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러브 코미디를 망가뜨리는 법-246화 (246/313)

Chapter 246 - 노예 애무하기 #4

“아, 안 돼...! 더 만지면 안 돼...!”

정신적인 고문이라도 당하는 기사마냥 바닥에서 온몸을 꿈틀거리는 렌카. 말은 저렇게 하면서도 만져주는 게 굉장히 흥분되는 듯, 날 막을 생각조차 않고 팔다리를 이리저리 비틀고만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외설적이다.

당장에라도 넣고 싶은 기분. 선을 넘고 싶은 미칠 것 같은 충동을 참아내며, 나는 계속 손을 놀리면서 니트 위로 봉긋하게 솟아오른 그녀의 한쪽 가슴 중앙에 입을 가져다대고 뜨거운 바람을 후욱 불었다.

“흐읏...! 무슨...! 옷... 죽... 죽일 거야...!”

이런 와중에도 가시를 세우고 있는 것이 그렇게나 꼴릴 수가 없다. 니트의 소매가 손바닥을 반쯤 덮고, 렌카가 그 소매를 꼬옥 쥐고 있는 것도 포인트 중 하나. 모든 모습과 행동에서 색기가 풀풀 묻어나오니 렌카의 정신이 아니라 내 정신이 아찔해질 지경이다.

렌카의 치마 속으로 들어가 있는 손가락에 미끄덩한 감촉이 상당하다. 팬티는 충분히 젖어있었다. 줄줄 흐르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면 많이 뿜어냈다고 할 수 있었다.

슬슬 오픈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나는 마지막으로 렌카의 가랑이를 손바닥으로 감싸듯 포개고 힘을 살며시 주었다.

“아아앗...!!”

그러자 쾌감이 섞여있는 탄성을 토해낸 렌카의 골반이 위로 서서히 들렸다. 발볼만으로 하반신 무게를 지탱하는 그녀의 갈라진 허벅지 아래 자리한 종아리에 힘이 빡 들어간 게 눈에 보인다.

정말 미칠 것 같았는지 자신의 가슴 위에 올라가 있는 내 머리채를 콱 잡고 있는 힘껏 잡아당기는 건 덤. 고작 만져만 주는 걸로 이러는데 호텔에 가면 어떠할지 상상이 안 간다.

렌카의 윗가슴부터 시작해서 쇄골, 어깨, 그리고 목에 이르기까지 쪽쪽 소리를 내며 키스를 한 나는, 출산이라도 하는 임산부마냥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는 렌카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만해?”

“응...! 그만해...!”

“싫어.”

“읏...!?”

렌카의 중지 요구를 간단하리만치 무시하자, 그녀가 당혹스런 눈빛으로 날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감싼 손으로 압박을 주자, 이내 눈을 질끈 감으며 하이 톤의 신음을 터뜨렸다.

“흐으읏...!! 제발... 제발 그마... 아아아아...!!!”

진짜 미칠 것 같은가보다. 제발이라는 부사까지 붙일 정도면. 손바닥으로 스며들어오는 촉촉한 액체의 온기를 느끼면서, 점진적으로 힘을 푼 나는 애무를 끝마치고 손을 빼냈다.

“허어억... 허억...”

바닥에 널브러진 채로 거의 짐승 같은 소리를 내는 렌카의 쇄골 부근을 살살 토닥인 나는, 탈의실에 비치된 수건을 하나 집어 손을 닦아낸 뒤 그녀의 치마를 허리 위까지 걷어 올렸다.

“무, 뭐해애...!!”

경황이 없는 와중에서도 손으로 아래를 가리는 그녀. 나는 앙탈이 약간 섞여있는 목소리로 날 나무라는 렌카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며, 그녀의 상체를 일으켜세워 라커에 등을 기댈 수 있게끔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는 수건을 몇 장 갖고 와서 그녀의 하반신을 가려주었다.

“.....”

갑자기 세심한 배려를 해주자 말문이 막혔을까? 복잡한 표정을 지은 렌카가 입술을 꾹 닫더니, 자신의 뒤통수를 라커에 기댔다.

