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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코미디를 망가뜨리는 법-83화 (83/313)

렌카가 날 데리고 간 곳은 외진 길거리에 있는 소규모 매장이었다.

자신이 아는 매장에 데려가줘도 됐을 텐데, 혹시라도 점원이 아는 척을 할까 우려해서 이곳에 온 모양이었다.

그래도 분위기가 나름 괜찮았다.

사람들도 꽤 있고, 판매하는 품목들도 퍽 다양했다.

아무래도 입소문으로 유지되는 매장 같은데... 렌카는 아마 골목 맛집을 우연히 발견한 기분이겠지?

“.....”

그녀는 로봇물의 프라모델 코너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하나 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나 때문에 참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

SD 피규어가 늘어서있는 진열대로 간 나는, 내가 사려던 피규어를 살펴보았다.

손바닥 크기 만한 게 무슨 가격이 이렇게 비싸냐.

덕질은 돈이 든다고 쳐도 이건 너무했잖아.

“안 골라?”

어느새 내 뒤로 다가온 렌카의 물음.

옆머리를 긁적인 나는 노란머리의 캐릭터가 발도술 자세를 취하고 있는 피규어를 하나 골랐다.

“.... 그 캐릭터를 좋아하는 거야?”

“예. 젠이츠라고 하는 앤데, 기술이 멋있더라고요.”

“그래... 뭐... 가격표에 쓰여 있네. 젠이츠... 8천 엔...”

네 최애캐잖아! 왜 모르는 척해!

씹덕이 창피하냐!?

“한정판으로 사고 싶었는데, 그나마 이게 낫네요.”

입맛을 찹찹 다신 내가 아까처럼 쇼핑백을 쳐다보자, 렌카가 쇼핑백을 아예 자신의 가슴에 품었다.

누가 봐도 소중한 물건을 감싸는 듯한 모습.

헛웃음을 켠 내가 물었다.

“조카를 굉장히 좋아하나보네요?”

“.... 조카를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죠. 저는 다 골랐는데, 선배는 뭐 사고 싶은 거 없어요?”

“난 없어. 그런데 그거 하나만 사려고?”

“예. 다른 캐릭터도 사고 싶은데 없더라고요.”

“무슨 캐릭터인데?”

“불꽃머리를 한 남자 캐릭터요.”

렌카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캐릭터를 언급하니, 그녀가 또 다시 흠칫했다.

속내가 빤히 보이는 수준이라서 어이가 없다.

아까부터 어색하던데 연기 좀 제대로 하지... 그러다가 들키면 어쩌려고 그러냐?

모르는 척 해주기도 힘들 것 같은데.

“어딘가에 있겠지... 잘 찾아봐.”

“잘 찾아봤는데 없습니다. 이제 나가죠.”

계산을 마치고 자그마한 쇼핑백을 손에 든 채 밖으로 나온 나는, 렌카가 매장 이름을 흘깃거리는 것을 보았다.

마음에 든 곳이라서 나중에 혼자 오기 위해 이름을 기억해두려는 듯싶었다.

“집에 책상이 없는데, 어디다 올려놔야 괜찮을까요?”

쇼핑백 안을 쳐다보던 내 질문에, 렌카가 도로로 시선을 돌리며 대답했다.

“보통 피규어를 사는 사람들은 전시장 같은 걸 하나쯤 놔두지 않나...? 가게 안에도 작은 거 팔던데...”

“전시장이 굳이 필요한가?”

“글쎄... 라이트하게 즐기는 사람들은 필요가 없을 것 같기도 한데... TV 위에 올려놓아도 괜찮을 것 같고... 난 모르겠으니까 네가 알아서 해.”

은근슬쩍 팁을 주는 모습이 웃기다.

씰룩거리려는 입꼬리를 진정시킨 내가 말했다.

“집이 어디에요? 태워줄게요.”

“그럴 필요 없다니까?”

“아니, 호의로 태워다준다는데 의심하는 건 또 뭐에요?”

“의심하는 게 아니라...”

“근데 옷은 원래 그렇게 입는 걸 좋아해요?”

“무슨...”

“맨날 제복이랑 도복 차림만 봤었는데, 잘 어울리네요.”

“시끄러워.”

호감도가 바닥 근처에 있다시피 해서 칭찬이 통하질 않는구나.

지금은 배꼽만 노출한 정도지만, 나중엔 알몸산책 시켜줄게.

목줄까지 채워서 야외섹스를 해도 괜찮겠네.

다른 사람들이 볼 듯 말듯한 스릴감... 생각만 해도 오싹할 것 같다.

렌카도 좋아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좋아하도록 만들겠지만.

어깨를 으쓱인 나는 저 멀리 보이는 공용주차장을 가리켰다.

“아무 짓도 안 할 테니까 가요. 조카 줄 선물도 샀는데, 만원전철에 타다가 쇼핑백이 구겨지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사람들한테 치어서 내용물이 망가지기라도 하면?”

