는다.
"...흠."
조금 떨어져서 두 영웅이 서로 주먹을 휘두르며 싸우는 모습을 지켜본다. 분명 유나의 스탯이 레아에 비해 압도적일텐데, 진지하게 덤비라는 레아의 말처럼 유나의 주먹에 맞서는 레아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서로를 향해 두어번 주먹을 휘두르고, 본격적으로 서로를 향해 몸을 쇄도한다.
휙, 휘이익, 휘익!
"크으... 하앗!"
조금 크게 휘두른 유나의 주먹이 허공을 가르자, 유나가 살짝 이를 물고 다시 자세를 다잡는다. 이번엔 이전보다는 짧게 주먹을 친다.
휙! 휙! 퍼억!
"..."
레아가 여전히 유나의 주먹에 집중하며 한두걸음 발을 옮기며 몸을 피하지만, 유나의 반대편 주먹이 레아의 가슴에 닿아 둔탁한 타격음이 들린다. 레아는 작게 낭패의 표정을 지으며 자세를 다잡는다.
레아의 조언대로였다. 유나가 크게 내지르는 공격에 레아가 어렵지않게 대응하자, 유나는 자신의 몸을 더 가늘고 섬세하게 다루는데 집중했다. 더 짧게, 더 빠르게. 본능적으로 유나의 움직임이 처음보다 더 '격투'에 가까운 움직임이 된다. 어쩌면 레아의 움직임이 유나를 그렇게 행동하도록 유도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공방도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다시 조금 크게 유나의 주먹이 휘둘러지자, 레아가 노렸다는 듯이 몸을 옆으로 크게 돌리며 유나의 얼굴로 발차기를 날렸다. 유나는 그걸 예상했다는 듯이 상체를 뒤로 한번 빼고, 당황하는 레아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다.
퍼어억!
"크읏..."
꽤 큰 소리가 들리고, 레아의 몸이 날아간다. 레아의 몸이 뒤쪽의 벽에 부딪혀 쓰러진다.
조금 놀라서 레아에게 다가가려는데, 레아가 먼저 손을 흔든다.
"괜찮네. 요란하게 날아갔을 뿐일세. 후우..."
그렇게 말한 레아의 체력은 이미 절반이 떨어져 있었고, 복부의 옷도 찢겨져 그녀의 아랫배를 살짝 보여주고 있었다.
"확실히 중파되었으니 내 패배일세. 수고했네."
"네, 레아 씨도 고생하셨어요. 후우..."
유나는 작게 한숨을 쉬며 숨을 고른다. 짧은 시간이지만 꽤 긴장하며 몸을 움직인 모양이다. 레아의 반격은 유나에게 한번도 닿지 못했지만 곁에서 지켜본 나와 다르게 유나에게도 그리 쉬운 대련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거 꽤 도움이 되는 것 같은데요. 레아 씨와 상대해서 그런걸까요? 괜찮으시면 한번 더 할까요?"
"아닐세. 짧은 순간 실전처럼 전력을 다 했기에 도움이 되었다고 느낀 것일세. 아침 저녁으로 한번씩, 짧은 순간이면 충분할걸세. 부족하다고 느낀게 있다면, 개인훈련으로 채워넣고 다음 대련에서 사용하게나."
[중파]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대장간에 가거나 수리 스킬을 사용해야한다. 한번 갔다오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고, 레아의 말대로 짧은 순간에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해 실전처럼 대련을 하는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게다가 [중파]정도면 남은 개인훈련을 하는데 지장이 없을걸세. 약간 옷이 파괴되긴 하지만, 몸을 움직이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지. 유나 자네가 이기든, 내가 이기든 추후 훈련에 영향은 없으니 여기가 딱 적당한 수준이겠지."
레아가 씩 웃으며 대련의 종료를 알린다.
"...그래도 생각보다 유나도 몸을 잘 움직이는군. 맨손으로 다투는 거라면 레벨 차이가 꽤 나도 어느 정도 상대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말일세."
"그런가요? 으음..."
레아의 작은 칭찬에 유나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손을 쥐락펴락해본다. 레아가 빈말로 한 걸지도 모르지만, 레아가 그런 것처럼 유나도 격투쪽에 조금 재능이 있을지도 모른다.
