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44 - 노예 애무하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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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
옷장을 살펴보던 렌카가 사나운 탄성을 터뜨렸다. 오늘 짧은 치마를 입고 갈 생각을 하니 눈앞이 막막했기 때문이었다.
치마를 오랜만에 입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마츠다를 위해서라는 이유가 붙는 게 싫었다. 사실 싫은 게 아니라 부끄러웠다. 마츠다의 눈앞에서 맨다리를 드러낸다는 게. 자존심도 조금 상하고 말이다.
마츠다가 강요를 하든 말든, 스킨십을 해오든 말든 딱 잘라 거절했으면 이러지 않아도 괜찮았을 텐데... 그게 생각처럼 쉽게 되는 것도 아니고... 미쳐버릴 지경이다.
‘근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인데...’
분명히... MK가 추천해주었던 두 번째 작품인 [여자친구 조교일지]에 이런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치마를 안 입던 여자 주인공이 남자친구의 명령에 억지로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는 장면.
처음엔 다리를 드러내는 걸 창피해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바지를 터부시하게 되는 여자 주인공의 모습이 떠오른다.
“미, 미친놈...!”
설마 자신도 그런 식으로 조교를 할 심산인가? 만약 마츠다가 그럴 생각이었다면 잘못 짚었다. 자신은 절대 넘어가주지 않을 것이다. 치마를 입는 건 오늘 한 번뿐이다.
오늘 마츠다가 심하게 굴면 어제처럼 MK에게 욕을 해야지. 이노쨩의 정체를 모르는 마츠다가 자신의 도발에 쪽지로 화를 내는 걸 보면 응어리가 씻겨나가는 기분이라 절로 웃음이 나왔다.
다만 마츠다가 이노쨩을 의심한 건 위험할 뻔했다. 잘 넘어간 것 같긴 한데... 앞으로 더 조심해야한다. 유일하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안식처를 잃어버릴 수는 없지 않겠는가.
어찌됐든 곧 마츠다가 오는데, 어떤 치마를 입어야할까? 골반 라인이 드러나는 타이트한 치마는 마츠다가 보자마자 달려들 수 있고, 움직이는데도 불편하니까 조금 그렇고...
랩 스커트는 괜찮긴 한데 활동성이 조금 모자라니까 아웃. 하늘하늘한 플레어나 플리츠 종류가 좋을 것 같다. 자신의 날카로운 이미지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듯하긴 하지만, 짧은 치마라는 약속만 지키면 뭐든 상관없지 않겠는가.
‘근데 내가 왜 약속을 지키고 있냐고...’
마츠다의 의도가 훤히 보이는데 순순히 이러는 자신이 싫다. 자조적인 표정으로 한숨을 푹푹 내쉰 렌카는, 그래도 나름 유니폼과의 코디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치마를 골랐다.
그 뒤 데니어가 높은 스타킹을 신었다. 날이 춥기도 했거니와, 마츠다의 앞에 맨다리를 드러내는 것보단 훨씬 나을 듯하다는 생각에서였다.
마츠다가 스타킹을 좋아하는 건 알지만 이 정도면 뭐... 여자들이 겨울에 흔히 입는 정도니까 괜찮겠지. 그러한 생각을 하며 준비를 끝낸 렌카는 자신의 방에서 나왔다.
그러자 거실에서 요리를 준비하고 있던 어머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웬일로 치마를 입었어? 어디 데이트 가니?”
“아, 아니거든요...!!”
“아니면 아닌 거지 왜 핏대를 세우고 그래? 그러니까 더 의심되는데?”
“.... 죄송해요. 어쨌든 데이트 아니에요. 그냥 기분전환 겸 입어봤어요.”
“그래? 근데 얼굴색이 별로 안 좋네? 알바가 힘들어?”
육체적은 아니지만 정신적으로 힘들다. 아니, 이게 힘든 게 맞나? 잘 모르겠다.
“잠을 잘 못 자서 그래요...”
“왜? 또 한정판 피규어 예약 잡느라 날을 샌 거야?”
“아뇨... 그냥 영화 한 편 보느라... 아빠는 벌써 나갔어요?”
“응. 너도 샌드위치 갖고 가. 두 개 가져가서 그 친구한테도 줘.”
