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러브 코미디를 망가뜨리는 법-265화 (264/313)

Chapter 265 - 스마타

“믕앗...”

특유의 깜찍한 탄성을 토해낸 치나미의 몸이 내 안으로 더욱 깊숙이 파고들어왔다. 콧속으로 은은하게 스며드는 복숭아 향이 오늘따라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마치 과실이 잘 익은 것처럼 말이다.

치나미의 말랑말랑한 허릿살을 만지작거리던 나는, 그녀의 코에서 후욱 하는 콧바람이 길게 새어나오자 아주 조용히 입을 열었다.

“좋아요?”

“믓...!”

그에 치나미가 자신의 안쪽 어깨를 쭈욱 올렸다. 귓가에 들어온 따스한 바람에 간질간질한 감각을 느낀 모양이었다. 살짝 흥분도 한 듯 몸까지 뒤척인 그녀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조, 좋긴 하지만 자세가 조금 불편하네요...”

“그러면 편하게 무릎 위로 올라올래요?”

“네엥...”

끙끙거리며 내 무릎 위로 올라탄 치나미가 온몸에 힘을 풀었다. 날 완전히 믿고 있다는 증거. 뒷좌석 시트를 조금 뒤로 넘긴 나는, 치나미의 가슴이 내 가슴팍에 꾸우욱 눌리는 느낌을 받으며 그녀의 맨살을 계속해서 만져댔다.

허리, 골반에 이어 엉덩이까지. 마사지를 하듯 그 부위를 누를 때마다, 치나미의 허리가 쫙 펴졌다. 손길을 제대로 느끼는 것 같은 모습. 역시 미유키와 렌카를 능가하는 민감도를 가진 치나미다웠다.

“후, 후배니임... 못 다한 일이라는 말씀이 이것이었나요...?”

“그렇죠.”

“아주 파렴치하기가 이를 데 없으신 분이로군요... 제자가 스승에게 이런...”

방금 무릎으로 올라오라고 했을 때 냅다 와놓고선 저런 말이라니. 근데 지금 치나미의 상황이 제자에게 잡아먹히는 스승이라고 생각하니 욕구가 마구 샘솟는다.

“스승님이 시골에 내려갔을 때 복숭아 향초를 하나 사놨었는데, 나중에 마사지 해드릴 때 가져올게요.”

“앗... 좋아요...”

“부장이랑 같이 마사지를 받아도 괜찮을 것 같지 않아요?”

“넷...? 친우님과 함께요...?”

“예. 어때요?”

안 그래도 빨개져있던 치나미의 얼굴이 더욱 후끈해졌다. 자신과 렌카가 일회용 속옷을 입고 나란히 누워있는 장면을 상상하기라도 한 듯한 모습이었다.

몸을 꿈틀거리기만 한 채로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녀는, 내 어깨에 얼굴을 포옥 묻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긍정적인 몸짓인지, 아니면 부정적인 몸짓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렌카, 치나미와의 쓰리섬은 미유키보다 훨씬 순조로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 글쎄요... 렌카가 거부할 것 같은데요... 마구 화를 낼지도 몰라요...”

“부장만 허락하면 괜찮다는 뜻인가요?”

“저도 창피한데요...”

“부장 옆에서 알몸으로 있는 게?”

“어, 엄연히 마사지용 속옷이 있는데 알몸이라니요...! 앗...!”

앙증맞게 화를 내던 치나미의 하체가 살짝 들렸다 내려왔다. 내 사타구니에서 단단한 감촉을 느끼기라도 한 사람처럼, 그녀는 거친 콧바람을 내뱉으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저어... 후배님...”

“예.”

“제가 오늘은 여벌의 옷을 가지고 오지 않아서요...”

“그래서요?”

“지, 지금 기분이 이상해서...”

대놓고 흥분할 것 같다고 말을 하는 것보단, 저렇게 에둘러 말하는 게 더 꼴린다.

