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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코미디를 망가뜨리는 법-27화 (27/313)

〈 27화 〉 징계위원회

* * *

“이빨이 입 안을 거의 찢어놨네... 제대로 맞았나봐?”

이제는 왜 이렇게 됐냐고 묻지도 않네.

무감정한 양호선생의 말에, 미유키가 물었다.

“다른 곳은 괜찮은 거예요...?”

“응. 그래도 피가 꽤 많이 나온 만큼, 일시적으로 빈혈증세가 올 수도 있어. 수액 꽂아줄 테니까 오늘 하루는 얌전히 쉬는 게 좋겠다. 적어도 점심까지는 지켜봐야겠어.”

아니, 수액을 왜 꽂지?

선생님 가슴에 있는 약통에서 경구수액 나오잖아요.

혼자 누워있을 테니까 몰래 와서 주면 안 돼요?

“감사합니다...”

고개를 꾸벅 숙인 미유키를 향해 인자한 미소를 지어보인 양호선생이 수액과 수액걸이를 꺼내러 갔다.

침상에 얌전히 앉아있던 내가 말했다.

“야, 미유키.”

그에 미유키가 화들짝 놀라선 뒤를 돌아보았다.

고개를 홱 돌린 그녀의 동공이 크게 확장된 모습을 보니, 아직 호칭에 적응을 하지 못했나보다.

“오, 왜...?”

“너는 수업 들으러 안 가냐?”

“아... 그... 소란 때문에 2교시가 취소돼서...”

“그래? 그럼 여기 있어. 나랑 얘기하면서 시간 때우자.”

“응... 그럴게. 점심은 내가 가져다줄까?”

“당연한 거 아닌가?”

미유키가 풋사과 같은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래, 알았어...”

“너 근데 그거 아냐?”

“뭘...?”

“아까부터 날 한 번도 제대로 부르지 않았다는 거. 호칭 자체를 안 하잖아.”

“.....”

미유키의 입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내가 그녀를 이름으로 부르니, 그녀 또한 날 이름으로 불러야할지 고민하고 있던 게 티가 난다.

기다란 한숨을 내쉰 그녀가 더듬더듬 말했다.

“.... 나는... 남자를 이름으로 불러본 적이 거의 없어... 테츠야 군은 어릴 때부터 계속 이런 호칭으로 불러서 편한데...”

“나는 아니다?”

“그... 아직은... 조금 어색한 것 같아...”

우물쭈물 거리는 모습이 귀엽다.

미유키를 향해 큭큭거린 나는, 그녀의 심적 부담을 조금 덜어주기로 했다.

“너 편한 대로 불러도 돼. 서로 이름으로 부르자고 합의한 건 아니잖아.”

지금은 마츠다 군이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켄 군이 되겠지.

더 나아가면 ‘군’이라는 접미사를 완전히 뺄 테고.

내가 그렇게 만들어줄게.

“알았어... 마츠다 군.”

한층 편안해진 얼굴로 날 부르는 미유키.

가벼운 미소를 띤 채 그녀를 바라본 내가 말했다.

“후련하지?”

“조금...”

“목이 좀 칼칼한데.”

목에 손을 대고 헛기침을 하자, 나를 못 말리겠다는 듯 쳐다본 미유키가 정수기로 향했다.

그리고는 종이컵에 물을 떠와 내게 주려다가, 무슨 장난기가 들었는지 배시시 웃었다.

“환자니까 먹여줄게. 아 해봐.”

너 설마 내가 아이취급을 한다고 기분 나빠할 거라고 생각한 거냐?

아직 나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모르네.

거기다 침 뱉어줘도 돼.

“그냥 내놔.”

일부러 틱틱대는 반응을 보여주자, 미유키의 눈가에 호선을 그려졌다.

“왜? 쑥스러워?”

다행이었다. 요비스테 때문에 어색해질 뻔한 기류가 단번에 사라져서.

그녀와 투닥대고 있는 사이, 양호선생이 수액걸이를 끌고 침상으로 왔다.

“연애질은 다른데 가서 해줄래?”

그 말에 미유키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 그게 아니라... 죄송합니다...”

‘연애’라는 직접적인 언급이 나왔음에도 딱히 부정은 안 하는 것 같은데...

양호선생님, 어시스트 고맙습니다.

참된 스승이란 바로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이었네요.

가슴도 그렇고... 너무 어울려요.

**

조용한 양호실에 있다 보면 아카데미가 돌아가는 사정을 들을 수가 없다.

