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러브 코미디를 망가뜨리는 법-240화 (240/313)

Chapter 240 - 렌카 조교일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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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는 별 것 아닌 거라고 생각해왔다. 동시에 천할 거라고 생각했다. 징그럽고 미끄러운 혀끼리 얽히고, 더러운 타액을 교환하는 게 천박하지 않으면 대체 뭐가 천박하겠는가?

게다가 뭐라도 먹은 직후에 입맞춤을 하면 음식 냄새가 풀풀 풍겨서 서로 얼굴을 붉힌다고 상상하니 굉장히 별로였다. 그래서, 만약 자신에게 남자친구가 생긴다면 그냥 손만 잡을 거라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 그냥 뽀뽀 정도의 수위로만 할 거라고. 그렇게 다짐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가져왔던 키스에 대한 생각은 완벽한 오판이었다.

“하웁...!”

마츠다가 자신의 잇몸을 유린하고, 앙다문 이빨 사이로 침입하려고 혀를 굴릴 땐 온몸에 정전기라도 온 것처럼 짜릿했으며, 포악하게 밀고 들어온 혀가 자신의 혀 이곳저곳을 탐할 때엔 머릿속이 찌잉-! 하고 울려오더니, 금세 온 세상이 희뿌옇게 변하면서 야릇한 황홀감이 찾아왔다.

먹던 팝콘 향과 라떼의 단내가 남아 이상한 맛이 나면 어쩌지 같은 걱정 따윈 들지 않았다. 애초에 아무 맛도 안 났다. 아니, 어쩌면 달콤한 것처럼 느껴지는 듯하기도 했다. 어디까지나 심리적인 요인이겠지만.

-쿵! 콰창-!

[야! 이 미친년아!]

[뭐 이 개새끼야!]

상영관 안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무언가가 깨지는 것 같은 큼지막한 소음에도, 배우들의 악에 받친 욕지거리에도 렌카는 무덤덤했다. 그저 마츠다에게 몸을 맡기고 혀를 받아들이는데 집중하며 진한 키스에 빠져 들어갈 뿐이었다.

스윽.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은 채로 마츠다의 혀를 가만 놔두고 있던 렌카의 몸이 움찔했다. 자신의 옆구리에 큼지막한 손이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 흡...!”

예민한 갈비뼈 부근을 건드리자 본능적으로 훅 하고 새어나온 콧바람. 그에 간질간질한 감각을 느꼈는지, 마츠다의 혀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그 순간, 렌카 자신의 입 안으로 후끈한 바람이 들어왔다. 마츠다가 실소를 터뜨리면서 공기가 불어넣어진 것 같았다.

설마 자신을 비웃는 건 아니겠지? 라는 걱정이 들려는 찰나, 마츠다가 렌카 자신을 강하게 끌어안으면서 더욱 과감하게 혀를 놀렸다.

그리고 렌카는 그런 마츠다의 행동에 안심했다. 그의 태도가 더욱 적극적으로 변했다는 건 비웃는 게 아니라는 뜻이었으니까. 다행이긴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어, 어려워...’

도대체 어떻게 혀를 굴려야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던 것이다. 마츠다는 분명히 능숙하게 키스를 하는 것 같은데, 자신은 서툴렀다. 가만히 있는 게 어색해서 뭐라도 해보자니 자신의 뻣뻣한 혀놀림에 마츠다가 웃을까봐 걱정스럽다.

보고 들은 건 많았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 미친 상황 때문에 기억이 전혀 나질 않아 미칠 지경이다.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마츠다 돌연 얼굴을 살포시 떼어냈다. 그리고는 서로의 아랫입술에 늘어지는 끈적한 타액을 혀로 톡 끊으며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그 적나라한 장면을 본 렌카의 심장이 순간적으로 크게 뛰었다. 야하고 노골적이다.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지는데 대체 뭘까?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부정적인 쪽은 아니라는 점이다.

꿀꺽.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킨 렌카는, 자신의 목젖을 타고 내려가는 찐덕한 액체의 느낌이 의외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마츠다를 쳐다보았다.

“부장.”

“어...? 어...?”

“그냥 있어도 돼요.”

점잖은 마츠다의 목소리를 들은 렌카가 찔끔했다. 마음이 읽혀버렸구나. 독심술이라도 배운 건가? 저 능글맞은 표정을 보니 약이 오르는 것도 같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무, 무슨 소리를... 우읍...!”

왠지 지기 싫은 마음에 일단 시치미를 떼어보려던 렌카는, 마츠다가 다시금 자신의 입술을 덮쳐오자 눈을 질끈 감았다. 첫 번째 키스를 할 때보다 더욱 저돌적으로 들어온 그의 혀가 입 안 곳곳을 누비는 것을 느끼며, 렌카는 자신의 몸에 힘을 쭈우욱 뺐다.

