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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코미디를 망가뜨리는 법-249화 (248/313)

Chapter 249 - 렌카의 낯부끄러운 망상 #2

어제 질색을 하던 렌카는 오늘도 치마를 입고 있었다. 다만 어제보다는 치마 기장이 꽤나 길었고, 무릎을 덮을락 말락 하는... 약간 봄나들이를 가야할 것 같은 살랑거리는 디자인이었다.

스타킹은 신지 않은 상태였다. 치마와 어울리지 않아서 뺀 건지, 아니면 오늘 또 찢어질까봐 그냥 안 신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둘 다일 가능성도 크다고 보는데... 뭐가 됐든 은근히 잘 어울린다.

“네 말을 듣고 입은 거 아니니까 착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차에 탄 렌카의 단호한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알겠어요.”

누가 봐도 내가 입으라고 하니까 입은 게 맞는데, 또 툴툴거리기는. 태연스런 태도로 일관하는 내가 얄미웠는지, 렌카의 가느다랗고 기다란 눈썹이 꿈틀했다.

“그리고 어제처럼 이상한 짓하면 진짜 죽을 줄 알아. 이건 진심이야. 난 경고했어.”

“어떤 이상한 짓?”

“그건 내가 판단할 거야.”

“독재네요.”

“시끄러워. 할 생각하지 마.”

“예. 안 할게요.”

“.....”

내 반응이 예상 외였을까? 렌카의 표정이 얼떨떨하게 변했다.

“출발할 테니까 문 닫아요.”

“그, 그래...”

어리둥절한 낯으로 담요를 다리에 덮는 렌카를 바라보며 기어를 조작한 나는 카페로 이동하면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에 렌카의 눈이 연신 내 쪽을 흘끗거렸다. 치마를 입은 자신에 대한 감상이 들려오지 않아 이상한 감정이 든 모양이었다.

치마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가? 아니면 아침부터 싸가지 없게 구니 살짝 화가 난 건가? 혹시 어제 무언가 실수라도 했나? 기분이 별로인 것 같은데, 이노쨩 때문인가? 혹은 안 좋은 일이 있었나?

평소보다 약간 저기압인 것 같은 날 보면서, 렌카는 아마 이러한 생각들을 하고 있을 것이다.

카페에 도착한 나는 말없이 차에서 내렸다. 이후 렌카와 함께 후문을 열고 들어가 불을 켰다.

“먼저 옷 갈아입어요.”

“아, 그래... 근데...”

“왜요?”

“.... 아냐...”

말을 얼버무리는 렌카의 시선이 내 외투 주머니로 향했다. 아침마다 주던 사탕을 꺼내지 않으니 불안감이 더욱 커진 게 티가 난다. 서운한 기색은 없는 것 같은데 그게 조금 아쉽다.

렌카를 놀려주는 건 여기까지. 아직은 하루 종일 무관심으로 일관할 때가 아니었다. 간단하게 맛만 본 것으로 치자.

“부장.”

무덤덤하게 렌카를 부르자, 탈의실 안으로 들어가려던 그녀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어... 어?”

“뭐 잊어버린 거 없어요?”

“뭘...?”

“이쪽으로 와요.”

약간 인상을 쓴 채로 손짓을 하니, 렌카가 우물쭈물하며 다가왔다. 방금처럼 주머니 쪽을 쳐다보고 있는 그녀에게 가벼운 웃음을 지어보인 나는, 사탕을 꺼내 포장지를 뜯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입술 앞에 내밀었다.

“먹어요.”

“.....”

불만이 있는 눈빛으로 날 쏘아보기는 했지만, 이번엔 아무런 투덜거림 없이 입을 살짝 벌리는 렌카. 그 안으로 딱 사탕만을 집어넣어준 내가 말했다.

“내일은 더 짧은 치마로 입고 오세요.”

그러자 여느 때처럼 입 안에서 사탕을 한 바퀴 굴린 렌카가 내키지 않는다는 기색으로 중얼거렸다.

“.... 내가 왜 그래야...”

“입고 오라면 입고 와요.”

“또 그렇게 강압적으로...!”

욱하려는 렌카를 나무라듯 쓰읍! 하는 소리를 내자, 그녀의 입이 앙다물어졌다. 기세가 밀린 듯한 모습. 그 틈을 탄 나는 서로의 다리가 착 달라붙을 정도로 렌카와 완전히 밀착했다. 이후 렌카의 치맛자락 안으로 손을 들여보냈다.

