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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레이하는 용사님-161화 (161/233)

〈 161화 〉 158화 두번째 단계로 (2)

* * *

사냥 : ☆

채집 : ☆

생산 : ☆

각 분야에서 4개의 별을 얻을 수 있고, 우리는 각각 하나씩 별을 얻었다. 앞으로 세개의 별을 더 없으면 총 6개의 별을 얻어 졸업시험을 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되지만, 나는 각 분야에 4개씩의 별을 받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하기로 결정했다.

시프라는 전투에 익숙한 우리 파티를 위해 2성 난이도의 사냥 퀘스트를 고르기 시작한다.

"슬라임 사냥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테고. 조금 특이한 슬라임을 사냥하는 것 보다는 다른 몬스터를 사냥해 보는게 좋을 것 같아."

퀘스트

[사냥] 위드 텐타클 10마리 처치 (0/10)

포르시카의 모험가 길드에서 슬라임을 사냥해 달라는 부탁이 들어왔다.

위드 텐타클을 10마리 사냥하고, 길드로 돌아가자.

난이도 : ☆☆

시프라가 건네준 종이를 받는데, 종이가 한장이 아니다. 이상해서 뒷장을 살펴보니, 똑같은 퀘스트가 적힌 종이가 네장이나 있었다.

"이왕 가는 김에 한번에 사냥하면 좋잖아."

시프라가 씨익 웃는다. 하긴, 퀘스트는 몇번이고 수주 가능하다고 했으니 나가서 한번에 위드 텐타클이라는 몬스터를 여럿 잡는 것도 괜찮은 일이겠지.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냥이나 채집의 난이도는 위험도도 내포하고 있어. 사냥의 대상이나 채집을 위한 장소에 어느 정도의 위험도가 내포되어 있는지 생각하면 왜 이런 난이도가 붙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거야."

"1성 퀘스트는 거의 위험도가 없었지."

"맞아. 아종 슬라임도 아니고, 가장 기초적인 수준의 슬라임이야. 조금만 전투에 능숙해지면 그리 어렵지 않게 사냥할 수 있는 몬스터야."

크기도 내 무릎을 올라오지 않는 작은 크기고, 공격패턴도 몸을 부딪치는 정도다.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니니 혹시나 도망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1성의 가장 낮은 난이도를 붙인 사냥 퀘스트로 적격이다.

"2성은 거기서 조금 위험도가 올라가. 위험도가 높지는 않지만, 파티가 궤멸할 확률이 있는 위험도라고 생가하면 될 것 같아. 뭐, 너희 수준이면 그리 어려울것 같진 않지만."

"너무 띄워주는 거 아냐?"

"글쎄. 큭큭."

장난스럽게 웃으며 시프라가 우리 상태를 확인한다. 아침에 유나와 레아의 격투대련으로 파괴된 옷은 진작 수리했고, 떨어진 체력도 약초를 씹으며 느긋하게 회복시켜두었다. 내구도에 문제가 있는 장비도 없었고, 지급받은 포션도 아직 넉넉히 남아있다.

시프라의 뒤를 따라 도시 밖으로 걸어가는데, 유나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용사님, 아까 플리보 무즈가라고 하는 멘토분 기억하시죠?"

"응. 당연하지."

이전에 시프라가 썩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서 아직 기억하고 있다. 오늘 이렇게 잠시 마주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이전에 혼자 아침에 훈련하고 있을때 그 분이 저한테 말을 건 적이 있었어요."

"...그래?"

유나의 말에 조금 인상이 찌푸려진다. 왜 내 영웅에게 접근한거지? 유나가 내 표정을 살피곤 급히 말을 덧붙인다.

"혹시 추가 돈벌이나 특별한 아이템이 필요하지 않냐고 하더라고요. 자기가 아는 용사가 있는데, '성좌의 의뢰'를 수행하는데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서요."

"...흠..."

'성좌의 의뢰'라. 나도 이미 공격대에 속하면서 퓰브르나 퍔필리아가 받은 의뢰를 수행한 적이 있었다. 의뢰를 하는 성좌도 다양하고, 그 의뢰의 내용과 보상도 다양하다고 했다. 내 영웅인 레아도 '브라델에 정체를 들키지 않고 브라델을 수호하며 사는 것'을 조건으로 성좌의 의뢰를 수행하고 있었고, 대신에 그녀의 모습을 바꾸어 브라델에서 살아가는 보상을 받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브라델을 벗어나 나와 함께 대습지를 지나면서 모든 힘을 앗아가는 패널티를 받았지만.