그와 동시에 렌카의 밑가슴과 갈비뼈 사이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손. 그에 놀란 그녀가 마츠다의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

“마... 마히이...”

만지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웅얼거리는 소리밖에 튀어나오지 않는다. 왜 바보처럼 자신의 입이 마츠다의 입으로 막혀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을까. 아무리 경황이 없다 하여도 좀 너무하잖은가. 바보도 아니고.

그래도 의중은 전해졌는지, 마츠다의 손이 그 자리에서 딱 멈춘 채로 토닥, 토닥 자신의 옆구리를 두드렸다. 그 느낌이 꽤나 괜찮은 것 같다고 느끼며, 렌카는 힘을 잔뜩 주고 있던 눈가를 누그러뜨렸다.

그때, 마츠다의 손이 다시 위로 향하더니, 손끝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전해져왔다. 재차 자신의 가슴을 만지려고 하는 것이다.

정말 변태 새끼가 따로 없다. 진짜 미친놈 아닌가? 물론 영화나 수위가 높은 만화, 애니에서도 키스를 하면서 가슴을 만지는 경우가 많긴 한데... 현실에서도 이러는 게 정상인가?

‘모르겠어...’

해봤어야 알지... 미치겠다. 계속 빼는 건 그림이 별로일까? 완전히 가슴을 감싼 건 아니니까 괜찮으려나 싶기도 하고...

꾸우욱...

어찌할까 고민에 빠져있던 렌카는, 마츠다의 다섯 손끝이 자신의 말랑한 옆가슴과 갈빗대를 누르자 격하게 움찔했다.

“하으...”

콧소리가 섞여있는 꽉 막힌 신음을 터뜨린 렌카가 마츠다의 손목을 잡은 손에 힘을 풀었다. 의도적으로 푼 게 아니라, 절로 풀렸다. 마츠다가 만진 부위에서부터 짜릿한 정전기가 올라오면서 묘한 쾌락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 마츠다의 손은 바지 안에 들어간 티셔츠를 슬쩍 들어올리고, 그 안으로 살며시 들어와 허리를 만지작거리는 상태였다.

순식간에 맨살을 허용하게 되어버린 렌카는, 남은 한손으로 들고 있는 팝콘 통을 부서져라 쥐었다. 그런 와중에도 마츠다와의 키스는 계속하고 있었다.

마치 도박, 마약에라도 중독된 것처럼, 그녀는 여기서 멈추어야한다는 생각 따윈 추호도 하지 않았다. 그저 마츠다가 자기 자신을 잘 절제하길 바라며, 그의 혀를 오롯이 받아들이는데 집중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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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흐앗...!”

화장실 코너에 어깨가 걸려 몸의 균형이 무너진 렌카가 다급히 무릎을 굽히고 상체를 낮추었다. 그렇게 무게중심을 되찾은 그녀가 고개를 홱 돌렸다. 행여나 마츠다가 자신의 이 추태를 봤을까 우려해서였다.

천만다행이게도, 마츠다는 없었다. 쓰레기를 버리러 간다고 했는데 벌써 움직인 모양. 안심하고 또 안심한 렌카는 잽싸게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가장 먼저 거울 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하...”

바지 밖으로 삐져나온 티셔츠, 그리고 얼굴 이곳저곳에 달라붙은 머리, 땀에 찌들어 윤기가 흐르는 피부까지... 무척이나 흐트러져있다. 다른 사람들이 이 모습을 봤다면 어떻게 생각했을지... 영화가 끝난 상영관이 자신이 있던 곳밖에 없어서, 그리고 손님이 얼마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관마저도 얼얼하고, 입술이 죄다 부르튼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는 따가운 것 같기도 하다. 영화가 거의 끝나갈 때까지 키스를 해서 이런 모양인데, 보라는 영화는 못 보고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버리다니... 어이가 없다.

틴트로 인해 빨갰던 입술은 마츠다가 물고 빨아서 본연의 분홍색을 되찾은 상태였다. 착색이 잘 된다는 제품이었고, 지금까지 만족스럽게 쓰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미치겠네...”

세면대에 손을 짚고 한숨을 푸욱 내쉰 렌카는, 일단 화장실에 있는 티슈를 뽑아 얼굴을 톡톡 건드렸다. 티슈에 화장이 조금씩 묻어나오고 있다. 땀을 대체 얼마나 흘려댄 건지... 냄새라도 나지는 않았을까 걱정스럽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만한 건, 화장이 번지지는 않았다는 점. 이번에 새로 산 건데 지속력이 괜찮구나. 다음에도 또 써야겠다.

근데 왜 이런 일상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첫 키스라는 대사건을 겪은 직후인데... 적응력이 남다른 건가? 아니면 이게 현실이라는 걸 받아들이기 싫어서 딴생각을 하는 건가 모르겠다.

