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 하나자와 미유키
* * *
짹짹거리는 참새들의 지저귐이 귀에 거슬린다.
쨍쨍 내리쬐는 햇빛 또한 눈꺼풀을 뚫고 들어와 잠을 방해하고 있다.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항상 암막커튼을 치고 자는데.
인상을 찌푸린 나는 눈을 감은 채로 상체를 부스스 일으켰다.
이불 감촉이 이상하다.
보송보송하고 두꺼웠던 기존 것과는 달리, 마치 삼베로 만든 이불을 만지는 것 같은 까끌까끌한 느낌이 났다.
엉덩이 부근마저도 묵직했다. 침대가 아니라 바닥에 요를 깐 것처럼.
‘뭐야...’
뜨여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뜬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널따란 방, 바닥에 짚으로 엮은 듯한... 둘레가 초록색인 장판이 여러 개 깔려있다.
다다미인가? 저번에 일본 료칸에 여행을 갔을 때 맡아본 볏짚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오는 걸 보니 아마 맞는 것 같다.
끙끙거리며 몸을 일으키니 모든 게 낯설었다.
처음 보는 인테리어와 가구, 그리고 집 구조.
마치 다른 사람의 집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대체 뭔데...’
자각몽이라도 꾸나 싶었던 나는 열려있던 미닫이 창문을 넘었다.
거실과 바로 연결된 갈색의 평상으로 발을 내딛으니 자그마한 정원이 눈에 띤다.
관리가 잘 되어있지 않아 죽은 식물들이 수두룩하다.
주변을 둘러보니 내가 지금 있는 집과 비슷한... 일본 전통가옥으로 보이는 집이 여러 개 늘어서있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머릿속이 정리가 되질 않는다.
내가 지금 어디 있는 거지?
라는 생각을 하며 어떻게든 정신을 차려보려 하던 나는, 어떤 젊은 남자가 내 앞을 지나치자 그를 주시했다.
식빵을 입에 물고, 가방을 한쪽 어깨 뒤로 멘 남자가 땀을 흘리며 어디론가 뛰어가고 있다.
학원물 기본 클리셰. 지각하지 않기 위해 빵을 우물거리며 전력질주를 하는 주인공.
그것을 현실로 본 나는 긴장이 풀려 피식 웃다가, 놀란 낯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남자의 얼굴이 무척 익숙했기 때문이다.
‘저... 저 놈은...’
나는 저놈을 분명히, 아주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테츠야잖아...?’
미우라 테츠야.
답답하기 그지없는 도키아카의 주인공인 그가 방금 내 앞을 지나쳤다.
키는 크지만 왜소한 덩치, 그리고 답답해 보이는 덥수룩한 머리.
뒷모습만 봐도 특징이 그대로다. 저놈은 미우라 테츠야가 맞았다.
놀란 마음에 허겁지겁 맨발로 뛰쳐나가 집의 담을 넘은 나는 멀어지는 미우라 테츠야를 하염없이 쳐다보다가,
찰싹!
내 뺨을 아주 강하게 갈겼다.
아프다. 눈에 별이 보일 정도로 진짜 더럽게 아프다.
난 꿈속에 있는데 왜 고통이 느껴지는 거지?
꿈에선 아프지 않다는 말이 거짓말이었나?
“하아... 하아...”
호흡이 거칠어진다. 지금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마른 침을 삼켜대며 몸을 움직이니, 방금 내가 나왔던 집의 굳게 닫힌 정문이 보였다.
그리고 그 문 옆에 박혀있는 문패가 눈에 띄었다.
수려한 필체로 조각된 한자, 그 옆에 작은 글씨로 일본에서 사용하는 음절문자인 가나가 쓰여 있다.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나지만, 이상하게도 문패에 적힌 이름이 아주 자연스럽게 읽혔다.
‘마츠다 켄...?’
이 이름도 알고 있다.
마츠다 켄은 메인 히로인인 미유키를 어떻게 해보려다가, 내 여자의 위기 버프를 받은 테츠야에게 참교육을 당하는... 그로 인해 역할이 끝나는 단역이었다.
미우라 테츠야와 미유키의 사이를 굳건하게 만드는 소모품 말이다.
나처럼 부모가 없는 고아고, 꽤 큰 유산을 물려받았기에 묘한 동질감을 느꼈었다.
더 사용될만한 캐릭터가 단역으로만 쓰여서 안타깝기도 했고 말이다.
