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 각오
* * *
“하아... 하아...”
힘에 부친 듯 숨을 몰아쉬는 미유키.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내려가는 모습이 무척 요염하다.
천장을 쳐다보며 한동안 그러고 있던 그녀는 자신의 가슴으로 손을 가져가려다, 내가 옆에 있음을 자각하고는 멈칫했다.
눈치를 보며 애꿎은 옷매무새를 정리한 그녀는,
톡. 톡.
티셔츠 위로 자신의 아랫배를 두드리고 있는 내 손을 쳐다보다가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입을 오물거리던 그녀의 고개가 스윽 돌아갔다.
“마츠다 군...”
애처로운 눈빛으로 날 똑바로 바라보는데,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은 모양이다.
“이거 하지 마?”
“그게 아니라... 나 아까 전화... 왔었는데...”
“갖다 줘?”
“응... 아, 아니...! 나중에 내가 직접 가지러 갈게...”
“그래라.”
무덤덤하게 대답한 나는 미유키의 배에서 손을 떼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내 손등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며 막았다.
더 해달라는 무언의 부탁에 피식한 나는 다시 미유키의 배를 두드렸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손가락 끝으로 치구를 토닥이고는 했는데, 그럴 때마다 미유키의 입에서 얕은 숨이 토해져 나왔다.
저 완만한 둔덕을 지나 가랑이 아래로 손을 집어넣어보고 싶다.
아마도 약간 젖지 않았을까?
미유키의 귓가에 입을 가져간 내가 물었다.
“좋아?”
“응... 좋아...”
“계속해?”
“응... 계속해...”
“힘든데.”
“안 힘들잖아... 거짓말하지 마...”
“힘들다.”
“.....”
나긋하지만 짓궂음이 서려있는 말투가 못마땅했을까?
미유키가 돌연 입술을 오므리더니, 내 입술에 부딪치며 공기를 쪽 빨아들였다.
귓가를 간질이는 자그마한 흡착음.
미유키가 쑥스럽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었다.
“더 해...”
나랑 거래를 하자는 건가?
뽀뽀를 해줬으니까 더 만져달라고?
애가 많이 야해졌다.
황당한 듯 헛웃음을 켠 나는, 미유키의 팔을 잡아당겨 바짝 끌어와 꽉 안았다.
그러자 자신의 아랫배에 닿은 무언가가 무척 낯설었을까?
“무, 뭔가 딱딱... 앗...!”
깜짝 놀란 미유키가 자신의 골반을 뒤로 뺐다.
우왕좌왕하는 눈을 보니 어지간히 당황한 것 같다.
“.....”
입을 살짝 벌린 채로 눈동자를 쓰윽 내려 내 아랫도리를 살핀 그녀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내 품으로 다시 다가왔다.
거부감이 없진 않지만, 기겁할 정도까진 아닌가보다.
그 반응에 속으로 쾌재를 부른 나는,이 상황을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내 물건을 확실하게 느끼고 본 이상, 미유키는 어련히 알아서 마음의 준비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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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
“.... 응. 잠만 자서 미안해...”
“미안하긴 뭐가 미안하냐. 얼른 쉬어라.”
늦은 밤.
마츠다의 차에서 내린 미유키는, 터벅터벅 코너를 돌아 자신의 집 현관으로 향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하루였다.
왜? 퍼질러 자기만 했으니까.
일어나고 나니 10시가 넘었고, 뭘 하려고 해도 늦은 시간이어서 집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물론 표면적으로만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
사실은 시도 때도 없이 마츠다와의 스킨십과 그의 부풀었던 아랫도리가 눈앞에 아른거렸고,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점이라,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덜컥.
조수석 문을 연 미유키는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조수석 창문을 내린 마츠다가 손을 흔들며 떠났다.
멀어지는 차의 뒤꽁무니를 지그시 바라보던 미유키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코너를 돌아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이후 열쇠를 홈에 끼워 넣고 문고리를 돌렸다.
그러자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아빠가 자신을 맞이했다.
“미유키? 내일 온다면서?”
“그냥 오늘 왔어... 이틀 묵는 것도 실례 같아서...”
“그래? 뭐 타고 왔는데?”
“마... 흐흠... 택시타고...”
