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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코미디를 망가뜨리는 법-196화 (196/313)

저러다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내년에 내가 많이 보듬어줘야겠다.

  

어쨌거나 운명적인 만남이 전혀 아니어서 조금 맥이 빠진다.

러브 코미디답냐고 물어본다면 뭐... 히로인이 처음 등장할 때 종종 나오는 장면이긴 하니까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좋게 생각하자.

내가 아는 히요리와 하나도 다르지 않음을 확인했다고 치고, 지금은 렌카에게 집중하는 게 맞다.

  

생각은 이렇게 했지만 좋은 쪽으로 울리는 심장박동이 쉽게 가라앉질 않았다.

그만큼 상황이 엉뚱했다.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그녀답게, 등장마저도 임팩트가 상당하구나.

설마 이런 타이밍에 나타날 줄은 전혀, 예상조차 못했다.

내년이면 아카데미가 무척이나 시끄러워질 것 같은 강한 확신이 든다.

버스에서 내리니 몇몇 여자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날 향한 시선은 절대 아니었다. 우리 쪽을 쳐다보는 여자들의 눈은 오직 렌카에게로만 가있었다.

동경, 경계심이 담겨있는 눈빛.

학생이 이렇게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건 쉬운 일이 아닌데... 실력은 물론이고 얼굴까지 아름다워서 유명한가보다.

렌카가 전도유망한 건 알고 있었지만 사람들의 저런 반응은 처음 봐서 신기하다.

  

그녀의 옆에 있는 치나미에게 눈길을 주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귀여워서 그런 건지 렌카처럼 유명해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왜소한 체격으로 상단세라는 비주류 겨눔세를 쓰는데다 실력까지 좋으니 후자일 것 같긴 한데...

  

“여자부는 이노오가 알아서 인솔해라.”

  

“네, 감독.”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나는 고로와 렌카의 대화를 듣고 정신을 차렸다.

대장으로 참가할 3학년 선배인 야마자키에게, 내가 물었다.

  

“여자부랑 남자부랑 따로 시합해요?”

  

“엉? 당연하지. 남녀 혼합전도 아닌데...”

  

내가 엄청난 플레이를 해도 렌카와 치나미는 못 본다는 뜻이잖아?

미유키와 사귀기 전이었다면 그러려니 했겠으나 지금 상황에서 이러면 누가 나한테 반하는데?

빵녀? 부반장?

  

씨발, 아무리 똥겜이라지만 이런 거 하나도 타협 못 해주나?

참으로 각박하다. 역시 도키아카답다.

라는 생각을 하던 나는,

  

“아마 여자부가 먼저 시작하긴 할 걸? 지원인원이 남자부보다 적어서 준비가 빨리 끝나거든.”

  

이어지는 야마자키의 말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암, 러브 코미디인데 히로인이 주인공의 멋진 모습을 못 보게 해선 안 되지.

그래도 내 초반 경기는 못 보겠구나. 그게 조금 아쉽다.

  

“그렇군요.”

  

“근데 이건 왜 물어보냐?”

  

“아뇨. 감독이 부장한테 여자부는 알아서 인솔하라길래 궁금해져서요.”

  

“모집요강 안 봤냐?”

  

“안 봤죠.”

  

“.... 너답다.”

  

“다음 대회에 참가할 자격을 얻으려면 어디까지 이겨야 돼요?”

  

“우리 남자부 목표가 4위지?”

  

“예.”

  

“거기까지야.”

  

4강만 가면 되는구나.

하지만 딱 4위로 다음 대회에 참가하게 되면, 분명히 타 지역대회의 1, 2위 중 하나를 우리에게 붙일 것이다.

1, 2위에게 좋은 메리트가 있는 건 예선 토너먼트의 특징이었으니까.

  

이후를 대비한다면 무조건 높은 순위를 얻어 다음 대회 대진을 편하게 가져가는 것이 나았다.

다만 포지션별로 1명씩 나와서 차례대로 싸우는 검도 단체전의 특성상, 선수들의 평균적인 실력이 높아야겠지.

  

그렇게 따져보았을 때, 우리 남자 검도부의 목표는 비현실적이었다.

여자부와는 다르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적을 낸 적이 없었고, 경험이 전무한 나와 테츠야가 끼어있었으니 말이다.

  

말은 4위가 목표라 했지만, 솔직히 큰 기대를 걸지는 않고 있을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와 테츠야를 끼우겠는가? 좀 더 경험이 많은 2학년 이상의 선수들로 팀을 이루는 게 낫지.

  

만약 지금 대회가 전국대회를 위한 지역예선이었다면, 지금쯤 우리 팀은 초상집 분위기였을 터였다.

안 그래도 약체였는데 초심자가 2명 더 끼어서 최약체가 되어버렸으니 당연하다.