그렇기에 그가 유나에게 어떤 성좌의 의뢰를 제안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조금 꺼림칙한 것도 사실이다.

"시프라님도 주의하라고 했고, 저도 수상해보여서 거부했어요. 싫다고 하니 바로 물러나시긴 했지만..."

"응, 잘했어. 앞으로도 그런 일 있으면 거절하면 돼."

"물론이죠."

어린애도 아니고. 유나가 별 생각없이 그를 따라갈리가 없다.

"흠, 그래도 매너가 없군. 용사를 섬기고 있는 영웅에게 제안을 할 거라면, 용사를 거쳐서 하는게 예의거늘. 으음, 유나가 혼자 있어서 눈치를 못챘을 수도 있겠군."

옆에서 레아가 작게 투덜거린다. 시작의 마을인 포르시카에는 용사들이 소환되다보니 꽤 많은 용사와 영웅들이 바글바글댔다. 혼자 있는 자가 영웅일 가능성은 충분하리라 생각할 수 있을텐데.

...몰라, 어쨌든 그의 이미지가 썩 좋지는 않다. 유나나 레아도 어린애가 아니니 걱정할 일은 생기지 않겠지.

시프라와 함께 위드 텐타클을 사냥하기 위해서는 저번보다는 조금 먼 거리를 나가야 했다. 도보로 걸어갈만한 거리기는 했지만, 시프라가 미리 여러개의 퀘스트를 챙기게 한 이유를 알법했다.

숲으로 조금 깊게 들어가자, 시프라가 우리를 멈춰 세운다.

"저거야."

시프라의 손가락이 정면으로 향한다. 수목이 빽빽하게 차오른 숲은 아니라 시프라가 가리키는 대상이 무엇인지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인근의 나무와 이질적인 형태. 1미터 이상 자란 거대한 식물의 기둥이 이질적인 느낌을 풍기며 땅에 박혀 있다. 두꺼운 기둥을 긴 풀로 숨겨보려고 하는 것 같지만, 주변과의 이질적인 느낌은 숨길수가 없다.

"흠, 어쩔래? 내가 시범을 보일까? 아니면 한번 해볼래?"

몬스터를 눈앞에 두고도 시프라는 몸을 숨기거나 긴장하는 모습은 없다. 그녀가 보이는 모습만으로도 대충 어떤 몬스터인지 짐작이 간다.

옆을 보니 레아도 씨익 웃으며 순서를 양보한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레아는 이런 몬스터들과 싸운 경험이 충분히 있을거다. 새로운 몬스터를 만났는데 레아를 앞세우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다.

유나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먼저 나서려고 하지만...

"이번엔 내가 먼저 가볼게. 아마 그리 위험하진 않을거야."

"그런가요?"

새로운 몬스터라, 살짝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던 유나가 묘한 표정을 짓는다.

파티가 괴멸할 가능성이 있는 위험이라는 말은, 그렇게까지 위험한 적은 아니라는 의미도 있다. 너무 과하게 경계를 풀지 않으면 당하지 않는다는 말이겠지.

그리고 우리는 이미 꽤 위험한 몬스터들을 만나봤다. 브라델에서 가장 약한 몬스터는 고블린이었지만, 한마리씩 다니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네다섯마리 많으면 십수마리가 넘는 고블린들이 뭉쳐다니기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기 멍청하게 생긴 식물이 고블린들이 떼거리로 다닐때에 비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그리고 저거... 뿌리가 바닥에 박혀 있잖아?

"흠."

나는 주변에서 돌을 하나 줍는다. 거리가 조금 있긴 하지만 이 정도 거리라면...

­ 휘이익! 퍽!

­ 쉬이이... 쉬이이이...!

꽤 세게 던진 돌에 맞고 기분이 나빴는지, 아니면 이제서야 우리를 인지한 것인지. 위드 텐타클은 숨겨두었던 두개의 덩쿨촉수를 나를 향해 내지른다. 얆은 덩쿨이지만, 끝부분은 조금 뭉퉁하게 되어 있어 마치 사람의 주먹을 날리는 것 같다느 생각도 들지만...

