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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코미디를 망가뜨리는 법-205화 (222/313)

그와 동시에 짤막한 감탄사를 터뜨리며 내 목을 팔로 휘감는 미유키.

정액을 받아들이면서 다리를 후들후들 떠는데, 뒤로 쫘악 당겨진 고개를 보아하니 안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 오나보다.

나는 평소보다 더욱 많은 양을 미유키의 안에 쏟아내면서, 그녀의 온 얼굴에 입술로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이런 내 행동에 사랑을 받는 기분이 들어 기뻤을까?

열심히 정액을 받아들이던 미유키가 방금과 같은 특유의 콧소리를 뱉어내더니 나를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녀는, 내 사정이 전부 끝났을 때쯤 옆에 놓인 이불을 끌어당겨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이 또한 미유키의 습관 중 하나.

그 모습을 보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은 나는, 진이 다 빠진 와중에서도 날 놓아주지 않으려는 듯 온몸에 힘을 주고 있는 미유키에게 말했다.

“이따가 같이 씻자.”

“.... 응... 같이... 같이 오래 씻어야 돼...”

“알았어. 주물러줄까?”

“시러... 조금만 이렇게 있어...”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그녀는 여전히 취기가 남아있는 것 같았다.

조금만이라고는 했지만 아마도 아주 오랜 시간동안 껴안고 있어야겠지.

응석을 부리는 미유키의 뒷목을 살살 주물러주면서, 나는 땀이 식어갈 때까지 그녀와 포옹을 나누었다.

**

다음날 아침.

피로가 담겨있는 하품과 함께 기지개까지 펴며 로비로 내려온 나는 미유키를 마주쳤다.

“잘 잤냐?”

“.....”

인사를 받아주지 않고 흠칫하는 그녀.

어제 기승위를 하면서 나타난 부끄러움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듯하다.

피식한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살짝 흐트러져있는 앞머리를 손가락으로 살살 정리해주었다.

“잘 잤냐고.”

“.... 응. 마츠다 군은 잘 잤어?”

“난 제대로 못 잤는데. 어제 새벽에 헤어졌잖아.”

“사실 나도 못 잤어...”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어야지.”

“이,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밥부터 먹어... 이거 식권이니까 식당에 내고...”

“같이 먹자.”

“같이...? 나 이미 삼십분 전에 먹었는데...?”

“왜?”

“먼저 먹어야 식권을 나눠주지... 다른 사람들이 언제 내려올지도 모르는데...”

“그런가? 그럼 빨리 먹고 올게.”

그 말에 미유키의 입꼬리가 쓰윽 올라갔다.

“천천히 먹어... 체하면 안 돼.”

말은 저렇게 하면서도 눈빛으로는 10분 안에 먹고 오라며 재촉을 하고 있다.

왠지 썸을 타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인데, 그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풋풋한 기분... 나쁘지 않다.

아침식사 후 잠깐의 쉬는 시간을 가진 우린 스키장으로 향했다.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골골대고 있는데, 어제 죄다 과음을 했나보다.

테츠야도 똑같았다. 추잡하기 그지없는 자세로 뒷좌석 창가 자리에서 뻗어있었다.

저 새끼 면상을 보니 기분이 확 다운된다.

어제 미유키와의 특별한 정사가 아니었더라면 오늘 하루가 굉장히 꿀꿀했을 것 같다.

버스는 금방 스키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나는 사람이 무척이나 많은 스키장 입구를 보며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많아도 너무 많다. 입구가 이 정도인데 안은 얼마나 붐빌까? 죄다 꺼져줬으면 좋겠다.

방금까지만 해도 퍼져있던 학생들은 본격적인 여행 코스를 눈앞에 두자 눈빛이 흥분으로 물들었다.

그런 그들의 심리를 알아차린 담임은 입장 후 우리를 한데 모아 안전의 안전을 강조했다.

