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화 〉 첫 경험 #3
* * *
스무 살까지 지켜왔던 정조가 깨졌다.
미유키의 입장에선 대사건이라 불러도 모자랄 일이다.
허나 지금의 그녀는 그것에 대한 생각은 할 겨를이 없어보였다.
“아앙... 하아앙...♡”
내 자지를 받아들이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교태 섞인 콧소리, 그리고 내 움직임에 맞춰 들썩거리는 몸과 찌푸린 얼굴.
쾌락과 함께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데, 지금 상당히 아파하고 있는 것 같다.
10분이 채 안 되는 시간동안 속도를 서서히 높여가면서 미유키를 애무하고 있던 지금의 나는 한창 흥분하고 있었다.
머릿속을 세차게 휘젓고 있는 이 쾌락을 높여 절정감을 더욱 끌어올리고 싶었고,
미유키의 속 안에 쌓아왔던 내 정액들을 모조리 쏟아 붓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아까도 생각했듯, 미유키는 첫 경험을 좋은 기억으로 가져가야한다.
고통으로 점철된 기억이 가득하다면, 두 번째 관계에선 덜컥 겁부터 집어먹을 것이다.
이제부터 그녀와 관계를 가질 시간이 많아질 텐데, 이기적인 생각은 하지 말자.
라고 생각하던 나는,
꽈아악...
미유키가 자신의 어깨 위에 있는 내 손을 부서져라 잡자 눈을 꿈틀했다.
그녀는 내가 무슨 행동을 하려는지 알아차린 듯 고개를 작게 가로젓고 있었다.
멈추지 말라고 눈으로 말하고 있는 그녀와 시선을 맞춘 나는,
쯔거억...
미유키의 상태를 살피면서, 보다 느릿한 속도로 미유키의 속 안을 내 자지모양으로 넓혀나갔다.
“흐아...”
이번엔 얕게 터져 나오는 신음.
표정도 풀어져있다. 하지만 여전히 고통을 느끼는 듯 자신의 어깨 위에 있는 내 손목을 부서져라 잡고 있었다.
“많이 아파? 솔직하게 말해야 돼.”
본격적인 섹스를 시작한 직후 처음 꺼낸 물음.
잠시 쌕쌕거리는 숨을 토해낸 미유키가 힘겹게 대답했다.
“아, 아까는 아팠는데... 지금 천천히 하니까... 괜찮아...”
“이렇게 하면 어때?”
나는 상체를 숙여 미유키의 몸 위에 그대로 엎어져, 그녀의 겨드랑이 아래에 한쪽 팔을 집어넣어놓고 몸을 받쳤다.
그 상태로 미유키의 뒤통수를 받치며 골반을 튕기자,
“흐응...♡”
미유키가 애교 섞인 신음을 터뜨리며, 내 뒤쪽 허벅지를 자신의 다리로 감쌌다.
목을 끌어당기며 쪼옥 쪽 하는 음탕한 키스를 하는 건 덤.
서로의 몸이 완전히 밀착해있는 이 체위가 무척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정작 나는 자지를 끝까지 집어넣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무릎에 힘을 준 채 버티고 있어 힘들었지만 말이다.
“좋아?”
“헤엑... 조아... 이거 조아...”
쾌락으로 젖어있는 대답에 만족한 나는 이대로 다시 움직임을 가져갔다.
그에 미유키의 인상이 약간 찡그려졌다. 고통이 다시 찾아온 듯한 모습.
하지만 내가 그녀의 뺨에 착 달라붙어있는 머리카락을 정성스레 떼어내기 시작하자, 이내 황홀감으로 물든 표정을 지었다.
쯔윽... 쯔윽...
야하기 짝이 없는 마찰소리가 아주 자그맣게 들려와 귓가를 간지럽힌다.
온몸이 붕 뜨는 느낌.
미유키 또한 나와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자신의 두 앞니로 아랫입술을 깨물어 입 안으로 당겨왔다.
안달이 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 나는, 방긋한 눈웃음을 지으며 삽입을 계속해나갔다.
그러면서 미유키의 가슴을 입으로 삼키고, 쏟아져 나온 땀으로 인해 미끌미끌해진 그녀의 유두를 이빨로 아주 약하게 깨물었다.
“꺄아앙...!”
거의 혀를 내뺄 듯한 격한 반응을 보여주는 미유키.