움찔움찔, 간헐적으로 떨리는 그녀의 다리를 보니 또 꼴린다. 일을 하기가 싫어지는 느낌. 잘 움직여지지 않는 팔을 억지로 움직이며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렌카를 보며, 내가 말했다.

“괜찮아요?”

“.... 나가...”

“같이 있어요.”

“나가...! 나가라고...!!”

이대로 고집을 부렸다간 뭐라도 던질 기세. 고개를 끄덕인 나는 엄지를 렌카의 골반 끝에 대고 새끼를 벌려 치구 가운데부분에 닿도록 했다.

얼핏 보면 골반 사이즈를 측정하는 것 같았지만 그냥 만진 거다. 장난스런 행동으로 렌카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말이다. 통하지 않은 것 같긴 하지만 뭐 어떠한가. 나만 만족하면 됐지.

“뭐하는 거야...!”

뜬금없는 짓에 화를 내는 렌카에게 씨익 웃은 나는, 그녀의 정수리를 끌어당겨 입술을 진하게 부딪쳤다. 이후 렌카의 이마에 달라붙어있는 잔머리를 살살 털어낸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탈의실을 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헐떡거리던 렌카가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 어디 가...”

“나가라며요. 부장 속옷이나 사러 다녀올게요.”

“.....”

“M 사이즈면 되죠? 없으면 프리사이즈로 삽니다?”

“마, 마음대로 해... 쓰레기 새끼...”

“아니다. 걱정되니까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러 갈게요.”

“나가!”

“알겠어요.”

“기, 기다려...! 아니... 나가... 나가 빨리...!”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걸 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는 모양이다. 순순히 알겠다고 대답한 나는 전력질주라도 한 사람마냥 헐떡거리는 렌카를 두고 탈의실을 나갈 듯 말 듯 간을 보다가,

“안 나가고 뭐해 이...”

그녀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오려고 하자 문을 열었다.

“알았어요. 빨리 다녀올게요.”

“.....”

지쳤는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 렌카. 그런 그녀를 놔두고 탈의실 문을 닫은 나는, 싱크대로 가 손을 씻고 곧장 편의점으로 향했다.

**

쏴아아-!

탈의실 안에서부터 물소리가 들려왔다. 아예 샤워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좁아터지고 헤진 욕실에서 홀로 몸을 씻으려니 외롭진 않을까 걱정된다.

이렇게까지 노예를 챙겨주는 주인이 있을까? 렌카는 나한테 감사해야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물소리가 끊기고, 덜컥거리는 소리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옷을 갈아입고 있는 모양. 당장 들어가고 싶다.

탈의실 앞에 여유롭게 서서 렌카를 기다리던 나는,

덜컥.

그녀가 진이 죄다 빠져버린 표정을 지은 채로 밖으로 나오자 히죽 웃어보였다.

“샤워했어요?”

그에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온몸을 달싹인 렌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

“드라이기 없잖아요.”

“이, 입 닥쳐...! 속옷 산 거나 내놔...!”

까탈스럽기는.

“그래요.”

그러려니 한 나는 편의점에서 사온 밋밋한 속옷을 보여주었다. 그것과 내 손을 번갈아 쳐다보던 렌카가 미간을 구겼다.

“스타킹은 왜 안 샀는데...?”

“사야 되나?”

“당연히 사야지...! 네가 다 찢어놓은 데다가...”

말끝을 흐린 렌카의 입이 다물어졌다. 젖어서 못 써먹게 됐다는 말을 하려다가 쑥스러워지기라도 한 듯했다.

“나, 날씨도 추운데...”

이어지는 렌카의 푸념에 어깨를 으쓱인 내가 말했다.

“안은 따뜻하잖아요.”

“.... 돈 줄 테니까 가서 사와...”

“싫어요. 난 부장의 맨다리가 보고 싶어요.”

“뭐...?”

새하얀 렌카의 얼굴이 불그스름하게 달아오는 게 보인다.

“미, 미친놈... 어이없어... 이러면 어떻게 일해...! 치마도 짧은데...”

“그렇게 짧지는 않은데... 어쨌든 나가지 말고 카운터 안에만 있어요. 카운터 높이가 높아서 다 가려지잖아. 오늘 홀 청소 같은 건 내가 도맡아서 할게요.”

“하... 야, 너 정신 이상하냐...?”

