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뒤에 있는 스시 가게 문이 열리더니 렌카가 나왔다.
그녀를 돌아본 내가 대답했다.
“예. 안녕하세요.”
“안녕. 여기가 어딘지 궁금하지 않아?”
“스시 가게네요. 이름이... 이노오 가(家) 스시? 가족이 운영하는 가게입니까?”
“맞아. 우리 삼촌들이 운영하고 계셔. 스시 전문점처럼 보이지만 이것저것 다 팔아. 오늘 너는 저녁 아홉 시까지 여기서 일해야 돼.”
이럴 줄 알았다.
현재 우리 사이에서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거기서 거기지 뭐.
나는 무덤덤하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겠습니다.”
“오픈은 열한 시부터고, 잡일만 하면 돼. 뭘 할지는 내가 알려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부장도 일해요?”
“해야지. 주차는 어디에다 했어?”
“공용주차장요.”
“주차비 나가잖아. 가게 뒤편에 작은 공터 있거든? 그쪽으로 빼.”
“미리 말을 하지 그랬어요.”
“설마 거기 주차할 줄은 몰랐지. 차 대고 들어와.”
“알겠습니다.”
렌카의 말대로 공터에 차를 대고 식당 안으로 들어간 나는 거대한 덩치를 지닌, 똑같이 생긴 대머리 중년인이 있는 것을 보았다.
삼촌이 쌍둥이였구나. 인상이 무척 험악하다.
렌카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그들의 시선이 내게로 향한다.
“네가 마츠다 켄이구나.”
형으로 보이는 남자의 말.
그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 내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반갑다.”
무뚝뚝하지만 정이 담겨있는 말투다.
보통 여기선 우리 렌카의 속을 썩이는 녀석이 너냐? 같은 대사가 튀어나와야하는데...
그러지 않는 것으로 보아 렌카가 내 성격에 대해선 짧게 말하고 넘어간 모양이었다.
헌데 조금 궁금한 게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불안요소다.
렌카의 입장에서, 언제 사고를 칠 지 모르는 반골.
나보단 호구 테츠야에게 도와달라고 하면 좋았을 텐데, 왜 하필 나만 불렀을까?
그 답은 금방 알 수 있었다.
“렌카 말대로 잘생겼네.”
덩치가 작은 삼촌이 저런 말을 해왔던 것이다.
얼굴마담이 필요한 거였구나.
소원이라는 명목으로 이용해먹을 수 있고, 알바비를 주지 않아도 돼서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부른 듯하다.
암, 확실히 손님들이 직원을 볼 수 있는 오픈형 주방이라면, 얼굴이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일을 하는게 맞지.
평범하고 음침한 테츠야가 있다면 손님들의 입맛이 떨어졌을 거다.
그나저나 렌카가 나더러 잘생겼다는 얘길 했다고?
싫어하기는 해도 얼굴을 인정하긴 하네?
보답으로 스팽킹은 약하게 해줄게.
“과찬이십니다. 전 뭘 하면 될까요?”
생글생글한 낯으로 저리 묻자, 덩치가 큰 삼촌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렌카가 알려줄 거다. 오늘 하루, 잘 부탁한다.”
음음... 금으로 씌운 어금니 하나가 눈에 띈다.
인상 때문에 손님들이 다 도망가겠네.
“알겠습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사시미질은 할 줄 모르지?”
사시미질...? 생선이 아니라 사람을 담그는 것 같은 대사잖아.
야쿠자 면접이라도 온 듯한 느낌이야.
“모릅니다.”
“식재료 손질은?”
“그 정도는 할 줄 알죠.”
“그럼 렌카와 같이 보조를 부탁하마. 가게 자체가 한산해서 힘든 일은 없을 거다.”
“예.”
“편하게 해도 돼. 우린 이래보여도 깐깐한 사람들이 아니거든.”
“깐깐한 사람들이 아니라기보다는 무섭지 않다고 해야 맞는 게 아닐까요?”
장난기가 어린 말투에 쌍둥이가 서로를 쳐다보더니, 이내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이 정도는 붙임성이 좋다고 생각해서 넘어가주는 건가?
담금질을 당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
이마를 두른 수건띠, 유카타와 비슷한 디자인의 상의, 허리를 두른 앞치마.
초밥, 라멘집에서나 볼 법한 복장을 입은 나는 쌍둥이들이 만든 초밥으로 배를 채웠다.
재료를 고급으로 쓰는 건지 아니면 손맛이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초밥은 정말 맛있었다.
이 정도면 맛만 보고 오는 단골들이 꽤나 많을 것 같은데... 굳이 관광지에 가게를 열었어야했나?
