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에 이끌려 거실로 들어간 미유키가 돌연 팔을 뿌리쳤다.
“아파...! 너무 세게 잡았잖아...!”
“미안.”
“전혀 미안한 표정이 아닌데 무슨... 앗! 마, 마츠다 군...!”
다짜고짜 웃통을 훌러덩 벗어던진 날 다급하게 부르는 미유키.
나는 얼굴을 양손으로 가린 그녀를 향해 히죽 웃어보였다.
“왜.”
“지금 뭐해애...!”
“옷 벗었는데.”
“그러니까 왜 지금 옷을 벗냐구...! 빨리 다시 입어...!”
“집에 왔는데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어야지.”
“저, 정말 그런 이유 하나만으로 옷을 벗은 건 아니잖아...!”
“그렇긴 해.”
음흉한 속내를 순순히 인정하자, 미유키의 입이 꾹 다물렸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그녀가 눈을 데굴 굴리더니 옷장으로 갔다.
그 안에서 자신이 놓아두었던 옷가지들을 꺼낸 그녀가 말했다.
“샤워... 샤워부터 할래...”
“뭔 샤워야. 장난해?”
“아니이...! 나 땀이랑...”
“땀이랑 뭐.”
“.... 어, 어쨌든 샤워부터 할 거야...”
아래가 젖어있다는 말은 곧 죽어도 못하겠나보다.
나는 미유키가 들어가려는 욕실 문을 막아섰다.
미닫이문에 팔을 대고 서서 다리를 꼰 껄렁한 자세.
이런 내 모습을 바라본 미유키가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마츠다 군, 진짜 이럴 거야?”
“정 샤워먼저 하고 싶으면 같이 하자.”
“뭐?”
“노천탕에 물 받아놓을게.”
“자, 잠깐만! 내가 언제 같이 한다고 했는데...!?”
“받아놓는다. 여긴 들어가지 마라.”
거의 통보를 해놓은 나는 미유키가 보는 앞에서 미닫이문을 닫았다.
이후 벙 쪄버린 그녀를 제쳐두고 노천탕으로 들어가, 탕에 물을 틀었다.
밑에서부터 보글보글 올라오기 시작하는 맑고 투명한 온수.
일정한 소리를 일으키는 그 백색 소음을 잠깐 음미하던 나는 밖으로 나왔다.
“나는 같이 안 할 건데...? 왜 혼자 마음대로 결정해...?”
욕실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얌전히 서있던 미유키의 투덜거림이었다.
그녀에게로 성큼 걸어간 내가 태연스럽게, 그리고 나긋하게 말했다.
“같이 하자. 응?”
“.....”
방금은 정색을 했다가, 지금은 방글방글한 미소를 짓다가...
실시간으로 변하는 내 태도가 밉살스러웠는지, 미유키가 새초롬하게 고개를 돌렸다.
“싫어... 혼자 할 거야.”
“정말 혼자 하려고?”
“그렇다니까...! 그리고 가까이 오지 좀 말... 흐익...!”
미유키가 말을 하다 말고 움찔했다.
내가 그녀의 오른손목을 잡고, 손가락을 하나하나 마사지했기 때문이었다.
검지와 중지를 구부린 채, 그 사이에 미유키의 손가락을 끼우고 적당한 힘으로 잡아당기고...
그렇게 말없이 다섯 손가락을 모두 풀어준 내가 반대쪽 손바닥을 펴서 내밀자,
“.....”
집으로 돌아오면서 진정되었던 미유키의 안색이 다시금 붉어지기 시작했다.
머뭇거리면서 옷가지를 옮겨 잡더니, 스을쩍 왼손을 올려놓는 그녀.
실소를 터뜨린 나는 재차 마사지를 시작하며 미유키를 달랬다.
“오늘 나 때문에 힘들었어?”
“.... 뭐하는 거야...?”
“그냥 물어보는 거야. 힘들었냐고.”
“마츠다 군...! 그거 하지 마...”
“뭘?”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돼...! 진짜 안 돼...”
미유키는 나긋나긋한 태도에 약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목소리가 아니라, 언제 망나니처럼 막돼먹고 이기적이었냐는 듯 따뜻한 태도로 바뀐 내게 약하다고 해야 옳았다.
지금의 나는 그렇게 하고 있었다.
