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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코미디를 망가뜨리는 법-137화 (137/313)

“스승님.”

“흐엣!?”

깜짝 놀라더니 안으로 숨어들어가는 치나미.

인간을 마주한 다람쥐 같은 행동에 빵 터져버린 나는 보관실 문을 열었다.

덜컥.

“스승님, 왜 아까부터 도망을 가고 그래요?”

“.....”

날 등진 채로 보관실 구석에 서있는데, 마주보기가 매우 부끄러운 것 같다.

깜찍하기는.

음흉한 미소를 지은 나는 치나미에게 완전히 접근했고, 어제 마사지를 했을 때처럼 그녀에게 딱 밀착해 손목을 덥석 잡았다.

“므앗! 후배님...! 지금 뭐하시는...”

“왜요? 싫어요?”

“시, 싫은 건 아닌데... 저희는 죽도를 닦아야...”

“이렇게 닦으면 되죠. 느리지만 두 사람이 하는 만큼 더 꼼꼼하게 닦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 말이 안 되는데요...”

“해보지도 않았잖아요.”

말을 마친 나는 치나미의 뒷목에 바람을 후 불었다.

갑작스런 밀착, 게다가 성감대에 간질간질한 느낌까지.

연타를 맞은 치나미가 흐아아아... 하는 탄성을 내뱉더니 몸에 힘을 쭈우욱 뺐다.

그리고 나는, 오징어처럼 흐물흐물거리는 치나미의 뒤에서 그녀를 로보트마냥 조종했다.

“손잡이 잡고... 그렇지. 이제 꺼내요.”

“.....”

잠시 당황하던 그녀는 곧 내 말을 충실히 따르기 시작했다.

이러한 스킨십이 좋은 듯한 모습.

그렇게 죽도 하나를 꺼낸 우린, 바닥에 천천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마른행주를 집어 들었다.

“보세요, 잘 닦이죠?”

“다, 닦이기는 하는데요... 제대로 해야...”

“제대로 하고 있잖아요. 그렇죠?”

“.... 네... 제대로 하고 있어요... 흠흠... 나쁘지 않네요... 포근하군요...”

고개를 푹 수그린 채로 내 움직임에 몸을 맡기는 그녀.

이대로 시간을 보내려던 나는, 치나미가 쑥스러워하며 웅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마음을 바꾸었다.

어제 마사지로 인해, 치나미의 마인드는 전보다 더 오픈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한층 더 과감하게 가보자.

“다음 마사지는 언제 해드릴까요?”

“마, 마사지... 으음... 편하실 때 연락 주세요...”

다음 마사지는 아래가 조금 아플 텐데, 최대한 조심해서 넣을게.

윤활제도 듬뿍 바르고, 하기 전에 잘 풀어주고...

“알겠습니다.”

“그래요. 슬슬 다음 죽도를 닦... 흐야앗!?”

치나미가 돌연 까무러칠 듯한 신음을 터뜨렸다.

내가 그녀의 귓볼을 혀끝으로 살짝 건드렸기 때문.

쥐고 있던 죽도를 떨어뜨린 치나미의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지, 지금 뭘 하신 건가요...?”

“뭐가요?”

“귀에 뭔가가 닿았어요...!”

“이거요?”

톡.

“히약...! 네엣...! 그거... 그거 뭐에요...?”

나중에 혼자 잘 생각해봐.

지금 내 얼굴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얼굴에서 나올 수 있는 촉촉하고 따스한 부위가 뭔지.

“별 거 아닙니다.”

“그, 그럴 수가...!”

그럴 수가라니. 치나미의 리액션은 언제 봐도 신선하다.

지금도 그렇다. 몸은 잔뜩 굳어있으면서 세상이 무너진 듯한 반응을 보여주잖은가.

성적으로 발전을 해도 이런 순진무구한 천성만큼은 변하지 않을 게 분명해보여서 미래가 기대된다.

“죽도 하나 더 꺼내올까요?”

능청스레 화제를 돌리자, 치나미가 고개를 아주 약간 돌리더니 날 흘긋거렸다.

“.... 네...”

“그럼 일어나죠. 힘 빼고 가만히 있어보세요.”

“저번처럼요...?”