다쳐서 오는 사람이 없다보니 그럴 수밖에.

게다가 개학 첫날, 서클 사건으로 인해 모두 조심하고 있으니 오늘 양호실엔 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난 괜찮았다.

매 쉬는 시간마다 미유키가 와서 서클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서클에 소속된 인원들은 현재 경찰 입관 하에 징계절차를 밟고 있다고 했다.

벌써부터 징계위원회가 열린 것이다.

가뜩이나 서클을 벼르고 있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완전히 터진 모양이었다.

“나는? 나한텐 경찰 안 와?”

밥을 우걱우걱 씹고 삼킨 내 물음에, 침상에 걸터앉아 내가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던 미유키가 반문했다.

“피해자인 만큼 학생회에서도 참작해줬어. 근데 엄청 태연해보인다? 경찰서에 자주 들락날락해서 적응됐나봐?”

“내가 이래 보여도 경찰서에 간 적은 드물지.”

“간 적이 있긴 있다는 소리네?”

“응.”

간결한 대답에, 미유키의 눈이 가라앉았다.

눈빛으로 날 다그치던 그녀가 물었다.

“이유가 뭔데?”

“지나가는 사람이랑 시비 붙어서 싸웠어.”

“.... 그럴 것 같더라니... 사람들한테 시비 걸고 다니면 안 창피해?”

“너 아까도 그렇고... 은근히 날 못 믿는다? 내가 시비를 건 게 아니라, 걸린 거야. 지나가는 사람한테 그냥 시비를 거는 놈인데, 그런 놈을 무시하거나 좋은 말로 타이르면 더 기세등등해져선 내게 온갖 욕지거리를 쏟아낼 걸?”

“그건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때의 마츠다 군은 그런 깊은 생각 같은 건 안 하지 않았을까? 시비를 받았으니 돌려준다... 이렇게 생각했을 것 같은데?”

잘 아네.

“어떤 생각을 했던 간에 맞받아친다는 결과는 같잖아. 앞으로는 자중할 테니까 제발 잔소리 좀 그만해주면 안 되냐? 밥 먹는데 이래야 돼?”

진심으로 서운한 듯 미유키를 바라보자, 그녀가 찔끔하더니 말했다.

“알았어... 밥 먹어... 근데 자중할 거야? 약속해?”

“야.”

“아니이... 확실한 대답을 듣고 싶어서... 이, 일단 먹어.”

채찍만 갈겨대면 사람이 죽어...!

그러니까 당근도 주고 그래라.

“다 먹었어.”

“아직 반이나 남았는데...”

“누가 자꾸 시끄럽게 구니까 서러워서 못 먹겠다.”

“.... 미안...”

자신의 허벅지 사이에 양손을 끼워 넣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미유키.

그로 인해 제복 치마가 아래로 쫙 내려가 팽팽해지면서, Y존이 드러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골반 넓은 거 봐. 내 아이는 순산하겠군.

“농담이고, 그냥 입맛이 별로 없네.”

“나 때문에 그런 거야?”

“아니라니까... 넌 뭐 먹었어?”

“나는 테츠야 군이랑 매점에서 간단하게 먹었어. 아, 잠깐만...”

침상 구석에 놓아둔 검은색 비닐을 뒤적거린 그녀가 내게 딸기 크림빵과 우유를 건넸다.

“후식으로 먹으라고 주려던 건데... 지금 먹을래?”

“나중에.”

“응. 그러면 여기 놓아둘게. 참, 마츠다 군의 징계위원회가 잡혔어.”

올 게 왔구나.

학원물에 징계위원회가 빠지면 안 되지.

“언젠데.”

“오늘 수업 다 끝나고...”

“야박하네. 양호선생님이 하루 정도는 얌전히 쉬라고 했는데.”

“그래서 나도 날짜를 바꿔달라고 요청해봤는데... 너무 완고해...”

학생회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여러 교수들이 수업까지 내팽개치고 달려올 정도였고, 악명이 높던 슈프리 서클의 사건이다.

학생회 측에서도 당연히 빨리 처리하고 싶겠지.

“요청까지 했었어? 장하네?”

“너무 아프다 싶으면, 내가 다시 말해볼게.”

“그러다가 이미지 깎일라.”

“사람을 걱정한다고 해서 이미지가 깎이는 거면, 오히려 내가 학생회한테 실망할 거야.”

소신 있네. 이래서 난 미유키가 좋아.

