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61 - 돌아온 복타쿠
“이, 이걸 내가 왜 차고 다녀야하는 건데...!”
“싫어요?”
“당연히 싫지...! 디자인부터가 개 목줄인데 대체 무슨... 넌 날 사람으로 보고는 있는 거야!?”
큰 반발이 튀어나오리라는 건 예상했다. 애초에 바로 목에 채울 생각도 없었다. 여기서 선심을 쓰듯 수위를 낮출 생각이었다.
“흠.”
언짢은 감탄사를 터뜨리자, 렌카가 움찔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며 결의를 다진 그녀의 얼굴이 재차 매섭게 돌아왔다.
“이, 이건 죽어도 안 돼...! 인간적으로...”
“정말 안 되겠어요?”
“당연하지...!”
“그럼 손목에 차는 걸로 할까요?”
“손목...?”
“예. 손목은 괜찮잖아요. 패션 아이템 같고.”
“.... 거기도 별론데... 애초에 디자인이 너무 심심해서...”
개 목줄이 심심한가? 그렇다면 다음번엔 방울이 달린 초커로 준비해야겠다. 그나저나 결사항전이라도 할 것처럼 굴다가 손목으로 부위를 바꾸니 사납던 기세가 죽는 모습에서 실소가 터져 나오려고 한다.
“그래도 해요. 이건 벌이고, 손목도 많이 봐드린 겁니다.”
“애, 애초에 벌을 받을 것까진 없다고 보는데...”
“자신한테 대든 노예를 말로만 훈계하고 넘어가는 주인이 어디 있을까요?”
“만화책 같은 데에서 보면 그런 주인도 많은데... 아, 이건 내가 노예라고 인정한 게 아니라... 그냥 그렇다고...”
“그래서, 거절하겠다?”
“그래, 거절이야. 난 그걸 착용할 의무가 없... 흣!?”
속사포처럼 입을 놀리던 렌카가 숨을 훅 들이켜며 한쪽 발을 뒤로 뺐다. 내가 그녀의 코앞까지 성큼 다가갔기 때문. 아직도 이렇게 급진적으로 들이대는 데에 적응을 못하고 있구나. 겉은 까칠하지만 속은 부드럽기 짝이 없는 렌카답다.
눈을 부릅뜨고 있는 렌카에게 히죽거린 나는, 그녀의 허리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는 화들짝 놀라는 그녀의 골반을 사근사근 쓰다듬기 시작했다.
“소, 손 치워...!”
“부장이 저한테 명령을 내릴 위치는 아니잖아요?”
“뭐라는 거야...! 난 네 선배고, 검도부의 부장이야...!”
“전 부장의 주인입니다.”
“아니야...!”
“맞아요.”
“아니라니까...! 그리고 한 번만 더 주인 운운하면... 앗...!”
어느새 자신의 둔부를 만지작거리는 손에, 렌카가 몸을 달싹였다. 렌카의 말이 끊긴 틈을 탄 나는, 그녀의 손목에 초커를 채웠다.
“야...! 야...!!”
버럭 성은 내면서도, 내가 초커의 길이를 조절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는 그녀. 실제로 차보니 상상했던 것보다 거부감이 덜한 모양이었다. 표정을 보니 야릇한 감정도 피어난 것 같다. 역시 우리 렌카는 천성이 노예에요.
“이렇게 차고 있어요. 그냥 일반 팔찌 같죠?”
“.... 저,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패션 아이템 같긴 하잖아.”
“너무 수수해서...”
“다음번엔 화려한 걸로 갖고 올게요.”
“그, 그런 말이 아니라...”
“오늘은 이 정도로 만족하겠습니다. 자, 오늘 치 사탕.”
준비해두었던 사탕의 포장지를 뜯고 내밀자, 뺨에 홍조를 띄운 렌카가 날 한 차례 곁눈질하더니 입을 벌렸다. 처음 줄 때에 비하면 순한 양이 되어버린 것 같은 반응. 만족스런 미소를 흘린 나는 렌카의 입 안에 사탕을 넣고, 더불어 손가락까지 쏘옥 들여보냈다.