그러면 나는 지금 이 마츠다의 시선으로 도키아카를 체험하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을 한 순간,
“크윽...! 크아아악!”
어마어마한 고통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왔다.
마츠다 켄의 기억이.
“허어억... 허억...!”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어떻게든 진정을 하고 있는데, 길을 걷고 있던 중년 여자가 날 알아보며 물었다.
“마츠다 군? 괜찮은 거니?”
대답할 겨를이 없었던 나는 그녀를 무시한 채 휘청휘청 집으로 돌아갔다.
**
다행스럽게도, 고통은 금방 멎었다.
마치 휴대폰을 동기화시키는 것처럼 빠르게 정착한 기억은 낯선 곳에 뚝 떨어진 내 적응력을 급격하게 향상시켰다.
덕분에 이곳에 완벽하게 적응한 나는, 평온한 상태로 화장실 거울을 바라보았다.
짧은 머리, 평범한 대가리 크기, 그 안에 들어간 뚜렷한 이목구비.
널따란 어깨와 적당한 근육질 몸, 아주 약간 탄 피부.
외관을 체크한 나는 놀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이건 난데...?’
거울 앞에 있는 사람은 나였다.
도키아카의 마츠다 켄이 아니라, 현실의 나.
근육이 기존보다 약간 붙긴 했지만 내가 확실했다.
“아... 아아아아...”
가수가 목을 풀듯 목소리를 내보니 현실과 똑같았다.
그렇다면 켄이 내가 된 건가?
아니지, 육체의 주체가 나고, 현재 도키아카의 무대인 일본에 있으니까... 내가 마츠다 켄이 된 게 맞지.
게다가 두통으로 머리를 싸매고 있었을 때, 어떤 아줌마가 날 분명히 ‘마츠다 군’이라고 불렀다.
나를 마츠다 켄으로 인식했다는 뜻이다.
종합하자면... 나는 나인 채로 마츠다 켄에게 빙의된 거다.
믿을 수 없게도 말이다.
한 차례 심호흡을 한 나는 거실로 나와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거기서 물을 꺼내 벌컥벌컥 들이켰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도키아카의 개발사가 신이라서, 내가 남긴 글을 보고 노했을 수도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만, 내가 이곳으로 넘어온 걸 보면 가능성이 없는 일은 아니었다.
근데 그 새끼들이 노할 건덕지가 있나?
누가 봐도 폐기물이라고 할 만한 게임과 작가를 욕한 것뿐인데.
어쨌거나 이제부터 내가 이 녀석으로 살아간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묘했다.
동시에 두근거리기도 했다.
왜? 내가 도키아카의 세계에 있다는 건, 미유키를 비롯한 히로인을 만날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녀들을 공략할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아리따운 그녀들을 보면서, 다양한 성격을 지닌 그녀들과의 아카데미 생활을 감상하면서 무료했던 인생이 정말 즐거워졌었다.
눈치 없는 테츠야 때문에 고구마를 한가득 먹긴 했었지만 말이다.
현실로 돌아갈 생각? 전혀 없다.
돌아갈 방법을 찾을 생각도 없다.
난 여기서 행복하게 살 거다.
누구와? 바로 히로인들과.
솔직히 테츠야 같은 둔한 놈을 좋아하면서 마음고생을 하느니, 날 좋아하는 게 낫지.
음흉하게 끌끌거린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카데미로 가자.’
켄... 아니, 나는 지각과 결석을 밥 먹듯이 하는 양아치다.
불량한 학생들과 어울려 이미지가 좋지 않다.
히로인들에게도 당연히 나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금 내가 온 시점은 미유키에게 손을 쓰기 전이라는 것.
이거 하나면 충분했다.
똥볼을 차지 않은 상태인 이상, 호감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알고 있으니까.
모든 미연시에는 호감도를 위한 이벤트가 일어난다.
그리고 나는 테츠야와 히로인들에게서 일어나는 이벤트를 모조리 알고 있다.
이제부터 그 이벤트에 내가 개입할 거다.
그리고 미유키를 포함한 렌카, 히요리... 이 세 명의 마음이 날 향하도록 만들 거다.
물론 내가 개입하면 미래가 달라져서, 새로운 이벤트가 등장할 가능성도 많겠지.
그럼에도 상관없었다. 그 새로운 이벤트의 주체는 나일 테니까.
자연스럽게 미닫이 옷장을 열어 제복을 입은 내가 집에서 나오자, 이 집에서 아카데미로 가는 경로가 익숙한 길인 양 그려졌다.