까치집 같은 머리를 정리하고 옷매무새까지 가다듬은 렌카는 눈을 부릅뜨며 거울을 쳐다보았다. 치나미에게 너무나도 미안하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하...”

마츠다가 했던, 부장이 진짜 좋다는 말이 귓가에 맴돈다. 솔직히 설렜다. 순간 가슴이 콩닥거릴 정도로.

‘안 돼...!’

마츠다가 했던 말을 되새겨보던 렌카가 머리를 마구 털어냈다. 일탈은 딱 오늘까지만이다. 다음부터는 절대 음흉한 마츠다에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한 렌카는, 정신을 차릴 겸 자신의 뺨을 빠르게, 여러 번 쳤다. 그리고는 틴트를 다시 바르는 것으로 정리를 마무리하고 화장실을 나와 로비로 가려다가,

“이거 얼마에요?”

코너에서 들려오는 마츠다의 목소리에 멈칫했다. 뭔가 싶어 벽 너머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보니, 근처에 있는 휴대폰 액세서리 매장에서 무언가를 사고 있는 마츠다가 보였다.

그의 손에 들려있는 자그마한 블루베리 모양의 휴대폰 고리. 그것을 본 렌카는, 자신에게 블루베리 냄새가 난다고 했던 마츠다의 말을 떠올렸다. 자신에게 주려는 모양인데... 의외로 섬세하고 로맨틱한 면이 있구나.

마음이 싱숭생숭해진 그녀는 언제 나가야 할지 가늠을 해보다가,

‘응...?’

계산을 마친 마츠다가 목줄 같은 휴대폰 고리에 관심을 두자 미간을 구겼다. 설마 저것까지 사려는 건가...? 심지어 방울까지 달려있는 건데? 조교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목줄이라는 아이템은 쉽게 넘어갈 수 없는 것이긴 하다만... 애초에 저딴 게 왜 매장에 있는 건데? 이해가 안 된다.

‘개새끼...!’

속으로 마츠다를 향한 욕을 쏟아내던 렌카는, 그가 그 고리를 사지 않고 매장 밖으로 나오자 안심했다. 그래도 양심은 있네. 뺀질이 주제에.

“흐흠...! 흠...”

괜히 무안해져선 몇 차례 헛기침을 한 렌카가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 코너에서 나왔다. 그러자 렌카를 발견한 마츠다가 방긋 웃으며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저 미소가 너무 사기적이다. 남자답고 잘생긴 얼굴로 저러니까 자신의 취향을 저격하는 느낌이라 짜증이 난다.

“왔어요?”

자신은 벌써부터 얼굴이 화끈거려오는데, 저놈은 자신과의 일탈 따윈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하니까 심술이 난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렌카는 마츠다의 손에 들린 휴대폰 고리를 모른 척 턱짓했다.

“.... 그건 뭔데...?”

“이거? 부장 선물요.”

“선물?”

“휴대폰 고리에요. 블루베리.”

“휴대폰 고리...? 난 필요 없는데...? 케이스에 고리 걸 데 없어.”

“그건 부장이 알아서 하고, 내일부터 걸고 오세요.”

통보하듯 말한 마츠다가 렌카의 손에 고리를 쥐어주었다. 귀엽게 생긴 블루베리다. 물론 블루베리가 다 거기서 거기이긴 하지만 조금 마음에 들지도...?

고리를 빤히 바라보던 렌카는, 이어지는 마츠다의 싸가지 없는 말투에 정신을 차렸다.

“감사인사.”

“.....”

“인사.”

“.... 하나도 안 고마워.”

“잘했어요.”

어린이집 선생님 같은 말투로 칭찬을 하며 렌카의 등을 토닥이는 마츠다. 그의 손이 둔부와 무척 가깝다고 느껴지는 건 착각일까?

그나저나 지금 저 매장에서 고리를 걸 수 있는 케이스를 사면 딱일 것 같은데... 마츠다가 옆에 있어서 좀 그렇다.

그냥 마츠다가 집에 데려다주면, 들어가는 척을 하다가 다시 나와야하나? 마츠다 때문에 사는 건 아니고, 고리가 마음에 드니까...

“이제 갈까요?”

정신적으로 자기위안을 하던 렌카는, 마츠다가 태연하게 자신의 손목을 붙잡고 엘리베이터로 이끌자 화들짝 놀랐다.

“마, 만지지 마...!”

“그래요.”

“말 좀 들어...!”

“듣고 있잖아요.”

“전혀 그렇...”

띵-!

말대꾸를 하려다가 층수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의 경쾌한 알림을 들은 렌카가 입을 앙다물었다. 또 정신이 없어진다. 소리 공포증이라도 걸린 기분.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은데 어떤 방향으로 돌지 갈피를 못 잡겠다.

‘아 몰라...!’

그냥 될 대로 돼라. 근데 저놈의 손은 왜 이렇게 우람한 거람. 딱딱한데 의외로 포근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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