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러브 코미디를 망가뜨리는 법-103화 (103/313)

미유키가 우리 집에 왔을 땐, 시간은 이미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거실 안에서 영화를 보고 있던 나는, 큰 창이 열리면서 미유키가 들어오자 두꺼운 이불을 턱까지 덮었다.

“춥다. 얼른 닫아라.”

“응.”

재빨리 창을 닫은 미유키가 화장실로 향했다.

자신의 머리에 묻은 빗물을 닦아낸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내 품으로 쏙 들어오는 것이었다.

“늦어서 미안...”

사과를 하며 가슴팍에 얼굴을 비비는 미유키.

그녀의 엉덩이를 토닥인 내가 말했다.

“중간에 빠져나온다더니?”

“아니... 테츠야 군의 부모님께서 나한테 궁금한 게 많으셨는지, 질문을 너무 많이 하셔서...”

“식사는 언제 끝났는데?”

“끝나고 헤어지자마자 온 거야. 식사는 정말 오랜만이라서 할 이야기들이 많으셨나봐. 같은 동네라서 오며가며 얼굴을 보는데도 이 정도였어.”

“재미있었냐?”

“재미...? 테츠야 군은 그랬었던 것 같은데... 나도 뭐...”

“너도 뭐.”

“그냥저냥 재미있었어.”

말하는 투를 들어보니 지루함을 느꼈나보다.

나와 만나기 전까지는 테츠야와 함께 있는 시간이 즐거웠겠지만, 지금은 아니지.

그딴 순둥한 놈과 무슨 할 얘기가 있겠니. 예상대로였다.

“마츠다 군은 오늘 뭐했어?”

“나나세 선배 만났어.”

“아 진짜? 만나서 뭐했는데?”

“마사지해주고 아이스크림 먹었어.”

“.... 마사지? 그게 무슨 소리야?”

“나나세 선배한테 마사지해줬다고.”

미유키의 고개가 갸웃거렸다.

뜬금없이 만나서 마사지를 해줬다니 혼란스러운 듯한 모습.

그러나 이내 표정을 굳히더니 날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마사지를 왜 해주는데?”

“요즘 나 때문에 고생하거든. 너도 알잖아. 나나세 선배가 나한테 개인 교습해주는 거.”

“그건 아는데... 어깨를 주물러드린 거야?”

“어깨도 주물러주고, 다리도 주물러주고... 머리도 해주고 했지.”

“.... 대체 왜?”

낮아진 목소리를 보니 화가 난 것 같다.

얼굴이 거의 맞닿다시피 할 정도로 미유키를 끌어당긴 나는, 그녀의 이마에 키스를 해주었다.

“나 같은 양아치를 편견 없이 대해주는데다가, 검도까지 잘 가르쳐주는 사람인데 이 정도 보답은 해줄 수도 있지 않냐?”

“아니 뭐... 그건 맞는 말이긴 한데... 보답을 무슨 마사지로 해...”

일반적인 보답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긴 하지.

“화났어?”

“.... 아닌데?”

“아니긴 무슨. 맞구만. 야, 너는 미우라랑 단둘이 잘만 만나서 이것저것 하고 다니고, 오늘도 걔네 가족들이랑 같이 밥도 먹었으면서, 왜 내가 나나세 선배랑 뭘 했다고 하니까 꽁해있는 건데?”

“꽁해있는 거 아니거든...? 그, 그리구 테츠야 군은 내 소꿉...”

“15년 이상 친하게 지낸 소꿉친구인 건 다 떠나서 남자는 맞잖아. 네가 미우라랑 따로 만난다고 해서 내가 뭐라고 한 적 있어?”

“무, 뭐라고 한 적은 있어... 막 방해꾼이라고...”

“지금의 너처럼 정색을 하진 않았지.”

“정색했으면서...”

애꿎은 내 복부를 꼬집으면서 투덜거리는 미유키.

저런 식으로 따지니 할 말이 없어졌나보다.

그녀의 등허리를 툭툭 두드린 내가 말했다.

“나나세 선배랑 친해지면 안 돼? 둘이 진짜 잘 어울릴 것 같은데.”

“.... 좋은 분인 건 알고 있고, 나도 친해지고 싶은데 만날 기회가 없잖아...”

만날 기회는 만들면 돼.

친해져서 3P도 하고, 렌카까지 포함시켜서 4P도 하고, 히요리까지 넣어서 5P도 하자.

나중엔 다 같이 내 애도 임신하고.

“지금부터라도 만나면 되지. 난 네가 미우라보다 나나세 선배랑 더 가깝게 지냈으면 좋겠어.”

