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54 - 렌카의 첫 경험
“영화 마저 볼 거지...?”
양치를 하고 나온 날 향한 렌카의 물음. 고개를 끄덕인 나는 말없이 티셔츠를 다시 벗고 침대에 누웠다.
“.....”
렌카는 침대 옆에 서선 애꿎은 팝콘과 과자를 먹지도 않은 채로 정리하고 있었다. 하등 쓸모없는 행동을 하며 어색함을 감춰보려는 그녀에게, 내가 말했다.
“옆으로 오세요.”
그러자 렌카의 눈이 화장실과 침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샤워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뭐해? 오라니까?”
재차 강조를 하자 그제야 머뭇거리며 침대로 오르는 렌카. 나와 조금 떨어져 누워 배 위에 다소곳이 손을 올린 그녀는, 곧 후반부에 접어드는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스토리 같은 건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지. 애초에 집중해서 보지도 못했을 뿐더러, 팝콘을 가지러 갔을 때 일시정지도 해놓지 않았으니까.
렌카는 알고 있을 것이다. 영화는 그저 지금보다 더 진한 스킨십으로 가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을. 나는 TV에 의미 없는 눈길을 보내고 있는 렌카를 돌아보았다.
“부장.”
“뭐...”
“가디건 입고 누우면 불편하지 않아요?”
벗으라는 말을 에둘러 하자, 침을 꼴깍 삼킨 렌카가 부정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 별로.”
“불편할 텐데?”
“딱히 그렇지는 않은데...?”
“그래요?”
“어.”
“이해를 못하는 거예요? 아니면 못하는 척하는 거예요?”
“응...?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국어책 읽기를 하는 목소리로 보아, 내가 했던 말의 속뜻을 제대로 알고 있다. 그래놓고 시치미를 떼다니... 벌을 내려야겠다. 렌카의 같잖은 변명에 콧방귀를 낀 나는, 단숨에 그녀의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바짝 긴장한 렌카의 어깨에 걸쳐진 가디건 앞섶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자, 잠깐만...! 내가... 내가 할게...!”
“그냥 가만히 있어도 돼요.”
“내가 한다니까...!”
“뭘 하는데.”
“벗을게...! 직접...!”
왜 자꾸 꼴리는 말을 하니. 이러면 내가 참을 수 있겠냐고.
“어디까지?”
“뭐가 어디까지야...! 변태 같은 생각하지 마...! 내가 왜 이런 미친놈이랑...”
투덜거리며 자신의 가디건을 벗은 렌카는, 내가 보는 앞에서 그것을 고이 접어 침대 밑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내 양쪽 다리로 감싸져있는 자신의 골반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이, 이제 비켜... 영화 봐야 돼...”
“내용은 기억나고요?”
“당연하지...! 한참 잘 보고 있었는데 네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스토리가 어떤 방식으로 흘러갔는지 물어보면 말문이 턱 막힐 거면서. 웃기지도 않는 렌카의 핑계에 피식한 나는, 그녀에게 얼굴을 확 들이밀었다. 이후 흠칫하며 놀라는 그녀에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제는 괜찮죠?”
“무, 뭐가...?”
“둘 다 양치했잖아요.”
“.....”
꿀 먹은 벙어리라도 된 듯 입을 꾸욱 다무는 렌카. 그 행동을 승낙이라고 받아들인 내가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아까처럼 뒤집어보지 왜.”
“.... 닥쳐... 비아냥거리지 마... 진짜 싫어...”
“저 싫어요?”
“어. 너무 싫어...”
나는 뾰로통해진 얼굴로 불만을 내뱉는 렌카의 한쪽 팔다리를 내 것으로 걸쳤다. 그리고는 아까 그녀가 했던 것처럼 그대로 몸을 기울였다.
“흐앗...!?”
순식간에 위치가 반대가 되어버린 렌카의 손이 내 가슴팍과 어깨를 꽈아악 잡는다. 내 위에 올라타게 되어 몸이 휘청거리니 균형을 잡으려는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렌카가 몸을 가누는 사이, 나는 그녀의 둔부에 손을 대어 위로 살짝 끌어올렸다.
스윽.
바지를 스쳐지나가면서, 내 허리 양옆으로 그녀의 다리가 쏘옥 내려온다. 마치 엎드려서 스마타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자세. 이건 나중에 렌카에게 스타킹을 신기고 해봐야겠다.
“잠깐...! 난 아직...”
