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화 > 콩닥콩닥 마사지 시즌3
심란해하던 미유키는 날이 갈수록 상태가 괜찮아졌다.
이틀이 지난 지금은 평소의 분위기를 거의 회복한 상태였다.
물론 약간은 가라앉아있긴 했지만, 예전의 활기찬 미유키가 보여서 다행이었다.
“마츠다 군! 이리 와서 좀 도와줘!"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나는 대문 쪽에서 미유키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툇마루로 나갔다.
멀리서 큼지막한 직사각형의 박스를 가져오는 미유키가 보이는데... 낑낑거리는 것이 딱 봐도 무거운 물건이다.
그녀를 도와 박스를 집 안으로 옮겨놓은 내가 물었다.
"뭐야 이건?"
"택배. 방금 왔어."
“택배?"
“응. 코타츠 주문했었던 거.”
코타츠를 주문했었어? 우리 집에 놓으려고?
말없이 구매를 하다니... 너도 참 막무가내다.
그래서 더 좋아. 날 닮아가는 것 같아.
“살 거면 나랑 상의해서 사든가... 왜 혼자 주문해?"
“그러려고 했는데... 좋은 걸 찾았을 때 타임털이 얼마 안남아서 그냥 주문했어.”
타임딜은 못 참긴 해.
"이불은?"
“따로 안 시켰어. 우리 집에서 갖고 오려구. 조립은 나중에 하자."
“왜? 내가 미리 해놓으면 되는데. 상판만 놔뒀다가 이불 덮을 때...”
“같이 해.”
단호한 미유키의 말투에 시선을 슬쩍 피한 내가 얌전히 대답했다.
"응."
“겨울방학 때 테츠야 군도 불러서 같이 또 공부하자."
걀 굳이 불러야 되나?
놈의 폐에서부터 필터를 거친 공기가 우리 집 안에 들어오는 게 싫다.
그래도 뭐... 코타츠 이불 속에서 테츠야 몰래 미유키와 은밀한 일을 할 수 있는 걸 감안하면 봐줄만하긴 하다.
"알았어."
나와 함께 박스를 창고에 옮겨놓은 미유키가 외투를 챙겨 입었다.
“지금 출발하자. 엄마가 빨리 오래.”
“그래."
현재 나는 미유키의 가족 외식에 끼어들려 하고 있었다.
물론 내 의지가 아닌, 미유키의 의지였다.
순순히 니트와 코트를 입는 내가 만족스러웠을까?
미유키의 눈매에 완만한 곡선이 그려졌다.
쓰리섬을 허락해준 이후 웬만한 것들은 토를 달지 않게 된 내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이렇게라도 미유키의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해주는게 맞지.
마음껏 날 휘어잡으렴. 난 언제든 준비돼있단다.
**
다음날, 부활동 시간.
나는 테츠야와 함께 감독실 안에서 고로와 렌카가 해주는 동계대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죽도는 대회에서 공인해주는 길이와 무게 기준이 있다. 너희들의 연습용 죽도는 렌카가 도와줘서 구매해줬다고 들었다. 그럼 딱히 문제될 부분은 없고, 내일 갖고 와서 렌카와 내게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손상이 있는지 체크해야 되니까."
어울리지 않는 안경을 쓴 고로의 말에, 환히 웃은 테츠야가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굳이 개인용 죽도가 아니라 부실의 죽도를 써도 된다. 손에 잘 입는 것으로 선택하도록 하고... 다음은 포지션인데, 렌카가 설명해줄 거다."
고로가 렌카에게 고개를 작게 끄덕이자, 입가에 손을 가져가 두어 번 헛기침을 한 그녀가 말했다.
“너희도 잘 알다시피, 5인제는 순서대로 선봉, 차봉, 중견, 부장, 대장으로 나뉘어져 있어. 우린 너희들을 선봉과 차봉에 두려 해. 선봉은 마츠다, 차봉은 미우라... 이렇게 말이야."
예상하고 있던 배치였다.
상단세를 사용하고 공격일변도의 경기운영을 하는 내가 선봉으로 나서서, 시합의 기세를 가져오길 원할 테지.
테츠야의 경우 끈적한 플레이가 장점이니까, 내가 만들어낸 흐름을 지키는 용도로 써먹기에도 딱이겠고.
하나 불안한 점은 1, 2순위로 시합에 나가는 사람이 나와 테츠야... 즉, 1학년이라는 거다.
단체전에 참가하는 1학년들은 나와 테츠야가 끝이다.
아무리 재능이 있다 해도 경험은 모자란데, 차라리 차봉과 부장에 나누어서 배치를 하지... 아니면 나나 미우라 중 하나를 개인전으로 돌리든가.
선봉과 차봉이 시합을 내리 져버리면 기세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남자부 성적은 시원찮다고 들었음에도 이런 결정을 내린 걸 보면 성적은 기대하지 않고 있는 건가?
아니, 어쩌면 고로와 렌카는 우리 재능을 믿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뭐가됐든 당장의 성적을 위해 참가하고자 하는 1학년들을 무시하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방향성이었다.
나는 반쯤 억지로 나가는 것이지만 말이다.
“포지션이 확정된 건 아니야. 다른 사람들과도 상의한 뒤에 결정할 테니까 그렇게 알고, 마츠다는 치나미한테 많이 배워둬. 미우라 너는 내가 개인전에 참가하는 사람들이랑 해서 집중적으로 가르쳐줄 거야. 부활동이 끝났을 때도 궁금한 게 생긴다면 언제든 연락해서 물어봐. 알았지?"
"네! 부장!"
힘찬 톤으로 전의를 다지는 테츠야.
역시 눈치없는 씨발새끼답게 목소리가 시끄럽다.
