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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코미디를 망가뜨리는 법-135화 (135/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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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탕 안에서 몸을 녹이던 치나미가 기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아까 보였던 행동 때문이었다.

마츠다 후배의 손길이 예민한 부위에 닿았을 때부터 미세한 정전기가 일어났었다.

후배가 그곳을 토닥여주면 토닥여줄수록 그 자극이 강해졌고, 종국에는 눈이 까뒤집힐 정도로 심한 전류가 흘렀다.

그 뒤엔... 실금을 하면서 힘이 쭈욱 빠져버렸고 말이다.

“에휴휴휴...”

제자 앞에서 추태를 보이고 말다니... 부끄러워서 고개를 못 들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츠다 후배가 자신이 실금했었음을 모르는 것 같다는 점.

만약 알았다면 자신은 지금쯤 여기 없고, 집으로 돌아가 누워 모모님 이불을 발로 뻥뻥 차고 있었을 것이다.

심지어 후배의 얼굴을 다시는 보지 못했을 테지.

그런데 마츠다 후배가 해주었던 마사지가 진짜 마사지일까?

음부 바로 위쪽까지 손이 닿았는데, 지금까지 그런 마사지가 있다는 건 듣도 보도 못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약간 위험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좋긴 했지만 말이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자신은 오늘 아주아주 엉큼한 일을 겪었다는 거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이상야릇한 일을.

찌릿.

그곳이 간지러워진 치나미가 물속에 들어가 있는 자신의 다리를 오므렸다.

후배의 손길을 상상하니 갑자기 짜릿짜릿해졌다. 갑자기 얼굴 마사지를 받고 싶어지는데, 빨리 씻어야겠다.

꼼꼼하게 샤워를 마친 치나미는 새 가운을 입고 마사지 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탄식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세상에...”

난장판까진 아니지만 베드가 무척이나 어질러져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멀끔하게 정리되어있지 않아서.

만약 마츠다 후배가 방을 치웠다면 자신이 쏟아낸 그 파렴치한 액체를 발견할 텐데, 그렇게 되어버리면 창피해서 쥐구멍에라도 찾아 들어갔을 것이다.

잽싸게 자신의 물건을 챙긴 치나미는 젖은 타올을 들고 다시 욕실로 향했다.

이후 타올을 바닥에 깔아놓고 비누칠을 한 다음, 물로 깔끔하게 씻어내고 꾸우욱 짜낸 뒤 마사지 룸에 걸어놓았다.

이러면 완전범죄까지는 몰라도 급한 불은 끈 셈.

안심한 치나미는 리빙으로 통하는 문을 몰래 열어보았다.

스으윽...

부드럽게 열리는 문.

침대 위에 누워 TV를 시청하고 있는 마츠다 후배가 보인다.

머리가 살짝 젖어있는데, 어디서 샤워를 하고 온 건지 모르겠다.

화장실 변기에서 씻은 건 아니겠지?

그러한 생각을 하던 치나미는 마츠다 후배가 자신을 발견하고 손짓하자 몸을 숨겼다.

순간 굉장한 창피함이 몰려와서였다.

남자의 가슴에 폭 안겨있다시피 한 채로, 떼까지 쓰면서 실금을 해버렸다.

이게 창피하지 않으면 대체 무엇이 창피한 것이겠는가.

제대로 얼굴을 들지도 못하겠다.

“스승님, 이쪽으로 오세요.”

낮은 웃음을 터뜨린 마츠다 후배의 상냥한 목소리.

그에 마음이 다소 편안해진 치나미가 주뼛거리며 나왔다.

“샤워 다 했어요?”

“네에...”

“와서 누우세요. 얼굴 마사지 해줄게요.”

음음. 후배의 태연한 태도를 보아하니, 역시나 아까 있었던 일을 눈치채지 못했구나.

운이 좋았다. 오늘 자신의 운세는 길(吉)이었음이 분명하다.

수줍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걸음을 옮긴 치나미는 조심스럽게 침대에 누웠다.

그러자 마츠다 후배가 자신의 머리를 슬쩍 들어주더니, 그의 허벅지 위로 옮겨놓았다.

“므앗...”

마츠다 후배의 남자다운 눈매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오늘 해주었던 마사지에 대해 물어보고 싶다.

그게 무슨 마사지냐고, 혹시라도 음흉한 마음을 품은 건 아니냐고, 자신이 몸을 마구 흔들며 떼를 썼을 때 어떠한 생각을 했느냐고.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물어보기 무서워서가 아니라, 부끄러워서였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 침대에 누워버리고 싶다.

그래도 얼굴 마사지는 받아야지.

끝나고 챙겨온 사복으로 갈아입어야겠다.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제복에서 냄새가 날 것 같으니까.

갈대 같은 자신의 마음을 애써 진정시킨 치나미는, 좋아하는 후배의 손이 점점 가까워지자 본능적으로 다리를 움츠리며 눈을 감았다.

**

“후배님.”

안전벨트를 꼭 쥐고 있던 치나미가 날 불렀다.

보슬보슬 내리는 빗길을 지나 맨션이 있는 도로의 갓길에 차를 세운 내가 대답했다.

“예.”

“아니에요. 그런데 후배님.”

“예.”

“음음... 아니에요.”

여태 한 마디도 없다가 꺼낸 말이 고작 그거야?

수줍어하는 그 마음, 이해한다.

지금은 그나마 괜찮지만, 조용한 자신의 방 안에 혼자 누워있으면 마사지가 생각날 텐데... 걱정이다.

아니, 치나미라서 괜찮을 수도 있겠네. 부디 편안하게 잤으면 좋겠다.

