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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코미디를 망가뜨리는 법-239화 (239/313)

Chapter 239 - 한겨울의 후끈함 #3

어깨동무를 하고 있던 내 손은 어느새 좌석 등받이와 딱 달라붙은 렌카의 등 뒤로 넘어가, 그녀의 허리를 두른 채였다.

잘록하고 탄탄한 살결을 주물럭거리는 손. 그 느낌이 제대로 전해졌을까? 렌카가 온몸을 크게 꿈틀하며 힘겹게 말했다.

“힉...! 그만... 그만해애...!”

그 간절한 바람을 무시하며, 나는 렌카의 달아올라있는 목에 내 입술을 가져다대었다. 그리고는 저번에 호텔에서 했던 것처럼, 렌카의 살갗을 미세하게 스쳐지나가게끔 입술을 조심조심 움직였다.

“아... 아아아...”

또 다시 넋이 나간 듯 고개를 치켜세우고 늘어지는 탄성을 터뜨리는 렌카. 그녀는 알고 있을까? 자신의 손이 내 허벅지를 꽉 쥐고 있다는 것을. 아마 의지할 무언가를 붙잡고 싶은 모양인데, 그게 내 다리인 게 웃기다.

이미 쏟아질 대로 쏟아져버려 반쯤 남아있게 된 팝콘 통을 렌카의 다리에서 빼낸 나는, 그것을 그녀의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렌카가 저도 모르게 그 통을 양손으로 안고 힘을 주었다.

꾸깃해지는 종이 통이 왜 이렇게 웃기고, 렌카는 왜 또 이렇게 귀여운지 모르겠다.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참아낸 나는 렌카의 허리와 목을 유린하다가, 그녀가 무언가를 참아내는 듯한 감탄사를 터뜨릴 때쯤 귓가에 바람을 후 불어넣었다.

“흐잇...!”

그에 깜찍한 신음을 터뜨린 렌카의 고개가 마구 흔들렸다. 그것도 모자라 소름이라도 돋아났는지, 다리를 잔뜩 오므리고 무릎을 살짝 들기까지 했다.

온몸을 웅크린 채 오들오들 떨기 시작하는 와중에서도,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찌그러진 팝콘 통을 붙들고 있는 건 덤. 발악을 포기하고 순응하는 모습이 딱 노예에 걸맞다.

물론 제대로 된 순응이 아니라 태풍을 피하기 위해 얌전히 숨어있는 것과 비슷하지만, 그래도 교육이 잘 되어가고 있어 만족스럽다. 그리 생각한 나는 조금 진정된 렌카에게 나지막이 속삭였다.

“힘 빼요.”

“읏...!?”

화들짝 놀라더니 내 쪽을 바라보는 그녀. 하지만 자신과 무척이나 가까이 있는 내 얼굴이 부담스러웠는지, 이내 다시 눈을 피한다. 지금까지 렌카가 이렇게나 수줍어한 적이 있던가? 오늘 그녀의 새로운 일면을 또 발견한 기분이라 나쁘지 않다.

“힘 빼라고.”

어감을 확 낮춰서 약간 화가 난 듯한 느낌을 풍겨주자, 움찔한 렌카의 몸에 힘이 조금 풀렸다. 강압적으로 말해야 듣는 건 여전하구나. 하긴, 그게 렌카에게는 어울리긴 한다.

“괜찮아요?”

이번엔 온화한 어투로 바뀐 목소리에 혼란스러워졌는지, 렌카가 어벙한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무, 뭐...?”

머릿속에 흐릿한 구름이 잔뜩 껴있는 표정이다. 이 상황이 얼마나 두근거리고 낯선지 단적으로 보이는 수준.

그런 렌카가 좋아하는 시원한 미소를 지어준 나는, 그녀의 몸을 내 방향으로 살짝 돌려놓은 뒤 나긋한 투로 입을 열었다.

“몸 조금만 돌려요. 그렇지, 잘했어요.”

마치 생애 처음으로 주인 앞에서 앉은 새끼 강아지를 칭찬하는 것 같은 말투였다. 그럼에도 렌카는 반발하기는커녕, 술에 취한 사람마냥 상체를 이리저리 흔들며 헤롱거리기만 했다. 내 말을 제대로 듣긴 들었을까?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나는 렌카의 허리를 두른 팔에 힘을 주면서, 은근슬쩍 남은 한손을 뻗어 그녀의 골반에 올려놓았다. 이후 내게로 끌려오듯 다가온 렌카의 목에 얼굴을 묻고, 코로 숨을 크게 빨아들였다.

