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치나미.
매우 어둑한 로비에 당혹스러운 듯하다.
“전등이 고장난 걸까요...? 보통 호텔 로비는 밝지 않나요...?”
이곳이 러브호텔인 건 전혀, 꿈에도 모르고 있나보다.
“아늑하고 좋지 않습니까? 진정이 되는 느낌이지 않아요?”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다행입니다. 잠깐 소파에 앉아있을래요?”
“네에...”
조신하게 소파에 앉은 치나미가 날 올려다보았다.
그녀를 향해 온화한 미소를 지은 나는, 큼지막한 패널 앞으로 다가가 내가 예약한 방 호수를 찾았다.
709호, 가장 꼭대기 층에 있는 끝자락 방이었다.
예약번호를 입력하고 조금 기다리자, 아래의 구멍에서 카드키가 두 장 나왔다.
무인은 이래서 좋다. 확실한 프라이버시가 보장돼서.
치나미에게로 돌아간 내가 말했다.
“올라갈까요?”
“벌써 끝나셨나요? 굉장히 빠르네요. 그런데 직원은 없나요?”
“체크인은 무인 시스템인가 봅니다. 그래도 상주하는 직원은 있겠죠.”
“그렇군요... 수상쩍은 호텔이에요.”
치나미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나는 7층을 눌렀다.
곧이어 정숙하게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층수가 표시된 스크린을 바라보던 치나미가 물었다.
“라피아는 무슨 뜻일까요?”
“글쎄요. 남미 쪽 단어인 듯한데, 아무렇게나 붙인 이름일 겁니다.”
“왜요?”
“있어 보이려고 아무 뜻이나 찾은 거죠.”
“그렇군요... 그런데 왜 7층으로 가시나요? 보통 마사지 샵은 지하나 2층에 있지 않나요?”
새하얀 도화지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약간의 난감함이 느껴진다.
머리를 벅벅 긁은 내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딱히 마사지를 해줄만한 장소를 찾지 못해서, 마사지 베드가 구비된 객실로 예약해놨습니다.”
“객실... 이요...?”
“예. 객실이요.”
“마사지 베드가 있는 객실도 존재했나요...?”
“찾아보니까 있더라고요. 프라이빗한 공간이라서 마사지를 해드리기 딱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그런가요...?”
치나미의 목소리엔 긴장이 묻어나와 있었다.
단둘이 객실에 간다고 하니 왠지 모를 이상한 기분을 느낀 모양이다.
성과 관련해서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건 아니구나.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띵-!
[7층입니다.]
엘리베이터 안을 울리는 경쾌한 알림음.
좌우로 계폐된 문 밖으로 나온 우린, 복도에서 희미하게 울려 퍼지는 클래식을 들으며 어둑한 복도를 걸었다.
이후 709호를 찾아 도어락에 카드키를 대었다.
삐비빅-!
**
내가 예약한 곳은 욕실 옆에 따로 마사지 전용 방이 있는 룸이었다.
거기엔 마사지를 하기 위한 물품이 모두 있었다.
베드는 당연히 있었고, 아로마 마사지용 오일, 타올을 찔 수 있는 스팀기,
심지어는 AV에서나 보던 미끄러운 매트까지...
조명마저도 주황색에 밝기조절이 가능했고, 욕실과 이어져있어서 딱 음지에 있는 마사지 샵의 분위기였다.
문 옆에 있는 터치스크린에선 룸서비스나 코스프레용 의상의 대여도 가능했다.
렌카와 이곳에 와도 괜찮을 듯싶은데.
룸도 정말 다양하게 있어서 컨셉 플레이를 하기 딱 좋아서, 이 호텔은 앞으로 자주 애용하게 될 것 같다.
옥의 티가 있다면 1회용 속옷이었다.
보통 아로마 마사지는 부직포 속옷이 국룰인데, 검은색의 면 속옷이 구비되어있었던 것이다.
이러면 부직포에 비해 찢는데 힘이 들어가지만 뭐... 오늘은 상관없지.
베드를 덮은 커버가 일반 침대에서나 쓸 법한 흰색 순면인 것도 거슬리긴 하지만, 이건 오히려 야하게 보일 수 있어서 나쁘진 않았다.
그리고 내가 무슨 전문적인 마사지 샵을 바라는 것도 아니라서 괜찮았다.
모든 용품을 둘러본 나는, 잔뜩 긴장한 낯으로 가만히 서있는 치나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최대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개별 포장이 된 1회용 브라와 팬티를 건네주었다.