이후 미유키에게 장비를 받아가라 말하고는, 우리 반을 가르칠 강사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얘들아! 비니 갖고 온 사람은 라커에 넣어놓고 헬멧으로 써! 안전이 우선이니까 비니는 절대 쓰면 안 돼!”

우리 반에 배정된 장비 앞에 서있던 미유키의 외침.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는 그녀가 보기 좋다.

역시 미유키는 활기차야 돼.

“마츠다 군은 여기 있어. 나랑 마지막으로 들어가면 돼.”

장비를 나누어주던 미유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스키를 챙긴 테츠야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미유키에게 다가가는 것을 보았다.

“미유키. 너 보드 탈 거야?”

“응. 마츠다 군한테 알려주려구.”

“강사도 계시잖아.”

또 또 방해하려고 드네. 너는 역시 구제가 안 된다.

미유키가 눈치채지 못하게 한숨을 내쉰 나는 미유키와 테츠야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내가 알려달라고 했는데.”

“오랜만에 온 스키장인데, 미유키도 즐겨야하지 않을까?”

오늘은 잘 개기네? 아직 체내에 알코올이 남아있어서 담력이 커져있는 상태인 건가?

이빨을 몇 개 부러뜨리고 싶어진다.

“난 괜찮은데? 내가 먼저 마츠다 군한테 알려주겠다고 했어.”

날 대신하여 대답해주는 미유키.

그에 당황한 테츠야가 눈을 끔벅거렸다.

“그래...?”

“응. 테츠야 군은 중급 코스에 있을 거지?”

“아, 일단은 그렇긴 한데...”

“나중에 시간 될 때 초급 코스로 올래? 같이 타자.”

“그럴까...? 그럼 연락해줄래?”

“응. 재미있게 놀고 있어.”

속이 타들어가고 있는 테츠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유키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한손을 흔들었다.

은근하게 테츠야를 맥이는 솜씨가 제법이다. 실력이 아주 좋아.

물론 미유키에겐 그럴 생각 같은 건 전혀 없었겠지만.

“그, 그래...”

미유키의 본의 아닌 축객령을 들은 테츠야가 당부를 하더니 걸음을 돌렸다.

스키장에 입장하는 와중에도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는데, 내가 미유키와 단둘이 있는 게 신경 쓰이는 것 같았다.

나는 미유키랑 오붓하게 데이트할 거니까, 방해꾼인 너는 빠져라.

아니면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든지.

속으로 테츠야를 욕한 나는, 미유키와 부반장을 도와 학생들에게 장비를 나누어주었다.

**

경사가 가장 완만한 초급 슬로프에서, 미유키는 내 앞에 보드를 놓아두었다.

“바인딩에 부츠 고정해봐.”

“왜.”

“각도 잡아보려는 거야. 왼발을 넣으면 돼.”

순순히 미유키의 말에 따르자, 그녀가 쪼그려 앉더니 벌어진 내 다리 사이를 보면서 바인딩의 각도를 조절해주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일어나며 말했다.

“리프트를 타기 전엔 지금처럼 왼발만 바인딩에 고정해놓고, 오른발로 밀면서 이동하면 돼. 이렇게...”

왼발에 보드를 달고 움직이는 미유키.

걸리는 부분이 전혀 없이 자연스럽게 이동하는데, 왠지 멋있어 보인다.

짧은 거리를 뱅 돌아 다시 내 앞으로 온 그녀가 말을 이었다.

“넘어질 때는 엉덩이랑 무릎으로 넘어지는 거야. 뒤로 넘어질 땐 엉덩이가 먼저 닿게, 앞으로 넘어질 땐 무릎이 먼저 닿게... 그리고 일어날 때는 이런 식으로 데크를 잡고, 뒷손으로 바닥을 밀면 돼. 이해했어?”

친절하게 시범을 보여주는 미유키의 말을 경청한 내가 대답했다.

“어.”