내 등을 감싸고 있는 그녀의 손이 구부려지면서 등가죽을 꾸욱 찌른다.
그와 동시에 자지를 조여오던 조임이 확 강해졌고, 내 몸에 깔린 미유키의 몸이 꿀렁거렸다.
가벼운 절정을 맛본 것이다.
“허어억... 허억...”
지친 호흡을 정돈하지도 못한 채 입술을 파리하게 떠는 미유키.
맞이한 절정의 여운에 휩싸여있는 그녀를 본 내 머리가,
그녀의 처음을 가져갔다는 심리상태가 날 사정감으로 이끈다.
쯔걱, 쯔걱, 쯔걱...!
어서 빨리 분출하여 오르가즘을 맞이하고 싶다는 본능이 이성을 덧씌우고 있다.
어떻게든 조절해보려 하고 있지만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고환에서부터 올라오기 시작한 간질간질한 느낌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찌꺽!
나는 미유키의 보지에서 자지를 빼내, 그녀의 치구 위에 올려놓고 기둥을 잡았다.
그리고는 미유키의 눈이 의문으로 물듬과 동시에, 하반신에 빡 주고 있던 힘을 완전히 풀었다.
그러자 꿀럭거리는 감각과 함께, 모아놓았던 정액이 일시에 분출되었다.
자그마한 구멍에서부터 엄청난 기세로 쭉 뻗어나간 그것은,
투둑.
미유키의 밑가슴에 막혀 후두둑 떨어졌다.
뒤이어 2차로 튀어나온 정액은, 미유키의 명치와 아랫배를 적시면서 기세를 잃었다.
“흐악...?”
뜨겁고 질척한 점액이 자신의 몸에 닿은 게 낯설었을까?
미유키가 온몸을 튕기며 의아한 탄성을 터뜨렸다.
“후우...”
타버릴 것 같은 머릿속이 진정되면서, 몸에 힘이 쭈욱 빠지고 늘어진 한숨이 새어나온다.
그리고 이런 나와 귀두 가운데서부터 방울이 맺혀 뚝뚝 떨어지고 있는 정액을 번갈아 바라보던 미유키는,
“.... 어...?”
안 그래도 큼지막한 자신의 눈을 두 배는 더 크게 떴다.
그녀는 그제야 알아차린 듯했다.
내가 콘돔을 끼지 않았다는 것을.
“어...? 으응...?”
벙 쪄있던 미유키가 입을 헤 벌린 채로 날 쳐다보았다.
그런 미유키와 눈을 마주친 나는, 혹시 몰라서 근처에 놓아두었던 물티슈를 갖고 와 그녀의 몸에 묻어있는 엄청난 양의 정액을 닦아내주기 시작했다.
“앗...! 읏...!”
풀어진 뽀얀 피부에 차가운 느낌이 닿아 자극을 받았는지, 미유키의 몸이 움찔움찔 떨렸다.
물티슈를 아낌없이 뽑아 민감한 미유키의 피부를 정리해준 나는, 그녀의 옆에 누워 아랫배를 마사지해주었다.
**
꾸욱. 꾸욱.
자궁이 있는 부근과 그 밑을 정성스레 풀어주기 시작하자, 미유키의 고개가 내 쪽으로 향했다.
한참동안 복잡한 표정으로 날 뚫어지게 바라보던 그녀가 가장 먼저 한 말은,
“아파아...”
마사지를 살살 하라는 에두른 표현이었다.
“이 정도면 괜찮아?”
지압을 약하게 가져가며 묻자, 미유키의 고개가 아래위로 천천히 주억거려졌다.
“우응...”
얕은 신음을 내뱉은 그녀는 낑낑거리며 몸을 내려 보냈다.
내가 마사지를 해주기 편하도록 위치를 조정하는 그 행동이 너무나도 귀여워서, 입가에 절로 미소가 피어난다.
“허벅지도...”
다리를 꼭 오므린 미유키의 어리광.
아예 상체를 일으킨 나는 미유키의 허벅지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여기?”
“응...”
수줍게 얼굴을 붉힌 미유키가 요 옆에 놓인 물티슈 덩어리로 눈을 돌렸다.
거기서부터 솔솔 풍겨져오는 정액 특유의 밤꽃냄새를 맡았을까?