어디서 버스를 타고, 어디서 지하철을 갈아타야하는지 전부 알 수 있었다.
“흐...”
헤픈 웃음을 터뜨린 난 가벼운 발걸음으로 길을 거닐었다.
여름임에도 덥긴 커녕 시원하기만 하다.
나는 다시 태어났다.
최고의 세계에, 나름 마음에 드는 사람으로.
**
도키아카 세계관에서의 아카데미는 필수 교육과정이었다.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들어가야 하는 곳.
고등학교보다는 한 단계 위, 대학교보다는 한 단계 아래.
이런 애매모호한 위상을 가지고 있는 게 이곳의 아카데미였다.
그리고 나는 도쿄 소재의 [예보니 아카데미]라는 명문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공부도 못하는 내가 어떻게 이곳에 입학할 수 있었는지는 기억을 더듬어보니 바로 알 수 있었다.
허탈하게도, 그냥 추첨이었다.
뭐, 이런 세계관의 설정은 중요한 게 아니니 넘어가고...
이곳으로 오면서, 난 태도를 어떻게 가져가야할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았다.
테츠야처럼 행동하며 히로인의 호감을 얻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 싫었다.
내가 왜 그딴... 오랜 시간동안 썸을 타고 있음에도 손 한 번 못 잡아보는 병신을 따라해야하는가?
눈치 없는 테츠야를 생각하는 히로인들이 얼마나 안타까웠는데... 그런 초식계를 따라하는 건 오버였다.
그렇다고 해서 난봉꾼처럼 마구 들이대는 것도 아웃. 점수만 팍팍 깎일 것이다.
정말 심도 있게 고민해본 후 내린 답은... 마츠다 켄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가되, 내 식대로 약간 어레인지하는 것이다.
불성실하기 짝이 없는 놈이지만 나름 따뜻한 면도 있는...
가끔가다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고, 히로인의 훈화에 따라 점점 개과천선해가는...
그런 쪽으로 연기를 하는 게 목표다.
물론 상황에 맞게 다른 식으로도 연기를 해야겠지만, 기본적인 틀은 이렇다.
‘1A반... 1A반...’
내가 있어야할 교실을 찾은 나는,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드르륵!
나무로 만든 문이 삐걱대며 밀리는 소리에, 학급의 모든 시선이 내게로 쏠렸다.
교수부터 시작해서 학생들까지... 각자가 가진 한 쌍의 눈동자로 날 쳐다보고 있다.
개중에선 나를 노려보는 사람들도, 겁을 먹고 시선을 피하려는 사람도 보였다.
그리고... 전자의 사람들 중에서 가장 격렬하게, 날 죽일 듯이 째려보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밝은 갈색의 긴 생머리, 같은 색의 눈, 조각 같은 콧대와 갸름한 턱선.
당장 달려들어 만지고 싶은, E컵은 되어 보이는 큼지막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까지...
내가 알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가진, 교실 앞자리에 앉은 모범생.
그녀는 예보니 아카데미 1A반의 반장이자 테츠야의 소꿉친구, 도키아카의 메인 히로인인 하나자와 미유키였다.
실제로 그녀를 본 감상은 완벽 그 자체.
정말이지 미친 외모와 몸매였다.
방방 뛰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참아낸 나는, 속으로만 미유키에게 인사를 건네고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보고 싶어 마지않던 미유키를 무시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참아야했다.
“마츠다 군, 오늘은 그래도 오긴 왔구나.”
늙수그레한 교수의 말에 대충 예 하고 대답한 나는 맨 뒷자리에 있는 자리로 가서 앉았다.
옆을 슬쩍 보니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 테츠야가 보인다.
그러고 보니 이놈도 같은 반이었지. 아주 쓸데없게도.
껄렁한 자세로 미유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종소리가 울렸다.
교수가 나가는 걸 확인하고 테츠야를 쳐다보니 연필을 열심히 사각거리고 있었다.
그림을 좋아하는 녀석이라 쉬는 시간에 이것저것 그리고는 했는데, 실제로 보니 감회가 새롭다.
미유키를 슬쩍 흘겨본 나는, 테츠야를 향해 턱을 까딱거렸다.
“야, 미우라. 뭐하냐?”
“아, 이거... 아무것도 아냐.”
소심하게 팔로 노트를 가리는 테츠야.
