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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코미디를 망가뜨리는 법-118화 (118/313)

“그러고 보니 타카시가 안 오네.”

수업 시작 전, 멍하니 교과서를 내려다보고 있던 내 중얼거림.

그에 미유키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물었다.

“타카시? 설마 와타나베 타카시를 말하는 거야?”

“어. 2주 전에 복학했어야 되는 건데, 아버지 일 배운다고 하더니 연락이 없다.”

“아예 안 왔으면 좋겠어.”

단호하네.

하긴, 미유키는 타카시를 나보다 더욱 싫어했지.

성씨와 이름을 동시에 붙여서 부르는데다, ‘군’이라는 경칭까지 붙이지 않을 정도니 말 다했다.

“너무 싫어하지 마라. 나 맞을 때 도와줬잖아.”

“알아. 그래도 싫은 걸 어떡해? 사람이 되게... 저렴해.”

“나도 마찬가지 아니냐?”

“응. 마츠다 군도 저렴해. 근데...”

앞자리를 흘끗 쳐다본 미유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와타나베 타카시만큼은 아니야. 그리고 마츠다 군은 기분 좋게 저렴해.”

기분 좋게 저렴한 건 대체 뭘까.

잘생긴 사람이 음담패설을 하면 웃기다는 말과 비슷한 뜻인가?

다소 엉뚱한 미유키의 대답에 싱겁게 웃어보인 나는, 의자를 바짝 잡아당기고 그녀의 허벅지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이런 거?”

손길이 닿자마자 화들짝 놀라더니 주위를 살피는 미유키.

몸을 달싹인 그녀가 내 손목을 잡아채더니 옆으로 밀었다.

그리고는 아주 자그마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침부터 이런 거 하지 마...”

“왜.”

“왜냐니... 그걸 말이라고 해...? 누가 보기라도 하면 우리 둘 다 벌점이야...”

상체를 책상에 닿을 정도로 바짝 수그린 채로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네 모습을 보면 안 걸릴 짓도 걸리겠다.

얌전히 손을 떼어내자, 그제야 안심한 미유키가 허리를 펴고 똑바로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중년 교사가 피곤에 찌든 얼굴로 들어와 출석을 부르기 시작했다.

뒤이어 시작된 수업.

학급생 모두가 조용히 교사의 설명을 따라가던 도중,

스윽...

필기를 하고 있던 내 다리 사이로 부드러운 무언가가 침투해왔다.

흠칫한 내가 쥐고 있던 샤프를 우뚝 멈추자, 그 무언가는 노골적으로 사타구니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

황당함이 묻어나오는 표정으로 미유키를 돌아보니, 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칠판을 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계속 손을 놀리며 내 밑에 자극을 주었는데, 이런 건 하지 말라더니 지가 더 즐기고 있는 게 어이가 없다.

어제 미유키가 빼줄 때 다소 약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게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미유키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과감하게 내 것을 만져댔다.

점점 피가 몰리기 시작하는 아랫도리.

미유키가 손에 힘을 줄 때마다, 내 하반신이 의지와는 다르게 꿈틀거렸다.

“마츠다? 어디 불편한 데라도 있나?”

학생들을 돌아보며 수업을 진행하던 교사가 날 지적했다.

그와 동시에 내게로 이목이 쏠리면서, 미유키의 손이 쏙 빠졌다.

한창 흥분하고 있었던 나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 아닙니다. 자세를 조금 고쳐 앉느라고...”

“알았다. 자, 그래서 여긴....”

계속해서 수업을 진행하는 그.

가슴속에서부터 우러나온 뜨거운 한숨을 조용히 토해낸 나는 미유키를 쳐다보았다.

“왜?”

태연한 낯으로 날 마주보는 미유키.

자연스럽게 뻔뻔한 거 봐라. 날 닮아가나?

우린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동시에, 서로를 마주보며 싱거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던 와중 뒤통수가 가려워져 고개를 돌려보니, 테츠야가 꽁냥거리는 우릴 흘깃거리고 있는 게 보였다.

착잡한 기분을 느끼는 건가?

오늘 아카데미까지 태워다줄 때도 낯짝에 뚱한 기색이 드러나더니...

까면 깔수록 새로운 면모가 나오는 놈이다.