집에 도착했을 당시와는 전혀 다른 온화한 태도와 조심스런 스킨십, 그리고 약간 가라앉은 노곤한 목소리...
미유키가 좋아할만한 것들로만 무장한 채로, 나는 그녀를 유혹해나갔다.
“왜? 뭐가 마음에 안 드는데?”
그리 말한 나는 미유키가 들고 있는 옷을 조심스럽게 가져와 바닥에 내려놓고, 그녀와 양손을 마주잡고 깍지를 꼈다.
그 상태로 줄다리기를 하듯 앞뒤로 천천히 움직이면서 그윽하게 미유키를 바라보자,
“.... 흐응...”
미유키가 그녀 특유의 신음을 내뱉더니 발을 동동 굴렀다.
미유키의 마음이 점차 들떠가고 있는 게 보인다.
흥분도 하고 있나? 깍지 낀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걸 보면 아마 그런 것 같다.
나는 여기서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다가갔다.
서로 거의 밀착하게 된 우리.
무릎을 살짝 굽혀 미유키와 시선을 맞춘 내가 물었다.
“나랑 같이 있는 게 싫어?”
“뭐래애...! 내가 언제 그랬어...!”
“그럼 같이 샤워할 거야?”
“아 진짜...!”
목소리에 점점 아양이 묻어나오고 있다.
혀를 빼꼼 내민 나는,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미유키의 입술을 혀끝으로 톡 건드렸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색이 완전히 바뀌었다.
마치 퍼엉-! 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고 착각할 정도로, 곧 터질 것처럼 붉게.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내가 말했다.
“같이 하고 싶어.”
“.....”
“할 거지?”
“.....”
“응? 할 거지?”
계속되는 재촉.
입술을 굳게 다문 채로 대답을 피하던 미유키는, 결국 내 고집에 백기를 들었다.
“할게...! 한다구...!”
짜증이 가득한 말투 속에 기대감이 섞여있다.
대답을 들은 나는 굽혔던 무릎을 펴고, 미유키의 정수리에 키스를 했다.
그 행동에 소스라치게 놀란 미유키가 앙탈을 부렸다.
“내, 냄새나...! 하지 마...!”
“하나도 안 나.”
“하아... 미치겠네... 내, 내가 먼저 들어가 있을 테니까... 마츠다 군은 내가 부르면 들어와...”
“알았어.”
“옷도 다 벗지 말고... 속옷만 입고 들어와...”
“그럼 어떻게 샤워를 해?”
“탕 안에서 벗으면 되잖아... 속옷은 어차피 빨 거구...”
최소한의 조건인가?
탕 안에서 팬티를 벗는다는 것도 웃길 듯하지만, 이 정도는 들어줄만하지.
“그렇게 할게.”
“.... 응.”
답답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상쾌한...
그런 모순적인 한숨을 내쉰 미유키는, 곧 옷가지를 들고 노천탕 안으로 들어갔다.
**
[들어와.]
미유키의 톡을 받은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글만 봐도 그녀가 얼마나 수줍어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아서였다.
윤활제를 챙긴 나는 미닫이문을 아주 약간만 열고 노천탕 안을 살펴보았다.
탕에서부터 올라오는 뿌연 수증기.
그 안에 몸을 돌린 미유키가 있다.
윤기가 흐르는 그녀의 어깨라인을 잠깐 감상하던 나는, 말없이 안으로 들어가 탕 옆에 놓인 샤워기를 틀었다.
이후 대충 몸을 씻어내고는 탕 안으로 들어가, 아직까지도 날 등지고 있는 미유키의 근처로 다가갔다.
투명한 물속, 미유키가 입은 흰색 무지 팬티가 피부에 딱 달라붙어있는 게 보인다.
물을 머금어 반투명해진 무지 안으로 비치는 뽀얀 엉덩이가, 나체인 것보다 훨씬 야하게 느껴져 시각적인 만족감을 준다.
찰박.
오싹한 기분을 느낀 듯 몸을 부르르 떠는 미유키의 등에 물을 뿌리자, 그녀의 고개가 흘끔 돌아갔다.
“장난치지 마...”
“좋아서 그랬어.”
“.....”
“팬티는 왜 입고 있냐?”
“창피하니까...”
“이미 볼 건 다 본 사인데?”
“그, 그렇다고 해도... 히약...!”
미유키의 입에서부터 놀란 비명이 터져 나왔다.