“그랬어요?”

“네엥... 배도 고파요...”

“알았어요.”

치나미의 둔부를 두어 차례 토닥이는 것으로 스킨십을 마무리한 나는, 진이 죄다 빠져버린 그녀의 머리를 내 무릎에 대어놓고 시간을 보냈다. 이후 치나미의 상태가 조금 진정되자 나란히 앞좌석으로 가 차를 몰았다. 오랜만의 데이트인데, 성욕에 잠식되지 말고 풋풋하게 보내야지.

**

“어제 치나미랑 뭐했어?”

다음날, 렌카가 차에 타자마자 어제의 일을 물어왔다. 룸미러를 제대로 조정한 내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밥 먹고 영화 봤어요.”

“그래...? 그게 끝이야?”

“예.”

“.... 진짜?”

“정 못 믿겠으면 직접 전화해서 물어보면 되잖아요.”

“아니 뭐... 못 믿는 건 아니고, 그냥... 궁금하니까...”

“뭐가 궁금한데요? 저랑 나나세 선배의 성생활이?”

“얘, 얘기가 왜 그런 쪽으로 가...! 또라이 아니야 이거...!”

“그쪽이 궁금한 거 아니었어요?”

“아니야...!”

아니긴 무슨. 표정에 다 드러나고 있는데. 가벼운 코웃음을 친 나는 렌카의 손목을 슬쩍 살펴보았다.

어제와는 다르게, 내가 준 초커를 착용하고 있다. 심지어는 치마와 스타킹도 입은 상태다. 어제 렌카가 하기 나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거라고 말했었던 걸 기억하고, 최대한 내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건가보다.

그래봐야 호텔에 가게 되는 건 변함없는데, 쓸데없는 발악을 하고 있다. 그래도 기특하긴 하니까 목줄은 채우지 말아야지.

“오늘은 자발적으로 예쁘게 입고 왔네요?”

“아니 뭐... 기분전환도 할 겸...”

평소였으면 너 좋으라고 입은 건 아니라며 툴툴거렸을 텐데... 호텔에 가기가 그리도 싫은 건가? 아니, 싫다기보다는 창피함, 그리고 준비가 덜 됐다고 해야 맞겠지. MK와 나눈 쪽지를 통해, 호텔에 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렴풋이 알고 있을 테니까.

“잘했어요. 오늘 시간 비워놨죠?”

“.... 어.”

“뭐 하고 싶은 거라도 있어요?”

“딱히 없는데... 그냥 너 따라다닐게...”

“그래요 그럼.”

렌카와 함께 카페로 간 나는, 그녀에게 사탕을 주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히요리가 올 거라고 기대해보았으나, 그녀는 나와 렌카가 점심을 먹고 나서 퇴근시간이 될 때까지 코빼기도 비추질 않았다.

보고 싶은데 오늘은 정말 안 오나? 고작 하루가 지났는데 눈앞에 얼굴이 아른거릴 정도라니... 빠른 만남이 오히려 독이 되어버린 건가 싶다.

“나 샤워만 금방 할게.”

오후 근무자에게 인수인계를 끝낸 렌카의 말.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은 나는 후문 밖에 주차되어있는 차를 가리켰다.

“하지 말고 빨리 가죠.”

“오늘 손님 많아서 땀 흘렸는데...?”

“어차피 바로 호텔 갈 건데, 거기서 씻으면 되잖아요.”

그 말에 렌카의 눈이 두 배는 더 크게 뜨였다. 황급히 교대근무자가 뭘 하는지 눈치를 본 그녀는, 내 손목을 잡아끌다시피 하며 카페에서 나왔다.

“뭔 개소리야...! 왜 호텔을 가...!”

“나 따라다닌다며?”

“그, 그렇다고 곧장 가냐...? 그리고 내가 하기 나름에 따라 어딜 갈지 정한다면서...! 나 오늘 말 잘 들었잖아...!”