“바로 시작할 테니까, 방 안에서 갈아입으세요.”
“넷...? 가, 갈아입기까지 해야 하는 건가요...?”
“아로마 마사지라 오일을 사용하는데, 그냥 받으면 옷이 젖어버리잖아요.”
“오, 오오오오일...? 저는 그런 얘긴 못 들었는데요...! 오일은 받지 않겠어요...!”
마사지를 받긴 한다는 뜻이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그래도 탈의하는 게 좋습니다. 전신 마사지를 받다 보면 옷이 구겨질 테니까요. 속옷의 경우에도 마찬가집니다. 후크나 와이어가 있는 쪽을 손으로 눌러버리면 아프잖아요. 속옷이 망가질 우려도 있고요. 물론 조심하겠지만, 대비를 잘 해야죠.”
“흠...! 흠흠...!”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며 헛기침을 하는 치나미.
내가 자신의 몸을 볼까봐 걱정스러운 듯하다.
치나미의 마음을 알아차린 내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타올로 몸을 덮을 거고, 몸을 뒤집을 때에도 매너타올 해드릴 거니까 괜찮아요.”
“매너타올은 뭔가요...?”
“타올을 펼쳐서 제 눈과 스승님의 몸을 가리는 겁니다.”
“.... 저는 후배님을 믿으니까 안심이 되긴 하지만... 애초에 미리 말씀을 해주셨다면 정말 좋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드네요...!”
“마사지 동영상을 봤다길래 알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제 실책이긴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만하라고 말한다면 그만둔다고 약속했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이, 일단 옷을 갈아입으면 되나요?”
“잠시만요.”
나는 마사지 베드의 구멍을 베개로 덮고, 멀뚱히 서있는 치나미에게 당부했다.
“갈아입고, 바로 누운 상태에서 타올로 몸을 가리고 있으면 됩니다.”
“그, 그런데 샤워는 안 하나요? 냄새날 것 같은데요...”
“복숭아 냄새밖에 안 나는데? 너무 좋아요.”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던 치나미의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가 드리웠다.
복숭아까지 언급하면서 단도직입적으로 칭찬을 해주니 기쁜 모양.
그런 그녀와 눈을 맞춘 내가 조곤조곤 말했다.
“나가있을 테니까, 다 갈아입으면 문자 하나만 남겨줄래요?”
“네, 네에...”
우물쭈물하고 있는 치나미를 뒤로하고 방을 나간 나는, 미리 따로 준비해놓은 오일을 챙겼다.
오일 마사지는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혹시 아는가?
내 손길에 기분이 좋아져서 정정할지, 아니면 자연스럽게 오일을 바를 타이밍이 오게 될지 말이다.
이날을 대비해서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마사지를 표방한 애무에 공부가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만, 내가 원하는 건 치나미의 만족이다.
다음에도 또 마사지를 해달라고 할 수 있게끔 간질간질하고 야릇한 감각과 편안한 기분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것이 목표다.
**
[다 됐어요. 이제 들어오시면 돼요.]
치나미의 메시지를 받은 나는, 손을 아주 깨끗하게 씻고 문을 열었다.
덜컥.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꺼먼 방 안.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조명이 밝았었는데, 치나미가 제 스스로 조절을 한 것 같다.
밖에서 새어 들어오는 불빛에 의존하며 조명 조절기를 약간 돌리자, 어둡고 은은한 주황색 불빛이 방을 밝혔다.
타올을 덮고 아주 얌전하게, 차렷 자세로 누워있는 치나미가 보인다.
미라라도 된 듯 굳어버린 채로 눈동자만을 데굴 굴리고 있는데, 굉장한 부끄러움을 느낀 듯했다.
뽀얀 어깨라인, 그 밑에 볼록하게 튀어나온 쇄골.
매력적이기 그지없는 그 부위를 살피면서, 나는 의자를 가지고 치나미의 머리맡으로 가 앉았다.
“얼굴부터 할게요. 괜찮죠?”
“네... 좋아요...”
대답을 들은 나는 치나미의 양 뺨을 조심스럽게 감쌌다.
“힉...!”
짤막한 신음을 터뜨리며 눈을 질끈 감은 치나미의 손은 어느새 아랫배로 가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손등을 손톱으로 꾹꾹 찌르고 있었는데, 마치 치과에서 충치 치료를 받는 아이가 고통을 분산시키려는 듯한 모습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그녀의 앞머리를 뒤로 쓸어 넘긴 나는, 널따란 이마를 시계방향으로 쓰다듬듯 눌렀다.