“친구가 아니라 후배에요.”
“같이 알바할 정도면 친구라도 봐도 되지 않니?”
“그러면 안 되죠. 엄연한 선후배 관계인데. 친구처럼 대해주면 버릇 나빠져요.”
“너무 가혹하지 않아?”
“전혀요.”
말은 떳떳하게 했지만 마츠다에게 휘둘리는 건 렌카 자신이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말리고 있었다. 문제는 그게 싫지 않다는 것. 그래서 더 짜증이 났다.
“이거 갖고 가면 돼요?”
“응. 아, 그리고 치나미한테 복숭아 샌드위치 해줄 테니까 시골에서 돌아오면 한 번 들르라고 해.”
치나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렌카의 어깨가 미세하게 들썩였다. 자신과 마츠다의 다소 비정상적인 관계를 듣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게 가장 걱정이었다.
“.... 네.”
들고 있던 코트를 입은 렌카는 어머니가 주는 샌드위치를 챙기고 밖으로 나왔다. 그와 동시에 다리 사이로 들어오는 찬바람. 그 느낌이 퍽 낯설다고 생각하며, 렌카는 대문을 열었다.
‘아직 안 왔나...?’
시간을 보니 아직 마츠다가 오려면 5분 정도 더 기다려야할 것 같았다. 전화를 해서 어디인지 물어볼까 고민을 해보던 렌카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먼저 전화를 해버리면 자신이 마츠다를 기다리는 것 같잖은가. 나 치마 입었어요! 라고 부모님께 자랑을 하는 애도 아니고... 알아서 오게 놔두자.
그리 생각한 렌카는 애꿎은 치맛자락을 만지작거리며 마츠다를 기다렸다. 이후 멀리 있는 코너에서부터 익숙한 차가 보이자, 괜한 헛기침을 하며 코트를 여몄다.
**
하얀 가디건형 오버핏 니트와 검은 치마, 그리고 스타킹과 운동화가 퍽 잘 어울린다. 차가운 분위기는 여전하지만 거기에 상큼함을 한 스푼 끼얹은 느낌.
입고 있는 도도한 코트는 조금 옥의 티긴 하다. 수틀리면 치마를 가릴 거라서 저렇게 입고 온 모양인데, 만져주기만 해도 경련을 일으키는 허접한 몸을 갖고 있는 주제에 나름 방어를 한답시고 저런 코디를 한 게 웃기다.
벌써부터 마구 꼴린다. 빨리 가게에서 만지작거려야지.
그녀의 집 앞에 차를 대어놓은 나는,
덜컥.
조수석 문을 연 렌카가 내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리려다 멈칫하자 피식했다.
“안녕요.”
자신의 몸을 빤히 살피는 내 시선이 부담스러웠을까? 코트 단추를 잠근 렌카가 말없이 차에 올라탔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내가 말했다.
“단추 풀어요.”
“.....”
“풀어요. 짜증나게 하지 말고.”
“싫어.”
“그래요? 그럼...”
말끝을 흐린 내가 조수석으로 넘어갈 듯한 자세를 취하자,
“그만...! 풀게...! 풀면 될 거 아니야 이 미친 쓰레기 자식아!!”
기겁을 한 렌카가 욕을 쏟아내더니 잽싸게 코트 단추를 풀었다. 이럴 거면서 반항은 왜 하는 건지... 그래도 렌카다워서 좋긴 하다.
씩씩대며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렌카를 위아래로 훑어본 내가 물었다.
“뭐에요 그건?”
“보면 몰라? 샌드위치잖아. 가게에서 먹을 거야.”
“저 주려고 만든 거예요?”
“내가 만든 거 아니야. 그리고 주긴 뭘 줘? 이거 다 내가 먹을 거니까 탐내지 마.”
“두 갠데 혼자 다 먹게요?”
“못 먹을 건 뭔데?”
“서운하게 하네.”
“.... 하나 줄 테니까 오늘 가만히 있어.”
“그냥 부장이 두 개 다 먹어요.”
그렇고 그런 짓을 하겠다고 에둘러 선언을 하는 나를, 렌카가 긴장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내, 내가 얌전히 당해주기만 할 것 같아?”
방금 대사... 좀 그렇지 않았나? 오크에게 잡혀버린 엘프 기사 동인지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느낌이었는데.
