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러브 코미디를 망가뜨리는 법-266화 (265/313)

Chapter 266 - 스마타 #2

“파스타 맛있던데, 부장은 어땠어요?”

“그냥저냥.”

“왜 이렇게 심드렁해요? 아까는 말 잘 들었잖아요.”

“그래봐야 소용없다는 걸 깨달았을 뿐이야. 어차피 넌 호텔에 갈 생각이잖아.”

“그렇긴 하죠.”

“왜 치나미가 너 같은 놈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앙칼지게 구는 모습을 보아하니 마음의 준비가 어느 정도 된 것 같다. 나는 호텔로 차를 몰며 능청스레 어깨를 으쓱였다.

“부장도 절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요?”

“아니야.”

“단호하네요. 왜지?”

“아니니까.”

“좋아하지도 않는데 같이 잤어요?”

“.....”

“응?”

“그, 그땐 홧김에... 이 얘기는 됐고...! 이기적인 태도 좀 고치는 게 어때...?”

“어떤 이기적인 태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 지금도 내 의중은 물어보지도 않고 호텔로 가고 있잖아...!”

의중을 물어보지도 않았다니...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온다. 아까 잘해줬던 건 까맣게 잊어버렸나보지? 원래라면 따끔하게 훈계를 해주어야 마땅하겠으나, 마음이 심란할 테니 봐준다.

“부장이 싫으면 안 가겠다고 했잖아요.”

“그럼 안 갈래.”

“늦었어요. 이미 다 왔어.”

천연덕스럽기 짝이 없는 내 말에, 렌카의 쌍꺼풀이 확 짙어졌다. 그대로 욕을 쏟아낼 것 같은 표정. 킥킥거린 나는 렌카에게 미안하다는 듯 한손을 들어올리고는, 호텔 주차장으로 진입했다.

“어차피 갈 거면서 선심 쓰듯 지껄이는 건 대체 뭔데...? 너 진심으로 밉상인 거 알아?”

“미안해.”

“그리고 요새 자꾸 반말하는데... 그냥 넘어가주니까 내가 호구로 보여?”

“미안하다니까.”

“또 반말하네? 맞을래?”

아까 수줍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진 채로 바락바락 대드는 렌카가 보기 좋다. 이제야 좀 렌카답네. 우리 노예는 이러는 게 맞다.

“미안.”

“하... 쓰레기 새끼.”

“욕하지 마라. 혼난다.”

“.....”

계속해서 반말로 일관하는 날 보며, 렌카가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젓더니 기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애꿎은 옷매무새를 만지작거리는데, 벌써부터 긴장이 찾아온 듯했다. 주차를 마친 나는 그런 그녀가 맨 안전벨트 클립의 버튼을 눌렀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버클이 빠짐과 동시에, 렌카가 짧은 경기를 일으켰다. 소리에 놀란 것이다. 미안하다는 뜻으로 그녀의 위쪽 허벅지를 토닥인 내가 말했다.

“내릴까요?”

“.... 야.”

“왜요?”

“예, 예약했냐...?”

“했죠.”

“저번처럼... 그 감옥 같은 방이야...?”

“아뇨. 무난한 객실로 했습니다. 일반적인 모텔이랑 같아요.”

“.... 진짜야?”

“못 믿겠어요?”

“당연하지... 믿음 자체가 없으니까...”

“그건 좀 서운하네. 어쨌든 보면 알게 될 겁니다. TV도 커요.”

“TV는 무슨 상관이야...”

렌카의 주먹은 어느 순간부터 꽉 쥐어져있었다. 떨리나보다. 나와 두 번째로 본격적인 야릇한 일을 하게 되는 것이.

그녀의 얇은 손목을 톡톡 건드린 내가 말했다.

“상관이 있지 왜 없어요. 영화든 애니메이션이든 볼 건데 크면 좋잖아. 그렇죠?”

“.....”

“이제 내릴까요?”

“만약... 내가 봤을 때 방이 이상하면 바로 나갈 거니까 그렇게 알아...”

“알았어요.”

곧바로 장담을 하니 다소 안심했는지, 렌카가 마른침을 삼키며 조수석 문을 열었다. 그 사이 렌카 몰래 준비해둔 물건을 챙긴 나는,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려 멀뚱히 서있는 렌카에게 개구쟁이 같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뭘 쪼개...”

이런 내 행동에 소심한 반항을 하는 그녀. 센 척을 하는 렌카를 보며 실소를 터뜨린 나는, 그녀와 보폭을 맞추어 호텔 입구로 들어갔다.

**

“.... 괜찮네...?”

예약한 방을 본 렌카의 감상. 그녀 주위에 퍼져있던 날 선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을 느낀 내가 물었다.

“나름 있을만하죠?”

“그냥 뭐...”

첫 관계 때의 칙칙한 방과는 달리, 지금 우리가 들어온 방은 전체적으로 깔끔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비즈니스 호텔 같은 느낌. TV 앞에 있는 커다란 퀸사이즈 침대에 걸터앉은 나는, 엉덩이가 푹 하고 눌리는 감각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내 옆을 톡톡 쳤다.