미유키가 고개를 쓰윽 빼더니 코를 킁킁거렸다.
그 순진한 행동에 빵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아낸 나는, 얌전히 미유키의 아랫배와 허벅지를 주물러주었다.
그러기를 한참, 미유키가 이불을 끌어당기더니 자신의 얼굴과 몸을 덮었다.
“숨쉬기 힘들지 않아?”
“안 힘든데에...”
“샤워는?”
“할 꺼야... 마사지 다 받구... 나 이제 종아리 해줘...”
창피해하면서도 할 말은 꼬박꼬박 다 하는구나.
피식한 나는 이불 안에서 새어나오는 미유키의 청초한 음색을 들으며 마사지를 계속했다.
그렇게 20분하고도 조금의 시간이 더 지나자, 미유키가 한쪽 팔을 스윽 뻗었다.
일으켜달라는 뜻이었다.
미유키의 팔을 잡고 등에 손을 대어 힘을 주자, 그녀의 상체가 부스스하게 올라왔다.
스르륵 내려가면서 드러난 완전히 빨개진 얼굴은, 그녀가 얼마나 부끄러워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샤워할래...”
꽁한 얼굴로 중얼거리는 미유키.
그녀의 양 뺨을 손바닥으로 누른 나는, 붕어처럼 툭 튀어나온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얼굴을 놓아주었다.
“물 받아놓을까? 누워서 쉬고 있을래?”
“.... 아니.”
“그러면 샤워실에서 샤워만 할 거야?”
“아니...”
거절의 의사를 내비치는 미유키가 바라는 건 명확했다.
고개를 끄덕인 나는, 그녀를 소중한 듯 끌어안았다.
“그럼 잠깐 이러고 있자.”
그러자 미유키의 팔이 내 허리를 감쌌다.
그 상태에서 놀이터에 있는 어린이용 로데오를 태우듯 몸을 앞뒤로 천천히 흔드니, 그녀의 코에서부터 나른한 콧바람이 새어나와 내 어깨를 간지럽혔다.
그렇게 우린 아주 오랜 시간동안 가만히 있었다.
흘러내린 땀이 완전히 식어버릴 때까지,
내 가슴에서 느껴지고 있는 미유키의 빠르게 두근거리는 심장박동이 잦아들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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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아...”
늘어지는 소리를 낸 미유키가 노천탕에 얼굴을 묻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니 생각할 거리가 많아진 그녀는, 마츠다와의 첫 섹스를 되새겨보았다.
육체와 정신이 유린당한 기분은 너무 이상했다.
아니지, 이렇게 생각하면 마츠다가 자신을 겁탈한 것 같잖은가.
유린은 무슨... 사랑을 나눴다고 하자.
아무튼 이상했다.
질 내부를 커다랗고 단단한 무언가가 꽉 채우고, 강제로 넓히는 것 같은 기분.
따뜻하면서도 묵직하고 찌릿찌릿하다?
그렇게 표현해야 맞을 것 같았다.
솔직히 쾌감보다는 통증이 더 앞섰다.
마츠다의 하반신이 점진적으로 속도를 높여올 때마다, 그리고 그의 흉악한 물건이 자신의 안쪽을 깊게 찔러올 때마다 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심지어 마츠다는 자신을 배려하여 성기를 제대로 들여보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그 정도로 고통을 느꼈다니... 끝까지 들어오면 어떨지 벌써부터 두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냥 좋았다.
자신을 향한 마츠다의 마음이 눈에 보였으니까.
그래서 통증과 더불어 흥분까지 했고, 마츠다가 중간에 관계를 멈추려는 기색을 보였을 때 막았던 것 같다.
의외였다.
처음으로 관계를 가진 역사적인 날임에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는 것이.
아마도 마츠다가 잘 대해주어서 그런 것 같다.
섹스를 끝낸 뒤 보여주었던 마츠다의 살가운 태도도 좋았고,
정성스럽게 마사지를 해주면서 민감한 부위를 자극하며, 식어가는 여운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 것도 좋았다.
첫 섹스의 감상을 종합하자면, 그냥 좋았다고 할 수 있겠다.
‘다음에는 꼭...’
이렇게 다음을 기약하는 자신을 보면 확실했다.
첫 섹스는 만족스러웠다.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콘돔을 끼지 않은 건 당황스러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서로의 생식기를 오롯이 느낄 수 있어서 오히려 더 기뻤던 것 같다.