“흐앗...!”

그 감각이 무척이나 낯설었는지, 렌카의 몸이 바늘에라도 찔린 양 펄떡거렸다. 그 사이 골반에 두고 있던 내 손은 그녀의 둔부로 향한 상태.

상체가 내 쪽으로 기울여져있는 렌카의 엉덩이를 천천히, 일정한 리듬으로 토닥인 나는, 그녀가 자신의 하반신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눈치챘을 즈음 입을 벌렸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부드러운 과일을 먹듯 입술을 오므리며 그녀의 목을 베어 물었다.

“허헉...!”

그와 동시에 짧고 빠른데다 거칠기까지 한 숨소리가 렌카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팝콘 통을 쥐고 있던 손이 아래로 툭 떨어지면서, 목젖이 크게 꿀렁거렸다. 한층 더 높아진 수위의 스킨십에 머릿속이 새하얘진 듯한 모습이었다.

여기서 미세하게 쪽! 하는 흡착음까지 내주자, 렌카의 전신이 딱딱해지는 게 느껴졌다. 간헐적으로 터뜨리던 신음 또한 멎은 지 오래. 호흡이 막혀버린 건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다.

입술을 떼어내고 슬쩍 렌카를 확인한 나는, 쭈욱 펴져있는 그녀의 상체가 느릿하게 부풀어 올랐다가 수축하는 것을 확인하고는 피식했다. 상태가 괜찮구나. 이런 상황에서 날 쫄게 만드는 것도 능력이다.

땀으로 젖어 피부에 딱 달라붙어있는 렌카의 옆머리를 손으로 잘 떼어내준 나는, 이번엔 그녀의 허벅지 바깥쪽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검은색 스키니진을 훑으며 지나가는 손길. 그 느낌에 이성이 돌아왔는지, 렌카가 자신의 눈을 끔벅 감았다 뜨며 날 바라보았다.

“.... 어...?”

처음엔 당혹스런 감탄사만을 터뜨리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그녀는,

“아...!”

이내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정확히 인지했는지, 눈매가 매섭게 변했다. 하지만 내가 당장 키스라도 할 것처럼 얼굴을 들이밀자, 예의 그 멍한 얼굴로 돌아왔다.

이렇게 저항력이 없는데 BDSM 플레이를 할 수 있을지... 할 게 산더미만큼 있는데, 간단한 채찍질만 해도 쾌감에 기절할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

“부장.”

“.....”

“부장.”

“.....”

“야.”

“어, 어...?”

대놓고 반말을 하니 그제야 정신을 차리는 렌카. 힘겨운 숨을 토해내고 있는 그녀를 향해 히죽거린 내가 말했다.

“이런 거 좋아하죠?”

“.... 뭐...?”

“좋아하잖아요.”

그 말에 렌카가 끔벅거리던 눈을 아래로 내렸다. 자신의 허벅지와 허리에 뭐가 대어져있는지 확인해본 그녀는, 이를 악 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 아냐...! 당장 치워...!”

“싫은데.”

“죽여버... 아니... 때린다...?”

과격한 말을 하려다가 내 미간이 구겨지는 걸 보고는 황급히 정정하는 모습이 귀엽다.

“너 지금 실수하는 거야... 지금이라면 넘어가줄 테니까... 손 치워...”

이어지는 렌카의 경고에 시큰둥한 표정을 지은 나는, 스키니진 안에 들어가있는 렌카의 검은 티셔츠를 밖으로 빼낼 듯 말듯 간을 보았다. 그러자 렌카가 까무러칠 정도로 놀라더니 안간힘을 쓰며 골반을 뒤로 빼려고 했다.

하지만 그래봐야 내 범위 안이었다. 무슨 짓을 해봐도 내게서 벗어날 수 없음을 자각한 그녀는, 그저 발악만을 하듯 온몸을 이리저리 뒤틀다가,

토옥.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이 스쳐지나가듯 닿자 거짓말처럼 모든 움직임을 멈추었다.

첫 키스를 당한 게 아니라, 자신이 해버려서 당황한 것 같다. 자의는 당연히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솔직한 그녀의 얼굴을 보며 속으로 쾌재를 부른 나는, 그녀가 침을 꼴깍 삼키는 것을 보고 입술을 들이밀었다.

처음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그저 입술의 첨단부만을 맞부딪치는 정도로.

톡.

이후 방금과는 다르게 진짜다운 키스를 나눈 렌카의 눈이 크게 뜨이는 걸 보고 조금 더 과감하게, 그녀의 뒷목을 잡고 끌어오면서 입술과 입술을 포갰다.

