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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코미디를 망가뜨리는 법-159화 (159/313)

<159화〉그거... 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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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지 않는다.

이유는 하나, 마츠다의 취향 때문이었다.

주중 내내 고민해보았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었는데, 오늘 마츠다가 자신에게 진심을 다한 마음을 드러낸 이후로부터는 작게나마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한 번 하게 해줄까...?

몇 주 뒤에 크리스마스인데, 그때 선물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었다.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데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여태 자신에게 매우 큰 사랑을 주었고, 개과천선한 것에 대한 보답.

두 번째는 마츠다를 가만 놔두면 매번 저런 쪽의 영상을 보다가 참지 못하게 될까봐 우려스런 마음이 있어서다.

마츠다는 불량학생이었다.

요새는 착한 사람들과 어울리긴 하지만, 미유키 자신을 만나기 전에는 양아치들과 시간을 보냈다.

온갖 좋지 않은 소문을 몰고 다니는 사람들.

그들이 카바레나 캬바쿠라, 데리헤루, 패션헬스 같은 유흥업소를 즐긴다는 건 익히는 아니지만 알음알음 알려져 있었다.

마츠다는 천성이 그들보단 순하고 개념은 있어서 직접 가지는 않았을 테지만...

어울리는 사람들이 사람들이라 이런 업소를 알고 있을 테고, 쓰리섬을 하고 싶다는 충동이 일면 좋지 않은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물론 마츠다가 그런 곳에 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믿고 있다.

허나 유혹이라도 받아버리면, 가볼까? 라는 생각을 해버리면 아주아주 짜증이 날 것 같았다.

그런 일탈의 유혹을 피하기 위해, 차라리 자신의 감시 하에 한 번 해결해주고 끝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세상에 이런 여자친구가 어디 있을까.

마츠다는 자신에게 엄청 잘해야 한다.

사실 남자친구의 취향을 제대로 알아보고 싶다는, 마츠다가 왜 저걸 좋아하는지 경험해보고 싶다는 궁금증 또한 더러 있었다.

솔직히 꺼림칙하긴 했다. 만약 저걸 하게 된다면, 마츠다는 다른 여자에게도 신경을 쏟을 것이다.

그 어느 누가 여자친구에게 줄 사랑을 타인에게 나누어주는 일을 좋아하겠는가?

'씨이...'

속으로 불만스런 탄성을 터뜨린 미유키는 속편하게 자고 있는 마츠다의 복부를 꼬집었다.

"으음..."

낮은 신음을 내뱉으며 품에 안고 있는 미유키를 더욱 끌어안는 마츠다.

일어나지도 않는 무감각한 모습에 어이가 없어진 미유키의 코에서, 짧은 바람이 새어나왔다.

자신은 이렇게나 큰 고민을 안고 있는데, 남자친구라는 사람은 자고 있다니.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면 화를 낼 필요가 전혀 없었다.

원인제공은 자신이 했다. 스스로의 의지로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마츠다의 취향을 알았고, 쓰리섬을 하게 해주려는 것 또한 자신이었다.

그래도 얄밉지 않다면 거짓말.

그리 생각한 미유키는 몸을 비틀며 올라와, 살짝 벌어져있는 마츠다의 입 안으로 자신의 혀를 들이밀었다.

**

입 안을 살살 건드리는 따뜻하고 촉촉한 무언가에,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실눈을 떠보니 코앞에 미유키의 얼굴형이 보인다.

불이 꺼져 있는데다 늦은 시간이라 내가 일어난 줄 모르고 있는데, 열심히 내 입을 유린하고 있는 모습이 웃기다.

예전에도 이러더니... 수면기호증이라도 있는 건 아니겠지?

잠자코 미유키의 행동을 받아주던 나는, 이제 됐다 싶어 그녀의 엉덩이를 토닥였다.

그러자 흠칫한 미유키가 재빨리 혀를 빼내더니 자는 척을 했다.

“너는 그러면 안 걸릴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가라앉은 목소리로 미유키를 타박하자, 그녀가 한숨을 포옥 내쉬더니 물었다.

"일어났어?"

“그런 짓을 하는데 안 일어날 사람이 있을까?"

“잠귀는 이럴 때만 밝네...”

투덜거리는 미유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달래준 나는 휴대폰을 집어 들어 시간을 보았다.

새벽 두 시. 늦은 시간이다.

미유키가 고민이 많았나보다. 제대로 잠도 못 잔 것 같은데... 미안해진다.

“마츠다 군, 깨워서 미안한데 나 할 말 있어. 아, 말하려고 깨운 건 절대 아냐."

"알아. 해."

“제대로 일어나서.”

촉이 온다. 촉이 와...

미유키를 끌어안은 채 상반신을 일으킨 나는, 예전에 사놓은 자그마한 무드등을 켰다.

그리고는 미유키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말해봐."

"......."

잠깐 입을 우물거리며 망설이는 그녀.

나는 잠자코 그녀가 마음의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거실 안의 분위기가 살짝 얼어붙음과 동시에 서로를 향한 시선이 어색해질 즈음, 미유키가 침묵을 깼다.

"마츠다 군."

"어."

“그거... 해볼래?”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눈을 무척 크게 뜨며 미유키를 내려다보았다.

확실하게 지칭하지는 않고 '그거'라는 한 마디로 뭉뚱그렸지만, 그녀가 쓰리섬을 말하고 있다는 건 바보라도 알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거....?"

