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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코미디를 망가뜨리는 법-64화 (64/313)

〈 64화 〉 몰래, 둘이서.

* * *

펑퍼짐한 티셔츠로도 가려지지 않는 큰 가슴.

미유키의 위에 올라탄 채로 그곳을 빤히 바라보자, 무안함을 느낀 듯한 그녀가 눈동자를 데굴 굴렸다.

“보지 마...”

“아예 보지 마?”

“그건 아니구... 너무 빤히는 안 돼...”

봐도 되긴 하는 거네.

보수적인 미유키가 점점 야해지고 있는 게 보기 좋다.

근데 너는 네 자신이 개방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긴 한 거냐?

“빤히 보지 말라니까아...!”

거의 따지듯 앙탈을 부린 그녀가 내 가슴팍에 손을 올렸다.

쇄골부터 시작해서 목까지 올라오는 부드러운 손길.

그 간질간질한 감각에 몸을 약하게 떨자, 미유키의 눈에 호선이 그려졌다.

“간지러워...?”

“조금.”

“여기 아파...?”

키스마크가 새겨진 목에 손을 댄 그녀의 물음.

방긋 웃은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엄청 크게 됐다아...”

자신의 만들어낸 흔적이 뿌듯한 듯 감탄을 하는 미유키.

중의적인 표현이 섞여있는 것 같은 말에 헛웃음을 켠 내가 말했다.

“가릴 수가 없는 곳이라서, 나중에 돌아갈 때 아주머니랑 아저씨가 보시겠는데.”

그에 미유키의 상기된 얼굴이 확 바뀌었다.

그늘이 드리워졌다가, 놀라는 표정으로.

마크를 만들 때 흥분한 상태였던 터라,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

“그, 그럼 어떡하지...? 몰래 나갈까?”

“인사도 안 드리고 나가라고? 그건 안 되지. 만약 여쭤보시면 가려워서 긁었다고 할게.”

“그래도 돼...? 안 들켜...?”

네 부모님은 네가 더 잘 알 텐데,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떡하니.

“글쎄. 아마도 아실 것 같은데. 근데 그게 문제가 되나? 만난다고 말하면 되잖아.”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방 안에서 문란한 일을 한 게 문제인 건가?

물론 키스마크는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도 볼 수 있는 애정표현이다.

둘이서 진하게 놀았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끈적한 스킨십이기도 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와타루와 미도리의 성격상 그렇게까지 보수적으로 나오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나저나 카나가 키스마크를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더 궁금해진다.

내 목을 본다면 곧바로 눈치챌 텐데, 내가 돌아가고 난 후 무슨 대화를 나눌까?

마음만 같아선 도청이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다.

미유키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진 내가 물었다.

“창문 타고 도망갈까?”

“창문...? 높진 않긴 한데... 다칠 것 같아... 아, 아무리 마츠다 군의 운동신경이 좋다고 해도...”

농담으로 한 말인데 진지하게 고민하는 그녀.

어처구니가 없는 웃음을 터뜨린 나는 미유키의 입술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댔다.

이후 혀끝을 빼꼼 내밀어, 그녀의 입술에 대고 살살 움직였다.

“우응...”

그러자 눈을 지그시 감은 미유키의 코에서 애처로운 콧소리가 새어나왔다.

침대에 딱 붙이고 있던 손은 어느 샌가 올라와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거나 쥐었고,

다리는 가만 두지 못하고 오므린 채로 비비면서, 스윽 스윽하는 묘한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입술을 서서히 벌리면서 자신의 입 안으로 혀를 들여보내려는 건 덤.

욕심이 가득한 미유키의 얼굴을 본 나는 그녀의 윗입술 가운데에 톡 튀어나온 부근을 혀로 건드리면서 밀어냈다.

이런 간을 보듯 하는 키스가 좋았을까?

흐리멍덩하게 눈을 뜬 미유키가 돌연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미간이 갑작스레 좁혀진다.

미유키의 모습이 무척 요염해보여서, 성욕이 순간 확 끓어올랐다.

“.... 왜 그래...? 어디 불편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 순진한 눈망울을 끔벅거리는 그녀.

자신이 저런 행동을 했다는 걸 자각하지 못하는 듯했다.

“아니. 아무것도 아냐.”

조용히 숨을 내쉬며 달아오른 마음을 달랜 나는, 미유키의 등허리 아래로 손을 집어넣고 그대로 돌아누웠다.

“앗...!”

순식간에 뒤바뀐 자세에 짧은 탄성을 내뱉은 미유키가 잠깐 멍하니 날 내려다보았다.

