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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코미디를 망가뜨리는 법-177화 (177/313)

“어.”

농담을 하는 줄 알고 방글거리다가 순식간에 표정을 굳히는 그녀.

내 시험지에 무수히 많은 X자 표시를 확인한 그녀의 콧등에 주름이 살짝 졌다.

“왜...? 요새 복습 안 했어...?”

“안 했지.”

“그걸 왜 당연하다는 듯이 말해...?”

“할 말 없네.”

역시 난 빡통이었다. 배운 걸 금방 까먹잖아.

내 점수에 상당한 충격을 먹은 듯 말을 잇지 못하던 미유키는, 나처럼 곤란해 하고 있는 테츠야를 곁눈질했다.

“테츠야 군은?”

“나...? 나는 뭐...”

말을 얼버무리는 것으로 보아 저 새끼도 낮은 점수가 나왔음이 틀림없다.

“둘 다 안 되겠다... 큰일이야...”

고개를 가로저은 미유키의 나지막한 목소리.

왠지 이걸 계기로 우리 집에서 특별과외를 하려 들 것 같은 느낌이다.

테츠야도 부르려나? 그렇게 되면 설치해둔 코타츠 아래에서 미유키와 그렇고 그런 일들을 해야겠다.

공기청정기도 들여놔야지. 놈의 더러운 숨결이 방 안에 맴돌면 기분이 나쁘니까.

**

도복 바지 주름을 한 땀 한 땀 잘 잡은 치나미가 까치발을 들고, 빨랫줄에 바지를 널고 있다.

조용히 건조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은 나는, 갓 결혼한 새댁마냥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가사를 즐기고 있는 치나미의 뒤에서 그녀를 불렀다.

“스승님.”

“후배님! 오셨네요!”

고개를 돌리며 활짝 웃는 그녀. 웃음이 너무 아름답다.

물 먹은 빨래 때문에 차가운 습기가 가득한 건조실 안이 일순 따스하게 느껴질 정도.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것 같은 기분을 받으며 치나미에게 다가간 내가 물었다.

“왜 혼자 이러고 계세요? 저랑 같이 일하지.”

“미리 해놓고 특훈에 들어가야지요. 대회 날짜가 다가오고 있으니까요.”

“그렇군요. 어제 그건 생각해봤습니까?”

그 말에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고 있던 치나미의 얼굴이 순식간에 부끄러움으로 물들었다.

“앗... 마사지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예.”

“흐흠...”

헛기침을 하면서 말을 아끼는데, 표정에선 답이 드러나고 있다.

치나미의 안색을 살핀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꼼지락거리고 있는 그녀의 한손을 잡고 내 가슴께까지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펴고, 손가락 하나하나를 잘 주물렀다.

“느앗...”

그 감촉이 좋았는지 몸을 배배 꼬는 치나미.

수줍어하는 그녀를 지그시 바라본 내가 말했다.

“받을 거죠?”

“.... 네... 아, 안 그래도 몸이 결리긴 했어요...”

“그래요? 어디가?”

“어깨랑... 드, 등이랑...”

“풀어드려야겠네요. 그렇죠?”

“네에...”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 같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후끈해지고 있다.

잠깐 치나미의 손을 마사지해주며 그 분위기를 더욱 달궈놓은 나는,

스으윽.

그녀의 토실토실한 엉덩이에 손을 살포시 대어놓고, 허리와 이어지는 부근을 토닥여주었다.

“여기도 조금 굳어있네요.”

“넷...? 그래요...? 거긴 괜찮은 것 같은데요...”

“아뇨. 굳었습니다.”

“그, 그럴 수가... 큰일이네요...”

“조금 만져드리겠습니다.”

나는 치나미의 등허리에 대어놓은 손에 힘을 주어 당겨왔다.

자그마한 틈 하나조차 없을 정도로 밀착하게 된 우리들의 몸.

치나미의 허리를 끌어안다시피 한 나는, 그 상태로 그녀의 엉덩이 밑과 허벅지를 주물러주기 시작했다.