  

허나 오늘 열리는 대회는 지역대회라서, 참가에 의의를 두기만 해도 괜찮아 팀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약간의 긴장감은 있었다. 여기에서라도 좋은 성적을 얻고 싶은 게 남자부의 바람이었으니까.

  

어쨌거나 예전에도 생각했듯 솔직히 반쯤 억지로 참가한 대회지만, 팀에게 민폐를 끼칠 수는 없으니까 열심히 해야겠다.

  

**

  

고로와 함께 들어간 대회장 내부는 크다고 할 수 없었다.

시설은 꽤나 좋았다. 관중석도 대회장 규모치고는 많고.

지역구 자체에 검도 열기가 꽤 있다 보니, 작은 지역대회임에도 나름의 시설은 갖추고 있구나.

  

고로가 관계자와 이야기를 하는 동안 대회장 안을 둘러본 내가 벌써부터 긴장을 하고 있는 테츠야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사람이 꽤 많네.”

  

“간단한 지역대회이긴 해도 32강부터 시작이니까... 많을 수밖에 없지. 넌 선봉인데 긴장 안 돼?”

  

“나도 뭐... 그럭저럭. 같이 힘내보자.”

  

“응. 고맙다.”

  

개인전이었다면 놈을 살살 긁어보았겠으나, 단체전에서까지 그러면 안 된다.

시합에 들어가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점수 하나하나가 중요한데다, 내 바로 다음 타자가 놈이었으니 지금은 잘 타일러 멘탈을 잡아주면서 승리 확률을 높이는 게 나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관계자와의 대화를 끝내고 검수가 끝난 장비를 받아온 고로가 우리를 인솔하여 구석자리에 앉혔다.

그리고는 부원들에게 장비를 착용하라 말하고, 나와 테츠야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시합은 선봉전만 동시다발적으로 치러질 거고, 버스에서 말했듯 부원들끼리의 친선전과는 다르게 시합 자체가 정신없이 흘러갈 거다. 쉬는 시간은 없다고 봐도 좋다. 개시 신호가 들려오고 앉았다 일어나는 순간부터 경기는 바로 시작되니까 처음부터 집중력을 발휘해야한다.”

  

평소에 비해 부드러운 그의 말투.

우리가 힘을 내길 바라는 것이 티가 난다.

  

그렇게 고로의 도움을 받아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타 아카데미 학생들의 비웃음 비슷한 시선이 느껴졌다.

스스로 호구를 착용하지도 못하는 우리들이 웃긴가보다.

주인공이 소속된 팀을 업신여기는 상대... 정석적인 클리셰 중 하나이긴 한데 기분이 좀 더럽다.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꼼꼼하게 나와 테츠야의 갑상 착용을 도와준 고로는, 마지막으로 호면까지 잘 씌워준 뒤 등을 교차하는 갑끈에 흰 끈까지 매어주고는 말했다.

  

“배운 대로만 해라. 그럼 충분히 이긴다.”

  

격려가 참 고로답다.

그리 생각한 나는 심판진들이 자리한 곳에 세워져있는 대진표를 보았다.

  

우리의 첫 상대는 카이세이라는 아카데미였다.

강팀인지 약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고로가 상대팀의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대진표를 확인해본 2학년 선배들의 표정이 살짝 굳는 점으로 말미암아볼 때 전자 같다.

초반부터 빡셀 것 같다. 약체인 우리에게 안 빡센 시합은 없긴 하지만 말이다.

  

원래 주인공 팀은 언더독이고, 그 언더독이 업셋을 하며 놀라운 반응을 이끌어내는 게 스포츠물의 국룰이지.

최소한 나와 맞붙는 상대는 무조건 이기자.

  

시합 시간이 다가올수록 체육관 안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체육관 안에 마련된 스피커에서부터 주최 측의 간단한 연설이 시작되자 약간의 소란 또한 확 잦아들면서 조용해졌다.

  

-그럼, 각 팀은 위치로.

  

연설이 끝나자마자 들려오는 엄숙한 목소리.

그에 다섯 명의 선수들이 경기장 외곽에 줄을 맞춰서 섰다.

그 뒤 안내에 따라 상대팀, 그리고 심판진에게 목례를 했고, 한참 높이 있는 관중석을 향해서도 인사를 했다.

  

그 틈을 탄 나는 관중석을 살펴보았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보인다. 서른 두 개의 아카데미가 경기를 치르러 온 만큼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응원을 하러 와있다.

  

빠르게 관중석을 훑은 나는, 미유키와 빵녀, 그리고 부반장을 비롯한 동급생 몇 명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온 건가본데... 어디서 구해왔는지 안에 공기가 들어있는 응원봉이 미유키의 손에 들려있다.