사타구니 위에 앉다시피 한 미유키의 엉덩이를 살살 토닥여주자, 고개를 작게 털어내며 정신을 차린 그녀가 침을 꼴깍 삼켰다.

“.....”

주도권과 선택권을 갖게 되어버린 미유키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입술을 당장 덮쳐버려야겠다는 생각?

아니면 내가 한 것처럼 간을 봐야겠다는 생각?

한참동안 고민하던 미유키가 선택한 것은, 내 가슴팍에 수줍게 이마를 대며 바람을 후 불어넣는 일이었다.

“잘생겼어...”

그리고는 모기만도 못한 목소리로 내 외모를 칭찬했다.

고작 한다는 말이 저거라니.

엉뚱한 타이밍이라 황당하기도 하지만, 절로 웃음이 튀어나올 만큼 기쁘기도 하다.

“그랬어?”

“응...”

“외모만 좋아하나보네?”

“.... 아니야...”

“성격은 엄청 싫어하잖아.”

“아니거든...?”

뾰로통한 투로 반박하는 미유키.

후끈했던 분위기가 차츰 말랑해지면서 달콤하게 변한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둘 모두 달아오른 상태였다.

내 한쪽 가슴에 비스듬히 걸쳐져있는 미유키의 빨간 얼굴을 보면, 나보다 미유키가 더욱 흥분한 것 같았다.

술이라도 취한 듯 몽롱해져있는 눈빛, 시도 때도 없이 입술을 할짝거리는 혀...

그리고 양옆의 허리 아래로 내려온 다리에 힘을 주는 걸 보면 확실했다.

서로를 하염없이 쳐다보던 우리.

한동안 나와 눈싸움을 하던 미유키가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날 타박했다.

“그렇게 쳐다보지 마아...”

그리고는 가슴에 올려두었던 자신의 얼굴을 침대 아래로 쏘옥 내렸다.

오늘따라 애교가 펄펄 흘러넘치고 있는데,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아까부터 하지 말라는 게 왜 이렇게 많아?”

“.....”

“베개를 얼마나 오래 썼으면 이렇게 흐물거리냐.”

“.... 어제 바꿨어... 원래 그런 베개야...”

“냄새나는데?”

“거짓말하지 마...! 안 나...!”

미유키가 내 허리를 콕콕 찔러댔다.

장난에 빈정이 상한 듯한데, 꼬집기엔 내가 아파할까봐 걱정스러워서 이런 식으로 투덜거리는 모양이었다.

한동안 그런 식으로 삐쳐있음을 표출하던 그녀는,

움찔.

허리를 긁었을 때, 내가 몸을 약간 튕기는 반응을 보여주자 화들짝 놀라더니 고개를 갸우뚱했다.

“....?”

@@

방금 마츠다가 보인 반응은 뭘까?

인상이 약간 찡그려지더니 허리가 들렸다.

허리를 긁었을 때였던 것 같은데...

자신의 기다란 속눈썹을 두세 번 닫았다 뜬 미유키는, 호기심이 잔뜩 어린 눈으로 마츠다의 몸 구석구석을 훑었다.

이후 조심스럽게 티셔츠 안으로 손을 넣어, 방금 만졌던 곳을 또 다시 만져보았다.

움찔.

또 반응이 왔다.

이번엔 맨살을 만져서 그런지 훨씬 격하다.

여기가 마츠다의 성감대인가?

혹시나 싶었던 미유키는 손을 더욱 뻗어보았다.

허리 다음은 광배근이었다. 잘 발달된 그곳을 손끝으로 간지럽히듯 올라가자, 마츠다가 또 다시 큰 반응을 보였다.

“후...”

이를 꽉 깨물고 숨을 길게 내뱉었던 것이다.

허리보다 더 굉장한 자극이 왔다는 명백한 증거에, 미유키의 눈이 초승달 모양으로 변했다.

마츠다는 지금 자신의 손으로 인해 느끼고 있었다.

그것도 꽤나 많이.

“야. 그만해.”

마츠다의 목소리가 조금 가라앉았다.

말투도 다정스러웠던 전과는 달리 엄했다.

저건 연기였다. 화가 난 척으로 자신이 흥분했음을 감추려는 연기.

이를 제대로 파악한 미유키는, 입 안에 맴돌고 있는 달짝지근한 타액을 삼켰다.

마츠다가 왜 저럴까?