“흐헥... 후배님... 너무 가까운 게 아닐까요...?”

내 가슴께에 자신의 이마를 포옥 하고 댄 치나미의 말.

치나미의 몸이 부들부들 떨려오는 게 그대로 전해져오는 것을 느끼며, 나는 괜찮다고 그녀를 안심시키면서 마사지를 계속했다.

호텔에 가기 전까지, 가고 난 후에도 치나미의 하반신을 잘 풀어두어야한다.

그래야 들박에 도전할 때 덜 힘들어하지.

제복 치마 아래로 보이는 뽀얗고 길쭉한 허벅지가 왜 이렇게 꼴리지?

저기에 찢어진 스타킹을 입힌 다음 자지를 비비라고 하고 싶다.

오늘따라 왜 이럴까. 아마 치나미와의 거사를 앞두고 있어서 욕구가 마구 생성되나보다.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우뚝 서있는 렌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그녀가 뒤를 돌아보자 재빨리 표정을 바꾸었다.

“안녕하세요, 부장.”

“.... 왜 인사를 또 해?”

“만났으니까요.”

“괜찮네. 앞으로 만날 때마다 인사해.”

“한 번 했으면 됐죠.”

“너도 검도인이잖아. 상급자를 볼 때마다 예의를 갖추는 게 도리야. 예전에는 입례도 꼬박꼬박 했잖아.”

“저한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느낌이네요. 그래도 검도인이라고 해줘서 고맙다고 해야 할까요?”

“알면 앞으로는 그렇게 하고 다녀.”

“생각해보고요.”

능청을 떨며 대답한 나는 자연스럽게 렌카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렌카가 자신의 어깨를 살짝 움츠리더니 말했다.

“좀 떨어지지...?”

“왜요? 기분 나빠요?”

“그건 아닌데 부담스럽잖아...!”

“조카한테 선물은 보내줬어요?”

“.... 보내줬어.”

“잘했네. 뭐래요?”

“무, 뭘 뭐래...? 그냥 고맙다고 하지...”

“이모가 큰맘 먹고 줄까지 서가며 굿즈를 사줬는데 그냥 고맙다는 말이 끝이에요?”

“애초에 그... 감정표현이 서툰 애라서...”

“부장이랑 닮았네요.”

“닮긴 뭐가 닮았다고...”

툴툴거린 렌카가 내게서 등을 졌다.

거짓말을 하기가 힘들었던 모양.

킥킥거린 내가 재차 렌카의 옆으로 자리를 옮기자, 그녀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방향을 바꾸었다.

다시 옆으로 가면 몸을 돌리고, 또 다시 옆으로 가면 또 몸을 돌리고...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들이 봤다면 대체 뭔 짓을 하나 싶을 행동을 반복하던 우리는, 옷을 갈아입은 치나미가 문을 열고 나와서야 그 짓을 멈췄다.

“.... 뭐하시는 건가요?”

황당한 표정을 지은 치나미의 물음.

날 팍 쏘아본 렌카가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냐. 다 갈아입었지?”

“네.”

“그럼 가자. 나 배고파.”

“알겠어요. 그럼 후배님... 이따가 뵈어요.”

고개를 꾸벅 숙인 치나미의 인사에, 렌카가 흠칫했다.

“이따가...? 둘이 만나기로 했어?”

“네. 친우님과 논 뒤에 뵙기로 했어요.”

“나한텐 그런 말 없었잖아.”

“방금 정한 약속이에요.”

“그래...?”

불안한 눈빛으로 우릴 번갈아 쳐다보는 렌카.

할 말이 많은지 입을 뻐끔거리던 그녀는, 자신의 팔을 치나미가 잡아끌자 질질 끌려가다시피 하며 날 흘끗거렸다.

불안하지? 참견하고 싶긴 하지만 심한 오지랖을 부리는 것 같아서 망설여질 거다.

그래, 너무 주제넘게 구는 건 옳지 않아.