“난 괜찮아. 오늘 딱 끝내지 뭐. 그게 편하기도 하고.”

“나는 마츠다 군이 조금 더 쉬었으면 좋겠는데... 머리를 많이 맞았다고 했잖아. 안 그래도 바보인데 제대로 말도 못하면 어떡해?”

진심 반, 농담 반이 섞인 미유키의 걱정.

헛웃음을 켠 내가 말했다.

“또 싸우자고 들이대네.”

“나는 환자랑 싸울 정도로 파렴치한 사람이 아니니까, 오늘은 봐줄게.”

나는 달아둘 거다.

나중에 여우꼬리가 달린 아날 플래그를 끼운 다음, 박을 때마다 야옹 소리를 내게 만들어야지.

“그리고 마츠다 군의 징계위원회 자리에 나도 참석할 거야. 참관인이긴 하지만.”

이어지는 미유키의 말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네가?”

“응. 학생회에 초청받았어. 좋은 경험이 될 거래. 원래는 다른 사람들의 징계위원회에도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수업 빠지기 싫어서 거절했어. 그 사람들의 얼굴도 보기 싫고...”

수업 때문에 거절했다고? 미유키답다.

그나저나 지금도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있다면, 타카시가 걱정이다.

그렇게나 무서워하던 사모야마한테 달려들려고 할 때 꽤나 감동이었는데...

상황이 거의 끝나갈 때쯤인 게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퍽 남자다운 일을 해줬으니 보답을 해주고 싶다.

미유키에게 소식을 물어보고 싶지만, 그녀는 와타나베 타카시 얘기라면 질색을 하고, 놈에게 관심도 없을 테니까 그만두자.

징계위원회에 갔을 때, 억지를 조금 써서라도 퇴학만은 면하게 해야지.

**

“1학년 A반 학생, 마츠다 켄 맞나요?”

징계위원회 장소는 따로 구비된 방이 있었다.

소형 법정을 방불케 할 정도로 분위기가 비슷했는데, 경찰도 세 명이나 있어서 왠지 쫄린다.

가운데에 앉아있는 나를 판사석 같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학생회장은 냉철해 보이는 안경잡이였다.

냉미녀 느낌을 물씬 풍기는, 남색 머리카락을 가진 단발머리 여자.

딱 스탠다드형 학생회장이다. 갑자기 공략하고 싶어지는데.

“예.”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던 학생들마다 진술이 다른데, 피해자인 본인 입으로 사건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직접 설명해주시죠.”

“뭐... 간단합니다. 서클을 탈퇴하고 싶어서, 와타나베 타카시라는 친구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는데....”

내 입에서부터 튀어나온 진실.

그것을 전부 들은 회장이 잠시 침묵했다.

이제 검지로 안경 한 번 올려줘야지?

스윽.

저거 봐라. 딱 예상대로잖아.

“탈퇴한다고 하니 그렇게 맞았다... 이 말씀인가요?”

“그렇죠.”

“그게 탈퇴의 자격요건이에요?”

“아뇨. 원래는 손가락 하나 자르는 겁니다.”

회장과 그 양옆에 있는 충신들이 움찔했다.

야마구치한테 듣지 못했나보지?

미유키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경악하고 있다.

많이 놀랐구나.

침착함을 되찾은 회장이 말했다.

“그게 규칙인가보군요.”

“예.”

“그런데 왜 맞는 것으로 끝났죠?”

“야마구치와 거래했습니다. 다행히 허락해줬고요.”

“야마구치라면 슈프리 서클의 리더를 말씀하시는 거죠? 야마구치 다이몬.”

야마구치의 이름이 다이몬이었어?

생김새와 딱 어울리게 빡센 이름을 가졌었구나.

“예.”

“허가받지 않은 사조직인데 왜 굳이 맞으면서까지 탈퇴했나요? 그냥 나갈 수는 없었던 건가요?”

“그렇게 하면 귀찮아질 일이 많아질 것 같아서요.”

“어떤 종류의?”

“보복 같은 거.”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사건의 주동자 중 한 사람인 사모야마 아키로와 절친한 사이라던데, 맞아요?”

“예? 그건 또 무슨 개...”

순간 비속어가 튀어나올 뻔한 나는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내 반응을 확인한 회장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아닌가보죠?”

웃는 거 진심 재수 없네.

몇 차례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은 내가 껄렁하게 대답했다.

“아닌데요.”

“어떤 사이인가요?”