순간 마츠다의 차를 타고 왔다고 대답할 뻔했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스스로를 자책한 미유키는, 와타루가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리자 속으로 안도했다.
“할증 붙어서 비쌌겠네? 근데 왜 이렇게 힘이 없어 보이지?”
“피곤해서 그래... 엄마랑 언니는?”
“자고 있어. 배는 안 고파?”
“고프긴 한데... 지금 먹으면 살쪄...”
“너 맨날 그런 소리하고 늦은 시간에 간식 주워 먹잖아.”
“.... 나 올라갈게.”
“그래. 일찍일찍 좀 다녀라.”
아빠가 거실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엄마가 있었다면 일찍 다니라는 말로는 끝나지 않고, 잔소리를 한 움큼 쏟아냈을 테니까.
“네에...”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한 미유키는 계단을 올라 자신의 방 문을 열었다.
확 하고 풍겨져오는 자두 향.
달콤하다. 마츠다와 있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미유키는 옷가지를 정리하지도 않고 침대에 앉아 무릎을 모았다.
오늘, 마츠다는 자신의 가슴을 만졌다.
솔직히 느낌은 그저 그랬다.
그냥 가슴을 주물거린다? 그런 느낌밖에는 들지 않았다.
오히려 허리를 만져주는 것이 더 좋았을 정도다.
그땐 온몸이 찌르르 울렸었으니까.
하지만 마츠다가 자신의 가슴을 만진다는 상황 자체가 야릇했고, 그와 성적인 연애를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마냥 좋았다. 약간 흥분도 했고 말이다.
중요한 건 이게 아니라, 마츠다의 성기였다.
자신의 아랫배를 두드려주다가 꼭 끌어안았을 때, 그가 성적으로 흥분을 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닿았었다.
딱딱하고 굵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촉.
너무나도 놀라서 순간 몸을 뒤로 뺐으나, 이상하게도 순식간에 침착해졌었다.
어쩌면 자신은 무의식적으로나마 알고 있었던 듯했다.
마츠다의 그곳에 피가 몰리는 생리현상이 찾아올 거라는 사실을.
“후아...”
낯뜨거운 숨을 내뱉은 미유키는 베개에 뒤통수를 대고 누웠다.
다음 데이트는 가슴만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피어난다.
분명히... 지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크나큰 사건이 일어날 것이었다.
어렴풋이 예상은 하고 있었다.
마츠다의 집에서 처음 잔 날, 노천탕에서 이렇게 생각했었다.
오늘보다 더한 스킨십을 할 날이 올 텐데, 그때가 되면 자신은 어떤 행동을 할까...? 라고.
당시 감이 잡히질 않았었는데, 솔직히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겪어본 적이 없던 일이라서 전혀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마츠다와 성적인 관계를 맺는 데에 거부감이 별로 없다는 거다.
마츠다와의 스킨십을 되새겨봤을 때, 그는 다소 개구쟁이 기질을 보일지언정 자신을 불편하게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투정을 잘 받아주는 편이었다.
그렇기에 관계를 가질 때에도 자신의 의견을 1순위로 존중해줄 것이다.
그러한 믿음이 있었다. 지금의 마츠다에게는.
다만 성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어 막연한 두려움만큼은 있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토록 짧은 시간에 관계를 가져도 될까? 라는 걱정도 있고.
“.....”
온갖 고민거리를 안은 채로 천장에 붙은 별 스티커를 바라보던 그녀는 휴대폰을 집었다.
그리고는 인터넷을 킨 다음, 검색란에 [여자 첫 경험 후기]를 입력하고 검색 버튼을 터치했다.
[남자친구와 곧 첫 관계를 가질 것 같은데, 여러분들의 첫 경험은 어땠나요?]
가장 위에 뜬 질문 글.
딱 자신이 처한 상황과 같았기에, 미유키는 무언가에 홀린 듯 글을 눌렀다.
그러자 다양한 답변이 쏟아져 나왔다.
미유키는 긴장 반, 흥미 반이 뒤섞인 눈빛으로 답변들을 살펴보았다.
[아팠다], [고통은 별로 느끼지 못했다],
[묵직했다]
같은 육체적인 감상을 말해주는 답변도 있었고,
[행복했다], [짜증만 났다]
[좋았다], [불안했다]
같은 정신적인 감상을 말해주는 답변도 있었다.