내 몸에서 내려오려는 그녀에게 엄한 눈길을 준 내가 말했다.
“아까도 똑같은 말했어요.”
“그때도 난...”
핑계거리를 늘어놓으려던 렌카의 입이 다물어졌다. 서로의 얼굴이 무척 가까웠기 때문.
누군가가 조금만 고개를 올리거나 내려도 그대로 입술이 부딪칠 것 같은 거리. 이를 알아차린 렌카가 자신의 아랫입술을 안쪽으로 오므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나와 이런저런 스킨십을 하고는 싶은데 자신이 먼저 들이대기는 싫은 것 같다. 마치 기싸움을 하는 것 같은 모습.
나는 렌카의 등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쓸어내리며, 그녀가 입고 있는 상의의 보슬보슬한 감촉을 느끼면서 비소를 터뜨렸다.
“우, 웃지 마... 개자식아...”
어디 한 번 해보라는 듯한 여유로운 표정과 행동이 얄미웠는지 욕을 하는 그녀. 태연스레 어깨를 으쓱인 나는, 손을 더욱 내려 렌카의 엉덩이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읏...! 거기 만지지 마...!”
뺨에 빨간 홍조를 띄워놓고 저런 말을 하니 더욱 만져달라는 것처럼 들린다. 그녀의 둔부를 토닥이거나 쓰다듬거나 하며 시간을 보내던 나는, 이어서 렌카의 치마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어 허벅지를 만졌다.
평소엔 여리여리하고 말랑한데, 지금처럼 힘을 준 상태에서는 옆부분의 갈라진 틈이 만져진다. 만질 맛이 난다고 해야 할까? 그만큼 렌카의 허벅지엔 건강미가 넘쳤다.
이렇게까지 하고 있음에도, 렌카는 한 뼘도 채 안 되는 거리에서 날 바라보며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 트리거만 살짝 당겨주면 냅다 달려들 것 같긴 한데... 카페에서처럼 먼저 다가오게 하고 싶은 마음이 인다.
허벅지를 넘어 팬티 한 장으로만 가려진 엉덩이까지 손을 대니, 저번에 만졌을 때와 똑같은 밋밋한 감촉이 느껴졌다. 미유키처럼 속옷을 갈아입지는 않았구나. 밤시중을 드는 노예라면 속옷도 신경을 써야 맞는데... 아쉽다.
그래도 렌카는 다른 쪽의 변태력이 충만하니까 넘어가주자.
“후으...”
벌써부터 후끈한 숨결을 내쉬는 그녀에게, 내가 말했다.
“부장.”
“뭐...!”
“왜 화를 내요.”
“안 냈어...! 이건...”
“이건 뭐.”
“.....”
“흥분해서 그러는 거예요?”
“누, 누가 흥분했다고...! 제발 착각 좀 그만해...”
“이렇게 만지는 거 좋아하죠?”
“아냐...! 착각하지 마...!”
바락바락 기어오르는 렌카의 얼굴이 명백하게 가까워져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의식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저 자신의 피부를 스치듯 어루만지고 있는 손길을 느끼며 몸을 떨고, 내 맨몸 이곳저곳을 감상하고 있을 뿐이었다.
“부장.”
“왜...!”
“나 봐봐요.”
“싫어...”
“얼른.”
톡, 톡. 말을 듣지 않는 아이를 달래듯 엉덩이를 토닥이자,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던 렌카의 눈동자가 고정되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입술이 파리하게 떨렸다. 자신과 내 입술이 조금만 가까워져도 맞부딪치리라는 걸 눈치챘고,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상한 것이다.
“.....”
“.....”
침묵이 이어진다. 나로서는 렌카가 먼저 다가오길 기다리느라, 그리고 렌카로서는 여기서 어찌해야할지를 모르는 상태라 그렇다.
“그...”
점점 어색해지려는 분위기를 탈피해보려는 렌카가 운을 떼었을 때, 나는 방금처럼 그녀의 엉덩이를 두 번 토닥였다. 그러자 햣! 하는 꽤나 높은 신음을 터뜨린 렌카의 입술이, 내 입술에 토옥 하고 닿았다.
“흡...!”
렌카의 잘 익은 블루베리 같은 동공이 크게 확장되었다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게 보인다. 그녀의 기다란 속눈썹이 닫히면서, 내 입술을 누르는 무게감이 커진다.