“그럼 한 번 해볼까? 일어나는 것부터.”

“그러지 뭐.”

대수롭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인 나는 남은 오른발을 바인딩에 고정했다.

그리고는 미유키의 말대로 데크를 잡고, 바닥에 대어둔 손을 확 밀었다.

“어어어...!”

동시에 앞으로 확 쏠리는 내 몸.

경사가 져있지 않음에도, 일어나자마자 앞으로 넘어지려고 한다.

미유키는 내가 이럴 걸 예상했는지, 당황하지 않고 내 몸을 밀어 중심을 다시 되찾도록 도와주었다.

“너무 세게 밀면 앞으로 넘어지게 되니까 조심해서 일어나. 허리도 숙이지 말고. 발에도 너무 힘을 주면 안 돼. 지금 이 상태에서 무릎만 살짝 굽혀봐.”

미유키의 말대로 하니 우스꽝스러운 자세가 되었다.

약간 재래식 화장실에서 쪼그려 앉기 전 같은 느낌.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풉 하는 웃음을 터뜨린 미유키가 날 놀렸다.

“살짝만 굽히랬지 누가 막 굽히래? 이해했다며?”

“방금 설명을 미리 했었어야지.”

“이렇게 될 줄 알고 아껴뒀던 거야.”

미유키의 말투는 유치원 선생님 같았다.

아침까지만 해도 부끄부끄 모드였던 그녀가 맞나?

두터운 스키복을 입고 내게 열정적으로 보드를 가르쳐주려 하는 모습이 귀엽다.

“천천히, 내가 가르쳐준 것들을 잘 되새기면서 일어나봐. 일단 다시 넘어져봐.”

알겠다고 대답한 나는 그대로 넘어지려다가, 힘이 과하게 들어가 다소 강하게 엉덩방아를 찧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엉덩이에서부터 전해져오는 묵직한 고통.

인상을 팍 찌푸린 내가 아파하고 있자, 미유키가 박수까지 치며 대소를 터뜨렸다.

몸을 쓰는 건 곧잘 하는 내가 서툴러하는 게 웃긴 모양이었다.

처음엔 쉽게 배울 줄 알았는데, 이거 잘못하다간 개쪽을 당할 수도 있겠다.

어쩌면 나... 못하는 분야를 찾아버렸을지도...?

“뒤꿈치에 무게 싣고 엣지 들어. 벽에 등을 기댄다고 생각해봐.”

“기댈 게 없는데 뭐라는 거야?”

“중심을 살짝 뒤로 이동시키라는 뜻이야.”

“아이 씨... 넘어질 것 같잖아.”

“화내지 말고 해봐. 내가 도와줄게.”

사이드슬립이라는 기초 기술을 가르쳐주던 미유키가 내 앞으로 오더니 양손을 뻗었다.

잡으라는 뜻. 팔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중심을 잡아보려 노력하다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한 나는 재빨리 그녀의 장갑 위에 내 손을 올려놓았다.

“여기서 천천히... 무릎 너무 굽히지 말고 뒤로... 옳지.”

미유키가 도와주니 대충 감이 잡힌다.

도움을 받으면서 나름 스무스하게 사이드슬립으로 내려가고 있는 나를 보며, 미유키가 고개를 크게 주억거렸다.

“잘하고 있네. 이제 손 놔도 되지?”

“놓지 마.”

“무서워?”

“아니.”

“무서운 것 같은데?”

“아니라니까.”

“그럼 손 놓는다?”

“놓지 말라고 했다. 아직 배운지 10분도 안 됐는데 벌써 놓으면 나더러 죽으란 거냐?”

“잘하니까 놓는다고 한 거지 바보야. 왜 이렇게 삐딱해?”

“아무튼 놓지 마.”

미유키는 기초적인 기술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내가 신기했는지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은근히 기뻐하고 있는 듯한 건 착각인가?

“이대로 내려가 그럼?”

“어.”