“그래서 데려가는 건데?”

“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부장은 호텔에 가고 싶은 거 아니었어요? 그래서 데려가려고 한 거예요. 말 잘 들어서 상 주려고. 그렇게 결정됐으니까 빨리 가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우기는 내게 어이가 없어졌을까? 입을 살짝 벌린 렌카의 미간이 마구 찌푸려졌다.

“야 이 미친 새끼야...! 제발 억지 좀 그만 부리면 안 되냐...!?”

“불만 있으면 어제 확실하게 얘기했었어야죠.”

“말장난 하는 꼬라지가... 하... 너 죽을래 진짜?”

“농담이고, 그냥 부장이랑 같이 있고 싶어서 우겨본 거예요.”

표정을 굳히고 목소리를 쫙 깔자, 그녀의 입이 다물어졌다.

“.....”

갑작스레 분위기가 바뀌자 당황한 것만 같은 모습. 그런 그녀에게 방긋 웃어보인 내가 말을 이었다.

“진짜 가기 싫은 거면 다른 데로 가요. 포켓볼이라도 칠래요? 칠 줄 알아?”

“그... 아, 알긴 아는데...”

“아는데?”

“나 치마... 다른 사람들이 보면...”

“내가 가려주면 되지.”

“그래도... 이게 좀 짧아서...”

순식간에 수줍게 변한 렌카의 태도. 자신의 치맛자락을 잡고 아래로 내리는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던 내가 말했다.

“그러면 정적인 곳으로 갈까요?”

“정적인 곳...? 호텔 말고...?”

“예. 그래도 데이트 끝나면 가고 싶긴 해요. 어제도 말했었잖아.”

“데, 데이트라니... 이건 그냥... 심심하니까 노는 건데...”

“그렇다고 치고요.”

“.... 난... 잘 모르겠는데... 지금은 걸어다니기가 조금...”

“그럼 호텔밖에는 놀만한 데가 없네?”

“아 무슨 기승전 호텔이야...!”

“거기서 영화나 애니 봐요.”

“그것만 볼 목적이 아니잖아... 저번에도 영화 틀어놓고 이상한 짓 해놓고...”

아까처럼 막무가내로 호텔에 가자고 할 땐 반발심이 무척 컸는데, 상냥한 투로 말하니 기세가 상당히 누그러졌다.

지금의 렌카는 나긋나긋하게 대해주는 걸 좋아하는구나. 첫 경험 이후 두 번째 관계를 가지게 될 것 같아서, 혹은 기이한 플레이를 할까봐 우려스러운 거겠지?

“일단 차에 타죠. 춥다.”

“.....”

말이 없는 렌카를 이끌고 차로 간 나는, 그녀가 내키지 않는 듯 머뭇머뭇 안전벨트를 매자 차를 출발시켰다.

“어디 가는 건데...”

“뭐라도 좀 먹으려고요. 근데 그땐 어땠어요?”

“그, 그때...?”

“같이 잔 날.”

“미, 미친놈...! 그걸 왜 언급하고 난리야...!”

그날 일이 생생하게 생각난 듯 눈을 질끈 감으며 차창으로 고개를 홱 돌리는 렌카. 피식한 나는 한손을 뻗어 그녀의 허벅지 위에 살포시 얹어놓았다.

“이런 걸 알아야 다음에는 어떤 식으로 할지 정하죠.”

“다음은 무슨 다음이야...!”

“그래서, 괜찮았어요?”

“.....”

렌카는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룸미러를 살짝 돌려 밖을 쳐다보고 있는 그녀를 살펴보니, 얼굴색이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다.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는 손을 치울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그것으로 대답은 나온 것과도 같았다.

그날 좋은 기억을 가지고 간 것 같아서 다행이다. 그리 생각한 나는, 금방 도착한 공용주차장에 차를 대어놓았다.

“내려요.”

“알아서 내릴 거야... 재촉하지 마...”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