“우읍...!”

여기서 더 나아가, 렌카의 몸이 추욱 늘어지려고 할 때 혀를 조금 내뺐다. 그리고는 그녀의 입술 겉면을 살살, 부드럽게 핥았다.

“흐흡...!!”

지진이라도 난 듯 떨리는 렌카의 몸. 다른 의미로 흥분한 터라 콧바람이 내 뺨을 간지럽힐 법도 한데, 그러지 않는 것으로 보아 렌카가 숨을 참고 있나보다.

마지막으로 렌카의 입술 사이에 혀를 살짝만 집어넣고 입술 안쪽을 한쪽 방향으로 쓸면서 다시 빼낸 나는, 눈이 거의 까뒤집히려는 그녀의 등허리를 두세 번 두드려주며 얼굴을 떼어냈다.

“허억... 허어억...”

그제야 참아왔던 호흡을 내뱉는 그녀. 한동안 그렇게 헉헉거리다가, 여전히 가까이 있는 내 얼굴을 흘깃거린 그녀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시, 실수야... 난 그럴 의도가 없었어...”

방금 자신이 본의 아니게 했던 키스를 말함이었다. 굳이 그것을 언급하는 걸 보니, 그 행동으로 인해 내가 오해를 해서 렌카 자신에게 들이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고개를 천천히 주억거린 내가 대답했다.

“전 실수 아닙니다.”

“뭐...? 그, 그그그럼 넌 애초에 이럴 생각이었다는 거야...?”

“그렇죠. 근데 목소리가 좀 크네요. 관객들이 불편해하겠어요.”

그 말에 렌카가 흠칫하더니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녀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스크린에서 큼지막하고 급박한 배경음악이 나오고 있어 이쪽으로 이목이 쏠리지는 않고 있었다. 이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렌카가 물었다.

“그렇다니 무슨 뜻이야... 넌... 너한테는 치나미가...”

“제가 욕심이 좀 많아서요.”

“요, 욕심이라니... 그런 말도 안 되는... 흣...!”

이빨까지 딱딱거리며 횡설수설하던 렌카가 숨을 삼켰다. 그녀의 뺨에 손을 올린 내가 달라붙어있는 잔머리를 살살 털어주었기 때문. 그윽한 눈빛으로 렌카를 똑바로 바라보며 앞머리까지 정리해주고 있는데, 이 상황이 어색한 듯 고개를 돌린 그녀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바, 방금은 둘 다 실수를 했다고 치자... 그러니까 여기까지만...”

“저는 부장이 진짜 좋은데, 부장은 제가 싫어요?”

넌지시 다가온 고백에 마음이 설렜을까? 햣! 하는 상큼한 추임새를 내뱉은 렌카의 코에서 짧은 바람이 여러 번 새어나왔다.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그녀를 향해 히죽 웃어보인 내가 말을 이었다.

“싫어?”

“.....”

“싫냐고?”

반말을 하고 있음에도, 렌카는 안절부절 못하고만 있었다. 의도적으로 어조를 차분하고 나긋하게 하니 콩닥거리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반항할 정신이 없거나.

“시, 싫은 게 아니라... 이건...”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말끝을 흐리는데, 눈앞에 치나미의 얼굴이 아른거리는 것 같다. 이미 나와 여러 추억을 쌓아놓고선, 이제 와서 도망가려고? 그렇게 두지 않을 거다.

코끝으로 가볍게 웃은 나는 렌카가 무어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부딪쳤다.

“흡...!”

기습적인 키스에 놀란 렌카의 눈이 두 배는 더 크게 뜨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게슴츠레 뜬 내 눈을 마주치기가 부담스러웠는지, 렌카의 눈꺼풀이 파리하게 떨려오다가 이내 잠잠해지면서 닫혔다.

기다란 속눈썹을 늘어뜨리며 완전히 감기는 눈은, 나와의 키스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증거. 다만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건 아까와 똑같아서, 일단은 입술만 맞댄 채로 렌카의 긴장을 조금씩 풀어주는 게 급선무일 듯하다.

생각을 마친 나는 렌카의 뒷목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이후 손끝에 살살 힘을 주면서 마사지를 해주다가, 그녀의 코에서 기다랗고 후끈한 바람이 새어나오는 것을 느끼고는 혀를 살포시 내밀었고,

“우으...”

낯설고 촉촉한 감촉을 느낀 렌카의 눈썹이 꿈틀하는 사이, 그녀의 굳게 닫힌 입술을 혀끝으로 톡톡 건드리며 간을 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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