“맞아요. 저번처럼.”

“이렇게...?”

“예, 그렇게.”

몸을 늘어뜨린 치나미를 일으키려던 나는,

똑똑. 덜컥.

노크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보관실 문이 열리고, 거기서부터 렌카가 모습을 드러내자 방긋 웃어보였다.

“안녕하세요, 부장.”

“그래, 안... 응...?”

태연하게 인사를 받아주려던 렌카의 움직임이 순간 멎어버렸다.

보관실 한가운데에서 서로 완전히 밀착한 채로 앉아있는 나와 치나미를 보았기 때문.

마치 백 허그를 한 것 같은 자세의 우리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던 그녀의 눈이 이내 커졌다.

“너, 너희 지금 뭐하는 거야...?”

“죽도를 닦고 있었습니다.”

“주, 죽도를 그런 자세로 닦는다고...? 말이 돼...?”

“안 될 건 뭔가요. 스승님, 요괴가 출현했네요. 천벌을 내려줍시다.”

나는 치나미의 손을 조종해 복싱 자세를 취하고, 그녀의 팔을 허공에 느릿하게 휘둘렀다.

그러자 렌카의 입이 벌어졌다. 네 살배기 어린아이들도 하지 않는 유치한 장난을 하니 황당한 모양.

반면 치나미는 좋아라하고 있었다. 수줍은 미소까지 지으면서 말이다.

“누가 요괴야... 죽을래?”

절친한 친구의 반응을 보고 약간 서운했는지 입이 댓 발 나온 렌카.

치나미의 팔을 한 번 더 휘두른 내가 물었다.

“근데 무슨 일이세요? 필요한 거 있어요?”

“가, 감독께서 치나미를 부르셔서... 근데 너희 말이야... 부실 안에서까지 그렇게 막... 붙어있으면 안 돼...”

“오붓한 저희 관계를 질투하는군요.”

“대체 누가 질투를 하고 있다는 건데...! 그리고 지금 컨셉 뭐야? 일부러 뻔뻔한 척하는 거야? 하나도 안 어울리니까 그만하지...?”

렌카의 말투가 조금씩 격앙되어가자, 치나미가 몸을 비틀며 내 품에서 벗어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친우님과 후배님은 항상 만나기만 하면 싸우시는 것 같네요. 진정하세요.”

렌카의 엉덩이를 토닥인 치나미의 친절한 말투.

여전히 빨간 그녀의 얼굴을 흘깃거린 렌카가 말했다.

“.... 알았어. 괜찮아?”

“괜찮냐니, 뭐가요?”

“아, 아냐. 실언이었어.”

의외로 순순히 물러나네.

치나미의 얼굴색이 나쁘지 않아보여서, 강제로 당하지 않았다는 판단이 섰기에 그런 건가 싶다.

“감독님께서 부르신다고 하셨죠? 얼른 가요.”

“응...”

“후배님께서는 죽도를... 으음... 깨끗하게 닦아놓도록 하세요... 돌아오면 검사할 거예요.”

왜 이리 빡빡하게 굴어. 섭섭하게.

고개를 주억거린 나는 렌카와 함께 보관실을 나가는 치나미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

“테츠야 군은 동기랑 같이 넷 카페에 간대.”

조수석에 올라탄 미유키의 말.

어깨를 으쓱인 나는 시동을 걸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알고 있었어. 어차피 태울 생각도 없었고.”

“그러지 마... 자애로운 마음을 좀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싫은데. 너랑 둘이서 돌아가는 게 좋은데 왜 미우라를 태워?”

“아니 뭐... 그렇게 적나라하게 얘기하진 않아도 되는데...”

은근히 기뻐한 미유키가 안전벨트를 매며 말을 이었다.

“아, 그리구... 금요일 저녁에 하교하자마자 바로 우리 집에서 밥 먹으면 돼. 엄마한테 말해놨어.”

“그러냐? 놀러가는 건 어떻게 됐는데?”

“친척 집에 가기로 했어. 마츠다 군 이야기는 아직 안 꺼냈는데, 오늘 물어보려구.”

“그럼 난 안 간다.”

“왜?”

정말 이유를 모르겠다는 얼굴로 날 돌아보는 그녀.

