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으윽. 스윽...
보슬보슬한 이불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사타구니 바로 아래의 안쪽 허벅지가 무척 가렵고, 마치 새끼 고양이가 자신의 귀여운 육구로 꾹꾹이를 하는 듯한 압박감도 느껴진다.
스으읍...! 후욱...
목덜미에서는 무언가를 빨아들이는 소리와 함께 후끈한 공기가 닿아 쇄골 부근까지 퍼졌으며, 치약 특유의 민트 향이 콧속으로 들어왔다.
세상모르게 자고 있던 나는 몸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기이한 촉감에 눈을 떴다.
한쪽 팔에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어두운 방 안, 내 어깨 부근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다.
고개를 돌리자, 뺨에서부터 얇은 실타래가 스치는 듯한 감각이 일어났다.
그건 자두 향이 솔솔 올라오는 부드러운 머리카락이었다.
“.... 미유키?”
“응. 나야.”
“뭐하고 있는 건데...?”
“.... 냄새 좋아.”
성기를 만질 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손을 놀리며, 목에 코를 묻고 킁킁거리는 미유키.
샤워도 안 하고 잤는데, 내 체취가 마음에 들었나보다.
몸을 돌려 미유키를 끌어안은 나는, 그녀의 따스한 손이 내 허벅지 끼인 것을 느끼고는 말했다.
“너 변태냐...?”
“마츠다 군도 자주 이러잖아... 난 왜 하면 안 돼...?”
“누가 하지 말랬냐? 변태냐고 물어만 본 거지...”
“변태 아니야...”
“아니긴... 언제 왔어?”
“30분 전에.”
“깨우지 그랬어.”
“입까지 벌리고 자고 있어서 그냥 놔뒀어.”
“잘했네.”
그리 말한 나는 미유키를 꼭 끌어안았다.
이후 엉덩이부터 시작해 등허리, 갈비뼈를 지나 겨드랑이 안쪽까지... 그녀의 온몸을 만지작거렸다.
적당히 야들야들한 살결, 그리고 여전히 따뜻한 몸.
사흘 만에 만져서 그런가? 오늘따라 감촉이 너무 좋다.
“일어나자마자 뭐하는 건데에...”
투정을 부리기 시작하는 그녀.
헛웃음을 친 내가 말했다.
“네가 깨웠잖아.”
“마츠다 군이 깨어난 거야... 난 살살 만졌어...”
“코까지 박고 변태마냥 냄새를 맡은 게 살살한 건가?”
“보, 보고 싶었으니까 그렇지...”
말을 더듬은 그녀가, 내 허벅지 사이에 있는 자신의 손을 위로 올려 보냈다.
그리고는 내 사타구니 사이를 살살 긁으며 자극을 주기 시작했다.
무안함을 없애보려는 깜찍한 행동.
피식한 나는 그녀의 이마에 내 이마를 가져다대었다.
“오늘 몇 시까지 돌아가야 돼?”
“.... 열 시.”
“지금 몇 신데?”
“여섯 시...”
“네 시간밖에 안 남았네? 그냥 나갈까? 영화 한 편 보고 밖에서 먹고 들어가면 될 것 같은데.”
“됐어. 마츠다 군 피곤하니까 집에서 쉬...”
미유키가 말을 하다 말고 입을 꾹 다물었다.
아랫배에 닿은 딱딱한 무언가의 감촉을 느낀 모양.
거실을 가득 메운 어둠. 그 사이로 미유키의 눈매에 호선이 그려지는 게 얼핏 보인다.
“이래놓고 뭘 나간다구...”
핀잔을 주듯 중얼거린 미유키의 손이 뱀처럼 스멀스멀 올라와, 내 복부에 닿는다.
무언가를 찾는 듯 하복부를 이리저리 살핀 그 손은, 이내 내가 입은 트레이닝 바지의 허리 사이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팬티 위로 불룩하게 솟아오른 자지를 사근사근 쓰다듬었다.
슬슬 뇌리로 올라오기 시작하는 간질간질한 감각.
눈가에 힘이 들어가면서, 호흡이 불규칙적으로 변한다.