안 좋은 쪽으로 말이다.

**

오후수업이 끝나고, 부활동을 하러 가는 길.

오늘 하루 내내 풀이 죽어있던 테츠야의 표정은 꽤나 풀려있었다.

아무래도 렌카를 보는 게 기대되는 모양인데...

미유키를 좋아하는 마음은 남아있어서 그녀의 곁에 내가 있는 건 달갑지 않고, 렌카와의 좋은 분위기 또한 놓치지 않고 즐기려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진짜 난봉꾼은 내가 아니라 저 새끼 아닐까? 그러한 생각을 해본다.

아가리를 여문 채로 길을 걷던 테츠야는, 검도부실에 다 와서야 운을 뗐다.

“오늘도 매니저 일하지?”

“하지.”

“혹시 끝나고 대련 한 판 할 수 있을까?”

“대련?”

“합숙 때 너무 심하게 져서... 보여준다고 했는데 뭘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잖아. 마음이 좀 싱숭생숭해서...”

그 정도 승부욕은 있구나.

그래, 열심히 살아라. 보기 좋네.

테츠야의 어깨를 툭 건드린 내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긴 무슨... 손목 한 대 얻어맞고 화난 내가 막 때려서 그런 거지. 검도로 붙었으면 몰랐다.”

“웬일로 겸손한 거야?”

“새끼가 좋게 말해줘도 지랄이네. 어쨌든 대련은 우리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게 아니잖아. 호구 입는 시간이랑 대련, 샤워, 마무리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꽤 오래 걸릴 텐데, 미유키가 늦게 끝나면 모를까... 다음에 하자.”

“하긴... 그러네. 그럼 꼭 다음에 하는 거다?”

목적도 이뤘는데 하겠냐?

난 시간낭비 같은 건 안 해.

“그래.”

부실 안으로 들어간 우린 부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도복으로 갈아입었다.

이후 밖으로 나와 테츠야와 헤어진 나는, 보관실 안에서 호구 상태를 체크하고 있는 치나미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스승님.”

“앗, 오셨군요. 어제는 잘 들어가셨나요?”

“예. 스승님은 푹 쉬었어요?”

“그럼요. 너무 푹 쉬어버려서 아침에 일어났을 때 흐물흐물해졌지 뭐예요.”

자신의 양팔을 지렁이처럼 꾸물대는 치나미.

힘없는 웃음을 내뱉은 내가 물었다.

“그렇군요. 호구는 어때요?”

“맨 위에 있는 호구는 꺼내 봐야 알겠지만, 나머지는 훌륭해요. 어제 마무리를 하고 돌아가길 잘했어요.”

“그렇군요.”

치나미의 키가 닿지 않는 윗칸에 있는 호구를 잡으려던 나는 생각을 바꾸었다.

사소한 자체 이벤트를 발생시킬 수 있는 기회인데, 놓치면 안 되잖아.

고개를 주억거린 나는 치나미의 앞에 등을 지고 쪼그려 앉았다.

“목마 태워줄 테니까 확인해보세요.”

“네에...? 모, 목마요...?”

“확인하고 다시 올려놓기 귀찮아서 그래요. 한 번에 확인하고 다른 일을 하는 게 낫죠.”

“오, 올려놓는데 얼마나 걸린다고 그러세요...?”

“시간이 조금 더 단축되잖습니까. 빨리요. 다리 아픕니다.”

“.....”

억지를 부리며 재촉을 하자, 치나미가 마지못해 다가오더니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정말 올라타도 돼요...?”

“예.”

단호한 대답에, 이윽고 그녀의 한쪽 다리가 어깨 위에 올라갔다.

그 다리를 잡아 단단히 고정을 해준 나는, 잠시 머뭇거린 치나미가 남은 다리를 어깨 위에 올리자 아주 천천히 일어났다.

“우아앗...?”

점점 높아지는 시야에 당황했을까?

치나미가 내 머리카락을 잡고 꽈악 쥐었다.

허벅지에 잔뜩 힘을 주어 내 얼굴을 조이는 건 덤.

다리에서부터 전해져오는 그녀의 따스한 온기를 느끼던 내가 말했다.

“이제 확인해보세요.”

“네, 넷...! 그런데 후배님... 시야가 아주 높군요...?”