“극단적인 소릴 하네... 그리고 퇴근시간대가 지나서 딱히 만원까지는 아닐 텐데?”

“그래도 사람은 많겠죠.”

“.... 그렇긴 하겠지.”

“그럼 됐네요. 갑시다.”

“아니, 잠깐만... 야! 마츠다!”

통보하듯 말하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내 뒤를, 렌카가 다급하게 따라왔다.

성난 목소리로 날 불렀지만 이내 잠잠해진 것을 보니, 내 말을 듣고 불안한 마음이 피어났나보다.

그래, 소중하게 여겨야할 한정판 피규어까지 샀는데 사람들이 막 치고 가면 기분 더럽잖아.

그렇다고 택시를 타기엔 요금이 부담되고...

그러니까 편하게 가자.

**

렌카의 집은 고풍스런 가옥이었다.

도키아카를 플레이하며 종종 보긴 했지만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인데, 분위기가 꽤 괜찮다.

올드함을 물씬 풍기는 지붕에서부터 느껴지는 전통...

도복을 입은 렌카의 이미지와 딱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여긴가요?”

집 앞에 차를 댄 내 물음에, 렌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집이 멋지네요. 고맙다는 말은 됐어요.”

“그럼 안 할게.”

아아... 우리 렌카...

쌀쌀맞은 저 태도를 빨리 조교해서 고쳐주고 싶어...!

개목걸이를 차고, 메이드복을 입고, 내키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날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네가,

Y존이 강조된 바니걸 복장을 입고, 굴욕적인 표정으로 토끼 율동을 하는 네가,

여러 코스프레 의상을 입고 박히는 네가 보고 싶어.

그러다가 내가 주는 쾌락에 점차 중독되어가며 몸도 마음도 다 바치게 되는 네가 보고 싶어서 미치겠어.

마구 솟아나는 의욕을 애써 가라앉힌 내가 말했다.

“들어가요. 조카한테 선물 잘 주고.”

“.... 내일 대련인 건 알고 있지?”

대련이라고?

뜻밖의 소식을 들었구나.

“아뇨. 모르는데.”

“치나미가 말 안 해줬어?”

치나미는 오늘 하루 종일 부끄부끄 모드여서, 말도 제대로 못했단다.

“예.”

“그래? 1학기에 입부한 1학년들이랑, 2학기에 입부한 1학년들이랑 팀을 나눠서 대련하기로 했어. 그냥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해볼 겸 하는 거니까 가볍게 생각해.”

아쉽다.

테츠야를 합법적으로 두들겨 패면서, 얼마 남지 않은 수컷으로서의 자존심을 뭉갤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알겠습니다.”

“특히 마츠다 너는... 나와 대련할 때처럼 하면 안 돼.”

“살살 하라는 뜻인가요?”

“그때처럼 본능적으로만 움직이지 말라는 소리야. 지금까지 치나미한테 배웠던 것들을 활용하면서 대련해.”

“그러죠 뭐.”

시큰둥한 대답에 눈썹을 꿈틀하는 렌카.

언제 한 번 날을 잡고 날 교육시켜주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것 같다.

“갈게. 태워줘서 고마워.”

하지 않겠다던 감사인사를 전한 렌카가 차에서 내렸다.

문을 닫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집으로 향하는 그녀.

대문 앞에 멈춰서선 열쇠를 찾는 그녀의 길쭉한 다리, 그 허벅지 사이에 있는 역삼각형의 틈을 감상하던 나는, 차 안에 은은하게 남아있는 블루베리 향을 맡으며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어냈다.

미유키는 자두, 치나미는 복숭아, 렌카는 블루베리.

셋 다 잘 어울린다.

**

다음날.

여느 때처럼 미유키를 태우고 입맞춤을 나눈 나는, 그녀가 우유를 마시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

“웬 우유야?”

“그냥 식탁 위에 있길래 들고 왔는데... 마츠다 군도 마실래?”

나는 미유키의 얼굴에 내 입술을 들이대, 그녀의 입가에 묻어있는 우유를 혀로 핥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내 속내를 읽은 미유키가 고개를 뒤로 쭉 빼자 미수에 그치고 말았다.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고 있는 내게, 미유키가 새침한 투로 말했다.

“시도 때도 없이 그러지 좀 마... 한다고 말이라도 하면 몰라... 방심할 수가 없네 진짜...”

“오늘 왜 이렇게 틱틱거리지?”

“틱틱거리긴 뭐가... 얼른 가기나 해, 이 바보야...”

“따끔하게 혼은 냈고?”

“그건 무슨 소리야?”

“네가 미우라한테 한 마디 하겠다며.”

“아... 그거... 말은 해놨어.”

“뭐라고 했는데?”

“우린 마츠다 군의 차를 얻어 타는 입장이니까... 미리미리 나와 있는 게 기본적인 예의라고... 그러니까 앞으로는 늦지 말라고 했어.”

“그랬더니 뭐래?”

“알겠다고, 미안하다고 그러던데...”