별 시답잖은 놈을 다 본다는 듯 콧방귀를 낀 나는, 테츠야를 놀려먹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때, 미유키가 의자를 끌며 일어나더니 내게 다가왔다.
미유키가 날 싫어하는 이유는 내가 양아치인 것도 있겠지만, 가끔 테츠야에게 짓궂은 장난을 치기 때문인 것이 가장 컸다.
가령 그리고 있던 그림을 빼앗아서 칠판에 붙여놓는다든가, 화장실을 가려는 녀석에게 똥냄새가 난다며 조롱한다든가... 뭐 이런 유치한 장난들 말이다.
그럴 때마다 테츠야는 허허 웃으며 넘어가고는 했는데, 속으로는 날 정말 싫어했었다.
어쨌거나 미유키는 이번에도 내가 테츠야에게 뭘 하려는 줄 알고 막으려 온 모양이었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그녀에게로 눈을 돌린 내가 생각했다.
‘호칭은... 내가 아는 대로 가는 게 맞겠지?’
내가 현재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은 바로 요비스테다.
일본에서 사람을 부를 때 사용하는 호칭 말이다.
물론 표준 규격이 있기야 하지만, 상황마다, 그리고 각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기준이 달라서 골치가 아팠다.
미유키의 경우는 이름만을 오롯이 부르게 해주는 건 오직 오래된 소꿉친구인 테츠야가 끝.
친한 친구면 ‘미유키 쨩’, 그냥 친구나 같은 반의 동급생이라면 ‘하나자와’라고 부르면 된다.
그리고 나머지 떨거지들의 경우 ‘하나자와 쨩’, ‘하나자와 상’이었지 아마?
그녀 입장에서의 나는 떨거지일 테니 하나자와 상이나 쨩으로 부르는 게 맞지만...
상은 정이 없어 보이고, 쨩은 존나게 오글거려서 그렇게는 못 하겠다.
하나자와라고 부르자. 미츠다 켄도 미유키를 그렇게 불렀으니 문제는 없을 것이다.
재빨리 머리를 굴린 나는, 내 책상 앞까지 다가온 미유키에게 말했다.
“왜? 하나자와.”
예상대로, 미유키는 호칭을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싫어하는 티는 역력하게 냈다.
저 멸시하는 표정... 의외로 나쁘지 않다.
“마츠다 군, 지각할 거면 수업 끝나고 들어오면 되지, 왜 굳이 학생들을 방해하는 거야?”
아아... 목소리가 너무 아름다워 순간 정신을 놓아버릴 뻔했다.
참자. 참아야 한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킨 내가 퉁명스레 대답했다.
“결석이 지각보다 깎이는 점수가 많으니까? 나도 슬슬 공부에 집중해야지.”
“너 그런 거 신경 안 썼잖아. 공부 포기했잖아.”
“그렇게 대놓고 말하니까 상처받는데...”
“안 받는 거 다 알아.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줘.”
알겠다고, 무조건 충성하겠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반장님께서 악에 받친 투로 말씀하시는데 들어야지. 알았어.”
“조롱하지 말고 제대로 들어줬으면 좋겠어.”
“알았다니까.”
짜증이 약간 섞인 내 대답에, 미유키가 교실에 들어왔을 때처럼 나를 한 번 노려보더니 테츠야에게 말했다.
“테츠야 군, 나 매점가고 싶은데 같이 갈래?”
“아... 응. 가자.”
우리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테츠야의 빠른 대답.
두 사람은 곧 교실에서 사라졌다.
이제 아마 미유키가 내 뒷담화를 하고, 테츠야가 응, 응 거리며 받아주겠지.
미유키와 내 거리는 멀고도 험했다.
학급생을 잘 살펴야하는 반장임에도 저런 태도라면 말 다했다.
내가 쌓아온 업보가 있었기에 이해는 갔다.
하지만 괜찮다. 앞서 생각했듯, 난 미유키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안다.
빠르게 가까워질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현재는 7월 10일. 내가 이곳에 뚝 떨어진 타이밍은 너무나도 완벽했다.
왜? 내일 러브코미디의 진부한 클리셰가 일어나니까.
원래는 미유키의 테츠야를 향한 마음이 더욱 강해지는 사건이지만... 난 거기 개입할 생각이었다.
그때를 기점으로, 미유키의 태도가 한 층 온화해질 것이다.
그리고 테츠야는... 당연히 우리의 호감도 이벤트에 없어야겠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