“지금 스승님이 보고 있는 것보단 아래죠.”

“그렇다고는 해도... 와아... 신기해요. 어렸을 때 말고는 목마를 타본 적이 없어서... 그, 그나저나 제가 무겁진 않으신가요...?”

“무겁진 않은데, 머리 좀 가만 놔뒀으면 합니다.”

“그게 무슨 말씀... 아앗!?”

아직까지도 내 머리를 잡아채고 있음을 인지한 치나미가 기겁을 하며 손을 놓았다.

다만 한손뿐이었다.

다른 한손은 여전히 머리카락을 잡은 채였다.

“조, 죄송해요... 떨어질까봐 무서워서...”

“제가 잡고 있으니 허리만 앞뒤로 젖히지 않으면 괜찮습니다. 그러니까 손 놔줄래요?”

“안 돼요...”

“절 믿지 못하는 건가요?”

“어허...! 용기를 내라고는 못할망정, 그런 말을 해서 사기를 떨어뜨리시면 어떡하나요...!”

지금처럼 처음 승마를 하는 사람마냥 무서워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화목한 분위기를 원해서 목마를 태워준 건데...

세상만사가 내 마음대로 되진 않는다지만, 조금 아쉽잖아.

자포자기한 나는 진열대 앞으로 치나미를 데리고 갔다.

“확인부터 하죠.”

“아, 네...! 후아...!”

진정하려는 듯 기다란 숨을 토해낸 치나미가 한손으로 호구 상태를 확인해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힘이 빡 들어가 있던 그녀의 허벅지가 말랑해지고, 머리채를 잡은 손이 느슨해졌다.

치나미가 적응을 하면서 긴장이 풀린 것이다.

“음음... 이거 재미있군요. 회전목마를 타는 것 같아요.”

금세 깔깔거리기 시작한 치나미의 부드러운 피부를 느끼며 그녀가 호구를 다 확인하길 기다리던 나는,

똑똑. 덜컥.

노크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고개를 돌렸다.

“치나미, 동장형으로 된 죽도 좀 줄 수 있...”

거기엔 렌카가 말을 하다 말고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눈동자가 위아래로 굴러가는 게 보이는데, 목마를 탄 채 호구의 갑을 들고 있는 치나미와, 머리채를 잡힌 나.

쉽게 볼 수 없는 그림이었기에 당황했음이 분명했다.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둘이...?”

두 눈을 몇 번이나 끔벅거린 렌카의 물음.

치나미가 뻔뻔한 투로 대답했다.

“후배님께서 목마를 태워주셨어요.”

“그, 그래...? 머리채는 왜 잡고 있는 건데...?”

“그야 떨어질까 무서워서지요. 동장형 죽도가 필요하다고 하셨나요?”

“응...”

“후배님, 아주 조심조심 이동하셔서, 렌카 친우님께 죽도를 드리도록 하세요.”

기수를 돌리라는 듯 한쪽 다리에 힘을 주는 치나미.

손으로 방향을 꺾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나는, 렌카가 원하는 죽도를 하나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든 렌카가 말했다.

“.... 노는 건 상관없는데, 감독께 들키지 않게만 해.”

“안 놀았어요. 제 손이 진열대 위에 닿지 않아서, 후배님께서 목마를 태워주신 것뿐이에요.”

“마츠다가 직접 확인한다는 선택지는 없었던 거야? 아니다... 나는 그냥 여기서 나갈게. 수고해.”

“네, 친우님께서도 수고하세요.”

대충 알겠다고 대답한 렌카가 도망치듯 보관실을 빠져나가고...

그녀가 나갈 때까지 조용히 있던 치나미가 내 머리를 콕콕 찔렀다.

“마저 확인하러 가요.”

“알겠습니다. 오늘 마사지 해줄까요?”

“앗...! 아주 군침이 흐르는 제안이지만, 아쉽게도 거절해야겠군요. 가족끼리 외식을 하기로 했거든요. 다음에도 가능한가요?”

이렇게 되면 시간이 비어버리는데?

치나미는 외식에, 어제 늦게 돌아간 미유키는 미도리의 눈치를 보고 집으로 갈 테니까...

오늘 부활동이 끝나면 소원을 하나 써야겠다.

“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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