“물과 기름 같은 사이죠. 그 새... 흠... 그놈은 어떻게 됐나요?”

“퇴학처분에 형사입건입니다. 학교폭력과 관계된 일일뿐더러,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도 좋지 않은 말이 많이 나와서요.”

학원물의 특징 중 하나, 주인공을 시기하던 남자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달려듦.

나한테 괴성을 지르며 뛰어오는 놈을 업어치기 한 판으로 교육시켜줬어야 하는 건데, 이건 클리셰를 벗어났구나.

아쉽다. 너무 아쉬워...!

헌데 사모야마 이 새끼는 업보를 너무 많이 쌓아놨나보다.

같은 서클 소속의 동료들까지 저렇게 말할 정도면.

“와타나베 타카시는요?”

“와나타베 타카시의 처분 결과가 왜 궁금한가요?”

“절친한 친구라서요. 걔도 탈퇴하고 싶었는데, 선배들이 무서워서 못한 겁니다.”

“그는 그런 얘길 한 적이 없는데요.”

“보복 당할까봐 두려웠겠죠.”

“변호해주시는군요.”

“맞아요.”

회장이 미세한 미소를 지었다.

솔직한 내 모습이 조금이나마 마음에 든 건가?

그럼 혹시 렌즈 끼고 다닐 수 있어?

나랑 같이 풍기문란행위하자.

“솔직하네요. 와타나베 타카시는 탈선으로 인해 한 달 정학처분을 받았습니다.”

퇴학이면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는데, 한 달이라면 약하네.

푹 쉬고 다시보자, 타카시.

“알겠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이야기를 한 나는, 회장에게 교내봉사 50시간을 선고받았다.

사고를 일으키긴 했지만 그저 탈퇴만을 원했을 뿐인 피해자인 입장이었고, 방학 전에 보여주었던 성실한 모습 때문에 유예기간을 두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듯했다.

솔직히 의외였다.

최소한 일주일 정학은 받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이게 주인공 버프인가? 달달하다.

“교내봉사 50시간... 또 화장실 청소해야겠네?”

품에 노트를 꼭 안고 있던 미유키의 말이었다.

코웃음을 친 내가 대답했다.

“화장실 청소는 다신 안 해. 학생회장은 어떤 봉사를 하라고 콕 집어서 말한 적 없어.”

방과 후에 부활동도 해야 하는데, 남들 똥찌꺼기나 치우고 다닐 순 없지.

“그럼 뭐하려구?”

“급식실 봉사 위주로 할 거다. 애들은 대부분 도시락 싸오니까 거긴 한산하잖아.”

“요령피우는 실력이 대단하네...?”

매번 급식실 봉사활동을 할 생각 따윈 없다.

왜? 난 미유키와 옥상에서 점심을 먹고 싶으니까.

“아니면 부활동 끝날 시간에 동아리방 청소를 해도 되지.”

“그건 좋아 보인다. 교내봉사로 끝나서 정말 다행이야.”

나는 한쪽 팔목을 미유키의 머리 위에 올려놓고, 남은 한 팔로 기지개를 켰다.

“어찌 잘 끝났네. 시원하다.”

“나는 답답해. 팔 치워줘.”

“시끄럽고, 미우라는 어디 있대?”

“검도부실을 견학 중이래.”

“걔는 의외로 꼼꼼한 면이 있네?”

“자기가 들어가고자 하는 동아리를 견학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야. 마츠다 군이 속편한 거지.”

“난 어쩔 수 없었다고. 징계위원회에 갔잖아.”

“그건 그렇긴 해. 그리고 징계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아까 그 자리에서 무의식적으로 욕할 뻔했지?”

제자리에 우뚝 멈춘 나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미유키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장난기어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래서 벌이라도 내리게? 바지 벗을까?”

“바, 바지는 왜 벗는데...?”

“엉덩이 때리려는 거 아니었어?”

“.... 진짜 어이없어... 꼭 그렇게 변태 같은 농담을 하고 싶어?”

“왜? 너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입꼬리 올라가 있잖아.”

“무, 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무것도 모르면서 넘겨짚지 좀 말지...!”

투덜거린 미유키는 걸음을 빨리하기 시작했다.

경보로 복도를 가로질러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씨익 웃으며 크게 소리쳤다.

“미유키! 같이 가!”

그러자 더욱 빨라지는 미유키의 걸음걸이.

저런 반응을 보여줄 줄 알았다.

헤픈 웃음을 터뜨린 나는 재빨리 그녀를 뒤따라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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