“예.”

“.... 진짜 또라이 같은 새끼...”

“근데 부장.”

“뭐!”

“지금 그냥 나온 거예요?”

“또 무슨 개소리를 하려...”

인상을 마구 찌푸린 렌카가 멈칫했다. 지금 자신이 팬티를 입지 않고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음을 상기해낸 것이다.

“이... 이...!”

귀까지 새빨개진 모습을 보니 블루베리가 아니라 크랜베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러한 생각을 해본 나는 렌카가 화를 내기 전에, 그녀의 손에 속옷을 들려주고 사탕을 꺼냈다.

“오늘 치 사탕.”

그러자 렌카의 사납던 기세가 온데간데없어지더니, 그녀의 눈매가 겁을 집어먹은 토끼마냥 순하게 변했다.

“너, 너는 왜 그걸 자꾸...”

“안 먹겠다고 말하면 혼납니다.”

“.....”

엄한 목소리에 아랫입술을 잘근 깨문 렌카는, 머뭇머뭇 사탕을 집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거절의 뜻으로 손을 휙 젓자 자포자기한 얼굴로 입을 살짝 벌렸다. 그 안으로 사탕을 집어넣어준 내가 말했다.

“옳지, 잘했어요.”

오늘은 큰일이 있었던 만큼, 다른 짓 안 하고 딱 사탕만 넣어줬다.

“애 다루듯 지껄이지... 흐익...!”

반발을 하려다가 내 얼굴이 불쑥 다가오자 경기를 일으키는 그녀. 솔직한 반응을 보여주는 그녀의 허벅지를 만지려던 나는,

찰싹-!

“꺼져...!!”

내 손을 아주 세차게 때린 렌카가 탈의실 문을 세차게 닫으며 안으로 들어가자 입맛을 다셨다. 이럴 땐 꼭 눈치가 빨라진다는 말이지. 아깝다.

그나저나 문이 닫히기 전에 렌카의 치마 아랫부분이 살짝 진해져있는 게 보인 것 같은데... 내가 속옷을 사러 간 사이에 거기 살짝 스며들었던 자신의 흔적을 지웠구나. 우리 렌카는 참 의젓하다.

1분여가 지나자 팬티를 입은 듯한 렌카가 다시 밖으로 나왔다. 애꿎은 치맛자락을 만지작거리며 헛기침을 하던 그녀는, 내가 자신의 하반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자 버럭 화를 냈다.

“누, 눈 안 깔아...!?”

“깔고 있는 거 안 보여요? 아래 보고 있었는데.”

“그 아래가 내 몸이잖아...! 너는 사람이 왜 그렇게 가벼워? 그거 진짜 짜증나...! 알아?”

“혐오스러워요?”

“그, 그렇게 과대망상을 하는 것도 문제야...! 내가 언제 혐오스럽다고 했는데...!? 그냥 짜증만 난다고 했지...”

“알았어요. 내가 미안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욱해있는 렌카를 달랜 나는, 그녀가 들고 있는 마른 수건을 가져왔다. 이후 그녀의 젖은 머리에 올려놓고 물기를 조심조심 닦아주기 시작했다.

“멍청하게 머리까지 감으면 어떡해요? 가뜩이나 길어서 말리기도 힘들 텐데. 정 씻고 싶었으면 머리끈으로 묶기라도 하든가 하지...”

“시끄러워...! 시끄럽다고...”

그라데이션으로 작아지는 목소리가, 지금 렌카가 얼마나 부끄러운지 단적으로 알 수 있게 해주었다. 틱틱대면서도 얌전히 서선 내게 머리를 맡기고 있는 것과, 사탕이 맛있는지 입 안에서 토독 하며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는 건 덤이었다. 겉과 속이 전혀 다른 갭을 보여주는데, 그 모습이 왜 이렇게 깜찍한지 모르겠다.

“이, 이제 옷 갈아입으러 가... 카페 문 열어야 돼...”

자신의 머리 위에 올라간 수건을 빼앗듯 낚아챈 렌카의 쑥스러운 말투. 직접 머리를 닦아내는 그녀를 보며 알겠다고 대답한 나는, 오늘 알바는 아주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탈의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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