이런 내 반응을 살핀 미유키는,
“이런 거 좋아해?”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 끝부분을 아주 살짝 맞댄 채로, 마치 날 도발하듯 야릇한 말투로 저리 물어왔다.
코로 숨을 훅 토해내며 차오른 쾌감을 배출한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요염한 웃음을 터뜨리더니 손에 힘을 지그시 주었다.
꽈아악...
기둥을 조이는 적당한 압박감.
하반신에 절로 힘이 들어간 나는 골반을 뒤로 뺐다.
그러자 자지를 잡고 있는 미유키의 팔이 그대로 딸려왔다.
그와 동시에 공간이 생겨 움직임이 원활해진 미유키의 손이 팬티 안으로 쑤욱 들어왔다.
귀두를 사르르 스쳐지나가며 내게 간지러운 감각을 가져다준 그녀의 가녀리고 기다란 손가락이, 포피를 쥐고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머리로 가득 쏟아지고 있는 쾌락 때문에 신음을 참을 수가 없었던 나는,
“.... 윽...!”
짤막한 감탄사를 터뜨리며 미유키의 뒷목을 덥석 잡았다.
그에 움찔한 미유키가 물었다.
“좋은 거야...? 아니면 아픈 거야...?”
나는 미유키의 입술에 가벼운 키스를 해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좋다는 뜻. 이를 알아차린 미유키의 손놀림이 점점 과감해져갔다.
속도를 빠르게 가져가다가, 내 숨소리가 거칠어질 땐 잠깐 멈춘 뒤 기둥 아래에 있는 음낭을 손톱으로 살살 긁고...
호흡이 진정되면 귀두를 살며시 쓸었다가, 다시 기둥을 잡고 왕복...
그녀는 지금 저번에 차 안에서 봤던, 당신의 남자를 미치게 만드는 일곱 가지방법인가 뭔가를 제대로 써먹고 있는 듯했다.
윤활제가 없어서 아마 내일쯤이면 퉁퉁 붓겠지.
하지만 미유키가 처음으로 핸드잡을 해주는데 충분히 감수할만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미유키의 코와 입에서 힘겨운 숨이 새어나오고, 내 아래에서부터 퍼지기 시작한 쾌락이 턱밑까지 차올랐을 때쯤, 신호가 왔다.
순간적으로 몸을 움찔한 나는 미유키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미유키... 야... 야.”
“응...?”
“나올 거 같아...”
그 말에 미유키의 손놀림이 더욱 빨라졌다.
마지막 스퍼트를 올리듯 무척 빠른 속도로 자지를 쥐고 왕복하는 미유키.
자신의 초롱초롱한 눈으로 날 올려다본 그녀가 말했다.
“응. 해도 돼.”
싸도 된다는 말은 너무 노골적이라서, 해도 된다고 적당히 순화한 건가?
미유키답다.
이윽고 온몸의 근육이 수축하기 시작했다.
참고 또 참아내며 꿈틀거리는 내 모습이 좋았는지, 미유키는 힘이 드는 와중에도 열심히 손을 움직였다.
이를 악 물고 사정감을 참아내던 나는, 요도를 타고 올라와 귀두 끝까지 차오른 정액이 의지에 반하여 튀어나가려고 할 때쯤 하체에 힘을 풀었다.
그러자 몸에 힘이 쭈욱 빠져나가면서,
꿀럭-!
정액이 확 터져 나와 미유키의 손바닥을 가득 적셨다.
그리고 그녀가 감싸고 있는 귀두를 후끈하게 만들었다.
“하아...”
모여 있던 쾌락이 일시에 분출되며 절로 나른한 한숨이 새어나온다.
좋다는 감정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
미유키가 처음 해준 봉사는 그만큼 만족감이 컸다.
배출된 정액이 힘을 잃을 때까지 가만히 멈춰있는 채로 눈만 크게 뜨고 있던 미유키는, 이내 침착하게 손을 움직여 아직 채 나오지 못한 정액을 짜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찔걱거리는 느낌이 낯설었는지 미간을 살짝 좁혔다.
“너무 많이 나왔다아...”
애교가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그리 말한 그녀가 손을 빼냈다.
손가락 사이사이에 묻어있는 허여멀건한 점액.