어쩌면 항상 리드하던 입장이 뒤바뀌게 돼서 자존심이 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항상 받기만 하다가 해주는 입장이 되니 뭔가 재미있다.

호기심이 마구마구 피어난다. 마츠다의 몸을 더 알아보고 싶어진다.

“그만하라고.”

자신을 제지하는 마츠다를 상큼하게 무시한 미유키의 손이 마츠다의 단단한 가슴으로 향했다.

에어컨조차 없는 방 안에서 끈적한 스킨십을 하느라 식은땀으로 얼룩진 대흉근.

미유키는 거길 손바닥으로 사르르 훑고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팍 구겨지는 마츠다의 얼굴.

누가 봐도 견디기 힘들어하는 게 티가 났다.

마츠다의 저러한 반응은 미유키 또한 덩달아 흥분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손길로 느끼고 있는 마츠다를 보니 기분이 좋다.

머릿속에서 달달한 도파민이 분비되며 전신으로 퍼진다.

식어갔던 성욕이 다시금 올라오면서 호흡이 가빠져온다.

“마츠다 군...”

그의 이름을 부른 미유키는 소스라칠 정도로 놀라고야 말았다.

자신의 입에서 외설적인 목소리가 튀어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설마 첫 관계를 가졌을 때에도 이런 식으로 교태 섞인 목소리를 내뱉었나?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부끄러워진다.

“.....”

마츠다는 자신의 부름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기다란 콧바람을 내뱉으며 고조되어가는 열기를 식히려고만 했다.

그런 반응에 왠지 모르게 성질이 난 미유키는, 가슴 바깥쪽에 톡 튀어나와있는 마츠다의 젖꼭지를 손톱으로 긁었다.

“큽...!”

상체가 확 들린 마츠다의 입에서 신음이 튀어나오려다 말았다.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반응 중에서 가장 격렬하고 낯선 반응이 튀어나오자, 미유키의 입가가 씰룩거렸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콧김을 훅 내뿜은 마츠다는,

“앗!”

미유키의 몸을 그대로 뒤집고 그 위에 아까처럼 올라탔다.

그리고는 자신의 티셔츠를 훌러덩 벗어던졌다.

찌이익...

옷감이 늘어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과격한 탈의에, 미유키의 입이 앙다물어졌다.

곤혹스러워하던 그녀는, 마츠다가 곧 자신의 티셔츠 자락을 잡고 들추자 눈을 크게 떴다.

“마, 마츠다 군...! 뭐해애...!”

“괜찮아. 힘 빼봐.”

안 된다. 마츠다의 이성이 남아있을 때 말려야한다.

더 나아가다간 완전히 불이 붙을지도 모른다.

자신 또한 마찬가지. 여기서 티셔츠가 벗겨지고 마츠다와 맨살을 맞대면 무조건 달아오를 테고, 부모님과 언니가 있는 것도 머릿속에서 지운 채로 마츠다와 관계를 가져버릴지도 몰랐다.

가뜩이나 흥분한 상태인데, 여기서 더 가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그러니 멈추게 해야 한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왜? 자신을 내려다보는 마츠다의 눈에 애정이 잔뜩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마츠다의 눈에선 의지가 보였다.

자신이 멈추라고 하면 언제든지 그만 두겠다는 의지가.

겉모습은 성욕에 지배된 것처럼 보이지만, 마츠다는 지금 자기 자신을 똑바로 컨트롤하고 있었다.

3자가 봐도 알 정도로, 확실하게.

그의 그러한 모습은 미유키로 하여금 안도감이 찾아오도록 만들었다.

그라면 자신을 잘 대해줄 거라는 믿음이 피어나면서, 마음마저도 점점 기울게 하고 있었다.

어떠한 일이 일어나든 괜찮을 것 같다는 쪽으로 말이다.

‘뒤처리는 어떡하지...? 아니, 그 전에 들키면...?’

신음만 잘 참아내면 뒤처리는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갑자기 부모님이나 언니가 들이닥칠까봐 무섭다.

문을 잠가놓았다고는 하지만 당연히 의심할 테고, 자신은 물론 마츠다에게까지 곤란한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러니까 그만하자고, 하려면 적어도 네 집에 가서 하자고 말을 꺼내야하는데...

몸이 왜 이렇게 뜨거운지 모르겠다.

온갖 생각을 하며 머뭇거리던 미유키는, 마츠다가 그의 큼지막한 손을 자신의 골반에 대고 안쪽으로 비스듬히 쓰다듬자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모, 모르겠어...’

마츠다가 알아서 해주겠지.

그게 미유키가 내린 결론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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