내가 그녀의 허리를 잡고 뒤로 당겼기 때문이었다.
모서리를 꽉 잡은 채 힘을 주는 미유키.
절대 딸려가지 않겠다는 그 몸부림에 코웃음을 친 나는,
꾸욱.
검지를 세워 미유키의 말랑한 허릿살을 찔렀다.
“으힉!”
그러자 어깨를 바짝 세운 미유키의 손가락이 모서리에서 그대로 떨어져나가며, 그녀의 등이 내 가슴에 완전히 달라붙었다.
그 틈을 탄 나는 재빨리 미유키의 허리를 감싸고 뒤로 빠졌다.
“하지 마...! 하지 말라구...!”
탕의 끝에서 끝까지 힘없이 딸려온 그녀가 아등바등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내가 그녀의 아랫배를 시계방향으로 쓰다듬어주자, 이내 잠잠해지더니 온몸을 축 늘어뜨렸다.
“하아...”
한숨을 푹 내쉬며 내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개는데, 자포자기한 것 같다.
젖어있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양 어깨 아래로 내려 보낸 내가 말했다.
“아까는 잘만 까불었으면서, 지금은 왜 이러냐?”
“내가 언제 까불었는데...”
“차에서 그랬잖아.”
“몰라. 기억 안 나.”
시치미를 떼는 미유키의 몸에서 맥이 빠져갔다.
군살하나 없는 몸이 전체적으로 잘 풀려가는 게 느껴진다.
“저건 뭐야?”
탕을 사각으로 두른 테두리.
그 위에 올라가있는 자그마한 윤활제통을 발견한 미유키의 물음이었다.
그녀의 명치쯤으로 손을 올린 내가 대답했다.
“윤활제.”
“윤활제...? 그걸 왜 챙겨...?”
“물기 있으면 뻑뻑해서 잘 안 들어가거든.”
찰박!
말을 끝마침과 동시에, 내 얼굴에 물이 튀었다.
괜히 심술을 부리는 모습이 귀엽다.
고개를 털어내 물기를 날려버린 나는, 미유키의 가랑이 사이로 손을 내려 보냈다.
팬티 위로 느껴지는 도톰한 음순.
그 가운데에 중지를 대고 지그시 누르자, 팬티와 함께 중지 일부가 약간 삼켜졌다.
“흣...! 아 왜 벌써부터 이러는데에...!”
“좋으니까.”
“맨날 좋다는 말로 넘어갈 생각... 흐아앗...! 자, 잠깐만...!”
크게 꿀렁거린 미유키의 허리.
어느새 그녀의 가슴으로 한손을 가져간 나는, 톡 튀어나온 유두를 손톱 끝으로 살살 긁었다.
그러면서 그녀의 목덜미에 바람을 후 불었다.
“흐이익...!”
물기가 식어가면서 일으키는 특유의 서늘함.
그 촉각을 제대로 느낀 미유키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탕에 들어가기 전에 했던 대화의 무드 또한 좋았었기에, 감각이 곧바로 깨어난 듯했다.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마저도 들려오는데, 쾌감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는 증거였다.
나는 벌써부터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미유키를 살피면서, 본격적으로 그녀를 애무해나갔다.
가랑이 사이에 대어둔 손가락을 움직여 팬티를 젖히고, 음핵이 자리한 부근을 비비듯 만지며 애를 태우고...
다른 손으로는 유두를 꾸욱 누르며 심한 자극을 주고, 뒷목에 입술을 대어 쪽쪽 소리를 내며 빨아들이고...
그런 식으로 묵묵히 미유키의 몸과 마음을 녹여가던 나는,
“허어억...!”
마른침을 삼킨 미유키가 돌연 간드러지는 신음을 내뱉으며 허리를 바짝 세우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한껏 흥분해버린 미유키의 골반이 앞으로 튕겨나가면서,
찌꼭.
보지에 대고 있던 손가락이 본의 아니게 쏙 들어갔다.
“아아앗...!?”
자신의 안에 들어온 무언가가 낯설었는지, 미유키가 의문 섞인 탄성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건 잠시뿐이었다.
내가 손가락을 놀리며 속살을 헤집어놓기 시작하자, 그녀는 이내 기다란 콧바람을 내뱉으며 내 가슴에서 떨어져있던 자신의 등을 다시 밀착시켰고, 완전히 나른해진 몸을 내게 맡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