“히익...!”

자신의 맨다리를 간지럽히듯 쓰다듬는 손길에 기겁을 한 렌카의 눈매가 사나워졌다.

“이, 이상한 짓하면 죽인다고 말했잖아...!”

“이거 이상한 짓 아니잖아요.”

“내 생각엔 충분히...”

“아니잖아요.”

“아닌 게 전혀...”

“아니죠?”

“.....”

반복되는 질문에, 결국 렌카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여기서 맞다고 해버리면 수위가 더욱 높아질 거라고 판단한 듯했다. 잘했다는 뜻으로 그녀의 뒤쪽 허벅지를 토닥인 내가 물었다.

“어제 잠은 잘 잤어요?”

“그, 그건 왜 물어보는데...? 잘 잤어...!”

“그럼 다행이고요.”

“이제... 이제 놔... 나 옷 갈아입어야 돼...”

“뭐가 이렇게 급해요? 오픈시간까지 한참 남았는데.”

“만지지... 흐아...”

렌카의 다리가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허벅지 뒤쪽부터 시작해서 그 안쪽을 쓸듯 지나가 둔부로 올라간 내 손의 감각을 오롯이 느끼고 있는 듯한 모습.

아직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눈이 풀린 렌카를 바라본 내가 능글맞게 말했다.

“우리 부장은 말도 잘 듣고 너무 예쁘네요.”

“무슨... 오, 오지 맛...! 얼굴 치워...!”

“왜? 오늘은 별로 하기 싫어요?”

“규, 귤...! 귤...!!”

다급하게 세이프 워드를 말하는 걸 보니 괜히 알려줬나 싶다.

“뭐만 하려고 하면 이러네. 진짜 그만해요?”

“그만해...! 매일 시도 때도 없이 이러지 말라고...!”

“봐주세요, 주인님이라고 다시 말해보세요. 그럼 여기까지만 할게요.”

“미, 미쳤어...? 절대... 앗!?”

절대 물러서지 않으려던 렌카가 돌연 까무러치는 듯한 비명을 터뜨렸다. 내 손가락이 그녀의 엉덩이를 가리고 있는 팬티라인을 아래에서부터 위로 따라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라인 안쪽으로 침입하는 손. 나는 렌카의 양 엉덩이를 움켜쥐고 바깥쪽으로 아주 약간 벌렸다.

“흐아아아악!!!”

그러자 쑥스러워하고만 있던 렌카가 기함을 했다. 내 귀가 찌르르 울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비명을 터뜨린 그녀는, 자신의 아래쪽을 능욕하고 있는 손을 어떻게든 치워보려 안간힘을 쓰다 안 되자 곧 내 가슴을 마구 때려댔다.

“이... 이 개새끼야...!! 너 지금...”

진심이 담겨있는 주먹이라 꽤나 아프다. 자신의 가장 비밀스런 장소가 넓혀지는 느낌을 받아 제대로 놀란 듯했다.

가슴에서 묵직한 고통이 연속적으로 일고 있음에도, 나는 렌카의 탱글한 감촉이 느껴지는 렌카의 엉덩이를 계속해서 주물럭거렸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렌카의 거친 숨소리가 조금은 잦아들었다. 예민한 장소에 손을 대지 않고 엉덩이만 만지자 나름의 안도감을 느낀 것 같았다.

렌카의 굴욕적이었던 표정이 가라앉아있음을 확인한 나는,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톡 하고 닿는 도톰한 입술. 이에 눈이 풀려버린 그녀의 입이 벌어지면서, 그 안으로 밀고 들어가는 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후읍...”

끝부분이 강풍을 맞은 이파리마냥 파리하게 떨리다가 곧 닫히는 그녀의 눈꺼풀. 이제는 내 막무가내식 스킨십에 적응을 해버리고 즐기려는 게 보이는 듯해서 기쁘다.

**

“부장.”

“.... 뭐. 안녕히 가세요!”

손님이 나가는 모습을 보고는 금세 어조를 바꾸는 렌카. 퉁명스런 투에서 활기차게 바뀌는 걸 보니 어이가 없다. 카페 문이 닫히는 것을 확인한 나는, 시큰둥한 얼굴로 날 쏘아보는 렌카에게로 다가갔다.