내가 그 옆에 있었어야했던 건데, 놓쳐버려서 너무 아쉽다.

아예 미유키의 집 근처로 이사를 와버릴까?

그럼 여러 보기 좋은 장면들을 볼 수 있을 텐데.

“그건 혼낸 게 아니잖아.”

“누가 혼낸다고 했어...? 한 마디 하겠다고만 했지...”

“아쉽네.”

“아쉽긴 뭐가 아쉬운데... 요즘 마츠다 군을 보면 테츠야 군을 싫어하는 느낌이야...”

싫어하는 거 맞아.

애가 적당히 병신이어야 좋아하지.

아무런 대답도 않고 전방을 쳐다본 나는 차를 출발시키며 화제를 돌렸다.

“내일 주말인데, 오늘 우리 집에서 잘 거지?”

“아, 응... 아마도...?”

“아마도는 뭐야?”

“집에 눈치 보여서 아직 말 안 했는데... 점심에 엄마한테 전화해볼... 히야악!”

미유키가 돌연 까무러칠 듯한 비명을 터뜨렸다.

내 손이 그녀의 제복 와이셔츠를 올리고 스멀스멀 기어들어가, 말랑한 살결을 만지작거렸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따스한 미유키의 몸.

그 아랫배를 주무르며 점점 아래로 손을 내려보내려고 하자, 미유키가 다리를 바짝 오므리더니 투덜거렸다.

“우유 쏟을 뻔했잖아...! 시트에 묻으면 어떡하려고...”

“넌 쏟아도 돼. 내가 다 치울게.”

그 말이 듣기 좋다고 생각했을까?

미유키의 입가가 희미하게 올라갔다.

그러나 이내 정면에 테츠야가 기다리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날 나무랐다.

“얼른 빼... 테츠야 군 나와 있어...”

재미있는 생각이 난 나는 놈의 앞으로 차를 느릿하게 몰고 갔다.

문은 모조리 잠가놓고, 여전히 미유키의 속살을 만지고 있는 채로.

“마, 마츠다 군...! 뭐해...? 진짜 미쳤어...?”

내 속셈을 눈치챈 미유키가 다급하게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꾸욱...

“어헉!”

치구 밑부분에 있는 말랑한 살, 그곳을 지그시 눌러주자 몸을 한 차례 튕기더니 바르르 떨기 시작했다.

팬티 위로 느껴지는 온기가 가득한 살결.

그 도톰한 살결 가운데의 일자로 쭉 찢어진 라인을 따라 중지를 앞뒤로 살살 놀리던 나는,

덜컥덜컥.

-마츠다? 문 안 열렸어!

뒷좌석을 열려고 하는 테츠야의 당황스런 목소리를 들은 미유키가 우유 팩을 부서져라 쥐려고 하자 손을 빼냈다.

“하윽...!”

힘겨운 신음을 터뜨린 미유키가 재빠르게 옷매무새를 추슬렀다.

호흡도 제대로 고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어지간히 급했나보다.

미유키가 들고 있는 우유 팩을 조심스레 가져온 나는, 우유를 벌컥벌컥 들이켜며 그녀를 살폈다.

이후 그녀가 제복 와이셔츠 밑단을 치마 속으로 집어넣는 것을 보고 차 문을 열었다.

삑-!

잠금이 해제되는 소리와 함께 열린 뒷좌석.

얼빵한 표정을 지은 테츠야가 차에 올라타며 묻는다.

“뭐야? 자동차 고장 났어?”

“아니, 다른 버튼을 누르고 있었어. 아침이라 정신이 없어서.”

이 태연한 핑계에 속아넘어간 테츠야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는 웃는 낯으로 장난을 쳤다.

“이러다 사고 나는 거 아니야?”

“농담을 해도 그딴 걸 하냐? 대가리나 치워라. 룸미러 가리지 마.”

“미안. 안녕, 미유키.”

차 안에서 잠깐 벌어졌던 야릇한 무언가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테츠야의 인사.

미유키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아, 안녕... 테츠야 군.”

“목소리가 왜 그래? 기침했어?”

“아, 응... 뭐 마시다가 사레 들려서...”

입가에 주먹을 가져다대고 몇 차례 헛기침을 한 미유키가 슬쩍 날 노려보았다.

쌍심지를 켜며 말없이 화를 내고 있는데, 진심으로 싫어하는 기색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얄궂은 짓을 한 나를 나무라고만 있었다.

애정이 담긴 눈으로 말이다.

나는 저번에 교실에서 보여주었던 것보다는 약하게, 미유키의 아래를 만졌던 중지를 입으로 가져가 혀끝에 톡 대었다.

그에 미유키가 황급히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릎 위에 올라가있는 그녀의 손이 꽉 쥐어지면서 파리하게 떨리는 것이 보인다.

흥분을 한 건 분명하지만, 아직은 놀란 마음이 더 커서 욕구를 덮은 것 같다.

그래도 반응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

단둘이 있을 때 혼내려나?

혼 좀 났으면 좋겠는데.

되도록이면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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