"그럴 걸...?"

"진심이냐?"

“가, 갑자기 나도 마츠다 군의 취향을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그, 근데 마츠다 군이 오해하지 말아야하는 게, 저걸 계속 한다는 뜻은 아니야. 딱 한 번만... 진짜 딱 한 번만 하고 끝내려는 거지...."

겨우 운을 떼었던 방금과는 완전히 다른 반응.

한 번 포문을 여니 말이 잘 나오나보다.

아무런 말 없이 미유키를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자, 그녀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낮아졌다.

"어때...?"

그에 정신을 차린 내가 반문했다.

"어떠냐고...?"

"응."

“아니 뭐... 나야 네가 이런 말을 해주니까 엄청 좋긴 한데... 너 괜찮나?"

“마츠다 군의 취향이 특이하니까... 나쁜 마음을 먹을 수도 있어서....

"나쁜 마음?"

“어, 어쨌든 할 거야...? 말거야?"

막상 이런 상황이 닥치면 대답이 술술 나올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입이 쉽게 떨어지지가 않는다.

미유키는 한참 고민했을 것이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온갖 상상을 하다가 도출한 결론임이 분명했다.

미유키가 먼저 쓰리섬을 권유하는 건 내가 원하는 방향성이었다.

기뻐해야 마땅하고, 실제로 좋음에도 미유키에게 크나큰 미안함이 든다.

엄청난 속앓이를 했을 텐데,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

“나는... 하고 싶지...."

뒷머리를 긁적이며 소심하게 본색을 드러내는 내가 어이없었을까?

미유키의 입꼬리가 아주아주 살짝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다.

긴장이 풀린 건가? 다행이다.

“그럼 해도 돼...”

“근데... 하고 싶다 해서 마음대로 막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하긴... 섭외가 문제네....?"

"그렇지..."

"이, 이건 마츠다 군이 일단 해봐. 우리 둘 다 아는 사람으로...”

보통은 모르는 사람이랑 해야 훌훌 털어낼 수 있어서 좋지 않나?

미유키는 은근히 변태 끼가 있단 말이지.

"그... 미유키. 우리 둘 다 아는 사람이 누가 있는데...? 우리 반 애들...?"

"......"

“걔네들이 아니면 카나 누나나...”

카나의 이름을 언급하자, 미유키가 눈에 쌍심지를 켰다.

“죽을래...? 언니는 절대 안 돼.”

자매덮밥은 물 건너간건가?

아니. 난 포기하지 않는다.

미유키가 쓰리섬에 취미를 붙이게 되면 도전해봐야지.

“아니... 둘 다 아는 사람이 이렇게 있다 이거지... 아니면 나나세 선배... 이노오 선배..."

“생각해보니까 많이 없긴 하구나...?"

"그렇지....

“아 몰라...! 알아서 구해...."

창피한지 내게 앙탈을 부리고는 베개에 얼굴을 묻어버리는 미유키.

그녀의 등에 손을 올려 원을 그리며 쓰다듬은 내가 조심스레 물었다.

"언제까지 구해야하는데....?"

“크리스마스 전까지 해... 그때까지 나는 모르는 일이야.....

크리스마스를 콕 집어서 언급한다고?

그날 선물로 주려는 심산이구나. 장하다, 미유키.

그때까지는 3주 정도 시간이 남아있다.

첫 쓰리섬을 할 대상은 정해져있었다.

바로 미유키와 치나미. 이 두 명이다.

헌데 이러면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치나미에게 남자 경험이 없다는 게 그 문제다.

아예 치나미를 열심히 설득하여 처음을 미유키 앞에서 가져갈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치나미가 상처를 받을 것이다.

히로인들과의 첫 관계는 단둘이 보내고 싶은 것이 내 바람이고,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할 생각은 없다.

치나미는 물론이고 렌카, 그리고 히요리도 그날이 다가왔을 때 둘이서 하길 바랄 테지.

‘비밀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한데...’

사실 나쁘지 않은 게 아니라 비밀로 해야 맞다.

입만 맞추면 미유키를 속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는 싫었다.

왜? 미유키는 큰맘을 먹고 내 취향을 허락해줬으니까.

이것마저도 속여 버리면,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닐 테지.

치나미와의 관계 날짜를 미뤄도 되지만 내가 처음을 앗아가야 한다는 건 변함없다.

미유키가 언젠가 알게 될 거라는 뜻이다.

그러니 허락을 해준 김에 지금 한 번 에둘러서 떠볼까?

현재 미유키는 경험이 없는 사람을 초청하는 건 아예 상정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든 설득을 하고 싶은데... 생각나는 방법이 하나 있긴 하다.

이걸 위해서 지금 떠보는 건 자제하자.

일단 오늘은 첫 단추를 아주 잘 꿰었다고 할 수 있으니까, 정신력을 많이 소모한 미유키를 쉬게 해줘야겠다.

“오늘은 이만 자자. 내일 일어나기 힘들겠다...”

"....응"

미유키를 꼭 끌어안은 나는 그녀와 나란히 침대에 누웠다.

마음고생을 시켜놓고 또 이기적인 짓을 해서 정말 미안한데, 고집 한 번만 부릴게.

나한테 욕을 해도, 때려도 감수할테니까 꼭 들어줬으면 좋겠어.

속으로 미유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한 나는, 품 안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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