“테츠야 군은 왜 굳이 언급하는 건데...?”

어깨를 으쓱인 내가 대답했다.

“미우라 걔는 뭔가 음습해. 스토커 같아.”

“스토커?”

“너한테 하는 행동들을 보면 집착이 엄청 심해. 지가 산 물건들을 너한테 쓰라고 강요하는 것도 그렇고... 어제 뭐했냐면서 은근슬쩍 캐물으려는 것도 그렇고... 애가 약간 정신병이 있는 느낌이야.”

“너무 나간 거 아니야...?”

“아무리 친하다고는 하지만, 그저 친구 사이일 뿐인데 개인적인 사생활까지 알려 드는 건 정신병 맞지.”

“마츠다 군, 사람을 그렇게 헐뜯으면 안 돼. 게다가 테츠야 군은 우리 친군데...”

미유키의 나무람을 들은 나는 콧방귀를 꼈다.

“난 걜 친구라고 생각 안 하는데.”

“마츠다 군...! 오늘 왜 이래...!”

“짜증나서 그래.”

“짜증?”

“나 빼고 미우라랑 같이 밥 먹어서.”

“아니... 마츠다 군이 허락까지 해놓고선...”

“그렇다고 심란한 마음이 가라앉냐?”

미유키를 요 위에 눕혀놓고 그 위에 올라타자, 그녀가 새침하게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녀의 한쪽 입꼬리는 슬쩍 올라가있었다.

노골적으로 질투를 하고 있는 내가 기쁜 모양.

그런 미유키의 윗가슴에 얼굴을 묻은 나는, 확 풍겨오는 자두 향을 들이마시며 그녀의 허리를 만졌다.

“마츠다 군... 뭐하는 거야 지금...?”

“너도 마사지해주려고.”

“이, 이게 무슨 마사지야...! 야한 거잖아...!”

“싫어?”

“싫은 건 아닌데 조금만 이따가 하면... 꺄아악!”

미유키가 돌연 비명을 지르며 몸을 마구 뒤틀었다.

내가 그녀의 갈비뼈에 손을 대고 간지럽혔기 때문.

깔깔거리며 어쩔 줄 몰라 하던 미유키는, 이내 양손을 내 머리에 대고 바깥으로 밀었다.

“기다려...! 잠깐만...!”

“미우라보다 내가 좋지?”

“갑자기 뭐라는 거야...! 유치하게... 햐아앙!”

이번엔 골반과 안쪽 허벅지를 간지럽히자, 미유키의 입에서 간드러지는 신음이 터져 나왔다.

말려 올라간 티셔츠를 정리해주는 척하며 미유키의 아랫배에 입술을 대고 쪼옥 빨아들이기까지 하니, 그녀가 다리로 내 상체를 휘감았다.

그리고는 힘겹게 날 만류했다.

“그만해...! 그만...”

“그럼 대답해봐. 진지하게.”

“테, 테츠야 군은 나랑 어릴 때부터...”

내 눈을 피하면서 말을 돌리는 그녀.

입가를 씰룩거리는 모습을 보아하니 그녀 또한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내가 이런 식의 스킨십을 더 해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대답은... 일부러 하지 않고 있다기보다는, 망설여지고 있다는 게 정확할 거다.

뭐라고 한들 테츠야는 미유키와 정말 오래 알고 지냈고, 거의 항상 붙어 다녔으니까.

아마 둘 다 좋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테츠야는 친구로서, 나는 남자로서.

나는 힘으로 미유키의 다리를 밀어내며 다시 쭈욱 올라왔다.

이후 미유키의 겨드랑이 아래에 손을 짚고, 그녀의 벌어진 가랑이 사이에 내 사타구니를 대고 위아래로 움직였다.

스윽, 스윽.

시끄러운 TV 소리를 뚫고 들어온, 미유키가 입은 청바지와 내가 입은 반바지가 만들어내는 묘한 마찰소리.

그것을 들은 미유키의 뺨에 홍조가 감돌기 시작했다.

“대답.”

꾸우욱...

무게를 실어 하반신을 누르자, 미유키의 몸이 꿈틀했다.

“흣...!”

미유키가 흥분하는 사이 청바지의 단추를 풀고 지퍼를 내린 내가 재차 그녀를 재촉했다.

“말 안 해?”

“모, 못해...! 바보야...!”

눈을 질끈 감은 그녀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우악스런 손길로 미유키의 청바지를 벗겼다.

그 후 내가 입고 있는 바지마저도 벗은 뒤, 그녀의 팬티를 옆으로 젖혔다.