뭐...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
아침을 먹고 주방보조와 잡일을 하다 보니 영업시간이 다 되었다.
그리고 가게는, 쌍둥이의 말처럼 한산했다.
손님들이 없지는 않았다.
문 앞 카운터에 서있는 렌카의 미모와, 가게 앞에 놓아둔 할인을 한다는 입간판 덕에 자주 들르기는 했다.
하지만 오픈형 주방에 상주하고 있는 험악한 쌍둥이 때문에 지레 겁을 먹고 들어오기를 꺼려했고, 바로 옆에 있는 가게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만약 들어와 먹는다고는 해도 긴장을 해버려서, 가게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용해졌다.
여기서 장사 걱정을 하는지 근심이 서려있는 쌍둥이의 얼굴이 화가 난 것처럼 보였기에, 손님들이 더욱 오해를 사게 되는 건 덤.
장사를 망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인상이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건 확실했다.
관광지에 있는 음식점은 단골이 생기기 힘들다.
항상 상주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손님들은 단발성이다.
이러면 분위기로 승부를 봐야하는데 그게 불합격점이었다.
음식 맛은 좋으니까 이것만 어떻게 해결하면 될 듯한데...
이럴 때는 가게에 활기를 불어넣고, 손님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게 좋았다.
북적북적한 분위기를 만든 다음, 손님들이 쌍둥이에게 친근함을 느끼도록 하자.
‘음...’
가게의 간판에 걸려있는 가(家)라는 단어는, 이곳이 가족들이 운영하고 있는 개인적인 음식점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게 해주는 장치.
처음 봤을 땐 참 센스 없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걸 이용해먹기 딱 좋을 것 같다.
사이가 가까운 가족들이 운영하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게 베스트인 듯하다.
마침 쌍둥이의 얼굴도 얼굴이니까... 컨셉은 화목한 야쿠자 가족, 여기에 더해 험상궂지만 순박한 형제라는 느낌을 더해야겠다.
유치한 컨셉이긴 하지만, 잘 먹혀들 거다.
정오가 지나니 슬슬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다른 가게들에 비해서는 적지만 그래도 반절 정도는 테이블이 차있었고, 대부분 새로운 손님들이다.
카운터에 있던 렌카까지 도우러 올 정도.
이때가 적기라고 판단한 나는, 손님이 주문을 마치자 주방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작은삼촌! 여기 에비텐 우동 두 그릇요!”
그에 움찔한 렌카가 이쪽을 쳐다보았다.
자연스러운 호칭에 놀란 듯한 모습.
반면 그녀의 삼촌은 태연하게 내 물음에 대답을 해주었다.
“에비텐 두 그릇! 주문 받았다!”
“만들면서 먹지 말고 빨리빨리 내놓으라고!”
순간적으로 훅 들어온 태클에 당황했는지, 작은삼촌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내가 뭘 하려는지 알아차린 그가 이내 씩씩대며 반박을 했다.
“어엉!? 난 그런 짓은 안 해!”
“안 하긴 뭘 안 해? 그럼 그 뱃살은 뭔데?”
“이건 근육이라고!”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선을 넘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호칭과 가게 이름 덕분에 손님들은 내가 앞서 생각했던 대로 우리를 허울 없는 가족이라고 생각할 터였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적중했다.
가게 안에 있던 손님들이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던 것이다.
그로 인해 무겁던 공기가 환기되며 가게 분위기가 밝아졌다.
“큰삼촌! 츄토로 세 접시는 아직이에요!?”
앞선 대화를 통해 흘러가는 상황을 눈치챈 큰삼촌이 곧바로 소리쳤다.
“금방 나가!”
“빨리 좀 내와요! 손님 기다리시잖아!”
손까지 활용해가며 성난 제스처를 취하자, 큰삼촌이 허겁지겁 재료를 준비했다.
“알았다! 미안!”
곰 같은 덩치를 지닌데다 인상까지 구린 남자가 쩔쩔매는 모습이 웃겼을까?
가게 안이 한층 더 밝아지면서 생기를 띠었다.
이제는 문을 열고 이 분위기를 밖으로 내보내주어, 손님들을 끌어 모으면 될 거라고 본다.
마침 좋은 날씨와 주방에서 나오는 열기 때문에 가게가 더우니까... 문을 살짝 열어놓아도 괜찮으리라.
문 바로 앞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이 불만을 터뜨리면 서비스를 몇 개 주면 되지.
그래도 싫어하면 어쩔 수 없고.
아니, 근데 왜 내가 요리 만화 주인공이 된 것 마냥 행동하고 있을까?
모르겠다. 그냥 열심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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