헛웃음을 친 나는 교문을 빠져나가며 이유를 설명했다.

“너희 가족들이야 날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친척들은 아니잖아. 나나 그분들이나 어색해할 게 뻔한데 굳이 가는 건 좀 그래.”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긴 했는데, 마츠다 군은 붙임성이 좋고 예의가 발라서 괜찮지 않을까 싶어.”

“내가 붙임성이 좋고 예의가 바르다고?”

“어른들을 대할 때만.”

초창기에 이벤트용 엑스트라로 써먹었던 거지를 대했던 건 까맣게 잊어버렸나?

픽 하는 실소를 터뜨린 내가 말했다.

“어쨌든 친척 집에 갈 것 같으면 괜히 이야기 꺼내지 마.”

“난 마츠다 군이랑 같이 놀러가고 싶은데.”

“나도 같은 마음인데, 그렇다고 민폐를 끼칠 수는 없잖아. 친척 집 같은 경우는 나중에, 내가 아주머니나 아저씨랑 조금 더 가까워지면 그때 다시 고민해보자.”

“알았어...”

시무룩해진 미유키의 다리에 손을 올려놓은 나는, 두 손으로 운전을 하라는 그녀의 타박에 얌전히 핸들을 잡았다.

그렇게 미유키를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곧장 샤워를 했다.

이후 곧바로 렌카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말에 비어버리게 된 시간을 알뜰히 쓰기 위해서였다.

뚜루루 거리는 신호음이 네다섯 번 지나가고 얼마 후,

-왜.

렌카가 퉁명스런 투로 전화를 받았다.

요 위에 벌러덩 누운 내가 물었다.

“잘 들어갔어요?”

-어.

“전화는 왜 이렇게 늦게 받죠?”

-무음으로 해놔서 온지 몰랐... 아니, 내가 왜 너한테 설명을 해야 돼?

“물어볼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 왜 전화했는데.

“토요일에 시간 비워놓으라고요.”

-그때 일 있어.

“무슨 일요.”

-안 말할 거야.

어차피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일이겠지.

“알겠습니다. 비워놓으세요.”

-일 있다고 했잖아.

“납득할만한 사유를 말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딱히 큰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저는 약속한대로 미리 고지했으니까, 부르면 오세요.”

-왜 주말에 불러? 평일에 부르면 좋잖아.

“지금 앙탈 부리는 거예요?”

-대, 대체 이게 무슨 앙탈이라고 그래! 아까부터 자꾸 뻔뻔하게 굴지 마!

버럭하는 걸 보니까 맞구만 뭘.

귀 찢어지겠다.

-아, 어머니... 죄송해요... 친구가 이상한 소리를 해서...

휴대폰 너머에서 이어지는 렌카의 곤란한 듯한 목소리.

근처에 있는 그녀의 어머니가 들었나? 그러게 성격 좀 죽이지 그랬어.

그나저나 가족한테 존댓말도 쓰고 보기 좋네.

게다가 날 친구취급까지 해주는 건가? 착하다.

-너 때문에 곤란해질 뻔했잖아...!

한층 자그마해진 그녀의 음색을 들은 나는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게 왜 저 때문인가요?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한 부장 잘못이지.”

-.... 됐어. 더 얘기 안 할래. 토요일이라고 했지?

“예.”

-알았어. 시간 낼게.

“잘 생각했어요.”

-그건 그렇고 너... 오늘 치나미랑 대체 뭘 한 거야?

“죽도 닦았다니까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는 그만하지? 똑바로 얘기해.

“스승님한테 직접 물어보든가요.”

-네가 얘기하라고.

딱 보니 치나미가 말을 아꼈구나. 알만하다.

낄낄거린 내가 말했다.

“부장도 해볼래요? 같이 하면 어떤 건지 알 것 같은데.”

-미친 거 아니야?

“싫으면 어쩔 수 없고.”

-.... 됐다. 너한테 물어본 게 잘못이지. 끊어.

“내일 봬요.”

뚝.

렌카는 대답하지 않고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그녀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착각인가?

혼자 철부지처럼 웃어재낀 나는 토요일을 대비해 러브호텔 객실을 예약했다.

소프트한 SM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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