"흠..."

정직하게 날아오는 촉수를 몸을 살짝 틀어 피한다. 하나, 둘. 추가적인 덩쿨촉수는 없다.

허세 가득한 모 만화에서라면 '느려'라고 하면서 피했을 것 같지만, 그런 걸 입으로 말하면서 행동할 만큼 허세도 없고 상대가 강한 것도 아니다.

방패를 들고 경계하며, 계속해서 휘둘러지는 촉수를 피하거나 막아낸다. 굳이 정면으로 촉수의 공격을 방패로 막아도 보고, 조금씩 뒷걸음질치며 상대의 공격을 감상하기도 한다.

...뭐, 이만하면 됐네.

나는 나를 향해 뻗는 위드 텐타클의 촉수를 보며 방패를 내린다. 그리고 한발자국 뒤로. 아마... 여기까지일거다.

­ 휙! 휙! 휙휙!

내 바로 앞에서 위드 텐타클의 촉수가 허공을 가르며 내게 닿으려고 하지만, 닿지 않는다. 아마 저 바닥에 박힌 뿌리가 뽑히기 전까지는 절대 닿을 일은 없겠지.

"오..."

시프라가 작게 감탄한다. 아니, 감탄한 척 하는거겠지. 저 촉수가 내지르는 좌우의 촉수의 길이가 약간 달라서 확실한 거리를 잡는게 까다로웠다. 힘도, 속도도 그리 특별하지 않다. 저 녀석의 크기에 비해 꽤 먼 거리까지 촉수가 닿는 건 신기하지만.

나는 혹시나싶어 유나를 향해 미리 말을 해 둔다.

"유나, 지금부터 일부러 끌려갈건데 혹시나 내가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도와달라고 하면 본체를 공격해줘."

"아, 네."

내 말에 놀란 표정을 짓던 유나가 곧 고개를 끄덕인다. 약한 몬스터지만, 여기까지 확인했으니 한가지정도는 더 확인해봐도 충분하겠지. 시프라는 내가 몬스터를 상대로 시험하는 걸 계속 지켜보며 웃고 있다.

내 바로 앞의 허공을 가르고 있는 위드 텐타클의 촉수에 팔을 건네준다. 몬스터는 웬 떡이냐 하며 강하게 내 팔을 조르며 자신을 향해 당기기 시작한다.

"흠..."

약하다. 압박감은 있지만,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정도다. 나처럼 앞에서 무기를 들고 싸우는 타입이라면, 그럭저럭 버틸만 하다. 덩쿨 하나로는 부족하다 여겼는지, 다른 쪽 덩쿨을 내 팔에 마저 감아서 당기니 조금 더 압박감이 심해지긴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겠어."

거기까지 말하고 성큼성큼 위드 텐타클의 본체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간다. 몬스터는 자신의 먹잇감이 다가오는 데에 기뻐하는 것 같지만...

거리가 충분히 가까워지자 망치를 들고 있는 내 손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 퍼억, 퍼어억!

부르르, 부르르르...

흠, 쉽게 안죽네.

­ 퍼어억! 퍼어억!

부르르.......

몇번 망치를 세게 휘두르자, 몸을 떨던 위드 텐타클이 축 늘어지더니 빛이 되어 사라진다. 역시, 이 정도 몬스터다.

아마 끝이 뭉퉁한 덩쿨 촉수의 끝에 맞으면 꽤 아플것 같지만, 그걸 제외하면 그리 특별한 공격수단이 보이지 않는다. 무기를 든채 달려드는 고블린이 더 위험하지 않을까. 공격범위도 제한되어 있고, 본체도 박혀 있는 몬스터니 예상외의 사태도 별로 없을 것 같고.

위드 텐타클이 떨어뜨린 아이템은... 없네.

"큭큭, 역시 잘하네. 이렇게까지 신중하게 잡는 용사는 많이 못 본것 같지만 말야."

"뭐, 처음 접하는 몬스터였거든. 대충 어느 정도인지는 알아야지."