뒤이어 굳게 닫힌 입술 안쪽으로 들어오는 촉촉하고 말랑한 혀끝. 그것이 이빨 사이를 파고들어오는 감각을 느낀 나는, 렌카의 치마에서 손을 빼내고 그녀의 상의를 살짝 들추었다.
“후읍...!”
자신의 부드럽고 잘록한 허리에 내 손길을 허용했음에도, 렌카는 기다란 콧바람만 내쉴 뿐 딱히 빼려는 기색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불을 붙이자마자 심지가 무척 빠르게 타들어가는 도화선처럼, 그녀는 그렇게 제 스스로 내 입술을 덮치며 전희에 빠져 들어갔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TV에서 나오고 있는 크나큰 OST 소리를 뚫고, 츠르릅 하는... 무언가를 빨아들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격렬한 키스 중간에 모인 서로의 타액을, 렌카가 일부 빨아들이면서 새어나온 야릇한 사운드였다.
내 얼굴 이곳저곳에는 따스한 바람이 일었다. 렌카가 코로 뿜어내고 있는, 흥분감이 가득 담겨있는 숨결이었다.
격렬한 키스를 하고 있는 렌카는 자신의 상의가 반쯤 올라가있고, 상체가 식은땀으로 젖어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몸을 만져도 개의치 않고, 서툰 혀놀림을 계속하며 나와의 진한 스킨십에 집중하고 있었다.
렌카의 미끄러워진 피부를 만지작거리며 키스를 하고 있던 나는,
“후아...”
잠시 숨을 돌리려는 듯한 렌카가 얼굴을 떼어내고 후끈한 열기가 담긴 바람을 내뱉자마자, 그녀의 몸을 그대로 뒤집어 올라탔다. 그리고는 그녀의 밑가슴에 이르기까지 들추어져있는 상의 밑으로 얼굴을 들이밀어, 부드럽기 그지없는 피부에 입술을 가져다대고, 결을 따라 쓸어내렸다.
“마츠... 우읏...!”
그와 동시에 날 부르려고 하던 렌카의 온몸이 움츠러들면서, 그녀의 손이 내 뒤통수와 정수리의 머리카락을 잡았다. 애무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오롯이, 아주 제대로.
렌카의 손 때문에 잘 움직여지지 않는 머리를 억지로 옮긴 나는, 그녀의 복부에서부터 갈비뼈, 그리고 명치에 이르기까지 쪼오옵 거리는 흡착음을 내며 흔적을 남겼다.
“아앗...! 앗...!”
키스마크를 남기는 타이밍에 맞춰 크게 들썩이는 렌카의 몸. 그 반응이 꽤나 재미있고 외설적이라고 생각한 나는, 그녀의 몸을 단단히 고정한 팔을 위로 옮겼다.
스으윽.
밑가슴에 걸쳐있는 상의 안으로 파고드는 손. 그 손이 렌카의 가슴을 보호하고 있는 브라의 밑으로 파고들어, 완만하게 둔덕이 진 말랑한 살결에 닿는다.
“핫...!?”
이어지는 렌카의 놀란 탄성. 나는 조금 더 과감하게 손을 집어넣어, 그녀의 가슴 옆면을 손바닥으로 살며시 감싸며 검지를 세워 살살 긁어댔다.
“하악...!”
그러자 렌카의 입에서부터 쾌락에 절어있는 신음이 토해졌다. 더욱이 내 복부에 깔려있는 하체가 일순 팍! 하고 튕기는 격한 반응까지 튀어나왔다.
렌카가 완전한 흥분상태에 접어들었음을 확신한 나는, 그녀의 복부에 입을 대고 아주 진한 바람을 불어넣는 것을 마지막으로 상체를 일으켜세웠고,
“....?”
이후 잔뜩 풀린 눈으로 날 응시하며 의아해하는 렌카에게 방긋 웃어보이고는, 그녀의 치마 옆면에 있는 지퍼를 아래로 잡아당겼다.
“아...”
렌카의 눈빛에 일말의 망설임이 새겨지는 게 보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저도 모르게 서로의 타액이 발라져있는 자신의 입술을 핥은 그녀의 표정이, 무언가를 결심한 사람의 그것처럼 진중하게 바뀐다.
“.... 너... 죽일 거야...”
곧 정조를 잃으리라는 것을 직감하고, 그에 따른 각오마저도 한 주제에 말은 여전히 사납게 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도 저럴 수 있을까?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봐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