음음... 대사 좋았다. 오크에게 잡혀 그의 대물을 봐버린 엘프 기사 같은 느낌이었어.
“전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안 하긴 뭐가...! 방금...”
“샌드위치는 나중에 같이 먹고, 일단 출발할게요.”
“같이 안 먹는다니까...?”
“그래요.”
빈말인 게 다 티가 나는데 시치미 떼기는. 그러려니 한 나는 꿍얼거리는 그녀를 무시하며 차를 몰아 가게로 향했다.
주차장에서 내리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움직이는 렌카.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렌카를 뒤따라간 나는, 그녀가 출근카드를 찍고 탈의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려고 하자 문틈 사이로 팔을 쑤욱 집어넣었다.
그에 깜짝 놀란 렌카가 황급히 문을 활짝 열었다.
“야...! 다치면 어쩌려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심성은 곱다. 그래서 렌카가 좋아.
“안 다쳤으면 된 거죠. 비켜요. 들어가게.”
“미, 미쳤어...? 나 옷 갈아입어야...”
“오늘 치 사탕 줄 겁니다.”
“나중에 먹으면 되잖아...!”
“지금 줘야겠어요.”
“왜...? 이유를 말해...!”
렌카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는 나는, 스타킹을 신고 있는 그녀의 길쭉한 다리를 훑었다. 그러자 내 시선에 움찔한 렌카의 목에서부터 꼴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놓고 다리를 감상하니 긴장한 모양이었다.
“무, 뭘 봐...!”
평소대로 대들고는 있었지만, 렌카의 목소리 톤은 상당히 올라가있었다. 치마를 입고 온 자신에게 밋밋한 반응을 보였었는데, 갑자기 흥분한 것처럼 구니 은근히 뿌듯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시선이 부담스러웠다면 코트로 가렸을 텐데 그런 모습도 없고 말이다.
코로 기다란 날숨을 내쉬며 눈을 똑바로 뜨고 있는 렌카를 주시하던 나는, 입구를 막은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 탈의실 안쪽까지 그대로 밀고 들어갔다.
“흐이익...! 하지 마...!!”
그리고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렌카를 어제처럼 라커에 딱 붙인 뒤, 그녀의 한쪽 오금을 들었다. 그에 렌카의 다리가 힘없이 딸려 올라가 내 허리춤에서 멈추었다.
그로 인해 치마가 자연스럽게 걷어 올라갔고, 나는 스타킹 특유의 서글서글한 감촉을 느끼며 렌카의 둔부에 반대쪽 손을 얹었다.
“야...! 야!!”
대놓고 민감한 부위에 손을 대자 자지러지는 그녀. 온몸에 힘이 빡 들어간 렌카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두세 차례 쓰다듬은 나는, 그녀를 그윽하게 쳐다보며 나직이 말했다.
“어깨에 손 올려요.”
“무, 무슨...”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인상을 구기던 렌카는,
스으윽.
내가 그녀의 허벅지를 감싼 스타킹을 팽팽하게 당기자, 질겁을 하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야! 이 개새끼야...!! 진짜 미쳤냐...!?”
왜 매번 똑같은 레퍼토리의 욕인데 질리지가 않을까. 오히려 듣기 좋기만 하다.
“그만해...! 죽여버린다...!”
렌카의 험악한 경고를 무시한 나는, 스타킹을 잡아당기던 손가락을 세워 힘을 주었다.
트득-!
그러자 무언가가 뜯기는 듯한 미세한 소리와 함께,
“허억!”
렌카가 숨윽 훅 들이켜며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다리에 힘이 풀려버려 본능적으로 균형을 잡으려는 것이다. 저 의지할 곳을 찾고자 하는 반응이 마음에 든다.
나는 그녀가 입은 오버핏 니트의 어깨 부근이 옆으로 흘러내리면서 뽀얀 맨살이 드러나자, 그곳에 입술을 갖다 대는 것으로 본격적인 애무의 서막을 알렸다.
우리 렌카의 가방에는 여분의 팬티가 있을까, 없을까. 평소엔 준비성이 나름 철저하지만, 이렇게 수위가 확 높아질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테니 당연히 없겠지?
젖기 싫으면 최대한 참아야할 거다.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