어두운 시야 속에서 그것을 빤히 쳐다보던 그녀가 돌연 손을 코로 가져가더니, 숨을 훅 빨아들였다.
이후 내게로 시선을 돌리며 배시시 웃었다.
“냄새 이상해...”
“별로지?”
“아니... 좋아.”
오늘따라 특히나 더 외설적으로 보이는 미유키를 응시하던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티슈가 어디 있는지 찾아보았다.
마침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에 물티슈가 있었다.
자기 전까지는 분명히 없었는데... 미유키가 준비해둔 것 같다.
애초에 이럴 생각이었구나. 왠지 진 기분이다.
요망한 미유키를 쳐다보며 실소를 터뜨린 나는, 그녀의 손을 꼼꼼하게 닦아주었다.
그러자 노곤한 콧바람을 길게 내뱉은 그녀가 요 위에 놓인 물티슈를 몇 장 뽑아 가져가더니, 내 바지 안으로 집어넣었다.
“큭...!”
물티슈 특유의 서늘한 촉감이 귀두에 닿자 늘어지고 있던 자지가 다시 빳빳하게 세워진다.
조교를 당하는 것 같은 느낌인데... 기분탓이겠지?
**
빠르게 샤워를 마치고 욕실 문을 여니 고소한 고기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뭔가 싶어 부엌을 살펴보니 미유키가 전자레인지에 일회용 도시락을 데우고 있었다.
수건으로 머리를 벅벅 닦아내며 욕실을 나온 내가 물었다.
“그건 언제 사온 건데?”
“마츠다 군 집에 오면서 샀어.”
항상 느끼는 거지만, 미유키는 준비성이 너무 철저하다.
단 하나, 콘돔만 빼고.
“야채 많이 들어있는 걸로 샀으니까 남기지 말고 다 먹어.”
“알았어.”
“걱정하는 건데 왜 짜증을 내?”
“내가 언제 짜증냈냐?”
“방금 냈잖아. 투덜거리는 목소리로...”
“그런 적 없다. 트집 잡지 마라.”
수건을 아무렇게나 휙 던져놓은 나는 미유키를 꽉 끌어안았다.
“다시 보니까 좋다.”
“이제 와서...? 일어나자마자 말했어야지...”
“그거 때문에 지금 삐쳐있는 거구나.”
“삐치긴 누가 삐쳤다고 그래...”
새침한 투로 투덜거린 미유키가 내 겨드랑이 사이로 자신의 팔을 들이밀었다.
그녀의 따스한 몸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마음을 포근하게 해준다.
전자레인지가 띵 하는 알림을 울렸음에도 미유키와의 포옹을 계속하고 있던 내가 넌지시 말했다.
“오늘 자고 가면 안 되냐?”
“나도 그러고 싶은데... 안 돼. 엄마한테 계속 잘 보여야 외박 허락도 받지... 얼른 밥부터 먹어.”
“배 안 고픈데.”
“그럼 팔 주물러줘. 나 팔 아파.”
포옹을 풀고 부엌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아 팔을 뒤집어서 쭉 내미는데, 예뻐 죽겠다.
어떨 땐 조신하고, 어떨 땐 발랄하고, 또 어떨 땐 앙탈을 부리고...
통통 튀는 그녀가 좋아서 미치겠다.
쪼그려 앉아 미유키의 손을 잡아당긴 나는, 엄지로 그녀의 팔 전체를 부드럽게 눌러주기 시작했다.
“내일 나 데리러 올 거야?”
“당연하지.”
“오늘은?”
“오늘도 데려다줄 거야.”
내 대답이 만족스러웠을까?
미유키의 입꼬리가 위로 쭉 찢어졌다.
말없이 좋아라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픽 하는 웃음을 터뜨린 내가 말했다.
“나중에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아이스크림? 아... 오늘 나나세 선배랑 먹었다던 거?”
“어.”
“난 좋아. 마츠다 군이 먹은 게 요거트 피치인가? 맞지? 그거 한 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잘됐다.”
안 돼. 그 길을 건너지 마.
치나미의 마수에 당하면 시도 때도 없이 복숭아를 주려고 할 거야.
둘이서 갔다가 다양한 맛을 먹어보고, 요거트 피치만 죽어라 먹는 치나미를 타락시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