“알았어. 겁은 많아가지고...”

그렇게 미유키의 손을 잡고 그녀와 함께 슬로프를 내려가는데, 중급자 코스에 있어야할 테츠야가 슬로프 아래에서 우릴 지켜보고 있는 게 보였다.

신경이 쓰여서 왔나보지?

거리가 먼데다 고글까지 쓴 채라 놈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속이 타들어가고 있을 것만큼은 알겠다.

생각해보라. 자신이 탐탁찮게 생각하는 남자의 손을 붙잡고 정성을 다해 과외를 시켜주는 소꿉친구...

중간중간에 깔깔거리는 모습까지 더해지니 속이 안 뒤집어지고 배기겠는가?

근데 뭐 어쩔 건가?

지가 우유부단하게 굴다가 이렇게 된 건데, 자업자득이지.

물론 저놈은 자아성찰 같은 건 안 하고 그저 날 향한 시기심만 키우고 있을 거다.

테츠야는 그런 놈이니까.

“마츠다 군...! 몸에 힘 빼! 넘어질 것 같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도중 들려오는 미유키의 다급한 목소리.

미유키의 몸이 휘청거리는 것을 본 나는, 재빨리 무릎을 굽혀 무게중심을 뒤로 두었다.

이후 엉덩이로 쓰러지면서 미유키를 잡아당겼다.

“마, 마츠...! 꺄악!”

답지 않게 높은 톤으로 비명을 터뜨리며 내 위에 쓰러진 미유키.

스키장에서 처음 보여주는 다급한 모습에 킥킥거린 나는, 두터운 장갑을 낀 손으로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괜찮냐?”

“.... 응. 마츠다 군은?”

“괜찮긴 한데 좀 무겁네.”

그 말에 입을 삐죽 내민 채로 일어나려던 미유키가,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돌연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부딪쳤다.

그리고는 자신이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이 무척이나 부끄러웠는지, 아무런 말없이 내 스키복 위에 얼굴을 묻었다.

누가 봐도 다정한 커플 같은 행동이다. 테츠야는 이런 우리의 모습을 봤을까?

아직 우두커니 서있다. 분명히 봤겠지.

거리 때문에 미유키가 정확히 뭘 했는지는 모를 수 있겠지만, 우리가 쓰러진 채로 일어나지 않는 걸 알고 짜증이 좀 날 거다.

만약 이것마저 못 봤다면 그냥 신이 테츠야의 눈치를 빼앗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제 슬슬 나와 미유키 사이에서 빠져라.

뭐라도 할 용기조차 없는 너는 패배자위만 하는 게 맞다.

그리 생각한 나는 미유키가 끙끙거리며 일어나자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나도 일으켜줘.”

“안 돼. 경사진 곳이라 또 넘어질 수가 있으니까 스스로 일어나. 일어나는 법 배웠잖아.”

“기억이 안 나는데.”

“그럼 그대로 앉아있어도 돼.”

붉게 상기된 뺨을 가리고 싶은 듯 고글을 쓰는 그녀.

살웃음을 지은 나는 더 이상 미유키를 놀리는 것을 그만두고 데크를 잡으며 슬로프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나는 낙엽타기 같은 기초만 배운 채로 초급 슬로프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미유키와 계속 함께 있을 수 있어 좋긴 했으나, 자존심이 조금은 상한다.

몸을 쓰는 건 뭐든 잘할 줄 알았는데 왠지 굴욕을 당한 기분이야.

**

다음날, 다른 호텔에서 묵은 뒤 단체관광을 하고 도쿄로 돌아가는 열차 안.

“마츠다 군, 마츠다 군은 방학 때 뭐해?”

어둑한 창밖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던 나는, 맞은편에 앉은 부반장의 물음에 귀를 쫑긋했다.

방학이라... 곧 렌카를 조교할 시간이 다가오는구나.

기대감으로 가슴이 마구 뛴다.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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