“푸하...”
묻어놓았던 얼굴을 든 미유키는 자신의 몸에 뿌려졌던 마츠다의 정액을 생각해보았다.
마츠다가 당시 느꼈던 불같은 감정을 나타내듯 뜨거웠다.
만약 저게 자신의 안에 들어왔다면...
‘으아아...’
순간 외설적인 상상을 해본 미유키는 물을 얼굴에 치댔다.
이건 뭐 변태도 아니고... 벌써부터 그런 생각을 하면 어쩌자는 건지.
다시 쿵쾅거리기 시작한 심장을 진정시킨 미유키는 끙끙거리며 일어났다.
아랫배가 쑤셨다. 상상한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리긴 아려왔다.
온몸에 힘이 없다. 배가 고파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첫 섹스의 단점을 굳이 꼽자면 이것이었던 것 같다.
너무 긴장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어렵게 샤워를 끝낸 미유키는 펑퍼짐한 티셔츠와 반바지를 갖춰 입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녀는, 미리 샤워를 마친 마츠다가 탕 입구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자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왜 여기 있어...?”
“아까 들어갈 때 절뚝거리는 것 같길래... 걱정돼서 기다리고 있었지.”
미유키의 입꼬리가 절로 쭈욱 찢어졌다.
저런 다정한 마츠다의 모습은 첫 섹스의 만족감을 올려주는 요소 중에서 큰 축을 차지했다.
투둑.
마츠다가 열어놓았는지 활짝 오픈되어있는 창문 밖에선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와 끈적한 스킨십을 할 때마다 비가 오는데, 정말 신기하다.
그리고 좋았다. 분위기가 가라앉긴 커녕 확 살아나는 것 같아서.
이젠 비가 오는 날만 기다리게 되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조심조심 걸음을 옮겨 마츠다에게 가까이 다가간 미유키가 말했다.
“마츠다 군...”
“왜? 부축해줘?”
“아니이...! 그게 아니라... 나 배고파...”
“배고파? 밥 먹을까?”
“집에서 말고... 거기 갈래...”
“거기? 저번에 먹었던 곳?”
“응...”
“걸을 수 있겠어?”
“응. 있어.”
“그래...?”
걱정스런 눈빛으로 미유키를 쳐다본 마츠다가 말을 이었다.
“알았어. 일단 네 머리부터 말리고 출발하자.”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을 것 같은데 머리는 무슨 머리.
인상을 살짝 구긴 미유키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배고파.”
“조금만 참지?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배고파.”
“.... 그러냐...? 알았다.”
자신의 고집에 헛웃음을 켠 마츠다가 손을 내밀었다.
재빨리 그 손을 덥석 잡은 미유키는, 마츠다의 부축을 받으며 슬리퍼를 신고 차에 탔다.
그렇게 싸늘한 날씨를 헤치고 식당으로 간 두 사람은 안내를 받고 자리에 앉았다.
저번에 앉았던 구석자리였다.
“뭐 먹을래?”
메뉴판을 살펴보던 마츠다의 물음.
미유키는 식탁에 양쪽 팔꿈치를 괴고 손바닥을 뺨에 붙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마츠다만을 쳐다보았다.
아주 부담스런 눈으로 말이다.
“.....”
그에 무안한 듯 옆머리를 긁적인 그가 말했다.
“그냥 내가 고를게.”
오늘따라 신선한 마츠다의 반응이 재미있었던 미유키는, 장난을 더 칠까 고민하면서 저번에 붙어있던 포스트잇을 확인해보았다.
‘있다...!’
그대로 붙어있다.
그려지지 않은 요리를 보고 있는 자신과 마츠다의 SD 캐릭터가.
방실방실한 표정으로 그림을 바라보던 미유키는 그림에 무언가 빠져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분명히 저번엔 만족스러웠는데... 오늘따라 별로다.
미유키는 메뉴판에 눈을 두고 있는 마츠다를 흘끗거리며, 팔을 뒤로 뻗어 포스트잇 한 장과 펜을 가져왔다.
그리고는 재빨리 새로운 그림을 그려, 기존의 그림 위에 붙여놓았다.
이제야 조금... 그림이 풍성해진 것 같다.
마음에 든다. 아주 많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