“앉아요. 뭐 볼지 정하게.”

“샤, 샤워부터 하고 싶은데...”

“안 됩니다.”

“뭐라는 거야... 왜 또 말이 바뀌어...?”

“샤워하면 스타킹 안 신고 올 거잖아요. 맞죠?”

“그렇지...”

“그게 싫은 겁니다. 정 샤워하고 싶으면 해도 되는데, 스타킹은 신고 나와요.”

“미친 거 아니야...?”

“미쳤다고 칩시다. 그래서, 어떡할 거예요?”

렌카의 입에서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황당한 요구를 하는 날 한 대 쥐어박고 싶은 듯한 표정은 덤.

진심으로 어이가 없어졌는지 혀까지 찬 그녀가 자신의 크로스백을 품 안으로 꽈악 끌어안더니 욕실로 걸음을 옮겼다. 그걸 굳이 챙겨가는 걸 보아하니, 안에 여벌의 속옷이 있는 모양이었다.

“고마워요.”

그런 렌카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자, 그녀가 신경질적으로 내게 고개를 돌리더니 엿을 먹으라며 저주를 퍼부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왜 이렇게 꼴리는지... 지금 그대로 돌진해서 렌카를 덮치고 싶은 기분이다.

“누, 눈깔 그렇게 뜨지 마...!”

내 음흉한 눈빛을 눈치챈 렌카의 잔뜩 쫄아버린 목소리. 그에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신 나는 침대에 팔꿈치를 괸 채 옆으로 누웠다. 그리고는 렌카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쳐다보지 말라고...! 눈 깔아...!”

“보기 싫으면 들어가요. 아니면 같이 할까요?”

“미친놈! 죽어!”

쾅-!

능글맞은 말투에 질겁한 렌카가 신경질적으로 문을 닫았다. 그녀가 어떤 행동을 하든 짜증이 단 하나도 나지 않는다. 오히려 설렌다. 저렇게 기세등등한 모습이 만져주면 곧바로 죽을 걸 아니까.

**

렌카의 샤워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끝났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온 그녀는 내 부탁대로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샤워해놓고 신었던 스타킹을 다시 신는 건 처음이라며 투덜거리는데, 너무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은 충동이 인다.

느릿하게 다가오는 렌카를 본 나는, 그녀의 스타킹 올이 살짝 나가있는 것을 발견했다. 물기가 남아있어서 억지로 밀어올리느라 스타킹에 상처가 난 듯한데, 그냥 신은 것보다 훨씬 꼴려서 아랫도리가 빳빳해지려고 한다.

덮고 있던 이불을 걷은 나는 침대에서 나와 렌카의 앞으로 향했다.

“뭐야...? 왜 손을 등 뒤로 옮기고 있어...?”

굉장히 수상쩍다는 눈으로 등 뒤로 가있는 내 손을 쳐다보는 렌카.

“눈 감아볼래요?”

“뭐...? 싫어...!”

“빨리. 선물 주고 싶어요.”

“우, 웃기시네...! 너 초커 같은 거 갖고 왔지...!? 아까 차에서 내릴 때 챙기는 거 봤어...!”

이걸 봤다고? 분명히 내 쪽으로 눈길을 주지 않았는데? 혹시 창문에 희미하게 비친 날 본 건가?

정황을 보니 그게 맞을 것 같다. 우리 노예는 눈썰미도 좋아요. 그나저나 내가 초커를 챙기는 장면을 보았음에도 가만히 있었다는 건 암묵적인 동의라고 봐도 되겠지?

내가 갖고 온 물건을 정확하게 짚어낸 렌카에게 감탄한 나는, 그녀의 눈앞까지 성큼 걸어갔다. 그러자 기세에 확 눌린 렌카가 움찔하며 몸을 돌렸다. 그 틈을 탄 나는 팔을 뻗어 그녀의 목에 초커를 둘러주었다.

딸랑-!

그와 동시에 울려 퍼지는 청량한 사운드. 자신의 목 부근에서부터 들려오는 그 소리에 기겁한 렌카가 온몸을 들썩였다.

“히약!?”

그로 인해 초커에 달려있는 방울이 크게 흔들리면서, 방금보다 더욱 큰 소리를 냈다.

“햑!”

그에 저도 모르게 자신의 목으로 손을 가져가 방울을 잡은 렌카가 눈을 부라리며 날 쏘아보았다.

“야... 이, 이거 설마 방울이냐...?”

“응.”

“.... 야 이 개새끼야!! 정신 나갔냐...!?”

“왜요?”

“왜냐니... 내가 무슨 고양이야? 너 진짜 돌았어...!?”

“보기 좋기만 한데... 싫어요?”

“당연하지! 이딴 걸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냐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미리 말이라도 하든가...! 뭐가 이렇게 대책 없... 핫...!”