치나미와 내가 뭘 했는지 망상정도만 하는 게 노예로서의 올바른 마음가짐이란다.

**

해가 다 진 늦은 저녁.

집에서 빈둥거리던 나는 약속시간에 맞춰 치나미를 태우러 맨션으로 갔다.

사복 차림으로 공동현관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그녀가 보인다.

오늘은 목도리까지 찼구나.

찬바람에 벌겋게 물든 얼굴을 목도리 아래로 포옥 집어넣은 채로 내 차를 주시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귀엽다.

저런 치나미를 안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 나는 없다고 본다.

현관 앞에 차를 댄 나는, 잰걸음으로 달려온 치나미가 조수석 문을 열자 방긋 웃어보였다.

“부장이랑 재미있게 놀았어요?”

“네...! 저녁을 먹고 보세 옷가게에 들러 겨울옷을 많이 샀어요.”

“지금 목도리도 산 거예요? 처음 보는데.”

“아, 이건 기존에 있던 거예요.”

그럴 것 같았다.

목도리에서부터 강한 복숭아 향이 풍겨오니까.

자신의 양손을 입에 모아 후끈한 바람을 훅훅 부는 치나미를 보며 피식한 나는 차를 출발시켰다.

그렇게 호텔에 도착한 우린 사이좋게 내려 로비로 들어가 카드키를 받았다.

재잘재잘 떠들던 치나미의 입은 어느 샌가 꾹 다물어져있었다.

눈을 어디에 둘지 몰라 하는 표정을 보아하니, 저번에 있었던 그 사건이 생각나 긴장한 모양이었다.

“갈까요?”

“앗, 네...”

내 등 뒤에 딱 달라붙어선 걸음을 맞추는 그녀.

대형견을 만난 새끼강아지가 겁을 먹고 주인의 뒤에 숨어버리는 것 같다.

그런 치나미를 데리고 객실 안으로 들어간 나는, 팔을 좌우로 흔들며 애꿎은 자신의 골반을 툭툭 치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샤워는 하고 왔다고 했죠?”

“맞아요. 하지만 또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바람이 차서 피부가 굳어있는 상태니까요...”

“마사지하면서 풀면 됩니다. 바로 옷 갈아입을래요?”

“엇... 그럴까요 그럼...?”

“응, 그래요.”

“.... 그러면 들어가 있으셔야...”

“알겠습니다. 준비하고 있을 테니 문자 남겨줘요.”

“네에...”

완전히 부끄부끄 모드로 들어간 치나미를 남겨두고, 나는 마사지 룸에서 타올 몇 개만 챙겨둔 채로 연락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동이 울린 휴대폰.

준비가 다 되었다는 치나미의 메시지를 받고 문을 연 나는, 가운을 입고 엎드려 누워있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곧바로 그녀의 새하얀 다리를 위아래로 쓰다듬기 시작했다.

“느힛...!”

그러자 짧게 웃음을 터뜨리는 치나미.

발가락이 순간적으로 오므려졌다가 펴지는데, 피부를 사르르 스치고 지나가는 손길이 간지러웠나보다.

“후배니힘... 오일은 준비해두셨나요...?”

베개에 얼굴을 아예 묻어버린 치나미의 웅얼거리는 목소리.

가운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그녀의 엉덩이를 터치한 내가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피부가 차네요.”

“그, 그래서 샤워를 한다고 했던 건데에...”

“좋다는 뜻이었어요.”

“.... 아하... 그렇... 므헥!?”

치나미가 수긍을 하다 말고 허리를 슬쩍 들었다 놓았다.

그녀의 둔부를 주무르던 내 손이, 은근슬쩍 가랑이 사이로 들어왔기 때문.

고개를 살며시 들어 어깨 너머로 날 쳐다본 그녀가 말했다.

“마, 마사지만 하시는 거지요...?”

“힘 푸세요.”

자연스레 말을 돌리는 내가 수상쩍었을까?

미심쩍은 눈을 끔벅거린 그녀가 몸에 힘을 쭈우욱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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