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러브 코미디를 망가뜨리는 법-102화 (102/313)

두 시간쯤 지난 시간.

완전히 늘어진 채로 내 손길을 느끼던 치나미가 돌연 날 불렀다.

“후배니임...”

간드러지는 목소리다.

다리까지 잔뜩 오므린 것이, 가랑이 사이에서 느껴지는 쾌감이 강한가본데...

이대로 더 진행하면 조수까지 뿜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예.”

“저... 잠시 쉬는 시간을 갖는 게 어떨까요...?”

잘 받다가 갑자기 쉬는 시간이라?

화장실이 가고 싶은 건가?

하반신을 가만 두지 못하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걸 보니 맞는 듯하다.

치나미의 등을 덮은 타올을 제대로 정리해준 내가 물었다.

“그러면 오늘은 아예 여기까지만 할까요?”

“엇...? 저는 얼굴 마사지를 받지 못했는데요...? 후배님께서 분명 마무리할 때 한 번 더 해주신다고 하셨잖아요...”

마사지를 더 받고 싶은 눈치.

이 정도면 성공적인 하루라고 말할 수 있겠다.

고개를 끄덕인 나는 치나미의 등에 손을 다소곳이 올려놓았다.

“다 씻고, 나가기 전에 잠깐 해드릴게요.”

“.... 네, 좋아요.”

“이제 몸에 타올을 둘러드릴 건데, 제가 매너타올을 하면 절 등진 채로 상체를 일으키는 겁니다. 아시겠죠?”

“저 혼자 할 수 있는데요...”

“챙겨주고 싶어서 그래요. 지금 힘 없잖아요. 혼자 움직이기도 힘들 텐데.”

“흠... 흠흠...”

헛기침을 한 치나미가 베개를 꼬옥 쥐며 고개를 반대쪽으로 홱 돌렸다.

의외로 새침데기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귀여워 죽겠다.

나는 그런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고 조명을 최대한으로 낮춘 뒤, 타올을 쫙 펼쳤다.

“일어나면 말씀하세요.”

“.... 다 됐어요.”

치나미는 다른 타올로 자신의 가슴을 가리고 있었다.

등을 보여주는 데엔 거부감이 없어보였는데, 아마 지속적인 마사지로 인해 적응을 한 것 같았다.

아니면 낮아진 조명 덕에 안심했거나.

베드에 올라간 나는 여전히 매끈한 치나미의 등을 감상하며 몸에 타올을 둘러주었다.

이후 풀어지지 않게끔 타올을 잘 묶은 뒤, 슬리퍼를 들고 그녀의 앞으로 가 쪼그려 앉았다.

“발 내밀어요.”

“.....”

말없이 한쪽 발을 앞으로 뻗는 치나미.

앙증맞은 발에 슬리퍼를 신겨준 나는, 마사지를 마무리해주는 척 그녀의 발끝부터 종아리, 그리고 허벅지까지 손으로 살살 주물렀다.

“흐앗...”

엉덩이를 달싹이며 자신이 현재 느끼고 있는 반응을 보여주는 치나미에게, 내가 말했다.

“샤워하는 동안 스낵바에서 주스라도 가져올게요. 얼음 띄워서. 어때요?”

“므응...! 좋아요...!”

“여길 만져주는 게 좋다고요?”

“주, 주스가 좋다는 말이었... 흐우읏...! 거, 거기도 좋아요...!”

오늘 알아낸 사실인데, 치나미는 안쪽 허벅지가 무척 민감했다.

뒷목만큼은 아니어도, 성감대임은 확실했다.

잠깐 그곳을 중점적으로 만져주던 나는, 치나미의 입이 헤 벌어질 때쯤 손을 멈추었다.

이후 그녀의 오똑한 코끝을 검지 끝으로 톡 건드리며 방긋 미소 지었다.

“욕실로 가는 문은 저쪽이에요. 탕에 물 받아놓을 테니까 여기서 잠깐 쉬고 있을래요?”

“아, 아니요... 그건... 제가 할게요...”

“알겠습니다. 팔 줘볼래요?”

“.... 네에...”

흐물거리는 팔을 내미는 그녀.

나는 그녀의 팔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어, 겨드랑이를 잡고 잡아당겼다.

“으잇...!”

그대로 끌려와 베드에서 나온 치나미의 손이 저도 모르게 내 목을 감쌌다.

키 차이가 커서 팔이 만세를 하다시피 올라가있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려고 한다.

