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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코미디를 망가뜨리는 법-156화 (156/313)

<156화 > 그거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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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창피할 줄 알았다. 마츠다와 함께 야동을보고 난 후에 하는 잠자리가.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과감해졌다고 해야 할까?

2시간가량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본 야동에서 나온 체위를 하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물론 생각만 이렇지, 실제로는 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괜찮아?"

배에 묻어있는 희뿌옇고 끈적한 액체를 닦아내주는 마츠다.

평소보다 사정한 양이 더욱 많다.

야동을 다 본 직후 굉장히 흥분해선 자신에게 달려들었었는데, 그 여파인 모양이었다.

아래에서부터 느껴지는 시큰한,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상쾌한 감각.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피어난 미유키가 대답했다.

"응...."

“다행이네."

왜 다행이라고 하는 거지?

오늘 다른 날보다 훨씬 더 격하게 삽입운동을 해서?

아니면 취향을 들켜버려 미유키 자신이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을까봐 우려했던 건가?

뭐가 됐든 다 상관없는데... 마츠다는 가끔 보면 걱정이 너무 많다.

그렇게 안생겨가지고 말이다.

나긋한 목소리로 미유키의 몸에 묻어있는 점액을 전부 닦아낸 마츠다는, 곧 그녀의 땀으로 흠뻑 젖어있는 몸을 마사지해주기 시작했다.

그에 아려오던 허벅지에 뭉쳐있는 근육이 풀리는 느낌을 받은 미유키가 몸에 남아있는 힘을 풀었다.

"하아..."

절로 새어나오는 노곤한 한숨.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분 좋은 여운이 가시질 않는데다, 마츠다의 손길에 애정이 느껴져서 너무 좋다.

조용한 거실 안에서 잠자코 마사지를 받고 있던 미유키는, 아까 봤던 야동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여자가남자의 것을 막 빨아주고, 남자는 좋아서 미쳐하던데... 마츠다도 해주면 좋아할까?

해달라고 말을 하지 않는 걸 보면 취향이 아닐 수도 있는 것 같고...

어쨌거나 오늘 본 야동의 전체적인 감상은 꽤나 괜찮다... 였다.

마츠다가 자고 있을 당시 봤을 땐 행여나 그가 깨어나면 어쩌나 걱정하는 마음이 커서 제대로 감상을 못했었는데, 노트북을 훔쳐봤던 걸 들키고 나서 마음 편하게 보니까 나쁘지 않았다.

탐탁찮은 면도 분명 있긴 했다.

남자의 양옆에 여자 둘이 딱 달라붙어선 애교를 부릴 때 눈살이 찌푸려졌었다.

쓰리섬이라는 상황에 질색한 건 아니고, 배우의 연기가 가식적으로 느껴져서 별로였던 것 같다.

그걸 제외하면 나머지는 나름 괜찮았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쓰리섬 분위기 자체에 거부감이 없기도 했고, 솔직히 살짝... 아주 살짝 흥분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직접 하고 싶은 건 아니다.

보는 것과 실제로 겪는 건 차이가 크니까.

그래도 마츠다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긴 하다.

"앗..!"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미유키는, 마츠다의 손이 가랑이 사이로 내려가 말랑한 살결을 쓰다듬자 짧은 신음을 터뜨렸다.

머리끝까지 차오른 흥분감이 내려가려다가 다시 올라오는 기분.

또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만약 더 해버리면 아래에 무리가 갈 수도 있고...

내일 아카데미도 가야하니까 참아야겠다.

하지만 마츠다가 하자고 하면 마지못한 척 받아줘야지.

**

평일에 미유키와 함께 자면 좋은 건, 다음날 그녀의 동네로 갈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시간상으로 여유가 있었기에, 나와 미유키는 일어나자마자 서로의 몸을 끌어안고 한참 시간을 보냈다.

"이제 일어나... 아침 먹어야지."

"대충 때우자."

"안 돼. 건강 생각해. 아 근데 왜 자꾸 허리를 만져....!”

왜긴. 말랑말랑하고 따뜻하니까 만지지.

막 잠에서 깨어난 고양이나 강아지의 피부가 이러할까?

너무 부드러워서 중독성이 심하다.

아무 말없이 미유키의 살갗만 만지작거리고 있자,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친 그녀가 결국 한 발 물러났다.

내 머리카락을 사근사근 쓰다듬으며 시간을 보내던 그녀가 물었다.

"어제 그거 어땠어...?"

어제 2시간동안 집중해서 본 야동을 말함이었다.

영상이 끝난 이후 한판, 그 뒤 은근슬쩍 날 유혹하는 미유키에게 넘어가 또 다시 관계를 가졌었고, 샤워를 마친 뒤에 곧장 잠들었었다.

그로 인해 감상을 물어볼 겨를이 없었는데, 그녀가 직접 언급하니 마음이 놓이는 기분이다.

"글쎄? 넌 어땠는데?”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

“나름 재미있게 봤어."

"어느 부분이 재미있었는데?"

이런 대화는 남자들이랑도 안 하는 건데.

아니, 애초에 남자와는 야동을 같이 볼 일이 없지.

본다 해도 거지같은 기분이 들 테고.

"음... 주인공이 자신의 친구가 남자친구와 하는 장면을 몰래 훔쳐보면서 자위할때?"

"... 마츠다 군은 그런 말초적인 장면이 인상 깊었어?"

"그걸 느끼려고 야동을 보는 거잖아. 넌 어떻게 봤는데?”

“나, 나는 그냥... 잘 모르겠어... 주인공보다는 주인공 친구의 입장에서 찍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기분이 들었는데...”

하긴, 현재 나와 만나고 있는 미유키로서는 솔로 입장인 주인공보단, 남자친구가 있는 주인공의 친구에게 더 이입이 됐겠지.