"...단순히 검을 휘두르는 데에만 집중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레아 씨 말처럼 몸을 움직이는데 더 익숙해져야겠어요. 고마워요."
유나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하자 레아가 손을 흔든다.
"아닐세. 이건 내 재활에도 꽤 도움이 되는 것이니 자네가 고마워할 필요가 없다네."
둘 사이의 어색함이 사라진 게 서로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모양이다. 파티의 리더로서 조금 훈훈한 광경을 목격한 것 같다.
"그럼 나도 유나랑 가볍게 대련해볼까."
유나도, 레아도 맨손으로 대련을 했다면 승자인 유나와 나도 가볍게 맨손으로 대련하는게 그리 나쁜 일은 아닐거다. 그리 생각하고 유나의 앞에 자리잡는데 유나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격투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아, 그... 저.."
유나가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이자 내가 먼저 입을 연다.
"왜?"
"용사님이랑은... 못하겠어요."
"?"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유나를 보자 변명하듯이 유나가 답한다.
"훈련인거 알지만, 그래도 용사님을 상대로는..."
말을 흐리는 유나를 보며 레아에게 질문을 던진다.
"파티원인 영웅이 리더인 용사에게 공격을 못한다거나 하는건 없지?"
"그렇다네. 그래도... 나도 케이 자네를 상대로 훈련이라 하더라도 맞서라고 하면 힘들것 같네."
레아가 유나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이 어색한 웃음을 흘린다.
"매일 밤 침대에서 자네에게 조련 당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자네에게 공격을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네."
"저, 저도요."
레아의 말에 유나도 동의를 표한다.
...아니, 뭐라고?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몸이 안따르는걸 어떡하는가."
레아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답하자 나도 딱히 응대할 말이 나오질 않는다.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 내게 유나가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무기를 맞대며 하는 대련이면 모를까, 직접 손이 닿는 행동은 도저히 못할 것 같아요. 미안해요."
"그, 그래."
"대신에 이건 어떤가. 유나와 하는 것처럼 격투 대련은 못해도, 기본적인 자세나 움직임은 가르쳐 줄 수 있다네."
레아의 눈이 유나에게도 향한다.
"으음, 유나도 함께 듣겠나? 기본적인 몸놀림은 훌륭했네만 조금 다듬어 줄 수 있는게 있을것 같군."
"네, 부탁드려요."
어제 둘이서 작은 앙금을 풀어내서 그런지 둘 사이의 관계도 좋아 보인다. 유나도 정중하게 레아를 대하고, 레아도 유나를 첫영웅으로서 존중하는 느낌이다.
레아가 첫번째로 내게 가르친 것은 상대를 앞에 두고 자세를 잡는 방법부터였다.
"다른 무기를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겠지만, 항상 전후좌우로 뛸 수 있게 무게중심을 잡는게 중요하다네. 주먹만을 이용하는 상대와 맞설 때는 조금 주먹을 높게, 킥이나 태클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면 조금 낮은 곳에 위치하는게 기본이지."
유나도, 나도 꽤 진지하게 레아의 설명을 듣는다. 그녀의 설명을 듣고 가볍게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보지만, 레아나 유나만큼 능숙한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다.
...음. 조금 실망스러운걸.
가볍게 몸을 풀고 모험가 길드로 가니,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좋은 아침. 시프라랑 미샤랑 같이 있었네."
첫날 함께 슬라임을 잡았던 멘토와 용사가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반가운 얼굴들이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뭘 하고 있는지 묻자 미샤의 포정이 썩 밝지만은 않다.
"여전히 사냥은 1단계에 머물러 있어."
"그래도 미샤는 어제 또 생산퀘스트 하나를 깼다는데? 시간이 꽤 걸리긴 했어도."
시프라의 말에 놀란 얼굴로 미샤를 돌아보니 헤실거리는 얼굴로 답한다.
"헤헤, 이번엔 정말 운이 좋았어."
"어떤 생산 퀘스트를 깬거야?"