"그래도 같은 종의 몬스터라고 해도 공격범위나 힘이 항상 같진 않아. 혹시 지금의 거리나 힘을 기준으로 계속 위드 텐타클을 상대하면 안돼."

"응, 알겠어."

내가 너무 위드 텐타클의 움직임을 분석하는데 신경쓰는 모습을 보여서 경고해주는걸까. 분석에 매몰되어 정작 눈앞의 적이 보이는 의외의 모습에 당황하는 타입도 있는 법이다. 내가 그렇다는건 아니고.

"위드 텐타클의 공략법은 알겠지?"

"그냥 피하고 때린다는 답변을 듣고 싶지는 않을거고."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긴 하다. 그리 능력치가 출중하지 않은 나도 그럭저럭 피하거나 힘싸움을 하며 때려눕힐 수 있으니. 그래도 눈 앞의 멘토 시프라가 나를 그런 방식으로 지도하고 싶지는 않을거다.

"가장 간단히 떠오르는 건 역시 원거리 공격이겠지. 활을 쓰든, 마법을 쓰면 확실하게 토벌이 가능해."

"그렇지."

"그리고 하나 더 떠오르는게 있다면 아무래도 식물형태의 몬스터니, 그쪽에 약점이 있을 수도 있겠어."

우리가 처음으로 길드에 도착해서 한 일은 우리의 속성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아직까지는 그렇게 크게 활용하지 못했지만, 저런 식물 타입의 몬스터를 만나게 되니 떠오르는게 있었다.

"맞아. 대표적으로 화염이나 얼음타입의 공격에 취약하지. 이외에도 약점이 확실히 있는 타입이니, 차근차근 알아가봐."

답은 앞으로 차근차근 찾아보라는 거군. 모든걸 알려줄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게 스스로 생각하며 싸워나가야 하는 용사들을 위한 시프라의 요령 중 하나겠지.

"이 근방은 전부 위드 텐타클의 서식범위야. 가끔은 두세마리가 한자리에 있는 경우도 있으니 조심하면서 사냥하면 괜찮을 거야.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지만, 너무 깊게 들어가면 조금 다른 모습을 한 텐타클이 보일거야. 그 경우에는 조금 되돌아 올것."

"알겠어."

내가 대표로 고개를 끄덕인다. 유나도 레아도 위드 텐타클 정도를 사냥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거다. 각자 흩어져서 사냥을 시작하는데, 조금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어서 시프라에게 내가 이전에 보았던 '포이즌 슬라임'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나무 밑에 포이즌 슬라임이 있었다고?"

시프라가 턱을 짚고 조금 고민한다.

"그 위치는 대충 알 것 같아. 몇군데 숲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거점을 만들어 둔 곳이 있거든. 포르시카 주변의 숲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으니 거점으로 잠깐잠깐 쓰기 위해서 말야."

그녀의 고개가 살짝 기운다.

"그래도 포이즌 슬라임이 거기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건 조금 이상한 일이긴 해. 엄청나게 강한 몬스터는 아니지만, 그 지역도 확실히 평범한 최하급 슬라임들이 자리잡은 곳이거든. 흠... 미안, 솔직히 떠오르는건 없어."

"그래?"

"뭐... 길을 잃다가 우연히 거기 갇힌게 아닐까? 아니면 누가 애완용으로 끌고 온걸까?"

양쪽 다 가능성이 썩 높아 보이진 않는데. 궁색한 답변이란 걸 아는지 그녀가 머리를 가볍게 긁는다.

"조금 이상한 일이긴 하지만, 위협적인 몬스터는 아니야. 포르시카 주변에 이변이 일어났다는 첩보도 없고. 아마 그냥 해프닝 정도로 넘어갈 거 같아. 딱히 피해자가 있지도 않잖아?"

"그건 그렇지."

거기서 누군가 포이즌 슬라임에게 죽거나 능욕당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조금 수상한 장소에 다른 곳 보다 조금 강한 슬라임이 있었을 뿐이다. 시프라가 그리 걱정하지 않는게 납득이 가기는 한다.

...그래도 내게는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든다.

내 미니맵에 그때와 똑같이, 이상한 지점에 물음표 표식이 나타나 있었다. 그래, 포이즌 슬라임을 발견했을 때와 똑같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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