오일조차 바르지 않았음에도 부드러운 피부.
뺨과 더불어 만지는 맛이 상당하다.
“어때요?”
“.....”
말없이 입술을 오물거리는 것으로 보아 좋은 듯하다.
꽤 오랜 시간동안 치나미의 이마만을 만지작거리던 나는 두피로 손을 옮겼다.
이후 헤어 디자이너가 머리를 감겨주듯 그곳을 사근사근 마사지해주었다.
손으로 머리카락을 스쳐지나갈수록, 치나미에게서 풍기는 복숭아 향이 진해졌다.
머리카락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 중독이 되어가는 기분이다.
“흐에...”
얼마 지나지 않아 치나미의 입에서부터 포근한 감탄사가 새어나왔다.
입이 조금 벌어져있는데, 내 손길을 제대로 느끼기 시작했다는 방증이었다.
슬쩍 턱 밑을 살살 긁어주자 치나미의 고개가 주인의 손길을 더욱 느끼려는 강아지마냥 뒤로 쭈욱 빠졌다.
“좋아요?”
“.... 흐음...”
콧바람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그녀.
평온한 표정인데, 여긴 성감대가 아닌가보다.
치나미가 적당히 릴렉스한 것을 확인한 나는, 그녀의 뒤통수에 손을 대어 힘을 주어 위로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그녀의 뒷목으로 불쑥 손을 집어넣어, 어깨와 목이 이어져있는 부분을 감싸 꾸우욱 눌렀다.
“믓!?”
성감대를 만져주자 곧바로 튀어나오는 격한 반응.
타올 위로 보이는 곧게 뻗은 다리가 배배 꼬인다.
베드를 덮은 커버까지 꽉 쥐는 걸 보니 온몸에 찌릿찌릿한 무언가가 확 올라온 것 같았다.
“괜찮아요. 괜찮아. 그냥 마사지에요.”
한손으로 치나미의 아래턱을 감싼 나는, 뒷목 전체를 주물거리며 그녀의 턱 밑을 약하게 토닥거렸다.
“느하아...!”
기이한 탄성을 터뜨리며 몸을 뒤트는 치나미.
그녀의 몸부림이 심해질수록, 몸을 덮은 타올이 아래로 스르륵 흘러내리려고 했다.
나는 치나미의 맨살이 보이려고 할 때쯤 타올을 제대로 덮어주었다.
손을 다시 얼굴로 가져오면서, 은근슬쩍 윗가슴에서부터 쇄골을 쓰다듬으며 올라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
“흐헥...!”
치나미의 가녀린 체구가 내 손이 닿을 때마다 움찔, 또 움찔한다.
벌어졌던 입은 어느 샌가부터 닫혀 입술을 꽉 깨물고 있다.
아무리 뒷목이 약한 치나미라지만 평소보다 반응이 거센데,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한 듯싶었다.
밀폐되고, 좁고, 어두운 장소.
거기서 오는 묘한 기분이 그녀를 빠르게 흥분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게 보인다.
첫 애무는 여기까지만 하자.
판단을 마친 나는 모든 행동을 멈추었다.
이후 치나미의 흐리멍덩하게 뜬 눈이 내 쪽으로 향할 때쯤, 너그럽게 웃으며 물었다.
“이제 뒤집을까요?”
“버, 벌써요...?”
“5분 정도 하고, 마무리로 또 해드리려고 합니다.”
“흠흠... 참... 정말... 흠... 좋아요...”
아쉬운 듯 귀엽게 투덜거리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그녀.
실소를 터뜨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베드 옆으로 갔다.
그리고는 새 타올을 꺼내 양옆으로 쫙 펼쳐 내 모습을 가렸다.
“엎드리고 말씀해주세요. 이걸로 덮을 거니까 스승님이 덮은 수건은 바닥에 내려놓고요.”
“아, 알겠어요... 잠깐만요...”
사부작, 사부작.
야릇한 소리가 귀를 간질이고 얼마 후, 준비를 끝낸 치나미가 말을 이었다.
“됐어요...”
고개를 끄덕인 나는 펼친 수건을 그대로 내려 치나미의 몸을 덮어주었다.
그러자 온몸에 힘을 빡 주고 있던 치나미의 고개가 옆으로 쓰으윽 돌아갔다.
“.....”
터질 것처럼 빨개진 얼굴.
그런 그녀를 따뜻한 눈으로 내려다본 내가 물었다.
“등부터? 아니면 다리부터 할까요?”
그에 눈을 천천히 끔벅인 치나미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드, 등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