“예.”
놈과는 반대로 간결하게 대답한 나는, 이어지는 포지션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밖으로 나왔다.
이후 세탁실에 있는 치나미에게 다가가, 아주 집중한 채로 통돌이 세탁기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뒷목을 콕콕 건드렸다.
"흥앗!?"
격한 반응을 보이며 깜짝 놀라는 치나미.
방심하는 사이 성감대를 눌린 그녀가 몸을 한 차례 부르르 떨더니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허리춤에 손을 올리며 볼을 부풀렸다.
“후배님...! 지금...”
“뭐하는 거냐고요?"
“...네.”
"갑자기 건드리고 싶어져서요."
“흠...! 다른 곳을 건드려도 되지 않았나요?"
뭐, 엉덩이라도 만져주길 바란 거야?
다음부터는 그렇게 할게.
“미안해요. 그런데 뭘 하고 있었던 건가요?”
“도복 하의가 잘 세탁되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있었어요.”
“거품으로 가득할 텐데 그게 보여요?”
“물론 안 보이지요. 그래도 노력하면 보일 것 같아서요. 단체전 설명은 잘 들으셨나요?”
노력하면 보일 것 같다니... 4차원적인 끼가 있는 치나미답다.
“예. 선봉으로 나가게 될 예정이라고 하던데요.”
“역시 그렇군요. 후배님만큼 선봉에 잘 맞는 분은 없지요. 참고로 저도 선봉이에요. 스승과 제자는 닮는다더니... 그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로군요.”
“스승님이 선봉이라고요?”
“네.”
귀여움으로 상대방을 녹일 생각인가? 좋은 전략이다.
“왜요? 별로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럴 리가요. 응원하겠습니다.”
“무후후... 오늘부터는 특훈과 함께 경기의 운영법을 알려드려야겠군요. 선봉의 마음가짐을 전부 머릿속에 넣어드리겠어요. 우리 듬직한 후배님의 공식대회 첫 승을 향해 함께 달려보도록 해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오늘 시간 괜찮아요?”
"응? 왜요?"
“왜긴요. 마사지를 해드리려고 그러죠.”
“앗...! 마침 몸이 찌뿌둥했는데... 잘 됐네요.”
내 음모는 전혀 모르고 있는 얼굴이다.
오늘은 마사지만으로는 안 끝날 거다.
치나미의 성격상 실패할 우려가 있긴 하지만, 과정을 최대한으로 가져가면서 관계에 도전해봐야지.
지금부터 살짝 달궈놓을까? 렌카가 방해를 하러 오기 전까지만 해야겠다.
생각을 마친 나는 나름 쑥스러워하고 있는 치나미의 둥허리에 손을 올렸다.
"어디가 가장 찌뿌둥한지 지금 한 번 확인해볼까요?"
"음... 어제 렌카와 함께 맛집을 탐방하느라 다리가 조금 아프긴 한데, 버틸 만은..
"다리? 이쪽?"
치나미가 채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그녀의 허벅지를 잡는 나.
그 안쪽을 쓰다듬는 손길에 움찔한 치나미의 목소리가 모기만도 못해졌다.
"거, 거기가 아니라... 종아리... 쪽인데요...”
“내전근도 조금 뭉쳐있는 것 같습니다.”
“.... 그런가요...?"
“예. 잠깐 풀어줄게요. 다리 조금만 벌려볼까요?”
"이, 이렇게....?"
“조금만 더. 그렇죠. 가만히 있으세요.”
허벅지 사이로 주먹이 들어갈 만한 공간이 만들어진 것을 확인한 나는, 아예 쪼그려 앉아 치나미의 내전근 부위를 살살 주물러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위아래로 손을 놀리며, 은근슬쩍 치나미의 가랑이 사이에 있는 도톰한 부위를 손날로 토옥 건드리자,
“읏....!"
특유의 탄성을 터뜨린 치나미가 살짝 까치발을 들었다.
그로 인해 고른 발가락 첫 마디가 무게에 눌려 희게 변했는데,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굉장히 요염해서 아랫도리에 피가 몰리려고 한다.
예전에 생각했던 발가락 페티시가 진짜 생겨버린 건가?
키가 작은데 반해 발가락은 길고 골라서, 풋잡을 받으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치나미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데... 그게 조금 걱정이긴 하다.
“후배님... 다 풀린 것 같은데요...”
굳게 닫혀있는 세탁실 문을 홀끗거런 치나미의 말.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은 내가 반박했다.
“아닙니다. 아직 뭉쳐있어요.”
“오, 오히려 더 뭉치는 것 같은데에...”
“힘을 빼면 돼요. 오랜만에 받아서 긴장했나보네요? 자...”
톡.톡.
나긋한 목소리로 치나미를 달래주며 엉덩이를 토닥이자, 흐흠... 하며 작게 헛기침을 한 그녀의 발뒤꿈치가 점점 내려가더니 바닥에 붙었다.
"잘했어요. 이제 조금 풀리는 느낌이죠?"
“.... 잘 모르겠어요...."
치나미의 얼굴은 굉장히 빨개져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치나미의 부끄러움이 가득한 표정... 너무 좋다.
도복에서부터 풍겨오는 섬유유연제의 복숭아 향도 마음에 든다.
-치나미...? 세탁실에 있어...?
어김없이 들어오는 렌카의 방해.
희미하게 들려오는 그녀의 불안한 듯한 목소리를 캐치한 나는, 무릎을 펴고 일어나 자신의 팔을 허리에 바짝 붙이고 있는 치나미의 등을 쓸어내렸다.
“오늘 부활동 끝나고 잠깐만 기다려줄래요? 10분 정도만."
"...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