“웁...!”
오랜만에 굵은 엄지를 받아들인 렌카의 눈매가 무척이나 흉흉해졌다. 당장에라도 이빨을 세워 손가락을 잘라버릴 듯한 얼굴. 한쪽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싼 내가 나긋하게 말했다.
“착하네요. 잘했어요.”
그러자 렌카의 눈썹이 팔자로 휘었다.
“머가...!”
손가락을 문 상태 그대로 따져오는 모습이 예쁘다. 오늘의 조교상태는 훌륭하다.
그리 생각한 나는 렌카의 입 안에 들어간 엄지를 움직여, 그녀의 아래쪽 이빨을 두세 번 훑고는 빼냈다. 이후 저번에 보여주었던 것처럼, 렌카의 입 안에 들어갔던 손가락을 내 입에 넣고 쪽 빨아들였다.
“.... 읏...!”
그 자극적이기 짝이 없는 장면을 본 렌카의 목젖이 크게 꿀렁거렸다. 다리가 파르르 떨리는 모습을 보아하니 살짝 흥분도 한 것 같다. 렌카의 살짝 벌어진 입에서 길고 후끈한 바람이 새어나오는 것을 느낀 나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의 삐죽삐죽 튀어나온 잔머리를 정리해주었다.
“점심에 하나 더 줄게요. 저녁 먹고도 줄 거고요.”
“저, 저녁은... 나랑 치나미만 먹을 예정인데...”
“또 이러네. 서운하게 할 거예요?”
“.....”
“그럼 이렇게 하죠. 오늘 퇴근할 때까지 제 호칭을 주인님이라고 하면 넘어가줄게요.”
“뭐...!? 무슨 그딴 미친...”
“손님이 근처에 있을 땐 예외로 해줄게요. 나도 많이 양보한 거예요.”
“이게 무슨 양보야...! 그냥 강요지...!”
“나도 나나세 선배랑 같이 밥 먹고 싶었는데? 설득해서 자리에 낄 수도 있는 걸 넘어가주겠다는 게 양보가 아니면 뭐죠?”
“궤, 궤변이야... 난 못해...”
“그럼 세 명이서 같이 먹든가.”
천연덕스럽게 저녁 자리에 낄 기색을 보이자, 렌카에게서 곧바로 욕이 터져 나왔다.
“이... 이 개새끼...”
“승낙이라고 받아들여도 되죠?”
“닥쳐...!”
“알겠어요.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고... 존대는 안 해도 됩니다. 호칭만 잘 해요.”
“.....”
굴욕적인 듯 주먹을 꽈아악 쥐며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 렌카. 그런 렌카의 이마에 기습적인 키스를 해준 나는, 순식간에 멍해진 그녀를 놔두고 탈의실을 나왔다.
**
톡, 톡.
내 어깨에서 느껴지는 약한 감촉. 그것이 렌카의 손가락임을 알아차린 나는 속으로 대소를 터뜨렸다. 주인님이라고는 부르기 싫으니까 일부러 건드리는 거구나. 알만하다.
“흐흠...”
반응을 해주지 않으니 이젠 헛기침까지 하며 인기척을 내고 있다. 자꾸 깜찍한 짓을 해대니 당장 하자고 달려들고 싶은 기분이다.
처음 렌카의 인상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큰 변화. 절로 씰룩거려지는 입꼬리를 억지로 내리누른 나는, 카운터에 컵 홀더와 플라스틱 뚜껑을 채워넣다 말고 몸을 돌렸다.
“왜요.”
“그... 컵 새로 주문할 거 오늘 사장님한테 말씀드려야 되는데, 확인해보게 비키라고...”
“내가 확인할게.”
“.... 그래 그럼... 아, 그리고... 빨대는 몇 개 있어?”
“물어보기 전에 먼저 해야 할 말이 있지 않나요?”
“무슨 말...?”
“주인님이라는 호칭요.”
“구, 굳이 해야 할 필요는...”
“해요.”
“.....”
렌카의 태도에 망설임이 가득하다.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니면서 발을 몹시도 빼고 있다.