야구 팀 로고가 그려져 있는 것 같다. 미유키네 가족이 응원하는 구단인가?

  

주위를 둘러본 미유키는 응원봉을 자신의 발 아래로 내려놓았다.

대회장 안 자체가 정숙한 분위기라서, 저걸 사용하면 안 되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

  

나와 테츠야에게 양손을 마구 흔들어대는 미유키.

그 귀여운 행동에 피식한 나는, 박수소리가 들려오면서 야마자키를 비롯한 팀원들이 내게 힘내라는 말을 하자 그들과 주먹을 맞부딪쳤다.

이후 우리 팀과 상대팀이 외곽으로 빠져나가자 통통 뛰며 몸을 풀었다.

  

이윽고 세 명의 심판 중, 양옆에 있던 부심 두 명이 경기장을 가로지르며 반대방향에 위치했다.

주심이 깃발을 푸는 것을 본 나는 상대 선봉과 가벼운 목례를 했다.

그리고 스피커에서 들려오게 될 시작 신호를 기다리며 배웠던 것들을 복기했다.

  

‘기검체일치... 기검체일치...’

  

점수를 얻기 위해선 기검체일치가 중요하다.

특히 기합. 여태까진 창피해서 하는 둥 마는 둥했던 기합을 타돌 시에 열정적으로 내지르며 어필을 해야 한다.

  

또한 선봉의 덕목은 배짱.

상대가 누구든지 겁을 먹지 않아야한다.

실력은 말할 것도 없이 좋아야하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 상대는 훌륭한 적수였다.

나와 기본적인 체격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전혀 쫀 기색이 없었다.

실력은 선봉으로 나선 만큼 당연히 뛰어나겠지.

  

원래 이런 스포츠 이벤트에서는 첫 시합 상대가 자만하는 게 국룰 아니던가?

아니, 어쩌면 예보니 아카데미 남자 검도부가 약체 팀이라는 인식이 깔려있기에 저러는 것일 수도 있겠다.

  

가장 좋은 건 다음 타자가 내 기세를 이어받을 수 있게끔, 그리고 상대방을 위축시키게끔 속전속결로 끝내는 것.

상대 또한 이러한 생각을 갖고 있을 터다.

  

내 뒤가 테츠야라서 불안하긴 하지만, 정석대로 가자.

어차피 다른 방법도 모르잖은가.

  

-시합...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와중 들려오는 목소리.

마지막으로 호흡을 가다듬은 나는,

  

-개시!

  

시작 신호가 귀에 팍 꽂히자 경기장 안의 경계선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허리춤에 놓았던 죽도를 꺼내 상대방에게 내밀면서 경계선에 앉았다가 일어났다.

  

“힘내라!”

 “잘해!”

  

동시에 외곽에 앉아있던 2학년 선배들과 야마자키가 힘차게 소리를 질러왔다.

상대팀 또한 마찬가지. 열정적으로 파이팅을 외치며 팀 선봉을 응원했다.

시종일관 엄숙하게 경기가 치러질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구나.

  

곧바로 상단세를 취하고 고로가 가르쳐준 대로 양 팔꿈치를 넓게 벌리니, 호면 사이로 상대방의 눈썹이 꿈틀하는 게 보인다.

  

덩치가 더욱 커진 것처럼 보여 약간의 위압감을 느낀 건가? 아니면 생소한 상단을 상대하게 되어 당황한 건가?

  

칼자루부를 받친 상대의 오른손이 꿈틀하고 있다.

다가오면 찌를 생각인가? 하긴, 상단세의 대표적인 약점은 중단에서 그대로 뻗어나가는 목찌름이긴 하다.

  

생각을 오래 해선 안 된다.

치나미가 알려준 대로, 시작하자마자 달려들자.

그리 판단한 나는 중단을 취한 상대의 뒷발이 살짝 물러나는 것을 보자마자 곧장 발을 굴렸다.

  

쿠웅-!

  

한 발을 크게 내딛는 틈을 타 상대의 얼굴을 살펴보니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내 기세가 상상이상으로 좋았나보지?

  

쐐액-!

  

오른손을 밀며 왼손에 최대한의 스냅을 준 나는, 이대로 타돌하면 머리치기에 성공은 하지만 한판은 되지 않으리라는 걸 깨달았다.

거리가 조금 오버돼서 죽도 중앙부에 맞아 한판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이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왼손에 약간 힘을 빼면서, 뒷발을 기존보다 덜 당겨 사거리를 짧게 가져가면 된다.

찰나의 순간에 상황파악을 마친 나는 생각을 그대로 옮겼고,

  

“하아압!”

  

넓지 않은 체육관 안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기합을 내질렀다.

  

쩌어억-!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찰진 소리.