심지어는,
[너무 아파서 이틀에 걸쳐 나눠서 했다],
[불쏘시개로 달구는 것 같았다],
[하고 나니까 안쪽 허벅지 근육이 쑤셔서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주마등이 스쳐지나갔다]
같은 무시무시한 답변도 있었다.
‘진짜야...?’
왠지 오버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지만, 실제로 겪어보지 않아서 진실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나저나 아프다는 의견이 괜찮다는 의견보다 더 많다. 그렇다면자신도 마찬가지일까?
너무 아프면 싫을 것 같은데...
근심을 한아름 안고 있던 미유키는,
‘아!’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어떠한 생각에 표정을 폈다.
마츠다의 성기가 발기하기 전에 넣은 뒤, 안에서 커지게 하는 거다.
그렇다면 아프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상상을 해보던 미유키의 입에서, 돌연 힘 빠진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이제 곧이라곤 하지만 아직 관계를 갖지도 않았는데, 진지하게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이 바보 같다.
아무렇지도 않게 삽입방법을 생각하는 것도 어이가 없고.
왠지 공부를 할 때보다 머리가 더욱 빠릿빠릿하게 돌아가는 느낌이다.
근데 진짜 좋은 방법 아닌가? 괜찮을 것 같다.
그 상황이 닥치면 한 번 말해봐야지.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아이디어를 머릿속에 넣어둔 미유키는 인터넷 창을 껐다.
사람의 성격은 제각각이다.
그러니 첫 경험의 느낌도 각자 다르다.
괜히 찾아보면서 전전긍긍하는 것보다는, 직접 맞닥뜨려보는 것이 확실하다.
결론을 내린 미유키는 마츠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마츠다 군. 도착했어?]
조용한 휴대폰. 답장이 없다.
아직 집에 돌아가지 않은 건가?
도보로는 멀지만 차로는 가까운데... 도착해서 샤워를 하고 있나?
혹시 샤워를 할 때도 그게 커져있는 상태인 건 아니겠지?
마츠다의 알몸을 상상해본 미유키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혹시 관계를 가질 때... 서로의 알몸을 보여주고 그래야 하나?
낱낱이 벗겨진 자신의 나신을 마츠다가 보게 되는 건가?
상상만 해도 창피해 죽을 것 같다.
그렇게 그녀가 온갖 망상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우우웅!
마츠다의 답장이 도착했다.
[방금.]
[조금 늦게 도착한 것 같네?]
[편의점에서 도시락 사느라고.]
또 도시락인가? 그러고 보니 일어나서 끼니를 챙기지 못했지.
차려주고 돌아올 걸 그랬다.
[야채 많이 들어있는 걸로 샀지?]
[아니. 가라아게 덮밥만 샀는데.]
기름덩어리 음식이 그렇게 좋은가?
건강하게 먹으라고 말해도 듣질 않는데, 만나면 잔소리를 좀 해야겠다.
자신의 야단에 질려하는 마츠다를 상상해본 미유키의 입꼬리가 쓰윽 올라갔다.
[전화할 수 있어?]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거의 동시에 마츠다에게서 전화가 왔다.
미유키는 바로 받으면 괜히 쉬워 보일까 하는 마음에, 세 번의 진동이 지나서야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는 아주 조신한 목소리로 말했다.
“응.”
왜 늦게 받고 난리야.
“그냥 그러고 싶어서. 이제 끊을래.”
네가 드디어 미쳤구나.
“같이 미치면 더 좋다고 저번에 그랬었잖아.”
휴대폰 너머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언제 들어도 좋은 목소리. 미유키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렇긴 하지. 근데 뭐하냐 너?
“누워있어.”
잠 안 오지?
“응.”
분명히 통화를 하기 전엔 물어볼 게 많았었는데...
마츠다의 목소리를 들으니 전부 들어갔다.
그저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서적으로 교감을 하고 싶어졌다.
자신이 이렇게나 한 사람에게 푹 빠진 적이 있었던가?
아니, 전혀 없었다.
자신은 마츠다를 좋아한다.
마츠다도 자신을 좋아한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크고, 이는 서로를 바라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마츠다 군이라면...’
켄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
어쩌면, 아마도,
확실히.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