따지고 들던 렌카의 입에서 꽤나 높은 톤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내가 그녀의 치마 안으로 손을 쑤욱 집어넣었기 때문. 순간적으로 온몸이 굳어버린 렌카의 안쪽 허벅지부터 만지작거리며 손을 올려나가던 나는,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만지려다 약간의 공허함을 느끼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 뭐야?’

그 자리에 있어야할 중요한 무언가가 없었던 것이다. 팬티 말이다.

설마 긴장해서 입고 오는 걸 까먹은 건가? 짐깐 벙 쪄있던 내가 재빨리 표정을 바꾸며 물었다.

“여긴 속옷이 없네요?”

그러자 순식간에 태도가 조신해진 렌카의 목젖이 크게 꿀렁거렸다.

“.... 그건... 어, 어차피 네가 막... 이상한 짓하면 아래가...”

렌카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작아지면서, 말끝이 흐려졌다. 아래가 젖는다는 말을 하기가 무척이나 칭피한 것 같다.

저런 대답이 나온다는 건, 렌카가 팬티를 입지 않은 건 다분히 고의적이라는 뜻. 그리고 지금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지 확실하게 알고 있다는 증거였다.

알만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나는 웃통을 벗었다. 이후 깜짝 놀란 렌카를 이끌고 침대로 가, 그녀를 내 위에 올라가도록 하고 자세를 잡았다.

“자, 잠깐만...! TV... 먼저 보자며...”

“못 참겠어.”

“아니... 이렇게 다짜고짜... 아 뭐해...!”

자신의 벌어진 다리 안쪽으로 손을 뻗어 바지까지 내리는 날 나무라는 렌카. 그녀의 허벅지 밑쪽을 잡고 들어올린 나는, 다리를 움직여 반쯤 벗겨진 바지를 완전히 벗었다. 그리고는 렌카의 허리부근에 있는, 치마를 고정한 버클을 풀었다.

“아 뭐해애...!!”

갑작스럽게 야릇해진 분위기에 적응을 못한 렌카가 당황한 외침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내 코에서 흥분으로 가득한 바람이 새어나오자 입을 꾹 다물며 얌전해졌다.

스륵.

버클을 풀자마자 좌우로 벌어진 치마가 내려가면서, 눈앞에 스타킹으로만 보호되고 있는 렌카의 음부가 보였다. 머릿속에 잔뜩 끼기 시작한 욕구를 억지로 억누르며 치마를 침대 옆으로 던진 나는, 그녀의 스타킹 가운데 부분에 있는 거셋 양옆을 잡고 힘을 주어 잡아당겼다.

트득-!

그대로 찢어져버리는 올. 자신의 매끈한 치구를 여실히 드러내게 되어버린 렌카의 눈이 번쩍 뜨였다.

“야...!!!”

버럭 화를 내는 렌카를 무시하며, 그녀의 다리를 감싼 스타킹 양옆까지 일부 찢어버린 내가 가라앉은 투로 말했다.

“옷 벗어요.”

“.... 일단 진정...”

“벗어요.”

“읏...”

자신의 치부를 대놓고 드러냈음에도, 렌카는 큰 반항 없이 머뭇거리기만 했다. 위압감에 짓눌린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그녀는 흥분하고 있었다. 지금 내가 보여주는 다소 강압적인 모습에, 그리고 자신이 날 내려다보는 자세에.

“빨리.”

홍조가 잔뜩 띄워져있는 렌카에게 재차 재촉을 하자, 침을 꼴깍 삼킨 그녀가 천천히 상의를 벗었다. 그리고 나는, 브라조차 차지 않고 맨가슴을 드러낸 렌카를 보며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샤워할 때 완전히 각오했나?’

MK를 통해 미리 예고를 하긴 했다지만 이건 너무 준비가 잘 돼있잖아. 팬티를 입지 않은 것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오늘 보여준 렌카의 변태력은 일시적이지만 치나미를 넘어섰다.

“돼, 됐어...?”

부끄럽기 그지없는 투로 감상을 물어오는 렌카의 몸은 흠칫흠칫 떨리고 있었다. 당장 시작해도 될 것 같은 모습. 방금까지만 해도 톡톡 튀어댄 주제에 지금은 순종적으로 변해버린 그녀를 올려다본 내가 말했다.

“손 뒤로 뻗어서 짚어요.”

“.... 이렇게...?”

“목 가린 손까지 뒤로 뻗어요.”

“하, 하지만...”

“천천히 움직이면 방울소리는 안 나요.”

“.....”

방울을 쥐고 있던 손까지 마지못해 뒤로 뻗어 내 허벅지에 대어놓은 렌카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냐는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러다 내가 아무런 말도 않고 자신을 빤히 바라만 보고 있자, 스스로 움직이라는 걸 눈치채고는 아주 느릿하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벌써부터 터져 나오기 시작한, 쾌락으로 점철된 신음. 그 외설적인 음색을 들으며, 나는 양팔을 뒤통수에 대고 손깍지를 꼈다.

9