재빨리 뒤로 물러난 나는 다시금 상단을 잡으며 잔심을 보였다.

  

격자부로 격자부위를 정확히 때렸다.

게다가 힘까지 있었다. 타격음이 주변으로 넓게 울려 퍼질 정도로.

잔심이 조금 서투르긴 했지만... 이 정도면 점수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펄럭-!

  

심판진들이 흰 깃발을 절도 있게 들어올렸다.

세 심판 모두 내가 점수를 냈다고 확신할 만큼 완벽에 가까운 한판이라는 뜻.

가슴속이 확 끓어오르는 것을 느낀 나는, 외곽에서 우리 부원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오자 히죽 웃었다.

  

“좋아!”

“잘했어! 마츠다!”

  

파이팅을 외쳐주는 모습, 나쁘지 않다.

경기 시작 직전의 짧은 시간동안 상대방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며 심리전을 주고받는 부분도 마음에 든다.

  

일격을 제대로 먹인 뒤에 손끝에서부터 전해져오는 짜릿한 타격감도 좋고...

솔직히 검도에 관해선 심드렁했었는데, 의도했던 공격이 먹혀들어가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검도가 재미있어지려고 한다.

  

주심의 안내에 따라 중앙으로 돌아오며 관중석을 흘깃거려보니, 미유키가 무척 빠르게 물개박수를 치고 있었다.

호면을 쓴데다 거리가 멀어 잘 보이진 않지만 놀람과 동시에 기뻐하는 것처럼 보인다.

  

면금 사이로 보이는 상대의 똥 씹은 표정.

그것을 보며 소리 내지 않게 킬킬거린 나는,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경계선에서 무릎을 굽혀 앉았다.

이후 일어나자마자 달려드는 상대에게 마주 돌진하며 팔을 휘둘렀다.

  

쩌적-!

쩌억-!

  

머리에 또 들어간 일격.

이번엔 두 명의 심판이 흰 깃발을 들어올렸다.

  

“위치로.”

  

내리 2점을 얻어 첫 선봉전을 승리로 장식한 나는, 주심의 말을 듣고 경계선으로 가 상대와 목례를 했다.

그리고는 외곽에서 심호흡을 하고 있던 테츠야와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축하해.”

  

“너도 이겨라.”

  

“그래야지.”

  

목소리가 많이 낮아져있다. 눈빛도 진중하다.

내 플레이를 보고 승부욕에 불타올랐나보다.

격려차 놈의 등을 툭 쳐준 나는 부원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호면을 벗었다.

  

부원들은 날 감탄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 정도로 잘할 줄은 몰랐던 모양.

  

“수고했다. 잘하더라.”

  

야마자키의 칭찬에 엄지를 들어올린 나는, 테츠야와 상대의 경기를 지켜보았다.

인사를 끝내고 중단을 잡으며 죽도 끄트머리만 슬쩍슬쩍 움직이는 테츠야.

갑자기 맥이 빠진 나는 작게 헛웃음을 쳤다.

  

이해가 안 간다. 상대방이야 앞선 동료가 무기력하게 당했으니 조심스럽게 플레이하는 건 있을 수 있다고 쳐도... 테츠야는 왜 저럴까.

선봉이 뜨거운 승리를 쟁취했으면 그 기세를 이어받아 호전적으로 들이대 봐도 되는 거 아닌가?

  

상대도 위축되어있는 게 보이는데 좀 달려들지...

역시 난 저 새끼랑은 안 맞는다.

  

따닥-!

  

긴 탐색전 끝에 가볍게 격돌하는 두 사람.

객관적으로 보아도, 앞선 선봉전과 비교하면 하품이 나올만한 지루한 경기다.

경기가 빨리 끝나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나는 미유키가 있는 관중석을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박수를 치며 테츠야의 경기를 보고 있다.

텐션이 조금은 낮아진 것처럼 보이는데, 미유키도 놈의 쫄보 같은 모습에 나처럼 맥이 빠진 건가?

그건 아니겠지. 미유키가 얼마나 착한데.

  

“야, 손에 땀 닦아라.”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나는 2학년 선배가 수건을 건네주며 저런 말을 해오자 손을 확인했다.

식은땀이 꽤나 많이 묻어있다.

의식하지는 못했지만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었나보다.

  

수건을 받아든 나는 손을 닦아내며, 본격적으로 공수를 교환하기 시작하는 테츠야와 놈의 상대를 보았다.

  

딱-! 따닥-!

  

슬슬 테츠야의 질척거리는 플레이스타일이 나오고 있다.

끈적하게 달라붙어 거리를 내어주지 않고, 격자부위에 틈이 생긴 순간 가벼운 공격을 행하면서 상대방을 서서히 늪으로 끌어당기려는 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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