나와 관계를 가진 상태에서 그런 말을 해버리면 받아들이는 감정 자체가 다를 거라고 판단한 듯했다. 가령 진짜 종속되는 느낌을 받는다거나, 아니면 스스로 노예라고 인정해버린다거나... 망상을 많이 하는 렌카가 충분히 할 법한 생각이었다.
“얼른.”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재촉을 하자, 자신의 기다란 속눈썹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내 눈치를 보던 렌카가 결국 자포자기한 낯으로 입을 열려고 했다.
“.... 주...”
그때, 카페 자동문이 스르륵 열리더니, 귀여움이 잔뜩 묻어나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흠흠. 계신가요?”
그에 나와 렌카의 고개가,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동시에 문 쪽으로 돌아갔다. 거기엔 치나미가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카페를 둘러보고 있었다.
분홍색으로 반짝이는 큼지막한 눈동자가 천천히 굴러가면서, 카운터로 향한다. 이윽고 우릴 발견한 그녀가 특유의 생글생글한 미소를 지으려고 하는 찰나,
“치나미!!”
렌카가 냅다 치나미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가더니,
“앗! 친우님! 안녕하셨...”
인사를 건네려는 치나미를 그대로 끌어안았다.
“므믑!?”
순식간에 렌카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게 된 치나미의 당혹스런 탄성. 치나미의 놀란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를 있는 힘껏 끌어안은 렌카가 그리움이 가득 묻어나오는 투로 말했다.
“보고 싶었어...!”
이산가족을 상봉하는 것 같은 반응이다. 손님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있었다면 클레임이 걸려왔을지도 모르겠다.
머리가 품에 완전히 묻혀버린 치나미가 양팔을 움직이더니 렌카의 등을 토닥였다. 깜찍하고 훈훈한 모습. 절로 아빠미소가 지어지려고 한다.
한동안 그러고 있던 렌카는, 치나미가 숨이 막힌다며 놓아달라는 말을 하자 그제야 그녀를 풀어주었다. 자신의 얼굴에 손부채질을 한 치나미가 애늙은이 같은 투로 말했다.
“후아...! 격렬한 환영인사로군요. 한겨울인데 더워져버렸어요.”
그에 무안한 미소를 지은 렌카가 사과했다.
“미안... 잘 지냈지?”
“그럼요. 할머님께서 음식을 너무 많이 주셔서 살이 조금 쪄버렸지 뭐에요.”
“전혀 안 쪄 보이니까 걱정하지 마.”
“그렇다면 다행이구요. 그런데 이곳이 친우님과 후배님께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계시는 카페로군요. 인테리어가 마음에 드네요.”
“그래? 근데 복숭아와 관련된 음식이 아이스 티 하나뿐이라서...”
“그것이 조금 아쉽네요. 그나저나 후배님은 어디 계실까요?”
치나미의 머리가 렌카의 몸 옆으로 움직이는 게 보인다. 동시에 카운터에 서있는 나와 눈을 마주치게 된 치나미.
주변이 밝아지는 것 같은 환한 미소를 지은 치나미가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을 본 나는, 카운터에서 나와 뒷문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에게 이리 오라며 손짓했다.
“으응? 무슨 속셈이실까요?”
고개를 갸웃한 치나미가 아무런 의심 없이, 총총걸음으로 다가와 내 앞에 선다. 무릎을 굽혀 그녀와 눈을 맞춘 내가 가장 먼저 한 것은,
“므믑!?”
치나미의 뺨을 양손으로 누르는 일이었다.
“머하히은 헌아요...!”
아아... 이 모찌 같은 볼살을 얼마나 만지고 싶었던가. 벌써부터 마음이 포근해지는 기분이다.
추위로 인해 달아올라 선홍색으로 변한 치나미의 뺨을 꾸욱 꾹 누르며, 나는 그녀에게 안부를 물었다.
“잘 지냈어요? 오는데 문제는 없었고요?”
“녜헤...”
인사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빨리 나가서 치나미의 입술과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마구 능욕해야지. 그러한 의욕을 불태우면서 굽혔던 무릎을 편 나는, 치나미의 손을 잡아끌고 뒷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