여기서 들면 들박 포즈인데...

우리 치나미는 역들박으로 거울을 보게 해야 하니까, 아껴둬야지.

“욕실까지만 부축해줄게요.”

“저, 저 혼자...”

“휘청거리고 있으면서 뭘 혼자 가겠다고 고집을 부려요? 이쪽으로 오세요. 옳지...”

나는 치나미의 손을 꼭 붙들고, 아이에게 걸음마를 가르쳐주듯 나긋나긋하게 그녀를 달래며 욕실로 향했다.

나 또한 샤워를 하긴 해야 하는데...

다른 방을 잡고, 샤워만 하고 나와야겠다.

감옥 같은 컨셉 룸이 있던데, 렌카의 조교를 위해 사전답사도 할 겸 그곳으로 잡아야지.

@@

“후하...!”

꽉꽉 들어찬 물에 몸을 담근 치나미의 입에서 절로 노곤한 숨이 토해져 나왔다.

그야말로 몸이 녹아내리는 기분.

쪼로록.

여기서 마츠다 후배가 가져다준 얼음 컵에 담긴 오렌지 주스를 마시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평소엔 쳐다보지도 않는 음료였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맛있는지.

빨대로 주스를 쪽 빨아들인 치나미의 입가가 헤벌쭉 펴졌다.

쪼옵, 쪼옵.

주스가 바닥을 보일 때까지 입을 놀린 치나미는,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는 탕에 몸을 깊숙이 담갔다.

객실에 마사지 룸이 완비되어있는 것도 모자라 이런 좋은 욕탕까지 있다니.

자신이 알던 호텔의 기준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것 같다.

기회가 되면 자주 오고 싶을 정도다.

다음엔 복숭아 아이스티를 가지고 와서, 마츠다 후배랑 사이좋게 나눠먹으면 좋지 않을까?

그러한 생각을 하며, 치나미는 자신의 몸에 물을 치댔다.

미끄덩한 피부가 점점 뻑뻑하게 변한다.

오일이라서 쉽게 지워지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성분이 잘 씻겨나간다.

그나저나 마츠다 후배는 자신을 속였다.

오일 마사지를 받지 않겠다고 당부했는데, 자신이 마사지를 받는 사이 몰래 뿌려버리다니.

결과적으로 정말 좋은 마사지를 받긴 해서 용서는 해주겠지만...

찌릿.

“앗...!”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치나미가 자신의 가랑이 사이로 손을 가져가 꾸욱 눌렀다.

간질간질한 감각이 아래에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부실에서나 영화관에서 마츠다 후배가 자신의 몸을 만져주었을 때도 그랬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심했다.

기묘한 기분이었다.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찌릿한 것 같기도 한...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기도 했다.

‘으음...’

좋은 쪽이냐, 나쁜 쪽이냐 묻는다면...

아마 전자라고 말할 수 있겠다.

흘끗 눈을 돌린 치나미의 시선이 욕실 구석에 있는 1회용 팬티로 향했다.

오일로 범벅이 되어있는 면 팬티.

자신의 안쪽이 조금 질척거리는 건, 아무래도 면에 먹어버린 오일이 피부로 스며들어서인 듯했다.

면적이 얇아서 마츠다 후배가 볼까봐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게다가 중간에 엉덩이 사이에 껴버려서 꺼내느라 힘들었는데, 다음에 마사지를 받을 땐 직접, 신축성이 높은 팬티를 가져올까 싶었다.

가령 하이웨스트 비키니 팬티 같은... 둔부와 골반을 가리는 면적이 큰 것으로 말이다.

갈아입을 새 옷도 필요하고...

집에 있는 복숭아 향 샴푸와 바디워시도 일회용 용기에 덜어서 갖고 와야겠다.

마사지가 끝나고 먹을 복숭아도 필수다.

근시일 내에 받게 될 콩닥콩닥 마사지 시즌 2.

그에 대비해서 만반의 준비를 다 갖춰놓으리라.

다짐을 마친 치나미는, 이내 자신의 몸을 꼼꼼하게 씻기 시작했다.

**

“저... 후배님...”

욕실 문이 아주 약간 열리며, 그 안에서부터 치나미의 모기만도 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 앞까지 다가간 내가 대답했다.

“예.”

“혹시... 마사지 룸에 다시 들어갈 예정이신가요...?”

치나미가 뭘 원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던 나는, 미리 꺼내두고 잘 개어둔 그녀의 속옷과 옷가지를 문틈으로 집어넣었다.