그리고 시각적인 부분에서 쾌락을 얻었던 나와는 다르게, 미유키는 정신적인 부분을 더 중시했던 것 같다.

“그랬냐? 스토리는 영 별로였어?”

“솔직히 별로긴 했는데... 이런 장르에 스토리가 좋은 걸 바라는 건 사치잖아..."

그렇지. 야동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우리가 본 게 나름 탄탄한 스토리를 갖고 있다 해도, 야동 야동이다.

먹힐만한 성적인 장르를 하나 확실하게 정해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흥분감을 유도하는 게 목적.

야동이 스토리로 재미있으면 그게 야동인가? 그냥 청불 영화지.

"그건 그렇긴 하지."

“응... 그래도 대사가 자연스러워서 조금이나마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발연기를 할 줄 알았거든...”

조금이나마 몰입이라...

그랬다면 정말 다행이었다.

“오늘도 우리 집에서 자고 갈거냐?"

“그걸 정하기엔 너무 이르지 않아...?"

안 된다고 할 줄 알았는데, 생각은 있다는 듯 말하네?

"일단 나와봐... 이렇게 있다간 아침 먹을 시간도 없어지겠어.”

이어지는 미유키의 말에 히죽 웃은 나는 그녀가 입은 반팔 티셔츠를 벗겼다.

눈 깜짝할 사이 반쯤 말려 올라간 흰색 터.

이에 움찔한 미유키가 티셔츠 밑자락을 잡으며 날 나무랐다.

“아 뭐해....! 우리 아침 먹어야한다니까...!"

“가면서 편의점 들르면 돼․ 빨리 끝낼게.”

“매, 맨날 빨리 끝낸다고 말하면서 그런 적이 없잖아...! 체육실에서도 그렇고, 옥상에서도..."

"싫어?"

"싫은건 아니지만... 그, 그리고 나 물어볼 거 더 남았어.....

“뭔데?”

"잠깐만 이거 좀...."

미유키가 낑낑거리며 자신의 상체를 일으켰다.

내 머리를 가슴에서 밀어내더니 옷매무새를 추스르는 그녀.

몇 차례 헛기침을 한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 날 보며 입술에 침을 묻혔다.

"마, 마츠다 군은 그거... 실제로 하고 싶어...?"

저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돌아갔다.

큰 게 왔구나. 솔직히 지금 이 타이밍에 저런 질문을 던질 줄은 몰랐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난 뒤에야 간신히 언급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미유키가 내 예상보다 더 쓰리섬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었나보다.

아니지, 신경이 아니라 흥미라고 해야하나?

“뭘?”

“다 알면서 왜 모른 척해...! 빨리 대답해봐...”

저건 미유키가 쓰리섬을 할 의향이 있어서 묻는 질문이라기보다는, 날 떠보려는 질문에 가까웠다.

쉽게 말해 미끼를 던지는 거다. 내가 어떤 대답을 하는지 보려고.

대답을 잘해야 한다. 무턱대고 저 미끼를 덥석 물어버리면 돌이킬 수 없어질지도 모른다.

“글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대답이 잘못됐잖아. 난 어떨 것 같냐고 물어본게 아니라, 하고 싶냐고 물어봤어.”

“너만 있으면 아무래도 상관없지 나는."

“그래...? 대답이 되게 애매하네...?”

대신 널 1순위로 생각하고 있다는 게 드러나는 대답이기도 하니까, 그걸로 봐주라.

대놓고 하고 싶다며 말하기엔 시기가 일러서 그래.

아직 너한테 보여줄게 많아. 이번엔 스토리 따윈 없는, 아마추어들이 찍어서 판매하는 걸로 가자.

어제는 정신적인 쾌락을 느꼈다면, 오늘은 말초적인 쾌락도 한 번 느껴봐야지.

“그러냐?”

할 말을 찾지 못한 척 무안한 표정을 짓고 있자, 미유키의 눈이 게슴츠레해졌다.

"궁금하긴 해? 해보면 어떨지?”

압박이 월드클래스다.

내 빡통 머리로는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

"누구나 다 궁금할걸?"

"그런가...? 근데 있잖아... 저런 걸 하는 사람들은 여자를 어디서 섭외해....?”

미유키의 호기심이 날로 늘어나는 것이 보인다.

압박 또한 그에 비례해서 높아진다는 게 문제지만.

"SNS에서 연락을 주고받거나, 오픈채팅방에 가거나... 아니면 뭐 지인을 불러올 수도 있고... 일단은 취향이 맞는 사람끼리 모이는 경우가 대다수긴 하지."

"되게 잘 아네? 자세히 찾아봤나봐?”

“서클에 있을 때 선배들한테 들었었어."

“아... 그 불량한 사람들...”

생각하기도 싫은 듯 질색을 하는 미유키.

피식한나는 그녀에게 가까이 붙었다.

"그럼 이제 한다?"

“뭘...?”

“가기 전에 하고 가야지."

그 말에 미유키가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제 체육실에서부터 집에서까지 다섯 번이나 했으면서..."

"방금 네가 싫은건 아니라고 했잖아.”

"......"

정곡을 찔린 미유키의 입이 댓발 튀어나왔다.

그 모습이 귀여웠던 나는 실소를 터뜨리며 그녀를 눕혔고, 쇄골에 쪽 하는 소리를 내며 키스를 했다.

방금 내가 한 대답을 행동으로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정말 미유키만 있으면 상관없다는 듯, 그녀에게 온갖 애정을 쏟아내면서 취향을 녹여 주입시켜나가자.

그러다가 만약 미유키가 어떤 식으로든 내 취향을 한 번쯤, 단발성으로 해결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는 날이 오면, 그 기회를 잘 잡아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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