질척해져가는 그녀의 보지.

그곳을 손으로 살살 문지른 나는, 미유키의 골반이 살짝 들어올려질 때쯤 그녀의 아랫배에 손을 대고 꾸욱 내리눌렀다.

그리고는 온화한 투로 물었다.

“질문을 구체적으로 할게. 친구로서 누굴 더 좋아해?”

“뭐...?”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그저 친한 친구로서만.”

“그, 그걸 어떻게 선택해...”

“둘 다 선택해도 돼.”

“.... 그럼 둘 다 좋아해... 비교할 수 없어...”

“진심으로 비교할 수 없어?”

“응... 못해...”

미유키는 나와 본격적으로 인연을 쌓은지 반 년도 지나지 않았다.

심지어 그 전엔 날 거의 증오할 정도로 싫어했다.

그럼에도 비교를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동등하게 좋다?

약간의 립서비스가 포함되어있다는 걸 감안해도 만족스런 답이었다.

“그럼 남자로서는?”

“남자로서...?”

“어.”

“테, 테츠야 군은 연애상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그럼 쉽게 대답할 수 있겠네?”

잔뜩 빳빳해진 자지를 대고 삽입할 듯 말듯 애를 태우자, 미유키가 침을 꼴깍 삼키더니 내 허리에 손을 올려놓고 가만히 있었다.

“설마 이것도 고민한다고?”

인상을 찌푸린 내 말에, 미유키가 허리를 강하게 꼬집더니 투정을 부렸다.

“고, 골랐잖아...!”

“언제?”

“방금 만지면서 고른 건데...! 바보야...! 그것도 눈치 못 채...?”

허리에 손을 올려놓은 행동이 그 선택이었구나.

피식한 내가 말했다.

“난 네 말대로 바보라서, 직접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는데.”

“.... 마츠다 군을 선택한 거야...”

“다시 제대로 말해볼래?”

그리 말한 나는 하반신에 힘을 주고 앞으로 살짝 밀었다.

쯔윽...

온기가 가득한 음순이 양옆으로 벌어지며 자지를 받아들이고...

“핫...!”

미유키의 복부가 유연하게 파도를 치면서 자지를 삼키려 한다.

히죽거린 나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귀두만 반쯤 삽입한 상태를 유지한 채로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입가에 손등을 댄 미유키가 날 똑바로 바라보았다.

“마, 마츠다 군이 더 좋아...”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소신이 담겨있는 목소리.

내가 특히나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방금 전 미유키가 했던... 테츠야에게 연애감정이 없었다는 말이었다.

미유키의 답을 들은 나는,

쯔걱.

조금 더 깊숙이, 그녀의 속살에 자지를 삽입했다.

“아학...!”

내 엉덩이에 걸친 미유키의 발이 사시나무 떨리듯 후들거렸다.

아직 전부 넣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

집에서 밥을 먹으며 나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게 느껴진다.

그런 그녀의 뺨을 어루만진 내가 물었다.

“이건 비교가 안 돼?”

“.... 응... 켄 군이 좋아...”

이런 상황에서 이름을 부르는 건 반칙 아니냐?

여우같아가지고...

만족스럽게 씨익 웃은 내가 자지를 완전히 집어넣으려고 할 때,

“이, 이런 걸로 우월감을 느끼려는 거... 진짜 변태 같아...”

미유키가 짧게 트집을 잡아왔다.

내 마음을 잘 꿰뚫어보고 있구나. 역시 미유키다.

“뭐 어떡하냐. 내 취향이 이렇게 글러먹었는데. 그냥 잘못 걸렸다고 생각해라.”

“.... 근데 이러는 마츠다 군도 너무 좋아...”

왜 이렇게 꼴리는 말만 해주는지.

더 이상 참지 못한 나는, 간을 보는 짓 따윈 그만두고 자지를 완전히 집어넣었다.

찌꺽-!

“하아앙...!”

거실 안이 울릴 정도로 큰 신음을 터뜨리는 그녀.

평소보다 소리가 더 큰 것이, 그녀도 방금의 대화로 흥분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체에 힘을 빡 주며 더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자지를 밀어넣은 내가 그윽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파?”

“.....”

미유키는 쑥스러운 몸짓으로 내 목을 자신의 팔로 감싸며, 목덜미를 강하게 빨아들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미유키가 내뿜은 후끈한 콧바람이 목을 간지럽힘과 동시에 따끔한 감각이 이는 것을 느낀 나는, 벌써부터 땀이 맺히기 시작한 그녀의 이마를 손으로 닦아내주면서 왕복운동을 시작했다.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