생산 퀘스트는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다. 우리 파티가 했던 '장작패기'같은 퀘스트도 있지만, 상당히 머리를 요구하거나 솜씨를 요구하는 생산 퀘스트도 많았다.
미샤는 첫날 우리와 함께 사냥 퀘스트를 하고, 둘쨋날에 두개의 생산 퀘스트를 수행했다. 어제 또 하나를 깼다고 하니 최대 네개의 별을 획득할 수 있는 생산 분야에서 벌써 세개의 별을 얻었다는 이야기다.
"아까도 말했지만 정말 운이 좋았는걸. 내가 사제 클래스의 용사라서 가능했던 걸거야."
운이 좋다며 겸손하게 말하는 것 같지만, 내용을 말하는 미샤의 얼굴은 조금 기뻐 보였다. 그만큼 어려웠던 시험이었던 걸까.
"어제 했던 생산 퀘스트는 '해주'분야였어. 가벼운 저주에 걸린 사람들의 저주의 종류와 수준을 파악하고, 적당한 조치를 취하면서 저주를 푸는 시험이었어."
"오호..."
유감스럽게도 이것도 우리가 할 수 있는 퀘스트는 아닌 모양이다. 작게 감탄하고 있는데, 해주의 시험을 통과했다는 말에 문득 떠오른게 있었다.
...그, 나도 저주 받은게 있는데.
상태
저주 = 발정(SSS)
이성을 보면 정욕이 들끓습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습니다.
여전히 내 상태를 나타내는 상태창에는 SSS급 발정의 저주가 표기되어 있었다. 가슴에 마왕이 휘두른 불길한 대검에 맞아 상처가 생겼고, 거기서 유래된 저주다. 물론 이 저주를 켰다 껏다 할 수 있는 내게 크게 저주의 의미는 없지만... 굳이 이 저주를 끼고 살 이유도 없긴 하다. 아직도 내 가슴엔 그 검은 상처가 남아 있으니, 그 상처를 보면 미샤가 해주를 해 줄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샤, 퀘스트에선 어느 정도 등급의 저주를 해주한거야?"
"F랑 E. 거의 최저등급의 저주라도 신전을 가지 않으면 해주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서 이 정도만 해도 돈벌이가 된대. E등급 저주는 엄청 시간이 걸렸지만, 간신히 해주했어. 헤헤."
...그렇군.
아마 친분이 있는 미샤에게 부탁하더라도 이 저주를 해주하는건 쉽지 않을것 같다. 괜히 SSS급 저주라는 말을 해서 걱정을 시키지 않는게 좋을것 같다.
"그런데... 언니랑 유나, 못보던 게 생겼네?"
"음, 눈치챘는가."
미샤가 레아와 유나를 보고 조금 놀란 얼굴이 된다. 미샤의 눈동자가 레아의 가슴에 향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레아에게 선물한 브로치로.
"어제 케이가 선물해 준 물건일세."
"...으으, 역시 강한 파티라 여유가 있는건가."
아니, 딱히 그렇진 않은데. 미샤나 우리나 퀘스트로 얻는 수익이 크게 차이가 나진 않을거다. 브라델을 떠나면서 관저 아래에 숨겨져 있던 금화들을 챙겨온 덕분에 여유가 있는 거지.
사실 그리 비싼 브로치가 아니고, 내가 가진 금화의 출처를 밝히기도 애매해서 어색한 웃음을 짓는데 멘토인 시프라가 살짝 박수를 치고 주의를 환기한다.
"자, 잡담은 그만하고. 오늘 일정을 시작할까? 생각해 둔 거 있어?"
시프라의 말에 준비해 둔 답변을 꺼낸다.
"우리는 2성 등급의 사냥을 해보려고."
"좋은 선택이야."
우리가 슬라임을 잡던 모습을 본 시프라는 2성 사냥 퀘스트도 그리 어렵지 않게 해낼거라 믿는 모양이다. 그런 우리의 모습을 살피던 미샤가 조금 고민하더니 입을 연다.
"우리도... 사냥 퀘스트 해야겠지."
"음, 미샤는 아직 1성 퀘스트에 조금 더 익숙해져야 할거야. 둘이서 같은 퀘스트를 한다면 같이 가면 좋겠지만..."