“이게 필요하신 거죠?”

“앗!”

그러자 화들짝 놀란 치나미가 재빨리 옷을 가져갔다.

“후, 후배님...! 남의 옷을 그렇게 함부로 가져가시면 어떡해요...!”

부끄부끄해진 목소리를 들어보니, 내가 속옷을 봤을까봐 창피한 모양이다.

“저희가 남인가요? 서운하네요.”

“무, 물론 아주 친한 스승과 제자 사이긴 하지만...”

“바닥에 오일이 묻어있어서, 괜히 방에 다시 들어가서 갈아입지 말라고 가져온 겁니다. 다른 뜻은 없어요.”

“.... 고맙습니다.”

“문 닫아줄까요?”

“네... 부탁드려요...”

소리 나지 않게끔 욕실 문을 닫아준 나는 침대에 앉아 치나미를 기다렸다.

얼마 뒤, 옷을 갖춰 입은 치나미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닦아내며 나왔다.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는 그녀의 표정을 보며 실소를 터뜨린 나는, 내 무릎을 톡톡 두드렸다.

“여기 누우세요. 머리 마사지 해줄게요.”

“네엣...? 무, 무릎에...?”

엉덩이까지 다 보여줘 놓고 고작 무릎 정도에 이렇게 놀라면 어떡하니.

아니지, 엉덩이는 내가 몰래 본 거구나.

등으로 정정하자.

“별로인가요? 그러면 침대에 누울래요?”

“아니요... 딱히 별로는 아닌데요... 일단 머리부터 말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말리고 마사지하면 예쁜 머리가 부스스해집니다. 먼저 해드리고 말리는 게 좋아요.”

“하지만 물기가 묻었는데...”

“그럼 오늘은 이대로 끝낼까요?”

“그, 그럴 순 없어요...!”

총총걸음으로 다가온 치나미가 옆에 거리를 두고 앉더니, 삐걱거리며 내 허벅지 위에 머리를 뉘였다.

그 모습이 마치 불협화음이 일어나는 톱니바퀴 같아서, 절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나는 갓 머리를 감고 나온 치나미의 머리카락을 살살 만져보았다.

싸구려 일회성 샴푸를 사용했을 텐데도, 머릿결이 굉장히 부드럽다.

“느낌이 어때요?”

“딱딱해요. 대나무 베개를 베고 있는 것 같아요.”

허벅지 말고 다른데도 딱딱한데.

“베개보단 별로죠?”

“네...”

“솔직하네요.”

가벼운 콧바람을 내쉬며 웃은 나는 아까처럼 치나미의 턱을 한손으로 감쌌다.

이후 치나미의 부드러운 뺨을 엄지로 살살 문지르면서, 다른 손으로 그녀의 두피를 긁어대듯 마사지했다.

“우음...”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손길을 음미하는 치나미.

순식간에 풀어지기 시작하는 얼굴을 보아하니, 앞으론 부실 안에서도 거리낌 없이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좋아요?”

“음음... 만족스러워요... 사람들이 왜 마사지를 받으러 다니는지 알 듯하네요...”

배시시 웃은 치나미의 시선이 화장대로 향했다.

“후배님, 저건 뭔가요?”

안을 볼 수 없는 포대기에 싸여있는 기다란 물건.

그것을 가리킨 치나미의 물음이었다.

난감함을 느낀 나는 에두른 답을 내놓았다.

“안마기입니다.”

“안마기...? 그냥 길쭉하기만한 안마기도 있었나요?”

“진동 안마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서 그렇게 생긴 거예요.”

“그래요? 한 번 사용해보고 싶군요.”

네가 정 궁금하다면 사용하게 해줄 수는 있지.

대신 조금 더 작은 걸로.

우리 치나미한테 저런 흉악하고 거대한 물건은 어울리지 않아요.

특정한 부위를 더욱 섬세하고, 집중적으로 자극시켜줄 수 있는 미니 진동기로 만족시켜줄게요.

“다음 기회에 한 번 봐요. 집으로 돌아가면 바로 잘 건가요?”

“네... 그래야겠어요. 내일 약속이 있어서...”

“무슨 약속이죠?”

“렌카와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어요...”

렌카와 영화라... 다음엔 나도 거기에 끼워주라.

프리미엄 룸 안에 있는 소파에서, 렌카와 네 가운데에 앉아있으면 기분이 굉장히 좋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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