“이제 하지 마.”

“뭘요?”

“그거...”

“그거 뭐요. 난 그냥 뭐 좀 물어보려고 온 건데?”

“.... 보나마나 성적인 얘길 하겠지. 그걸 하지 말라는 뜻이었어.”

“부장이 하지 말라는 건 다른 종류의 얘기 같은데.”

“아닌데?”

“맞잖아요.”

“아니라니까?”

불리해지니 시치미를 떼는 게 왜 이리 웃길까. 짧게 코웃음을 터뜨려 가소로운 짓을 하는 렌카를 비웃은 나는, 그녀의 예쁜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려는 타이밍에 맞춰 본론을 꺼냈다.

“부장의 부모님께서는 부장이 외박을 한다고 하면 뭐라고 하시는 편인가요?”

“.... 뭐...? 외, 외박...?”

렌카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외박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머릿속에서 야릇한 그림이 그려진 모양이었다. 하긴, 치나미처럼 순진무구한 사람이 아니라면, 다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렌카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겠지.

“예.”

“그, 그건 왜 물어보는데...?”

“물어보고 싶어서요.”

“너... 설마 거지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지...?”

“무슨 거지같은 생각요?”

“.....”

“혹시 섹...”

“히익...! 다, 닥쳣!”

노골적인 단어가 튀어나오려고 하자 내 입을 막아버리려는 그녀. 빠르게 튀어나오는 그녀의 손을 손쉽게 피한 나는 표정을 싸악 굳혔다.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죠? 주인한테 함부로 손을 대려는 겁니까?”

“네, 네가 뭐라 생각하든 상관은 없는데...! 그딴 얘기는 제발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어떤 거요?”

“방금 네가... 말하려고 했던 단어... 역시 그런 말이 튀어나올 줄 알았어... 변태 같은 새끼...”

“그런 말이 튀어나올 걸 예상했으면 부장도 변태 아닌가?”

“시끄러...! 네가 하도 이런 쪽으로 노래를 부르니까 예상이 갈 수밖에 없는 거야...!”

“그렇다고 치고... 외박한다고 하면 부모님께서 뭐라고 하시냐고요.”

“.... 딱... 아, 엄청 뭐라고 하지...”

딱히 뭐라 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려다 황급히 말을 돌리는 게 티가 난다. 솔직하지 못한 노예에게는 엄벌이 필요해요. 감옥 컨셉의 룸... 예약을 다시 잡아놓을 때가 된 것 같다.

“그래요?”

“어. 그래. 난 살면서 외박이란 걸 해본 적이 없어.”

“저번에 갔던 합숙훈련도 따지고 보면 외박 아닌가?”

“아카데미에서 하는 일정 같은 건 당연히 예외로 쳐야지. 생각이란 걸 좀 하고 살아.”

“스승님 집에서 몇 번 잔 적도 있지 않아요?”

“.... 치나미가 말했어?”

“예.”

“치, 치나미랑 나는 친자매 같은 사이니까... 그것도 예외로 쳐야 돼. 자매 집에서 자는 걸 외박이라고 할 수는 없잖아...? 가족의 집인데...”

“궤변 늘어놓지 마세요. 혼내기 전에.”

자신이 생각해도 말같지 않은 변명이라고 느꼈을까? 찔끔한 렌카가 화제를 돌렸다.

“근데 외박은 왜 물어보는 거야...?”

“그냥요.”

“그럴 리가 없어. 무슨 목적이 있을 게 뻔해.”

“어떤 목적요?”

“그, 그건 네가 더 잘 알겠지...!”

“부장이랑 늦게까지 놀고 싶어서 물어봤어요.”

“.... 뭘 하면서 놀려고...?”

렌카는 알고 있었다. 늦게까지 놀고 싶다는 말이 무척이나 불건전하다는 것을. 그러니 오늘은 마음껏 상상하게 둬야지. 그리 판단한 나는 렌카의 브라끈이 있는 등 부근을 살살 쓰다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고,

“말해...! 뭐하면서 놀 생각인데 외박 얘기까지 꺼내냐고...!”

재촉을 하는 렌카를 무시한 채로 홀로 나가 손님들이 갖다 놓은 트레이를 치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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