헌데 저 파리하게 떨리는 다리는 언제 진정될까?

러브호텔을 나올 때도 힘겨워서 내 부축을 받았었는데... 아직까지 절정했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했나보다.

기어를 파킹에 놓고 시트를 뒤로 쭉 뺀 내가 말했다.

“여기에 다리 올려놔볼래요? 조금 주물러줄게요.”

내 허벅지를 툭툭 두드리자 흠칫하는 치나미.

어찌할지 몰라 불그스럼해진 자신의 뺨을 손으로 톡톡 두드리던 그녀가 안전벨트를 풀더니 신발을 벗었다.

그리고는 내 허벅지 위에 자신의 다리를 조심조심 올려놓았다.

“이렇게 하면 될까요...?”

낯간지러움이 가득 묻어나오는 물음에 생긋 미소 지은 나는 치나미의 다리 위로 담요를 덮어주었다.

“예. 충분합니다.”

다리에 손을 올리고 정성스레 마사지를 시작한 나는,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기분이 좋아진 모양인데, 정말 다행이다. 이제 한시름 놓을 수 있을 것 같아.

“다음번엔 가기 전에 잘 풀어줘야겠네요. 미안해요.”

“.... 저는 괜찮은데에...”

“끝나고 집 현관문 앞까지 바래다줄게요. 걱정돼서 혼자 못 보내겠습니다.”

“우음... 좋아요...”

발등을 드러내는 덧신으로 덮인 발가락을 꼬물거리며 대답하는 모습이 귀엽다.

피식한 나는 치나미의 종아리를 풀어주다가, 이어서 허벅지 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흐엣...”

놀란 감탄사를 터뜨리는 그녀.

담요 위로 그녀의 허벅지를 만지작거리던 내가 물었다.

“제복은 잘 넣어놨어요?”

“가방에 있어요...”

“리본이 귀엽네요. 비대칭으로 내려간 끈이 포인트인가요?”

치나미가 자신의 블라우스를 장식한 보라색 리본을 내려다보았다.

잘 정돈되어있는 그것을 괜히 툭툭 건드린 그녀가 말했다.

“네...”

“잘 어울려요. 스승님의 이미지에 딱 맞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차 안이 무척 따뜻하네요...”

“히터 틀었으니까요.”

“흠흠... 그렇군요...”

할 말이 없어졌는지 차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치나미의 얼굴은, 과즙을 많이 머금은 복숭아마냥 분홍색으로 물들어있었다.

저러다 머리에서 연기가 나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으으음... 그러고 보니 머리핀을 잘못 끼운 것 같아요...”

애꿎은 자신의 모모님 머리핀을 풀었다가 다시 끼우려고 하는 치나미.

나와 눈을 마주치자 무안해졌나보다.

벌벌 떨리는 손을 보아하니 왠지 떨어뜨릴 것 같은데...

달그락.

“앗...?”

저럴 줄 알았다.

킥킥거린 나는 치나미의 다리를 조수석 아래로 돌려놓은 뒤 실내조명등을 켰다.

“제가 찾아줄 테니까 가만히 있으세요.”

이후 상체를 쭈욱 굽혀 발매트를 더듬거렸다.

그로 인해 치나미의 가랑이 근처에 얼굴이 살짝 닿아버렸는데,

“흥앗...!”

이에 약간 간드러진 탄성을 내뱉은 치나미의 위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싶어 머리핀을 찾다 말고 고개를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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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나미가 자신의 얼굴을 가린 채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마치 가랑이에 머리를 묻어버린 것 같은 자세였던지라 엄청난 부끄러움을 느낀 모양이었다.

저러면서도 검지와 중지 사이를 벌려 소심하게 날 염탐하려는 모습이 웃기다.

마침 타이밍 좋게도 주행등을 켠 차가 우리 차를 지나치면서 내부를 비춰주는데, 조명에 잠깐 비친 치나미에게서 풍겨오는 분위기가 굉장히 순진하고 청순한 것처럼 느껴졌다.

순간 그녀에게 키스를 하고 싶은 충동이 인 나는,

툭.

발매트에 닿아있는 손에 무엇인가 걸리자 정신을 차렸다.

치나미가 떨어뜨린 머리핀이었다.

그래, 치나미와의 첫 키스는 나중으로 미루자.

큰일을 치른 지 얼마 안 된 상황인데, 여기서 키스까지 해버렸다간 그녀는 내일 제대로 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준비해야할 것도 있으니까... 참는 게 맞다고 본다.

대신 이 정도는 할 수 있겠지.

판단을 마친 나는 머리핀을 집어 들고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는 치나미의 이마에 내 이마를 콩 대었다.

“흐끕!?”

갑작스런 행동에 놀랐는지 딸꾹질을 해버리는 그녀.

입가에 호선을 그린 내가 말했다.

“머리핀 찾았어요.”

입술을 내밀기만 하면 맞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

“헤끕...!”

“이제 갈까요?”

“흐에엑... 흐끕! 네에에... 가요...”

“그래요.”

“.... 히끕...! 어, 얼굴을 치워주셔야...”

“스승님.”

“네, 넷...?”

“귀여워요.”

“흐아아아...”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저, 저야말로... 흐헵...! 잘 부탁... 드려요...”

뜬금없는 외모 칭찬을 들은 치나미의 눈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착각인가?

마치 저번에 보았던, 치나미가 설정해놓은 헤롱헤롱한 모모님 같다.

장난을 빙자한 애정표현은 여기까지.

그윽한 눈길로 치나미를 바라보던 나는, 마지막으로 그녀의 옆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며 머리를 떼어냈다.

이후 뒷좌석에 놓아둔 치나미의 가방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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