목적지가 갈리겠군.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미샤는 생산퀘스트에서 우리보다 훨씬 앞섰고, 나는 미샤보다 사냥퀘스트에서 조금 이점이 있다.
시프라가 내 얼굴을 보며 고민에 빠진다.
"케이 파티가 사냥하는 모습을 봤을땐 굳이 따라가지 않아도 되겠다 싶긴 했는데, 그래도 처음 나가는 사냥터는 멘토가 붙는걸 권고하고 있거든. 그래서 이번엔 케이와 함께 가야할 것 같아."
그리고 시프라가 미샤와 눈을 마주친다.
"슬라임이 비교적 약한 몬스터라곤 하지만, 미샤를 그냥 보내기도 조금 찜찜하고... 몸이 하나라 큰일인걸."
잠시 고민하던 시프라가 작게 한숨을 쉬면서 말을 잇는다.
"어쩔 수 없지. 오늘 1성 사냥 퀘스트를 가는 다른 멘토가 없나 찾아보고 미샤도 함께 넣어달라고 부탁해야겠어. 잠시만 기다려봐."
그렇게 말하고 시프라가 멀어져간다. 여기저기 사냥을 준비하는 멘토들에게 말을 걸더니, 그리 어렵지 않게 다른 멘토와 파티 하나를 데리고 돌아온다. 그런데 시프라의 표정이 썩 밝지만은 않다.
그리고 그 이유는 그리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플리보 무즈가라고 하네. 최근에 포르시카의 멘토로 들어왔지."
마른 체형. 조금 꾀쬐쬐한 느낌을 주는 옷차림에 웃을때마다 입가가 조금 비트는 습관이 있는 것 같은 남자다. 믿음직스럽지 못한 인상을 주는 것은 그가 깊게 눌러 쓴 두건의 지분도 분명 있을거다.
플리보의 곁에는 다른 용사파티도 있었다.
"안녕! 코벳이라고 해!"
여자치곤 확실히 큰 키. 검은 단발의 여전사가 조금 큰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여기는 내 영웅, 로슨! 얘도 나랑 같은 전사야. 하하하하!"
"안녕하십니까, 로슨이라고 합니다."
전사 타입의 용사와 전사 클래스의 영웅인가. 조금 큰 덩치에 코벳과 비슷한 검은 머리카락. 조금 무뚝뚝해 보이는 얼굴로 정중하게 인사를 건넨다. 언뜻 보면 둘의 스타일이 비슷해, 가족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다.
"아, 안녕. 난 미샤. 사제고... 여기는 내 궁수 리코."
"하하하. 오늘 훌륭한 사제와 함께 사냥을 하게 되다니, 운이 좋군!"
코벳은 쾌활하게 웃으며 미샤와 악수를 나눈다.
"여기 코벳은 오늘 처음 코르시카에 와서 사냥을 나가려던 참이야. 전사 둘에 궁수와 사제라, 조합이 좋군."
입술을 살짝 비틀며 말한 플리보의 말에 시프라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오늘 미샤를 잘 부탁해."
"뭐, 그게 멘토의 일 아니겠어?"
그렇게 말하며 플리보는 두 파티를 끌고 멀어진다. 조금 인상이 좋진 않아도, 크게 문제될만한 언행은 보이지 않는데.
내 생각을 눈치챈건지, 시프라가 작게 한숨을 내쉰다.
"큰 문제가 없는 멘토처럼 보이지? 그런데 흠... 소문이긴 한데, 그가 맡았던 파티가 실종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구."
...실종이라.
"물론 포르시카가 용사들의 안전한 성장을 위해 이것저것 지원하고 있긴 하지만, 외부로 나가면 꽤 강한 몬스터들도 있고 하니 용사들이 실종되거나 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긴 한데... 이상하게 플리보가 맡았던 파티중에 그런 경우가 많다는 소문이 있어서 말야. 내 기우면 좋겠지만..."
흠... 단순히 소문이면 좋으련만.
멀어지는 미샤의 뒷모습을 보며 시프라가 작게 한숨을 쉰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